“음력 정월 12시간 동안 여성 출입 금지”?…인권위 제동

입력 2022.08.29 (12:00) 수정 2022.08.29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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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정월과 2월 초하루 자정부터 정오까지, 여성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특정한 날짜와 시간대에 '여성 출입'을 금하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 불교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종단으로, 신도는 250만 명을 두고 있는 '천태종' 사찰들입니다.

이런 '천태종'의 관행이 성차별이며 여성 인권을 침해한다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됐습니다. 인권위 판단은 어땠을까요?

■ "여성이라 출입금지는 성차별"…"종교 전통 지켜가야"

지난해 3월 40대 여성 A 씨는 천태종 소속 충북 단양에 있는 한 사찰을 찾았다가, 출입을 금지당했습니다. 방문한 날이 '음력 2월 초하룻날'이라 여성은 정오 이전에는 출입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반면 남성들은 제한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출입 제한은 해당 사찰 말고도, 천태종 소속 150곳 사찰이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A 씨는 여성이어서, 입장을 제한당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천태종 측은 음력 정월과 2월 초하루 자정부터 정오까지 여성에 대한 사찰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종교마다 지향하는 바와 신앙의 내용·형식 등이 다름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라며 "종단의 유구한 전통을 지킬 수 있기 바란다"는 입장을 인권위에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월 초하루와 2월 초하루 자정부터 정오까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사찰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개선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인권위 "女 불합리한 대우는 종교 자유 해당하지 않아"

인권위는 A 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천태종의 행위가 여성을 부정한 존재로 인식하는 편견과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인한 불리한 대우라는 겁니다.

인권위는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차별금지 사유로 ‘성별’을 규정하고 있다"며 천태종의 행위가 "남녀평등 이념을 실현하려는 헌법적 가치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종교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월과 2월 초하루에 여성의 출입을 제한하는 행위는 본질적인 가르침, 즉 종교적 교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의 한계를 넘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여성에 대한 불리한 대우가 종교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남녀 모두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사찰 측 개선 방안 역시, 여성의 평등권 침해에 대한 피해 회복 조치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여성 출입을 제한하는 관행을 개선하라, 천태종 측에 권고했습니다.

천태종 측은 오늘(29일) KBS와의 통화에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관습을 따르다 보니깐 시대에 안 맞는 것들이 있는 것"이라며 인권위의 결정을 존중해 현 제도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고민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정월 초하루와 2월 초하루 자정부터 정오까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사찰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개선 사항은 여성 출입을 막으려는 조치가 아니라며, 내년부터 천태종 산하 사찰에 적용하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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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력 정월 12시간 동안 여성 출입 금지”?…인권위 제동
    • 입력 2022-08-29 12:00:14
    • 수정2022-08-29 19:34:42
    취재K

"음력 정월과 2월 초하루 자정부터 정오까지, 여성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특정한 날짜와 시간대에 '여성 출입'을 금하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 불교 중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종단으로, 신도는 250만 명을 두고 있는 '천태종' 사찰들입니다.

이런 '천태종'의 관행이 성차별이며 여성 인권을 침해한다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됐습니다. 인권위 판단은 어땠을까요?

■ "여성이라 출입금지는 성차별"…"종교 전통 지켜가야"

지난해 3월 40대 여성 A 씨는 천태종 소속 충북 단양에 있는 한 사찰을 찾았다가, 출입을 금지당했습니다. 방문한 날이 '음력 2월 초하룻날'이라 여성은 정오 이전에는 출입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반면 남성들은 제한 없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었습니다.

여성에 대한 출입 제한은 해당 사찰 말고도, 천태종 소속 150곳 사찰이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A 씨는 여성이어서, 입장을 제한당하는 것은 성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천태종 측은 음력 정월과 2월 초하루 자정부터 정오까지 여성에 대한 사찰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점은 인정했습니다. 다만 "종교마다 지향하는 바와 신앙의 내용·형식 등이 다름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라며 "종단의 유구한 전통을 지킬 수 있기 바란다"는 입장을 인권위에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월 초하루와 2월 초하루 자정부터 정오까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사찰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개선 조치를 내놓았습니다.

■인권위 "女 불합리한 대우는 종교 자유 해당하지 않아"

인권위는 A 씨 손을 들어줬습니다. 천태종의 행위가 여성을 부정한 존재로 인식하는 편견과 성 역할 고정관념에 기인한 불리한 대우라는 겁니다.

인권위는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차별금지 사유로 ‘성별’을 규정하고 있다"며 천태종의 행위가 "남녀평등 이념을 실현하려는 헌법적 가치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종교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월과 2월 초하루에 여성의 출입을 제한하는 행위는 본질적인 가르침, 즉 종교적 교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또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의 한계를 넘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여성에 대한 불리한 대우가 종교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남녀 모두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사찰 측 개선 방안 역시, 여성의 평등권 침해에 대한 피해 회복 조치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인권위는 그러면서 여성 출입을 제한하는 관행을 개선하라, 천태종 측에 권고했습니다.

천태종 측은 오늘(29일) KBS와의 통화에서 "옛날부터 내려오는 관습을 따르다 보니깐 시대에 안 맞는 것들이 있는 것"이라며 인권위의 결정을 존중해 현 제도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고민하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정월 초하루와 2월 초하루 자정부터 정오까지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사찰 출입을 금지하겠다'는 개선 사항은 여성 출입을 막으려는 조치가 아니라며, 내년부터 천태종 산하 사찰에 적용하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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