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음력 초하루, 여성은 출입 금지”…인권위 “성차별”

입력 2022.08.29 (19:26) 수정 2022.08.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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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특정 날짜, 시간대에 여성은 사찰에 들어갈 수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한국 불교 종단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천태종이 70여 년간 이어온 관례입니다.

인권위가 이 같은 종교 관습에 대해 남녀 차별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이윤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여행사 직원이었던 김 모 씨는 지난해 3월 충북 단양 구인사를 찾았습니다.

여행 상품을 기획하려고 사찰 내부를 둘러보려 했는데, 경내엔 한 발자국도 들여놓을 수 없었습니다.

[김OO/전 여행사 직원/음성변조 : "(사찰에서) 남자분들한테 올라가도 되는데 여자분들은 안된다고 그러더라고요. '너는 여자라서 못 들어가'라는 말을 지금 세대에 하기엔...너무 놀랐어요."]

방문일이 음력 2월 초하루였는데, 음력 정월과 2월 초하루에는 자정부터 정오까지 여성 출입을 금지한다는 게 사찰 방침이었습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불교 종단인 천태종은 70년 전부터 국내외 사찰 150여 곳에 이런 관례를 적용해왔습니다.

김 씨는 성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조사에 나선 인권위는 해당 관례가 여성을 부정한 존재로 인식하는 편견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여성 출입 제한을 종교적 교리로 보긴 어렵다는 판단도 내놨습니다.

[여명희/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 "종파적인 전통을 이유로 헌법에 위배되는 여성을 차별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서울의 한 천태종 사찰입니다.

인권위 조사가 시작되자, 천태종 측은 2023년부터 문제가 된 초하루 이틀 (오전)에는 남녀 모두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 역시 피해 회복 조치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천태종은 KBS에 "옛 관습을 따르다 보니 시대에 안 맞는 것들이 있었다"며 "인권위 결정을 존중해 개선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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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태종 “음력 초하루, 여성은 출입 금지”…인권위 “성차별”
    • 입력 2022-08-29 19:26:09
    • 수정2022-08-29 19:4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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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특정 날짜, 시간대에 여성은 사찰에 들어갈 수 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한국 불교 종단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천태종이 70여 년간 이어온 관례입니다.

인권위가 이 같은 종교 관습에 대해 남녀 차별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이윤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여행사 직원이었던 김 모 씨는 지난해 3월 충북 단양 구인사를 찾았습니다.

여행 상품을 기획하려고 사찰 내부를 둘러보려 했는데, 경내엔 한 발자국도 들여놓을 수 없었습니다.

[김OO/전 여행사 직원/음성변조 : "(사찰에서) 남자분들한테 올라가도 되는데 여자분들은 안된다고 그러더라고요. '너는 여자라서 못 들어가'라는 말을 지금 세대에 하기엔...너무 놀랐어요."]

방문일이 음력 2월 초하루였는데, 음력 정월과 2월 초하루에는 자정부터 정오까지 여성 출입을 금지한다는 게 사찰 방침이었습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불교 종단인 천태종은 70년 전부터 국내외 사찰 150여 곳에 이런 관례를 적용해왔습니다.

김 씨는 성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조사에 나선 인권위는 해당 관례가 여성을 부정한 존재로 인식하는 편견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여성 출입 제한을 종교적 교리로 보긴 어렵다는 판단도 내놨습니다.

[여명희/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 : "종파적인 전통을 이유로 헌법에 위배되는 여성을 차별하는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서울의 한 천태종 사찰입니다.

인권위 조사가 시작되자, 천태종 측은 2023년부터 문제가 된 초하루 이틀 (오전)에는 남녀 모두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 역시 피해 회복 조치는 아니라고 봤습니다.

천태종은 KBS에 "옛 관습을 따르다 보니 시대에 안 맞는 것들이 있었다"며 "인권위 결정을 존중해 개선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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