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한 쪽은 해고, 한 쪽은 구인난…양분된 美 고용 시장

입력 2022.08.31 (10:47) 수정 2022.08.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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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최대 고용주인 월마트가 대규모 정리해고를 하는 등 미국 기업들이 현실로 다가온 경기 침체를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또 한 쪽에선 도저히 직원을 구할 수 없는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해고와 인력난을 동시에 맞닥들인 미국 고용 시장 분위기를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탄탄하다던 미국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가요?

[기자]

네, 경기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미국 대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이달 초 본부 직원 2백 명을 해고했는데요.

상품 개발과 부동산 관련 업무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으로 경기가 침체돼 소비가 위축되면 월마트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현재 월마트는 미국에서만 17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공공분야를 제외하고 미국 최대 고용주라는 점에서 이번 해고가 상징적입니다.

타깃이나 코스트코같은 다른 유통업체로 이 같은 흐름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앵커]

미국에서 경기 침체에 대비해 인원을 감축하는 일이 유통 업계 이야기만은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이른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서는 이미 올해 초부터 인력 감축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었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직원 천 8백여 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고, 넷플릭스는 올해만 벌써 7백 명 넘게 해고했습니다.

트위터는 지난달 인사 관련 부서 직원을 무려 30% 줄였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고용도 대폭 늘려왔죠.

하지만 이제 '팬데믹 특수'는 끝났고, 경기는 점차 나빠지는 상황 속에서 불어난 몸집을 줄일 수밖에 없어진 겁니다.

[앵커]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일 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아우성이라면서요?

[기자]

네, 항공과 숙박, 식당 등 대면 서비스 업종들 이야깁니다.

모두 팬데믹 동안 인력을 크게 줄였던 업종들이죠.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수요는 다시 크게 늘었는데, 그에 맞춰 직원 수를 채우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겁니다.

[미국 조경업체 사장 : "인력 찾기가 어려워요. 사람들은 우리가 낸 광고에 답하지 않아요. 온라인 광고든, 입소문이든 뭐든요. 아무도 지원하러 오지 않아요."]

각종 경제 지표도 이런 구인난을 설명해 주는데요.

일부 기업들이 인력 축소에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3.5%로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사람 구하기 어렵다 보니 임금은 올라서, 지난달 임금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 넘게 뛰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오늘날 미국에서는 전염병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다"며, 탄탄한 고용을 정부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앵커]

한쪽에서는 인력난, 다른 쪽에서는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이례적인 상황이군요?

[기자]

네, 현지 언론들도 미국 고용시장의 역설이라고 표현하며, 이 같은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 인력 중개 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5년 동안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형태의 불황"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경기 전체와 특정 산업의 흐름은 다를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똑같이 팬데믹을 겪어도 어떤 업종은 호황, 또 다른 업종은 불황을 맞았던 것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미국의 한 구직사이트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 이뤄진 특수한 자본 분배 형태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미국 고용시장에 이런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난 원인이 코로나19 이외에 또 뭐가 있을까요?

[기자]

기업과 근로자 모두 옥석 가리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구인난을 겪는 업종들은 대부분 저임금인 경우가 많은데,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는 노조 설립이 잇따르는 등 '더 나은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다니엘 자오/글래스도어 수석이코노미스트 : "(구인난은) 특히 소매업, 식품 서비스업, 운송 및 창고업과 같은 저임금 업종에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구인난을 겪는 모든 업종은 직원에게 보상을 더 해줄 방법을 두고 공격적으로 경쟁해야 합니다."]

기업 역시 경기 침체 우려를 계기로 필수 인력 선별하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테슬라는 최근 사무직 정규 직원 10%를 해고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기술직의 시간제 일자리는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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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한 쪽은 해고, 한 쪽은 구인난…양분된 美 고용 시장
    • 입력 2022-08-31 10:47:38
    • 수정2022-08-31 1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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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최대 고용주인 월마트가 대규모 정리해고를 하는 등 미국 기업들이 현실로 다가온 경기 침체를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또 한 쪽에선 도저히 직원을 구할 수 없는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해고와 인력난을 동시에 맞닥들인 미국 고용 시장 분위기를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탄탄하다던 미국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가요?

[기자]

네, 경기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미국 대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이달 초 본부 직원 2백 명을 해고했는데요.

상품 개발과 부동산 관련 업무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으로 경기가 침체돼 소비가 위축되면 월마트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현재 월마트는 미국에서만 170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공공분야를 제외하고 미국 최대 고용주라는 점에서 이번 해고가 상징적입니다.

타깃이나 코스트코같은 다른 유통업체로 이 같은 흐름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앵커]

미국에서 경기 침체에 대비해 인원을 감축하는 일이 유통 업계 이야기만은 아니라면서요?

[기자]

네, 이른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서는 이미 올해 초부터 인력 감축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었는데요.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직원 천 8백여 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했고, 넷플릭스는 올해만 벌써 7백 명 넘게 해고했습니다.

트위터는 지난달 인사 관련 부서 직원을 무려 30% 줄였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코로나19 대유행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고용도 대폭 늘려왔죠.

하지만 이제 '팬데믹 특수'는 끝났고, 경기는 점차 나빠지는 상황 속에서 불어난 몸집을 줄일 수밖에 없어진 겁니다.

[앵커]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일 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아우성이라면서요?

[기자]

네, 항공과 숙박, 식당 등 대면 서비스 업종들 이야깁니다.

모두 팬데믹 동안 인력을 크게 줄였던 업종들이죠.

팬데믹이 끝나가면서 수요는 다시 크게 늘었는데, 그에 맞춰 직원 수를 채우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겁니다.

[미국 조경업체 사장 : "인력 찾기가 어려워요. 사람들은 우리가 낸 광고에 답하지 않아요. 온라인 광고든, 입소문이든 뭐든요. 아무도 지원하러 오지 않아요."]

각종 경제 지표도 이런 구인난을 설명해 주는데요.

일부 기업들이 인력 축소에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3.5%로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사람 구하기 어렵다 보니 임금은 올라서, 지난달 임금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 넘게 뛰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오늘날 미국에서는 전염병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다"며, 탄탄한 고용을 정부 성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앵커]

한쪽에서는 인력난, 다른 쪽에서는 구조조정 바람이 부는 이례적인 상황이군요?

[기자]

네, 현지 언론들도 미국 고용시장의 역설이라고 표현하며, 이 같은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한 인력 중개 업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25년 동안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형태의 불황"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경기 전체와 특정 산업의 흐름은 다를 수 있다고 짚었는데요.

똑같이 팬데믹을 겪어도 어떤 업종은 호황, 또 다른 업종은 불황을 맞았던 것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미국의 한 구직사이트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 이뤄진 특수한 자본 분배 형태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미국 고용시장에 이런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난 원인이 코로나19 이외에 또 뭐가 있을까요?

[기자]

기업과 근로자 모두 옥석 가리기를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구인난을 겪는 업종들은 대부분 저임금인 경우가 많은데, 팬데믹 이후 미국에서는 노조 설립이 잇따르는 등 '더 나은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다니엘 자오/글래스도어 수석이코노미스트 : "(구인난은) 특히 소매업, 식품 서비스업, 운송 및 창고업과 같은 저임금 업종에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구인난을 겪는 모든 업종은 직원에게 보상을 더 해줄 방법을 두고 공격적으로 경쟁해야 합니다."]

기업 역시 경기 침체 우려를 계기로 필수 인력 선별하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테슬라는 최근 사무직 정규 직원 10%를 해고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기술직의 시간제 일자리는 늘릴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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