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우영우

입력 2022.08.31 (20:02) 수정 2022.08.3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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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신입 변호사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넷플릭스 통계 '비영어권 부문 1위', 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 '17.5%' 등 굵직한 기록들을 남겼죠.

우영우처럼 천재성을 가진 발달 장애인은 현실에 없다는 논란에도, 장애인 변호사가 부닥치게 되는 냉혹한 현실을 법정을 소재로 유쾌하게 풀어내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실제 현실은 어떨까요.

자폐성 장애인의 고용률은 28.1%, 지적장애인은 28%로, 10명 중 7명은 직업이 없습니다.

전 국민 고용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전체 장애인의 평균 고용률 35%보다도 낮습니다.

취업 후 받는 월급도 평균 121만 원 이하로 나타났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직업을 갖고 자립해 살아가기엔 현실 속 높은 벽이 분명 존재한다는 거겠죠.

우리 곁의 우영우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향긋한 커피 향이 퍼지는 광주 시내 한 카페.

이수연 씨가 근무하고 있는 일터입니다.

곱게 갈린 원두에 물을 부어 더치커피를 만들고 빵을 포장하는 일까지 꼼꼼한 손길이 바지런히 움직이는데요,

커피의 매력에 끌려 18살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수연씨, 지적장애가 있는 발달장애인이지만, 여느 다른 직원들보다도 실력이 좋고, 배려심도 깊어 고용주도 놓치기 싫은 인재입니다.

[조영은/○○카페 대표 : "(수연씨는) 1년 전에 정규직으로 전환을 한 상탭니다. 업무를 굉장히 잘해서 저희가 꼭 데려가고 싶은 인재였습니다."]

커피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는 수연씨, 훌륭한 바리스타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수연/바리스타 : "제가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려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제가 알려줄 수 있으니까 그게 더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무더운 날씨에도 꼼꼼하게 전기차 충전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최신혁 씨.

한전에 입사한 지 갓 50일이 넘은 신입사원입니다.

[최신혁/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건설지사 신입사원 : "전기차가 완충된 상태에서 차를 빼지 않으면 과태료 10만 원을 물게 된대요. 그런 과태료를 물지 않기 위해서 전기차 이동 주차 안내를 지금 하고 있습니다."]

평소 책과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 대학에서도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신혁 씨, 도서관 사서가 되길 희망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 한전의 장애인 제한 경쟁 체험형 인턴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최신혁/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건설지사 신입사원 : "한계를 넘어서 무엇이든 간에 도전을 한번 해보자 이런 생각을 가지고 타파하게 되었습니다."]

한전 광주전남건설지사에서 장애인을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고 하는데요.

적극적으로 일 잘하는 신혁 씨를 보면서, 입사 초기 동료들의 우려도 금세 사라졌습니다.

[김재신/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건설지사 건설지원팀장 : "화합도 잘하고 또 선배 직원들이다 보니까 엄마 아빠처럼 잘 따르고, 시키는 일에서 책임을 갖고 열심히 잘하고 있습니다."]

신혁 씨의 도전은 입사 후에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최신혁/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건설지사 신입사원 : "회계나 그 다음에 경영 쪽으로도 일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지금 꿈은 그대로 둔 채,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만 더 집중하려고 해요."]

훈련생들이 침착한 손놀림으로 재봉틀을 돌리는 이곳, 또 다른 이수연, 최신혁씨가 꿈을 키워가고 있는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입니다.

[김의철/재봉틀 수업 강사 : "처음에는 모르고 왔다가 이거 어떻게 해요. 기계가 좀 무서운데요. 그런 생각도 많이 갖고 있더라고요. 훈련을 통해 많이 습득해가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다른 장애 유형과 달리 사회적 관계성이나 인지 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들에게 특화된 직업훈련을 제공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전국 시도별로 설치한 발달장애인훈련센터.

광주 센터의 경우 2017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18살 이상 발달장애인들에게 사무직과 요양보조, 바리스타 과정 등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취업 후 적응까지 돕는 그야말로 원스톱 지원 센터인데요,

훈련센터 내부를 편의점이나 영화관, 병원과 똑같이 꾸며 생생한 훈련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지금까지 광주 센터를 수료한 훈련생들만 935명, 이 가운데 80% 이상이 취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보현/훈련생 :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커피 내리는 것도 조금 더 배우다 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현성/훈련생 : "혹시 직장에서 저를 뽑아주신다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같은 노력에도 광주와 전남지역 발달장애인의 취업률은 평균 33%에 불과합니다.

장애인 의무고용 기업체의 고용률도 19%가 채 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신성래/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장 : "시민들이나 사업주들 또 공공기관에서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좀 가지고 많은 인식을 높여주시면 우리 발달장애인도 힘을 내서 더 좋은 일자리에 이렇게 취업에 연계되지 않을까..."]

우리 곁의 우영우들이 장애의 무게를 온전히 혼자서만 짊어지지 않고,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자립해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끌어 안아야 할 땝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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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곁의 우영우
    • 입력 2022-08-31 20:02:12
    • 수정2022-08-31 20:57:54
    뉴스7(광주)
[기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신입 변호사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넷플릭스 통계 '비영어권 부문 1위', 채널 역대 최고 시청률 '17.5%' 등 굵직한 기록들을 남겼죠.

우영우처럼 천재성을 가진 발달 장애인은 현실에 없다는 논란에도, 장애인 변호사가 부닥치게 되는 냉혹한 현실을 법정을 소재로 유쾌하게 풀어내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실제 현실은 어떨까요.

자폐성 장애인의 고용률은 28.1%, 지적장애인은 28%로, 10명 중 7명은 직업이 없습니다.

전 국민 고용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전체 장애인의 평균 고용률 35%보다도 낮습니다.

취업 후 받는 월급도 평균 121만 원 이하로 나타났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직업을 갖고 자립해 살아가기엔 현실 속 높은 벽이 분명 존재한다는 거겠죠.

우리 곁의 우영우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향긋한 커피 향이 퍼지는 광주 시내 한 카페.

이수연 씨가 근무하고 있는 일터입니다.

곱게 갈린 원두에 물을 부어 더치커피를 만들고 빵을 포장하는 일까지 꼼꼼한 손길이 바지런히 움직이는데요,

커피의 매력에 끌려 18살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수연씨, 지적장애가 있는 발달장애인이지만, 여느 다른 직원들보다도 실력이 좋고, 배려심도 깊어 고용주도 놓치기 싫은 인재입니다.

[조영은/○○카페 대표 : "(수연씨는) 1년 전에 정규직으로 전환을 한 상탭니다. 업무를 굉장히 잘해서 저희가 꼭 데려가고 싶은 인재였습니다."]

커피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는 수연씨, 훌륭한 바리스타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수연/바리스타 : "제가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려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제가 알려줄 수 있으니까 그게 더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무더운 날씨에도 꼼꼼하게 전기차 충전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최신혁 씨.

한전에 입사한 지 갓 50일이 넘은 신입사원입니다.

[최신혁/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건설지사 신입사원 : "전기차가 완충된 상태에서 차를 빼지 않으면 과태료 10만 원을 물게 된대요. 그런 과태료를 물지 않기 위해서 전기차 이동 주차 안내를 지금 하고 있습니다."]

평소 책과 기록하는 것을 좋아해 대학에서도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신혁 씨, 도서관 사서가 되길 희망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어, 한전의 장애인 제한 경쟁 체험형 인턴에 지원해 합격했습니다.

[최신혁/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건설지사 신입사원 : "한계를 넘어서 무엇이든 간에 도전을 한번 해보자 이런 생각을 가지고 타파하게 되었습니다."]

한전 광주전남건설지사에서 장애인을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라고 하는데요.

적극적으로 일 잘하는 신혁 씨를 보면서, 입사 초기 동료들의 우려도 금세 사라졌습니다.

[김재신/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건설지사 건설지원팀장 : "화합도 잘하고 또 선배 직원들이다 보니까 엄마 아빠처럼 잘 따르고, 시키는 일에서 책임을 갖고 열심히 잘하고 있습니다."]

신혁 씨의 도전은 입사 후에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최신혁/한국전력공사 광주전남건설지사 신입사원 : "회계나 그 다음에 경영 쪽으로도 일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지금 꿈은 그대로 둔 채,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만 더 집중하려고 해요."]

훈련생들이 침착한 손놀림으로 재봉틀을 돌리는 이곳, 또 다른 이수연, 최신혁씨가 꿈을 키워가고 있는 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입니다.

[김의철/재봉틀 수업 강사 : "처음에는 모르고 왔다가 이거 어떻게 해요. 기계가 좀 무서운데요. 그런 생각도 많이 갖고 있더라고요. 훈련을 통해 많이 습득해가면서 배우고 있습니다."]

다른 장애 유형과 달리 사회적 관계성이나 인지 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들에게 특화된 직업훈련을 제공하기 위해 고용노동부가 전국 시도별로 설치한 발달장애인훈련센터.

광주 센터의 경우 2017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18살 이상 발달장애인들에게 사무직과 요양보조, 바리스타 과정 등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취업 후 적응까지 돕는 그야말로 원스톱 지원 센터인데요,

훈련센터 내부를 편의점이나 영화관, 병원과 똑같이 꾸며 생생한 훈련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지금까지 광주 센터를 수료한 훈련생들만 935명, 이 가운데 80% 이상이 취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보현/훈련생 :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커피 내리는 것도 조금 더 배우다 보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현성/훈련생 : "혹시 직장에서 저를 뽑아주신다면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같은 노력에도 광주와 전남지역 발달장애인의 취업률은 평균 33%에 불과합니다.

장애인 의무고용 기업체의 고용률도 19%가 채 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신성래/광주발달장애인훈련센터장 : "시민들이나 사업주들 또 공공기관에서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좀 가지고 많은 인식을 높여주시면 우리 발달장애인도 힘을 내서 더 좋은 일자리에 이렇게 취업에 연계되지 않을까..."]

우리 곁의 우영우들이 장애의 무게를 온전히 혼자서만 짊어지지 않고,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자립해 잘 살아나갈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끌어 안아야 할 땝니다.

KBS 뉴스 하선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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