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FBI가 와도 난 못 잡아”…텔레그램은 여전히 수사에 ‘벽’

입력 2022.08.31 (21:15) 수정 2022.08.3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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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 것처럼 지금, 이 시각에도 추가로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서둘러 수사하고, 빨리 범죄자들을 잡아들일 필요가 있는데 무엇보다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 자체가 범죄자들에게 '은신처'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단독 보도, 계속해서 황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내가 '추적단 불꽃'이다. 당신의 사진을 유포한 성착취범을 잡아주겠다."

이 속임수에 걸려들어 수십 개의 영상과 사진을 찍어 보낸 A 씨.

피해 직후인 올해 1월 경찰을 찾아갔습니다.

사건은 일선 경찰서에 배당됐고, 신고 한 달 뒤 피해자 조사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수사는 거기서 더 나아가질 못했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신고를 하고 지금 거의 8월 말이니까 한 8 개월 정도 연락이 없다가, (KBS 취재) 이후에 처음으로 경찰 쪽에서 받았던 연락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인계가 됐다.'"]

"FBI가 와도 난 못 잡는다", "경찰, 고생 좀 해봐라" 성 착취범 '엘'은, 대화방에서 이렇게 공권력을 조롱해가며,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식의 호언장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믿었던 구석'은 무엇일까?

텔레그램.

범행의 '수단'이 되기도 했고 엘의 '본거지'이기도 한 그 메신저는, 동시에 가장 강력한 '은신처'이기도 했습니다.

텔레그램은, 그 어느 나라에서 수사 협조 요청을 해도 응한 적이 없습니다.

n번방 수사 당시에도 한국 경찰이 7차례나 자료를 요구했지만,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본사가 어디인지조차 불명확합니다.

성 착취범들이 유독, 이 메신저를 근거지 삼아 활동하는 이유입니다.

[김용회/경찰수사연구원 사이버수사학과 교수 : "저희가 국제공조 요청 통해서, 이제 그런 (가해자) 단서들을 확보하고 있는데 텔레그램의 경우는 유독 저희가 협조할 수 있는 창구가 없습니다."]

n번방·박사방 수사 때는 그나마 '돈의 흐름'이 수사의 단초가 됐습니다.

수익을 노린 주범들이 성 착취물을 팔았고, 거기 활용된 계좌 정보 등이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 수사가 막혀도 오프라인 추적이 가능했습니다.

[김용회/경찰수사연구원 사이버수사학과 교수 : "수사 단서를 확보해서, 이제 대부분 피의자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증거를 확보해서…."]

하지만 '엘'은, 성 착취물 자체를 직접적으로 매매한 흔적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가 험로에 빠질 수도 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나마 n번방 사건 이후 경찰이 성 착취물 구매자처럼 접근하는 '위장 수사'는 가능해졌습니다.

구체적인 수사 기법은 극비에 부쳐져 있습니다.

이번 연속 보도를 시작하기 전, 취재된 자료들을 모두 경찰에 넘긴 저희 취재팀은, 앞으로 추가로 들어오는 제보 내용도 법률 자문을 거쳐, 즉각 수사 의뢰할 방침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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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FBI가 와도 난 못 잡아”…텔레그램은 여전히 수사에 ‘벽’
    • 입력 2022-08-31 21:15:37
    • 수정2022-08-31 22:10:33
    뉴스 9
[앵커]

보신 것처럼 지금, 이 시각에도 추가로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서둘러 수사하고, 빨리 범죄자들을 잡아들일 필요가 있는데 무엇보다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 자체가 범죄자들에게 '은신처'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단독 보도, 계속해서 황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내가 '추적단 불꽃'이다. 당신의 사진을 유포한 성착취범을 잡아주겠다."

이 속임수에 걸려들어 수십 개의 영상과 사진을 찍어 보낸 A 씨.

피해 직후인 올해 1월 경찰을 찾아갔습니다.

사건은 일선 경찰서에 배당됐고, 신고 한 달 뒤 피해자 조사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수사는 거기서 더 나아가질 못했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신고를 하고 지금 거의 8월 말이니까 한 8 개월 정도 연락이 없다가, (KBS 취재) 이후에 처음으로 경찰 쪽에서 받았던 연락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 인계가 됐다.'"]

"FBI가 와도 난 못 잡는다", "경찰, 고생 좀 해봐라" 성 착취범 '엘'은, 대화방에서 이렇게 공권력을 조롱해가며,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식의 호언장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믿었던 구석'은 무엇일까?

텔레그램.

범행의 '수단'이 되기도 했고 엘의 '본거지'이기도 한 그 메신저는, 동시에 가장 강력한 '은신처'이기도 했습니다.

텔레그램은, 그 어느 나라에서 수사 협조 요청을 해도 응한 적이 없습니다.

n번방 수사 당시에도 한국 경찰이 7차례나 자료를 요구했지만, 협조하지 않았습니다.

본사가 어디인지조차 불명확합니다.

성 착취범들이 유독, 이 메신저를 근거지 삼아 활동하는 이유입니다.

[김용회/경찰수사연구원 사이버수사학과 교수 : "저희가 국제공조 요청 통해서, 이제 그런 (가해자) 단서들을 확보하고 있는데 텔레그램의 경우는 유독 저희가 협조할 수 있는 창구가 없습니다."]

n번방·박사방 수사 때는 그나마 '돈의 흐름'이 수사의 단초가 됐습니다.

수익을 노린 주범들이 성 착취물을 팔았고, 거기 활용된 계좌 정보 등이 있었기 때문에, 온라인 수사가 막혀도 오프라인 추적이 가능했습니다.

[김용회/경찰수사연구원 사이버수사학과 교수 : "수사 단서를 확보해서, 이제 대부분 피의자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증거를 확보해서…."]

하지만 '엘'은, 성 착취물 자체를 직접적으로 매매한 흔적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 수사가 험로에 빠질 수도 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나마 n번방 사건 이후 경찰이 성 착취물 구매자처럼 접근하는 '위장 수사'는 가능해졌습니다.

구체적인 수사 기법은 극비에 부쳐져 있습니다.

이번 연속 보도를 시작하기 전, 취재된 자료들을 모두 경찰에 넘긴 저희 취재팀은, 앞으로 추가로 들어오는 제보 내용도 법률 자문을 거쳐, 즉각 수사 의뢰할 방침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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