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여순사건…두 개의 문학상

입력 2022.09.01 (08:18) 수정 2022.09.01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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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픈 근현대사를 기억하고, 또 그 의미를 기리기 위해 관련 사건을 소재로 문학상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수·순천 10·19 사건과 관련해서도 올해 처음으로 문학상이 제정됐는데, 여수와 순천이 각각 문학상을 만들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이성각 기자입니다.

[리포트]

소설가 현기영의 1978년 작 '순이삼촌'은 제주4·3사건의 참상을 정면으로 다루며 진상규명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처럼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문학을 통해 기억하고, 또 알리기 위해 기념사업 일환으로 문학상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 4·3사건과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학살된 충북 영동의 노근리사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도 10여년 전부터 문학상이 제정·운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특별법 이후 여수순천 10.19사건 관련해서도 올해 처음으로 문학상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수 따로, 순천 따로입니다.

순천의 '여순 10·19문학상'은 공모마감 후 1차 심사중이고, 여수의 '여순10·19평화인권문학상'은 11월 초까지 작품을 공모합니다.

문학상의 취지도 같고, 공모 부분도 시와 소설로 동일한데, 인접한 두 도시에서 각각 공모에 나선 겁니다.

여순사건을 둘러싸고 여수와 순천, 두 지역간 갈등으로 비쳐질 가능성도 큽니다.

[조진태/5·18재단 상임이사/시인 : "누군가 독점하듯이, 또 서로 경쟁하듯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과연 바람직하다고 수용하겠습니까. 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개선해야 합니다.)"]

문학상의 제정 취지가 훼손되고 상의 권위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선태/국민대 한국어문학부 교수/문학박사 : "상의 권위를 위해서도 그렇고, 제각각 상을 수여할 경우 (문학상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별법 통과로 진상규명의 첫 발을 뗀 여순 10·19사건, 현대사의 가장 아픈 역사를 두고, 두 개의 문학상이라는 촌극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성각입니다.

촬영기자:김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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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나의 여순사건…두 개의 문학상
    • 입력 2022-09-01 08:18:15
    • 수정2022-09-01 08:42:16
    뉴스광장(광주)
[앵커]

아픈 근현대사를 기억하고, 또 그 의미를 기리기 위해 관련 사건을 소재로 문학상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여수·순천 10·19 사건과 관련해서도 올해 처음으로 문학상이 제정됐는데, 여수와 순천이 각각 문학상을 만들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보도에 이성각 기자입니다.

[리포트]

소설가 현기영의 1978년 작 '순이삼촌'은 제주4·3사건의 참상을 정면으로 다루며 진상규명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처럼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문학을 통해 기억하고, 또 알리기 위해 기념사업 일환으로 문학상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 4·3사건과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이 학살된 충북 영동의 노근리사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서도 10여년 전부터 문학상이 제정·운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특별법 이후 여수순천 10.19사건 관련해서도 올해 처음으로 문학상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여수 따로, 순천 따로입니다.

순천의 '여순 10·19문학상'은 공모마감 후 1차 심사중이고, 여수의 '여순10·19평화인권문학상'은 11월 초까지 작품을 공모합니다.

문학상의 취지도 같고, 공모 부분도 시와 소설로 동일한데, 인접한 두 도시에서 각각 공모에 나선 겁니다.

여순사건을 둘러싸고 여수와 순천, 두 지역간 갈등으로 비쳐질 가능성도 큽니다.

[조진태/5·18재단 상임이사/시인 : "누군가 독점하듯이, 또 서로 경쟁하듯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과연 바람직하다고 수용하겠습니까. 저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개선해야 합니다.)"]

문학상의 제정 취지가 훼손되고 상의 권위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선태/국민대 한국어문학부 교수/문학박사 : "상의 권위를 위해서도 그렇고, 제각각 상을 수여할 경우 (문학상의) 의미가 퇴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별법 통과로 진상규명의 첫 발을 뗀 여순 10·19사건, 현대사의 가장 아픈 역사를 두고, 두 개의 문학상이라는 촌극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성각입니다.

촬영기자:김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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