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플러스] ‘저주토끼’ 작가 정보라 “저는 소모품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연세대 상대 소송 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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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저주토끼' 작가)
-11년 동안 강의한 연세대에 퇴직금과 주휴·연차수당 청구 소송
-2003년부터 강의연구 노동자도 근로자 인정해 퇴직금 지급 판례들 있지만 2021년 12월 연세대 사직 후 아무런 권리 지켜지지 않아
-대학 측, 강의 시간만 근로 인정하지만 과제 점검과 채첨, 시험 출제, 행정 업무 등 일주일 내내 일해와
-교수와 강사 연봉 약 10배 차이 차별적 처우 고착화...강사 계속 바뀌며 줄이면 결국 교육의 질 떨어져
-사회나 체제가 나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상황이 공포
-'쓰고 버릴 사람, 대체될 사람'으로 대하는 비정규직 체제 사라지는 평등한 대학 꿈꿔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정보라 '저주토끼' 작가
◎범기영 오늘 초대 손님이 부커상 최종 후보로 오른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 작가인데요.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퇴직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연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정보라 안녕하세요?
◎범기영 오늘은 작가님이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되나요, 그러면? 이름이 널리 알려진 상태라서 소송하는 게 오히려 두렵기도 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왜 이렇게 여기까지 온 겁니까?
▼정보라 제가 2021년 12월 31일 자로 학교를 사직했는데요. 사직하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고요. 이후에 두 달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그 이후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고 퇴직금이라든가 강사법 시행 이후에 제가 당연히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 권리들이 전혀 지켜지지 않아서, 그러면 소송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그렇게 주변에서 들었고 실제로 그렇게 됐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범기영 11년 정도 강의를 하셨다고 제가 들었는데, 퇴직하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정보라 학과에 일단 사직 의사를 밝혔는데요. 이후에 다음 학기 수업이나 강의계획서 입력이나 그런 안내가 계속 행정실에서 오더라고요. 그래서 문과대학에 문의를 했더니 사직 처리가 되지 않은 거였어요. 그래서 문과대학교 행정실에서 사직서를 저한테 보내시고 학과에다가 공문을 보내라고 요청을 하셔서 이 사람을 사직 처리하라고 요청을 해서, 그렇게 해서 처리가 됐습니다.
◎범기영 어렵네요. 어제 첫 공판이 있었죠? 입장이 완전히 갈렸습니까? 연세대 쪽 이야기 들어보면 납득이 좀 되셨어요?
▼정보라 강사가 초단시간 근로자라고 하셨는데요. 그 말씀은 제가 이해하기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강의를 한 다음에 나와서는 강의에 대한 생각을 일체 하지 않고 그냥 떠나버리는, 그런 걸로 이해를 했는데. 그렇게는 강의도 대학 운영도 고등 교육도 그런 식으로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대학 쪽에서 인정하는 시간 강사의 근로 시간은 딱 그 강의 시간만인 거군요. 그래서 각종 수당이나 퇴직금이나 이것도 거기에 준해서만 우리가 산정할 수 있고 따라서 작가님이 요구하시는 대로는 불가능하다. 계산이 완전히 틀렸다, 이런 거겠고. 그런데 실제로 강의를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당연히.
▼정보라 준비 시간이 필요하고 이후에도 정리하고 행정 업무를 하고 학생들하고 소통하고 여러 가지가 필요하고 과제 점검하고 지도하고 채점하고 코멘트 하고 시험을 출제하고 평가하고 성적을 계산하고 입력하고, 여러 가지가 통합적으로 필요하죠.
◎범기영 하긴 그러네요. 그러니까 시험을 보면 학생들이 낸 답안지를 보고 채점하는 과정도 있잖아요. 이것도 상정이 안 되는 거네요. 학교 쪽의 논리대로라면.
▼정보라 네.
◎범기영 그러네요. 실제로 그러니까 선생님이 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몇 학점 정도를 강의하시는 건가요, 그러면?
▼정보라 제가 2010년 3월부터 2021년 2학기, 12월까지 만 12년 정도 강의했기 때문에 편차가 상당히 있는데요. 평균적으로 6학점에서 9학점 사이는 항상 강의를 했었어요.
◎범기영 그러면 실제로 일하신, 실제 근로 시간은 어느 정도 된다고 산정을 하고 계세요?
▼정보라 그게 굉장히 민감한 부분인데요. 저는 그리고 이거는 다른, 제가 아는 강사 선생님들도 비슷하게 말씀을 하시는데, 단 한 과목을 하더라도 일주일 내내 일하게 됩니다.
◎범기영 단 한 과목을 하더라도. 그러니까 수업 내용을 준비하고 구성들에게 제시할 어떤 과제를 준비하고 이런 과정들이 계속되니까.
▼정보라 그런 것도 있고요. 같은 강의를 되풀이하더라도 지난 학기와는 다르게 더 업그레이드를 하고 더 새로운 자료를 찾아보고 새로운 자료를 수집하고 또 그걸 가지고 연구를 하고 연구한 내용이 강의에 반영되고 이 모든 것이 다 유기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그렇게 딱 잘라서 일주일에 3시간만 강의하니까 3시간만 일한다, 이렇게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범기영 그런데 대학이 어떤 법의 허점, 이런 거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판단하십니까, 그러면?
▼정보라 대학의 태도 자체가 일관되게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해요. 강사법 자체는 1년 동안 계약을 하게 돼 있고 웬만하면 3년까지 재임용을 보장하고 있고 퇴직금도 강사법에 보장이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강사를 교원으로서 대우해 준다는 면에서는 강사법 시행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측면이 있는데요. 대학의 입장은 이전에는 한 학기 쓰고 버렸으면 지금은 3년까지는 쓰고 버릴 수 있다, 정도의 그런...
◎범기영 고맙게 생각하라, 이건가요? 그런데 이것도 쟁점이긴 할 것 같아요. 저 법이 통과된 게 2019년 8월부터 시행이 시작됐으니까, 대학 쪽에서는 당연히 이렇게 주장할 것 같거든요. 알겠다. 그 시점부터는 우리가 계산을 할 텐데, 그 시점 이전에 이루어졌던 것까지 퇴직금을 산정하는 건 불합리하지 않느냐고 주장할 것 같은데요? 어떤 답변을 주시겠어요?
▼정보라 이미 2003년부터 강사한테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례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요. 그거는 이제는 거의 그냥 흔한 판례가 돼가고 있고요. 작년, 올해부터는 국립대, 사립대 양쪽 다 수당을 지급하라는 판례들도 조금씩 나오고 있어요. 그런 사례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요. 그러니까 강의 연구 노동자도 노동자이고 대학에 소속돼서 강의 연구 노동을 하는 근로자이기 때문에 근로자로서 취급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대법원의 판례들이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있어요. 그러니까 뭐... 이게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범기영 그러니까 근본적인 차이가 어디 있는 겁니까? 그러니까 교수님들 하면, 그러니까 이른바 테뉴어를 받은, 종신 고용이 보장된 교수님들과 강사 선생님들이 완전히 다를 것 같기도 한데, 그 차이가 굉장히 큰 거죠, 그 간극이?
▼정보라 처우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간극이 큽니다. 특히 연봉이라는 차원에 있어서는 10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범기영 퇴직, 하긴 퇴직이라는 개념이 또 물론 테뉴어를 받으면 없으니까. 참 어렵네요. 그런데 이제 시간 강사들 입장에서는 다 개개 연구 노동자들이고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 비용 이런 걸 감안할 때 또 혹은 학계에서 대학을 새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라고 하면 장래에 얻을 불이익이 또 상당히 클 것 같거든요. 대응하기 쉽지 않겠는데요?
▼정보라 그래서 비정규 교수 노조의 분회가 있는 경우에는 분회에서 합동으로 대응을 하고 있는데요. 개인으로 대응하시는 분들은 굉장히 애를 쓰시거나 아니면 아쉽지만 포기하시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범기영 선생님은 여기까지 오는 걸 결심할 수 있었던 어떤 배경이랄까, 계기 이런 게 있습니까?
▼정보라 배경이나 계기는, 예 학교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걸 여기서 다 얘기할 수는 없고요. 그런데 이전에 판례를 쌓아 올려주신 선배님들이 계시고 동료분들이 계시니까, 그러니까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요. 지금도 계속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죠.
◎범기영 그런데 대학의 구조를 보면 사실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것은 학생들이잖아요. 만약에 강사 선생님들의 이런 처우가 고착되면 학생들이 받는 영향은 어떤 게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보라 지금 현재 고착되어 있고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강사 선생님이 예를 들어서 1년만 혹은 3년만 일하고 잘리게 되면 선생님이 계속 바뀌면 전공 수업에서 그 일관성이 이어지기 힘들 수도 있고요. 학과에 따라서는 특히 예체능계 같은 경우에는 전공 선생님이 이렇게 4년 동안 잘 돌봐주셔야지 교육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강사 숫자가 줄어들어도 학교 정원은 줄어들지 않아요. 학생 숫자는 그대로거든요? 그러니까 강사를 계속 갈면서 숫자를 계속 줄이게 되면 결국은 한 분반에서 수강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게 돼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물리적으로 한 사람이 학생한테 쓸 수 있는 에너지와 시간이 줄어들게 돼요. 그러면 교육의 질이 떨어집니다.
◎범기영 교원 1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니까 교육의 질이 당연히 떨어지지 않겠느냐. 이 싸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시겠는데요, 지금 말씀하시는 걸 보면?
▼정보라 네.
◎범기영 주변의 응원은 많이 받으십니까? 아니면 걱정들도 많을 것 같기도 하고요, 지인분들은.
▼정보라 응원도 많고 걱정도 많은데요. 이전에 제 수업 들으셨던 학생들이 저한테 응원을 해 주시면 굉장히 감사하죠.
◎범기영 학교 쪽의 태도는 1도 변화가 없다고 느끼십니까? 일정하게 뭔가 좀 협상을 하자거나 대화로 풀자거나 이런 움직임은 전혀 없어요?
▼정보라 전혀 없고요. 그런데 저의 경우뿐만이 아니고 대학의 태도는 언제나 일관되었기 때문에, 그냥 일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범기영 대학 하면 뭔가 학문 공동체 이런 느낌도 좀 있는데, 막상 법적인 다툼으로 가면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군요. 언론 인터뷰할 때 진짜 공포는 이 세상에 있다, 이런 표현을 하시기도 했던데.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고 계십니까?
▼정보라 저는 소모품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소모품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회가 저를 소모품으로 혹은 어떤 체제가 저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그것이 저에게는 이 상황에서의 공포입니다.
◎범기영 소모품이 되고 싶지 않다. 평등한 대학은 뭘까요?
▼정보라 저의 아주 큰 꿈은요, 비정규직이 없으면 눈에 보이는 처우상으로도 평등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 사람은 쓰고 버릴 사람이거나 저 사람은 좀 있으면 나갈 사람,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사람, 이렇게 생각을 하면, 그러면 그 사람은 막 대해도 되고 잘리고 싶지 않으면 이걸 해라, 저걸 해라,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이라는 체제 자체가 사라지면 평등한 대학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꿈을 꾸고 있습니다.
◎범기영 마지막으로, 지금까지는 선생님이라고 호칭했는데, 작가님의 다음 작품은 어떤 걸 좀 준비하고 계십니까?
▼정보라 해양수산물 SF를 쓰고 있습니다.
◎범기영 해양수산물 SF요? 지금의 현실과는 많이 다르네요. 좀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보라 감사합니다.
◎범기영 오늘 저희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저는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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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사건건 플러스] ‘저주토끼’ 작가 정보라 “저는 소모품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연세대 상대 소송 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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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9-01 16:44:20
- 수정2022-09-01 18: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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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정보라 '저주토끼' 작가
◎범기영 오늘 초대 손님이 부커상 최종 후보로 오른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 작가인데요. 연세대학교를 상대로 퇴직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사연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정보라 안녕하세요?
◎범기영 오늘은 작가님이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되나요, 그러면? 이름이 널리 알려진 상태라서 소송하는 게 오히려 두렵기도 하고 그러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요. 왜 이렇게 여기까지 온 겁니까?
▼정보라 제가 2021년 12월 31일 자로 학교를 사직했는데요. 사직하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고요. 이후에 두 달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그 이후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고 퇴직금이라든가 강사법 시행 이후에 제가 당연히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 권리들이 전혀 지켜지지 않아서, 그러면 소송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그렇게 주변에서 들었고 실제로 그렇게 됐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범기영 11년 정도 강의를 하셨다고 제가 들었는데, 퇴직하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건 어떤 뜻인가요?
▼정보라 학과에 일단 사직 의사를 밝혔는데요. 이후에 다음 학기 수업이나 강의계획서 입력이나 그런 안내가 계속 행정실에서 오더라고요. 그래서 문과대학에 문의를 했더니 사직 처리가 되지 않은 거였어요. 그래서 문과대학교 행정실에서 사직서를 저한테 보내시고 학과에다가 공문을 보내라고 요청을 하셔서 이 사람을 사직 처리하라고 요청을 해서, 그렇게 해서 처리가 됐습니다.
◎범기영 어렵네요. 어제 첫 공판이 있었죠? 입장이 완전히 갈렸습니까? 연세대 쪽 이야기 들어보면 납득이 좀 되셨어요?
▼정보라 강사가 초단시간 근로자라고 하셨는데요. 그 말씀은 제가 이해하기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강의를 한 다음에 나와서는 강의에 대한 생각을 일체 하지 않고 그냥 떠나버리는, 그런 걸로 이해를 했는데. 그렇게는 강의도 대학 운영도 고등 교육도 그런 식으로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대학 쪽에서 인정하는 시간 강사의 근로 시간은 딱 그 강의 시간만인 거군요. 그래서 각종 수당이나 퇴직금이나 이것도 거기에 준해서만 우리가 산정할 수 있고 따라서 작가님이 요구하시는 대로는 불가능하다. 계산이 완전히 틀렸다, 이런 거겠고. 그런데 실제로 강의를 그렇게 할 수 없잖아요, 당연히.
▼정보라 준비 시간이 필요하고 이후에도 정리하고 행정 업무를 하고 학생들하고 소통하고 여러 가지가 필요하고 과제 점검하고 지도하고 채점하고 코멘트 하고 시험을 출제하고 평가하고 성적을 계산하고 입력하고, 여러 가지가 통합적으로 필요하죠.
◎범기영 하긴 그러네요. 그러니까 시험을 보면 학생들이 낸 답안지를 보고 채점하는 과정도 있잖아요. 이것도 상정이 안 되는 거네요. 학교 쪽의 논리대로라면.
▼정보라 네.
◎범기영 그러네요. 실제로 그러니까 선생님이 학교에서 한 학기 동안 몇 학점 정도를 강의하시는 건가요, 그러면?
▼정보라 제가 2010년 3월부터 2021년 2학기, 12월까지 만 12년 정도 강의했기 때문에 편차가 상당히 있는데요. 평균적으로 6학점에서 9학점 사이는 항상 강의를 했었어요.
◎범기영 그러면 실제로 일하신, 실제 근로 시간은 어느 정도 된다고 산정을 하고 계세요?
▼정보라 그게 굉장히 민감한 부분인데요. 저는 그리고 이거는 다른, 제가 아는 강사 선생님들도 비슷하게 말씀을 하시는데, 단 한 과목을 하더라도 일주일 내내 일하게 됩니다.
◎범기영 단 한 과목을 하더라도. 그러니까 수업 내용을 준비하고 구성들에게 제시할 어떤 과제를 준비하고 이런 과정들이 계속되니까.
▼정보라 그런 것도 있고요. 같은 강의를 되풀이하더라도 지난 학기와는 다르게 더 업그레이드를 하고 더 새로운 자료를 찾아보고 새로운 자료를 수집하고 또 그걸 가지고 연구를 하고 연구한 내용이 강의에 반영되고 이 모든 것이 다 유기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그렇게 딱 잘라서 일주일에 3시간만 강의하니까 3시간만 일한다, 이렇게는 말씀드릴 수 없어요.
◎범기영 그런데 대학이 어떤 법의 허점, 이런 거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판단하십니까, 그러면?
▼정보라 대학의 태도 자체가 일관되게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해요. 강사법 자체는 1년 동안 계약을 하게 돼 있고 웬만하면 3년까지 재임용을 보장하고 있고 퇴직금도 강사법에 보장이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강사를 교원으로서 대우해 준다는 면에서는 강사법 시행 이전보다는 확실히 나아진 측면이 있는데요. 대학의 입장은 이전에는 한 학기 쓰고 버렸으면 지금은 3년까지는 쓰고 버릴 수 있다, 정도의 그런...
◎범기영 고맙게 생각하라, 이건가요? 그런데 이것도 쟁점이긴 할 것 같아요. 저 법이 통과된 게 2019년 8월부터 시행이 시작됐으니까, 대학 쪽에서는 당연히 이렇게 주장할 것 같거든요. 알겠다. 그 시점부터는 우리가 계산을 할 텐데, 그 시점 이전에 이루어졌던 것까지 퇴직금을 산정하는 건 불합리하지 않느냐고 주장할 것 같은데요? 어떤 답변을 주시겠어요?
▼정보라 이미 2003년부터 강사한테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판례들이 계속 나오고 있고요. 그거는 이제는 거의 그냥 흔한 판례가 돼가고 있고요. 작년, 올해부터는 국립대, 사립대 양쪽 다 수당을 지급하라는 판례들도 조금씩 나오고 있어요. 그런 사례 자체가 많지는 않지만요. 그러니까 강의 연구 노동자도 노동자이고 대학에 소속돼서 강의 연구 노동을 하는 근로자이기 때문에 근로자로서 취급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대법원의 판례들이 2003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있어요. 그러니까 뭐... 이게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범기영 그러니까 근본적인 차이가 어디 있는 겁니까? 그러니까 교수님들 하면, 그러니까 이른바 테뉴어를 받은, 종신 고용이 보장된 교수님들과 강사 선생님들이 완전히 다를 것 같기도 한데, 그 차이가 굉장히 큰 거죠, 그 간극이?
▼정보라 처우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간극이 큽니다. 특히 연봉이라는 차원에 있어서는 10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범기영 퇴직, 하긴 퇴직이라는 개념이 또 물론 테뉴어를 받으면 없으니까. 참 어렵네요. 그런데 이제 시간 강사들 입장에서는 다 개개 연구 노동자들이고 소송에 들어가는 시간, 비용 이런 걸 감안할 때 또 혹은 학계에서 대학을 새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라고 하면 장래에 얻을 불이익이 또 상당히 클 것 같거든요. 대응하기 쉽지 않겠는데요?
▼정보라 그래서 비정규 교수 노조의 분회가 있는 경우에는 분회에서 합동으로 대응을 하고 있는데요. 개인으로 대응하시는 분들은 굉장히 애를 쓰시거나 아니면 아쉽지만 포기하시는 경우도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범기영 선생님은 여기까지 오는 걸 결심할 수 있었던 어떤 배경이랄까, 계기 이런 게 있습니까?
▼정보라 배경이나 계기는, 예 학교에서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었지만 그걸 여기서 다 얘기할 수는 없고요. 그런데 이전에 판례를 쌓아 올려주신 선배님들이 계시고 동료분들이 계시니까, 그러니까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요. 지금도 계속 저를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죠.
◎범기영 그런데 대학의 구조를 보면 사실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것은 학생들이잖아요. 만약에 강사 선생님들의 이런 처우가 고착되면 학생들이 받는 영향은 어떤 게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정보라 지금 현재 고착되어 있고요. 학생들 입장에서는 강사 선생님이 예를 들어서 1년만 혹은 3년만 일하고 잘리게 되면 선생님이 계속 바뀌면 전공 수업에서 그 일관성이 이어지기 힘들 수도 있고요. 학과에 따라서는 특히 예체능계 같은 경우에는 전공 선생님이 이렇게 4년 동안 잘 돌봐주셔야지 교육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강사 숫자가 줄어들어도 학교 정원은 줄어들지 않아요. 학생 숫자는 그대로거든요? 그러니까 강사를 계속 갈면서 숫자를 계속 줄이게 되면 결국은 한 분반에서 수강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게 돼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물리적으로 한 사람이 학생한테 쓸 수 있는 에너지와 시간이 줄어들게 돼요. 그러면 교육의 질이 떨어집니다.
◎범기영 교원 1명이 담당하는 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니까 교육의 질이 당연히 떨어지지 않겠느냐. 이 싸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시겠는데요, 지금 말씀하시는 걸 보면?
▼정보라 네.
◎범기영 주변의 응원은 많이 받으십니까? 아니면 걱정들도 많을 것 같기도 하고요, 지인분들은.
▼정보라 응원도 많고 걱정도 많은데요. 이전에 제 수업 들으셨던 학생들이 저한테 응원을 해 주시면 굉장히 감사하죠.
◎범기영 학교 쪽의 태도는 1도 변화가 없다고 느끼십니까? 일정하게 뭔가 좀 협상을 하자거나 대화로 풀자거나 이런 움직임은 전혀 없어요?
▼정보라 전혀 없고요. 그런데 저의 경우뿐만이 아니고 대학의 태도는 언제나 일관되었기 때문에, 그냥 일관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범기영 대학 하면 뭔가 학문 공동체 이런 느낌도 좀 있는데, 막상 법적인 다툼으로 가면 그렇지는 않은 모양이군요. 언론 인터뷰할 때 진짜 공포는 이 세상에 있다, 이런 표현을 하시기도 했던데.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느끼고 계십니까?
▼정보라 저는 소모품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소모품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회가 저를 소모품으로 혹은 어떤 체제가 저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그것이 저에게는 이 상황에서의 공포입니다.
◎범기영 소모품이 되고 싶지 않다. 평등한 대학은 뭘까요?
▼정보라 저의 아주 큰 꿈은요, 비정규직이 없으면 눈에 보이는 처우상으로도 평등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 사람은 쓰고 버릴 사람이거나 저 사람은 좀 있으면 나갈 사람,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사람, 이렇게 생각을 하면, 그러면 그 사람은 막 대해도 되고 잘리고 싶지 않으면 이걸 해라, 저걸 해라, 이런 식으로 대할 수 있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이라는 체제 자체가 사라지면 평등한 대학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꿈을 꾸고 있습니다.
◎범기영 마지막으로, 지금까지는 선생님이라고 호칭했는데, 작가님의 다음 작품은 어떤 걸 좀 준비하고 계십니까?
▼정보라 해양수산물 SF를 쓰고 있습니다.
◎범기영 해양수산물 SF요? 지금의 현실과는 많이 다르네요. 좀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보라 감사합니다.
◎범기영 오늘 저희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고요. 저는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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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근 기자 jkchoi@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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