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쌀값 폭락’에 성난 농심

입력 2022.09.01 (20:36) 수정 2022.09.0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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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은 농부의 부지런한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죠.

이 풍요로운 들녘에 그 정직한 땀방울이 배어 있는데요.

수확을 앞두고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때, 하지만 농민들은 걱정부터 앞섭니다.

유례없는 쌀값 폭락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만나봤습니다.

수확이 얼마 남지 않은 들녘입니다.

올해는 일조량이 좋아서 대풍이 예상된다는데요.

["벼가 굉장히 잘 자란 것 같아요. 올해 벼 농사가 얼마나 잘 된 거예요?"]

[농민 : "평년에 비해서 병충해도 발생이 적고, 태풍도 안 오고 해서 올해 풍작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자식을 키우듯 온 정성을 들인 한 해 농사.

하지만 농민들은 풍성한 결실에도 깊은 한숨뿐입니다.

[김지흥/농민 : "잠 못 자야 (논에) 물을 대요. 물이 귀하기 때문에. 그렇게 잠도 못 자면서 농사지은 벼가 나락값 하락으로 인해서... 이 고통은 진짜 마음이 타들어가고 연말에 가서 어떻게 농협 부채를 다 갚을 것인가 도산 위기에 있습니다."]

유례없는 쌀값 폭락으로 풍년에도 모여 있는 사람들 애만 태우는 농민들. 물가 상승으로 생산비 부담까지 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김봉식/영암군 쌀협회 사무국장 : "(작년에 비해 벼 판매) 수입은 30% 감소 (예상)되고 지출은 영농비가 25% 증가하였습니다. 2021년도에 농가 소득은 20만 8천 원(한 마지기당, 660㎡ 기준), 농가 소득은 20만원 정도인데 올해 2022년에는 마이너스 4만 원, 올해는 남 는 게 없는 해가 된다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몇 해 전 겪었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농민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갑니다.

[김석원/농민 : "40kg 나락 한 가마니에 6만 원에 팔다가 지금은 5만 원에 팔게 되니까 그리고 이제 곧 수확기를 앞두고 있는데 지금 뭐 4만 원대로 떨어지고 있다. 한 7,8 년 전에 그런 아주 엄청난 일이 있었거든요. 4만 원, 3만 원대로 떨어진 일이. 그 공포가 지금 막 되살아나는 거죠."]

지난달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kg당 4만 2,522원으로 지난 해 같은 시기보다 23.6%나 떨어졌고 45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맘때 수확하는 조생벼는 40kg 기준 지난해에는 6만 8천 원에서 7만 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5만 원에서 5만 3천 원 수준으로 27%나 빠졌습니다

쌀값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쌀 수매도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이뤄져 오히려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농협 창고에는 아직도 전국적으로 35만 9천 톤의 쌀이 남아있고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풍년이 예상돼 쌀값 추가 하락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박현규/영암농협 조합장 협의회장 : "지금 쌀값 하락에 제가 알기로는 농협이 적게는 3억에서부터 7, 8억 정도 이 정도 손해를 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또 (재고쌀을) 많이 갖고 있는 농협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큰 금액의 (재고를( 갖고 있습니다. 올 가을부터 정부에서 무슨 큰 대책이 없으면 아마 농협들이 쌀값 지지를 못할 것이라고 봐요."]

급기야 농민들은 정부가 쌀값 폭락을 외면하고 있다며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었습니다.

[박웅/전남 영암군 농민회장 : "쌀값과 나락값이 폭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밥쌀용 수입쌀을 매달 4천톤 이상씩 방출해서 오히려 정부가 쌀값을 폭락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요. 자동시장격리제도를 도입했지만 전혀 현실 속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우리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쌀 수매 대란의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

농민들은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최치원/농민 : "착잡하죠. 애들 내일 모레 딸내미 중학교 이제 졸업하거든요. 뭐라도 하나 사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리고 지금 벼 같은 경우는 일 년에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지만 1 년에 한 번 수확합니다. 일 년에 한 번 수확하는데 어쨌든 기대감도 있죠. 근데 오죽했으면... 갈아 엎는 거 말고는 답이 안 나오니까."]

농민들은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쌀값 폭락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며 대책을 촉구합니다.

[최치원/농민 : "양곡관리법이 있으니 법대로 좀 해주시라 그겁니다. 시장 격리 제대로 하시고 수입쌀, 식용 수입쌀 안 한다고 했으면 수입 안 푼다고 했으면 시장에 안 풀고, 변동 직불금 없앨테니 없을 테니, 정부에서 하는 소리가, 양곡 관리법으로 해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했으면 그대로 해주시라 그겁니다. 당당히 저희도 국민이 한 사람으로서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고 이건 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부에서 법 지켜주십시오. 다른 거 말고, 법만 지켜주세요."]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햅쌀이 나오면 쌀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농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특단의 정부 대책이 시급합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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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1 20:36:42
    • 수정2022-09-07 17:21:26
    뉴스7(광주)
곡식은 농부의 부지런한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죠.

이 풍요로운 들녘에 그 정직한 땀방울이 배어 있는데요.

수확을 앞두고 설렘으로 가득해야 할 때, 하지만 농민들은 걱정부터 앞섭니다.

유례없는 쌀값 폭락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만나봤습니다.

수확이 얼마 남지 않은 들녘입니다.

올해는 일조량이 좋아서 대풍이 예상된다는데요.

["벼가 굉장히 잘 자란 것 같아요. 올해 벼 농사가 얼마나 잘 된 거예요?"]

[농민 : "평년에 비해서 병충해도 발생이 적고, 태풍도 안 오고 해서 올해 풍작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자식을 키우듯 온 정성을 들인 한 해 농사.

하지만 농민들은 풍성한 결실에도 깊은 한숨뿐입니다.

[김지흥/농민 : "잠 못 자야 (논에) 물을 대요. 물이 귀하기 때문에. 그렇게 잠도 못 자면서 농사지은 벼가 나락값 하락으로 인해서... 이 고통은 진짜 마음이 타들어가고 연말에 가서 어떻게 농협 부채를 다 갚을 것인가 도산 위기에 있습니다."]

유례없는 쌀값 폭락으로 풍년에도 모여 있는 사람들 애만 태우는 농민들. 물가 상승으로 생산비 부담까지 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김봉식/영암군 쌀협회 사무국장 : "(작년에 비해 벼 판매) 수입은 30% 감소 (예상)되고 지출은 영농비가 25% 증가하였습니다. 2021년도에 농가 소득은 20만 8천 원(한 마지기당, 660㎡ 기준), 농가 소득은 20만원 정도인데 올해 2022년에는 마이너스 4만 원, 올해는 남 는 게 없는 해가 된다고 저희는 보고 있습니다."]

몇 해 전 겪었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농민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갑니다.

[김석원/농민 : "40kg 나락 한 가마니에 6만 원에 팔다가 지금은 5만 원에 팔게 되니까 그리고 이제 곧 수확기를 앞두고 있는데 지금 뭐 4만 원대로 떨어지고 있다. 한 7,8 년 전에 그런 아주 엄청난 일이 있었거든요. 4만 원, 3만 원대로 떨어진 일이. 그 공포가 지금 막 되살아나는 거죠."]

지난달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20kg당 4만 2,522원으로 지난 해 같은 시기보다 23.6%나 떨어졌고 45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이맘때 수확하는 조생벼는 40kg 기준 지난해에는 6만 8천 원에서 7만 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5만 원에서 5만 3천 원 수준으로 27%나 빠졌습니다

쌀값을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쌀 수매도 최저가 입찰 방식으로 이뤄져 오히려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농협 창고에는 아직도 전국적으로 35만 9천 톤의 쌀이 남아있고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풍년이 예상돼 쌀값 추가 하락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박현규/영암농협 조합장 협의회장 : "지금 쌀값 하락에 제가 알기로는 농협이 적게는 3억에서부터 7, 8억 정도 이 정도 손해를 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또 (재고쌀을) 많이 갖고 있는 농협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큰 금액의 (재고를( 갖고 있습니다. 올 가을부터 정부에서 무슨 큰 대책이 없으면 아마 농협들이 쌀값 지지를 못할 것이라고 봐요."]

급기야 농민들은 정부가 쌀값 폭락을 외면하고 있다며 수확을 앞둔 논을 갈아엎었습니다.

[박웅/전남 영암군 농민회장 : "쌀값과 나락값이 폭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밥쌀용 수입쌀을 매달 4천톤 이상씩 방출해서 오히려 정부가 쌀값을 폭락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고요. 자동시장격리제도를 도입했지만 전혀 현실 속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우리들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쌀 수매 대란의 우려마저 나오는 실정.

농민들은 망연자실할 뿐입니다.

[최치원/농민 : "착잡하죠. 애들 내일 모레 딸내미 중학교 이제 졸업하거든요. 뭐라도 하나 사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그리고 지금 벼 같은 경우는 일 년에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지만 1 년에 한 번 수확합니다. 일 년에 한 번 수확하는데 어쨌든 기대감도 있죠. 근데 오죽했으면... 갈아 엎는 거 말고는 답이 안 나오니까."]

농민들은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가 쌀값 폭락에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며 대책을 촉구합니다.

[최치원/농민 : "양곡관리법이 있으니 법대로 좀 해주시라 그겁니다. 시장 격리 제대로 하시고 수입쌀, 식용 수입쌀 안 한다고 했으면 수입 안 푼다고 했으면 시장에 안 풀고, 변동 직불금 없앨테니 없을 테니, 정부에서 하는 소리가, 양곡 관리법으로 해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했으면 그대로 해주시라 그겁니다. 당당히 저희도 국민이 한 사람으로서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고 이건 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부에서 법 지켜주십시오. 다른 거 말고, 법만 지켜주세요."]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햅쌀이 나오면 쌀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농민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특단의 정부 대책이 시급합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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