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 매각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절차가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습니다.
사건을 맡았던 주심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사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입니다.
■ '미쓰비시 사건 주심' 김재형 대법관 퇴임
김재형 대법관은 오늘(2일)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김 대법관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특허권 매각 사건의 주심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강제 동원됐던 김성주 할머니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위자료 지급을 거부해 왔습니다.
김 할머니는 판결 이행을 위해 미쓰비시의 국내 특허권을 압류해 이를 매각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고 대전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미쓰비시의 국내 특허권 2건을 매각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매각명령에 불복한 미쓰비시는 대법원에 재항고 신청을 냈습니다. 김 대법관은 바로 이 사건의 주심이었습니다.
대법원이 미쓰비시 측의 재항고를 기각하면, 미쓰비시의 특허권은 곧바로 경매에 부쳐지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허권의 가치평가를 거쳐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쪽에 소유권이 넘겨지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특허권을 판 대금 가운데 일부가 우선 김 할머니에게 배당됩니다.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첫 현금화 조치이자 실제 피해 배상이 이뤄지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컸지만 김 대법관이 결론을 내지 않고 퇴임하면서 이 사건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어졌습니다.
■ 새 주심이 사건 재검토해야…빨라야 연말
김 대법관의 정식 임기는 모레(4일)까지지만 퇴임식까지 마친 이상 이 사건의 결론을 내릴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주심 대법관이 퇴임하면 대법원장은 후임 대법관에게 미결 사건을 승계하거나 다른 대법관에게 사건을 배당하는 등의 사무 분담을 하게 됩니다.
현재 청문회를 마친 오석준 대법관 내정자가 김재형 대법관의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을지, 아니면 재판부가 개편돼 다른 대법관이 주심 대법관을 맡게 될지는 미정입니다.
게다가 오석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새 주심 대법관이 온다 해도 사건을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법조계에서는 빠르면 올해 말에나 재항고에 대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 왜 결론 내리지 못했나?
당초 대법원 안팎에서는 미쓰비시의 재항고 신청을 대법원이 '기각'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미 미쓰비시의 특허권과 상표권을 압류하는 과정에서 대법원까지 심리가 이뤄져 확정됐고 매각 명령 역시 승소 확정 판결에 근거한 집행 과정이라는 점은 압류와 동일해 쟁점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쓰비시 측은 압류 당시 주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재항고 신청 사건에서도 "강제노역 피해자의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기는 것은 물론 주심 대법관이 퇴임할 때까지 재항고 사건의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여러 추측이 나옵니다.
재판부 안에서 대법관 사이에 의견이 일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한·일 외교 관계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부는 민·관협의회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해 사실상 '판단 보류'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이 결론 지연에 외교부의 요청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은 "의견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대법관은 퇴임식장을 나오며 "미쓰비시 사건 관련 결정을 못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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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약 없이 미뤄진 강제징용 배상…“빨라야 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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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9-02 17:07:36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을 강제 매각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절차가 기약 없이 미뤄지게 됐습니다.
사건을 맡았던 주심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사건 재검토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입니다.
■ '미쓰비시 사건 주심' 김재형 대법관 퇴임
김재형 대법관은 오늘(2일)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습니다. 김 대법관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특허권 매각 사건의 주심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미쓰비시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 강제 동원됐던 김성주 할머니는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 2018년 대법원에서 승소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대법원 확정 판결에도 위자료 지급을 거부해 왔습니다.
김 할머니는 판결 이행을 위해 미쓰비시의 국내 특허권을 압류해 이를 매각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했고 대전지방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미쓰비시의 국내 특허권 2건을 매각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매각명령에 불복한 미쓰비시는 대법원에 재항고 신청을 냈습니다. 김 대법관은 바로 이 사건의 주심이었습니다.
대법원이 미쓰비시 측의 재항고를 기각하면, 미쓰비시의 특허권은 곧바로 경매에 부쳐지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특허권의 가치평가를 거쳐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쪽에 소유권이 넘겨지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특허권을 판 대금 가운데 일부가 우선 김 할머니에게 배당됩니다.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첫 현금화 조치이자 실제 피해 배상이 이뤄지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컸지만 김 대법관이 결론을 내지 않고 퇴임하면서 이 사건은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어졌습니다.
■ 새 주심이 사건 재검토해야…빨라야 연말
김 대법관의 정식 임기는 모레(4일)까지지만 퇴임식까지 마친 이상 이 사건의 결론을 내릴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주심 대법관이 퇴임하면 대법원장은 후임 대법관에게 미결 사건을 승계하거나 다른 대법관에게 사건을 배당하는 등의 사무 분담을 하게 됩니다.
현재 청문회를 마친 오석준 대법관 내정자가 김재형 대법관의 자리를 그대로 물려받을지, 아니면 재판부가 개편돼 다른 대법관이 주심 대법관을 맡게 될지는 미정입니다.
게다가 오석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준 표결 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새 주심 대법관이 온다 해도 사건을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 있어, 법조계에서는 빠르면 올해 말에나 재항고에 대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 왜 결론 내리지 못했나?
당초 대법원 안팎에서는 미쓰비시의 재항고 신청을 대법원이 '기각'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미 미쓰비시의 특허권과 상표권을 압류하는 과정에서 대법원까지 심리가 이뤄져 확정됐고 매각 명령 역시 승소 확정 판결에 근거한 집행 과정이라는 점은 압류와 동일해 쟁점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쓰비시 측은 압류 당시 주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재항고 신청 사건에서도 "강제노역 피해자의 청구권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심리불속행 기간을 넘기는 것은 물론 주심 대법관이 퇴임할 때까지 재항고 사건의 결론이 나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여러 추측이 나옵니다.
재판부 안에서 대법관 사이에 의견이 일치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한·일 외교 관계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반발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외교부는 민·관협의회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겠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해 사실상 '판단 보류'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이 결론 지연에 외교부의 요청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은 "의견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대법관은 퇴임식장을 나오며 "미쓰비시 사건 관련 결정을 못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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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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