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교내 교통사고는 ‘민식이법’ 제외?…안전 사각지대

입력 2022.09.02 (17:22) 수정 2022.09.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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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 안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어린이가 다쳤다면 운전자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지만 역설적으로 학교 안은 스쿨존이 아니라서 중대 교통사고로 가중처벌을 받지 않는다는데요.

학교 안 교통사고 논란,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3년 전,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9살이었던 김민식 군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이른바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교통법이 강화됐습니다.

스쿨존에는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됐고요.

피해자 사망시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는데요.

그런데, 여전히 어린이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제주 시내의 한 초등학교 하굣길입니다.

정문 밖에 있던 승용차가 후진해 들어옵니다.

학교에서 걸어나온 아이가 이 차에 치여 뒤로 넘어지는데요.

이 사고로 12살 여학생이 다쳤는데, 운전자는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습니다.

학부모는 신고 과정에서 경찰 설명을 듣고 의아했습니다.

사고 장소가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학교 주 출입문을 경계로 바깥쪽은 어린이 보호구역입니다.

정문 반경 300m 이내인데요.

반면에, 학교 안쪽은 어린이 보호구역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내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합의와 상관 없이 처벌을 받고요.

여기에 규정 속도나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을 적용합니다.

그런데 교문 안쪽은 현행법상 도로도, 어린이 보호구역도 아니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 "정문 밖에 있는 애를 치면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인 거고, 학교 안까지 들어와서 애를 치면 이게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가 아닌 것이 되는 게, 법이 문제가 있다."]

경찰은 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떠난 운전자에게 뺑소니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충북 충주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등교하던 한 초등학생,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마침 풀린 신발 끈을 고쳐매기 위해 주저앉았는데요.

뒤따라 들어오던 SUV 차량이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어린이는 갈비뼈에 금이 가는 등 크게 다쳐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는데요.

그런데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학교 안은 스쿨존, 즉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 겁니다.

[한문철/변호사 : "학교 안은 오히려 학교 밖의 어린이 보호구역보다 더 안전한 곳이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법'을 적용하지 않고 종합보험 처리, 공소권 없음으로 끝난다는 게 커다란 아이러니입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 시설 주변 도로로 지정합니다.

안전한 통학 공간을 확보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인데요.

하지만 보행로와 차량 진출입로가 혼재된 학교 안쪽은 정작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와 비슷한 논란, 1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교통 사고가 일어난 건데요.

행안부는 당시 법무부와 교육부, 경찰청과 협의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학교 안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가해 운전자를 형사처벌하는 관련법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국회의 무관심 속에 번번이 자동 폐기됐는데요.

학교는 안전이 최우선인 장소인만큼, 다시 한번 교내 교통사고에 대해 특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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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2 17:22:56
    • 수정2022-09-02 17: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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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학교 안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어린이가 다쳤다면 운전자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요?

가장 안전해야 할 장소지만 역설적으로 학교 안은 스쿨존이 아니라서 중대 교통사고로 가중처벌을 받지 않는다는데요.

학교 안 교통사고 논란,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3년 전,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9살이었던 김민식 군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이른바 '민식이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의 교통법이 강화됐습니다.

스쿨존에는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가 의무화됐고요.

피해자 사망시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처벌을 강화했는데요.

그런데, 여전히 어린이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제주 시내의 한 초등학교 하굣길입니다.

정문 밖에 있던 승용차가 후진해 들어옵니다.

학교에서 걸어나온 아이가 이 차에 치여 뒤로 넘어지는데요.

이 사고로 12살 여학생이 다쳤는데, 운전자는 연락처를 남기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습니다.

학부모는 신고 과정에서 경찰 설명을 듣고 의아했습니다.

사고 장소가 '어린이보호구역'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학교 주 출입문을 경계로 바깥쪽은 어린이 보호구역입니다.

정문 반경 300m 이내인데요.

반면에, 학교 안쪽은 어린이 보호구역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내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합의와 상관 없이 처벌을 받고요.

여기에 규정 속도나 안전운전 의무를 위반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민식이법'을 적용합니다.

그런데 교문 안쪽은 현행법상 도로도, 어린이 보호구역도 아니었습니다.

[피해자 아버지 : "정문 밖에 있는 애를 치면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인 거고, 학교 안까지 들어와서 애를 치면 이게 어린이 보호구역 사고가 아닌 것이 되는 게, 법이 문제가 있다."]

경찰은 사고 처리를 하지 않고 떠난 운전자에게 뺑소니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충북 충주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등교하던 한 초등학생, 학교에 들어서자마자 마침 풀린 신발 끈을 고쳐매기 위해 주저앉았는데요.

뒤따라 들어오던 SUV 차량이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았습니다.

어린이는 갈비뼈에 금이 가는 등 크게 다쳐 전치 8주의 진단을 받았는데요.

그런데 가해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학교 안은 스쿨존, 즉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된 겁니다.

[한문철/변호사 : "학교 안은 오히려 학교 밖의 어린이 보호구역보다 더 안전한 곳이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식이법'을 적용하지 않고 종합보험 처리, 공소권 없음으로 끝난다는 게 커다란 아이러니입니다."]

어린이 보호구역은 초등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 등 만 13세 미만의 어린이 시설 주변 도로로 지정합니다.

안전한 통학 공간을 확보하고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인데요.

하지만 보행로와 차량 진출입로가 혼재된 학교 안쪽은 정작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와 비슷한 논란, 10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교통 사고가 일어난 건데요.

행안부는 당시 법무부와 교육부, 경찰청과 협의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학교 안 교통사고'가 잇따르면서 가해 운전자를 형사처벌하는 관련법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국회의 무관심 속에 번번이 자동 폐기됐는데요.

학교는 안전이 최우선인 장소인만큼, 다시 한번 교내 교통사고에 대해 특례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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