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강원 출자출연기관의 40% '적자 경영'
결손금 때문에 흑자에도 배당금 감감무소식
일부 출자출연기관끼리 업무 경계 '모호'
강원도-시군 유사 출자출연기관 더 많아

KBS춘천은 강원도의 출자·출연기관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올해 8월 기준 26개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출자·출연기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보다는 6개, 경기도보다 3개 더 많은 수치입니다. 인구 수와 비교해보면, 제주와 세종에 이어 상위 3번째였고, 재정 여건이 열악한 순으로 따져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출자출연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관의 숫자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나무랄 순 없습니다. 제 역할을 한다면 그만큼 주민들에게 효용 가치가 있는 기관일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KBS춘천은 한발 더 나아가, 강원도 출자·출연기관들의 최근 5년 치 재무현황을 분석해봤습니다.
■ 강원 출자·출연기관의 40% '적자 경영'
강원도 출자·출연기관은 각각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부채를 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출자·출연기관의 40%가 적자 경영을 하면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표적인 곳인 '강원중도개발공사'입니다. 춘천 중도의 레고랜드테마파크 조성 사업과 주변 토지 개발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강원도가 97억 원을 투자해 2012년에 만들었는데, 지난해 부채가 2,500억 원을 넘었습니다. 5년 전 1,000억 원대 부채가 2.5배 증가했습니다.

심지어,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내년 11월까지 대출 가운데 2,050억 원을 갚아야 합니다. 중도개발공사의 자본금은 125억 원으로 현재로선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전액 강원도가 빚보증을 섰습니다. 자칫 그 빚은 강원도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수 있습니다. 현재호 강원도 레고랜드지원과장은 "남은 땅을 팔아서, 매각 대금으로 빚을 갚아나가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 "흑자 경영 전환 됐지만, 배당금 논의 없어"
2006년 강원도와 고성군, 대교가 함께 세운 출자기관인 '강원심층수'. 강원도가 40억 원을 출자했습니다. '천년동안'이라는 생수(물)를 생산해 판매합니다.
강원심층수는 만년 적자 기관 중 하나였습니다. 당기순손실이 연도별로는 2016년 31억 1,700만 원, 2017년 10억 4,100만 원, 2018년 12억 7,600만 원, 2019년 1,190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때문에 매년 의회에서 '출자금 회수', '특단의 대책 필요'와 같은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2020년부터는 10억 원대 영업이익으로 흑자로 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규모가 9억 원에 불과합니다. 2021년 당기순이익은 6억 원대로 전년도보다 좋지 못했습니다. 국내 생수 브랜드만 200여 개에 달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강원심층수가 흑자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자체 출자기관은 일종의 주식회사로, 수익이 나면 배당금을 받게 돼 있습니다. 강원심층수가 2020년에 이어 2021년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는데도 배당금 논의는 감감무소식입니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도 "강원심층수가 오랫동안 적자 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결손금을 모두 털어내기 위해서는 순이익을 꾸준히 내야 한다"라며 "흑자 전환으로 일말의 기대는 하지만, 배당금 논의는 전혀 이뤄진 게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경제·테크노·발전지원" 뭐가 다른가요?

1997년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돕겠다며 세워진 강원도경제진흥원, 6년 뒤인 2003년에는 지역 미래 신산업(신소재 활용)을 육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강원테크노파크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사업 세부 내용을 보면, 지역 중소기업의 국내외 마케팅 지원 등 비슷한 게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노범식 강원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은 두 기관의 사업 방향이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노 단장은 "테크노파크는 주로 시제품 제작이나 기술 지원에 특화되어 있고, 경제진흥원은 마케팅이나 사업화, 홍보 지원을 주로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강원도경제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테크노파크나 경제진흥원이랑 하는 사업이 별반 차이가 없다"라며 "두 기관이 종종 같은 사업을 두고 경쟁을 벌일 때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가장 최근인 2018년에 만들어진 강원도혁신도시발전지원센터도 공공기관이 몰려 있는 '혁신도시'를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만 다를 뿐, 혁신도시 입주 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테크노파크나 경제진흥원 등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또, 2020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강원디자인진흥원도 역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 기초자치단체까지 가세하면, 유사 기관 더 많아
광역시도 단위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시군구까지 확대하면 비슷한 기관은 더 많습니다.
문화재단이나 관광재단은 대부분의 시군 단위로 설립돼 있습니다.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회나 인재육성재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이런 기관들은 시군마다 특색있는 관광과 문화를 발굴하고 알리기 위해서 설립됐다는 점, 지역 인재를 지역에서 키운다는 관점에서는 필요한 기관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도 단위와 시군 단위에 꼭 같이 있어야 하나 싶은 기관도 있습니다. 바로 강원도의 출연기관인 '2018평창기념재단'과 평창군의 출연기관인 '평창평화센터'입니다. 두 기관 모두 올림픽 유산을 활용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의 차이는 규모, 참여하는 주체가 하나는 '국민'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이란 점뿐이었습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효율성과 지표에 대해 객관적인 지표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복사업만 늘어나고 있다"라며 "밑 빠진 독에 물만 부으면서 자리만 늘려가면서 강원도청의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연관기사] 출자출연기관, 만성 부채·적자에 업무 중복까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45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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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출자출연]② 출자출연, 만성 부채·적자에 업무중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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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9-04 08:36:36
<strong>강원 출자출연기관의 40% '적자 경영'</strong><br /><strong>결손금 때문에 흑자에도 배당금 감감무소식<br /></strong><strong>일부 출자출연기관끼리 업무 경계 '모호'</strong><br /><strong>강원도-시군 유사 출자출연기관 더 많아</strong><br />

KBS춘천은 강원도의 출자·출연기관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올해 8월 기준 26개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은 출자·출연기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서울보다는 6개, 경기도보다 3개 더 많은 수치입니다. 인구 수와 비교해보면, 제주와 세종에 이어 상위 3번째였고, 재정 여건이 열악한 순으로 따져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출자출연기관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관의 숫자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나무랄 순 없습니다. 제 역할을 한다면 그만큼 주민들에게 효용 가치가 있는 기관일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KBS춘천은 한발 더 나아가, 강원도 출자·출연기관들의 최근 5년 치 재무현황을 분석해봤습니다.
■ 강원 출자·출연기관의 40% '적자 경영'
강원도 출자·출연기관은 각각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부채를 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출자·출연기관의 40%가 적자 경영을 하면서,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표적인 곳인 '강원중도개발공사'입니다. 춘천 중도의 레고랜드테마파크 조성 사업과 주변 토지 개발을 담당하는 곳입니다. 강원도가 97억 원을 투자해 2012년에 만들었는데, 지난해 부채가 2,500억 원을 넘었습니다. 5년 전 1,000억 원대 부채가 2.5배 증가했습니다.

심지어, 강원중도개발공사는 내년 11월까지 대출 가운데 2,050억 원을 갚아야 합니다. 중도개발공사의 자본금은 125억 원으로 현재로선 상황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전액 강원도가 빚보증을 섰습니다. 자칫 그 빚은 강원도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수 있습니다. 현재호 강원도 레고랜드지원과장은 "남은 땅을 팔아서, 매각 대금으로 빚을 갚아나가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 "흑자 경영 전환 됐지만, 배당금 논의 없어"
2006년 강원도와 고성군, 대교가 함께 세운 출자기관인 '강원심층수'. 강원도가 40억 원을 출자했습니다. '천년동안'이라는 생수(물)를 생산해 판매합니다.
강원심층수는 만년 적자 기관 중 하나였습니다. 당기순손실이 연도별로는 2016년 31억 1,700만 원, 2017년 10억 4,100만 원, 2018년 12억 7,600만 원, 2019년 1,190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때문에 매년 의회에서 '출자금 회수', '특단의 대책 필요'와 같은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2020년부터는 10억 원대 영업이익으로 흑자로 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규모가 9억 원에 불과합니다. 2021년 당기순이익은 6억 원대로 전년도보다 좋지 못했습니다. 국내 생수 브랜드만 200여 개에 달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강원심층수가 흑자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자체 출자기관은 일종의 주식회사로, 수익이 나면 배당금을 받게 돼 있습니다. 강원심층수가 2020년에 이어 2021년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는데도 배당금 논의는 감감무소식입니다. 강원도의 한 관계자도 "강원심층수가 오랫동안 적자 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결손금을 모두 털어내기 위해서는 순이익을 꾸준히 내야 한다"라며 "흑자 전환으로 일말의 기대는 하지만, 배당금 논의는 전혀 이뤄진 게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경제·테크노·발전지원" 뭐가 다른가요?

1997년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돕겠다며 세워진 강원도경제진흥원, 6년 뒤인 2003년에는 지역 미래 신산업(신소재 활용)을 육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강원테크노파크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사업 세부 내용을 보면, 지역 중소기업의 국내외 마케팅 지원 등 비슷한 게 적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 노범식 강원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은 두 기관의 사업 방향이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노 단장은 "테크노파크는 주로 시제품 제작이나 기술 지원에 특화되어 있고, 경제진흥원은 마케팅이나 사업화, 홍보 지원을 주로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강원도경제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테크노파크나 경제진흥원이랑 하는 사업이 별반 차이가 없다"라며 "두 기관이 종종 같은 사업을 두고 경쟁을 벌일 때가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가장 최근인 2018년에 만들어진 강원도혁신도시발전지원센터도 공공기관이 몰려 있는 '혁신도시'를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만 다를 뿐, 혁신도시 입주 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의미에서, 테크노파크나 경제진흥원 등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이어집니다. 또, 2020년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 강원디자인진흥원도 역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입니다.
■ 기초자치단체까지 가세하면, 유사 기관 더 많아
광역시도 단위 행정기관뿐만 아니라, 시군구까지 확대하면 비슷한 기관은 더 많습니다.
문화재단이나 관광재단은 대부분의 시군 단위로 설립돼 있습니다.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장학회나 인재육성재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이런 기관들은 시군마다 특색있는 관광과 문화를 발굴하고 알리기 위해서 설립됐다는 점, 지역 인재를 지역에서 키운다는 관점에서는 필요한 기관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도 단위와 시군 단위에 꼭 같이 있어야 하나 싶은 기관도 있습니다. 바로 강원도의 출연기관인 '2018평창기념재단'과 평창군의 출연기관인 '평창평화센터'입니다. 두 기관 모두 올림픽 유산을 활용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관의 차이는 규모, 참여하는 주체가 하나는 '국민'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이란 점뿐이었습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효율성과 지표에 대해 객관적인 지표를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복사업만 늘어나고 있다"라며 "밑 빠진 독에 물만 부으면서 자리만 늘려가면서 강원도청의 효율성이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연관기사] 출자출연기관, 만성 부채·적자에 업무 중복까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45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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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초 기자 choch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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