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청문회 D-1…‘수사기밀 유출’ 쟁점은?

입력 2022.09.04 (09:00) 수정 2022.09.0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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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내일(5일) 열립니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인데요, 새 정부의 첫 검찰총장 청문회여서 야당의 강한 공세가 예상됩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소환 통보, 시행령을 통한 '검찰 수사권 부활' 등을 놓고 야당이 잔뜩 벼르고 있는데, 후보자 임명 직후 불거진 '수사 기밀 유출 논란'도 또 하나의 쟁점입니다.

■ '수사 기밀 유출' 의혹…어떤 내용 담겼나?

'정운호 게이트'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현직 부장판사 등 법조인들에게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건네 2016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수사 책임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근무하던 이 후보자였는데, 약 2년 뒤 이른바 '사법농단' 수사팀이 법원행정처를 압수수색하면서 이 후보자의 이름이 담긴 법원행정처 내부 메모 등을 확보하게 됩니다.

검찰이 압수한 내부 메모는 이 후보자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현보 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이 이 후보자와 40여 차례 통화한 내용을 정리해 둔 것인데, 여기에는 당시 진행 중이던 수사 정보가 상세히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2021년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신광렬 부장판사의 1심 판결문에 등장해 한 차례 논란이 됐다가,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재조명됐습니다.

메모에 따르면 2016년 5월 11일 이 후보자는 김 전 감사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피의자의 진술 내용과 영장 청구 예정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또 피의자가 조사를 거부하고 영장심사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거나, 법관 연루 의혹은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고 얘기한 부분도 눈에 띕니다.


이어 2016년 6월 21일에는 김 전 감사관이 이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25분가량 통화를 했습니다.

피의자들이 교회를 같이 다닌다거나 해외연수 때 노모를 부탁했다는 등의 사적인 친분관계도 알려줍니다.

여기에다 특정 피의자는 발목이 아픈데도 수사를 강행한다며 검사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한다는 등 법관 징계와 관련 없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김 전 감사관은 2016년 8월 9일 이 후보자와 통화한 뒤 '대외비'로 분류된 내부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이 후보자가 전화로 영장 청구 예정 사실과 함께 수표 등 추적 결과에 대해 알려준 정황이 드러나 있습니다.


이밖에 30여 건의 메모가 더 존재하는데, 검찰은 재판 초반에 이 문건들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다가 피고인 측 변호인들이 증거개시를 요청하자 법정에 제시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사법농단 수사팀으로부터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인사조치 위해 통보…수사기밀 누설 아냐"

이 후보자는 논란이 불거지자 "현직 부장판사의 법조비리를 엄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구속 기소한 사건"이라며 "수사를 성공해야 하는 입장에서 수사 기밀을 유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법원행정처의 감사·징계 담당자에게 비위 법관 징계나 인사조치를 위한 절차에 대해 통보했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검찰청도 "수사기관이 국가공무원을 수사할 때 소속기관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는 국가공무원법 53·83·73조의3 등에 따른 것"이라며 "이 후보자는 법원 측 요청에 따라 징계 관련 사법행정 업무에 필요한 최소 범위에서 협조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사법농단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서 수사를 총괄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22일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혹을 적극 반박했습니다.

한 장관은 "현직 판사의 수뢰사건이었고, 이 후보자가 소통한 상대방은 법원행정처의 윤리감사담당관"이라며 "징계와 법원 내 해당 분야 감찰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수사진행 상황에 문의한 것을 수동적으로 설명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범죄 성립'은 따져봐야…'징계절차' 해명엔 의문

대법원 판례는 형법 127조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 '비밀'을 판단할 때 국가기능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비밀을 전달받은 사람이 타인에게 누설할 우려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자가 김 전 감사관에게 이런 정보를 전해 준 것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행동이 불법적인지를 판단하려면 실제 이런 위험성이 있는지를 더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또 이 후보자와 김 전 감사관이 사건과 관련해 마지막 통화한 시기가 2016년 9월인 것을 감안하면 공소시효 5년도 이미 지났습니다.

이 후보자가 현직 부장판사를 수사하는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에 먼저 양해를 구한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함께 나옵니다.

하지만 이 후보자 측의 해명처럼 김 전 감사관에게 전달한 내용들이 단순히 '피의자'인 현직 부장판사의 징계절차에 대해 '설명'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단순히 징계절차에 대해 통보한 것이라면 해당 법관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수사상황을 일일이 알려줄 필요도 없었을뿐더러, 영장 청구 예정 사실이나 수사 도중 나온 진술이 아닌 '확인된 상황'을 사후에 알려줬어도 충분했다는 지적입니다.

내일 청문회에선 이런 점을 놓고 야당과 이 후보자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갈 것으로 보입니다.

김청윤 기자,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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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총장 청문회 D-1…‘수사기밀 유출’ 쟁점은?
    • 입력 2022-09-04 09:00:02
    • 수정2022-09-04 13:46:06
    취재K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내일(5일) 열립니다. 이 후보자는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인데요, 새 정부의 첫 검찰총장 청문회여서 야당의 강한 공세가 예상됩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소환 통보, 시행령을 통한 '검찰 수사권 부활' 등을 놓고 야당이 잔뜩 벼르고 있는데, 후보자 임명 직후 불거진 '수사 기밀 유출 논란'도 또 하나의 쟁점입니다.

■ '수사 기밀 유출' 의혹…어떤 내용 담겼나?

'정운호 게이트'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현직 부장판사 등 법조인들에게 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건네 2016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입니다.

당시 수사 책임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근무하던 이 후보자였는데, 약 2년 뒤 이른바 '사법농단' 수사팀이 법원행정처를 압수수색하면서 이 후보자의 이름이 담긴 법원행정처 내부 메모 등을 확보하게 됩니다.

검찰이 압수한 내부 메모는 이 후보자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현보 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이 이 후보자와 40여 차례 통화한 내용을 정리해 둔 것인데, 여기에는 당시 진행 중이던 수사 정보가 상세히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2021년 '사법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신광렬 부장판사의 1심 판결문에 등장해 한 차례 논란이 됐다가,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재조명됐습니다.

메모에 따르면 2016년 5월 11일 이 후보자는 김 전 감사관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피의자의 진술 내용과 영장 청구 예정 사실을 알려줬습니다.

또 피의자가 조사를 거부하고 영장심사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거나, 법관 연루 의혹은 아직 조사하지 않았다고 얘기한 부분도 눈에 띕니다.


이어 2016년 6월 21일에는 김 전 감사관이 이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25분가량 통화를 했습니다.

피의자들이 교회를 같이 다닌다거나 해외연수 때 노모를 부탁했다는 등의 사적인 친분관계도 알려줍니다.

여기에다 특정 피의자는 발목이 아픈데도 수사를 강행한다며 검사를 상대로 이의를 제기한다는 등 법관 징계와 관련 없는 내용도 들어있습니다.


김 전 감사관은 2016년 8월 9일 이 후보자와 통화한 뒤 '대외비'로 분류된 내부보고서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이 후보자가 전화로 영장 청구 예정 사실과 함께 수표 등 추적 결과에 대해 알려준 정황이 드러나 있습니다.


이밖에 30여 건의 메모가 더 존재하는데, 검찰은 재판 초반에 이 문건들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다가 피고인 측 변호인들이 증거개시를 요청하자 법정에 제시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사법농단 수사팀으로부터 수사를 받거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인사조치 위해 통보…수사기밀 누설 아냐"

이 후보자는 논란이 불거지자 "현직 부장판사의 법조비리를 엄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구속 기소한 사건"이라며 "수사를 성공해야 하는 입장에서 수사 기밀을 유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법원행정처의 감사·징계 담당자에게 비위 법관 징계나 인사조치를 위한 절차에 대해 통보했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검찰청도 "수사기관이 국가공무원을 수사할 때 소속기관에 관련 내용을 통보하는 국가공무원법 53·83·73조의3 등에 따른 것"이라며 "이 후보자는 법원 측 요청에 따라 징계 관련 사법행정 업무에 필요한 최소 범위에서 협조했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사법농단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서 수사를 총괄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지난 22일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혹을 적극 반박했습니다.

한 장관은 "현직 판사의 수뢰사건이었고, 이 후보자가 소통한 상대방은 법원행정처의 윤리감사담당관"이라며 "징계와 법원 내 해당 분야 감찰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수사진행 상황에 문의한 것을 수동적으로 설명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범죄 성립'은 따져봐야…'징계절차' 해명엔 의문

대법원 판례는 형법 127조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 '비밀'을 판단할 때 국가기능에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비밀을 전달받은 사람이 타인에게 누설할 우려가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후보자가 김 전 감사관에게 이런 정보를 전해 준 것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이런 행동이 불법적인지를 판단하려면 실제 이런 위험성이 있는지를 더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또 이 후보자와 김 전 감사관이 사건과 관련해 마지막 통화한 시기가 2016년 9월인 것을 감안하면 공소시효 5년도 이미 지났습니다.

이 후보자가 현직 부장판사를 수사하는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에 먼저 양해를 구한 것이 아니냐는 반론도 함께 나옵니다.

하지만 이 후보자 측의 해명처럼 김 전 감사관에게 전달한 내용들이 단순히 '피의자'인 현직 부장판사의 징계절차에 대해 '설명'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단순히 징계절차에 대해 통보한 것이라면 해당 법관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수사상황을 일일이 알려줄 필요도 없었을뿐더러, 영장 청구 예정 사실이나 수사 도중 나온 진술이 아닌 '확인된 상황'을 사후에 알려줬어도 충분했다는 지적입니다.

내일 청문회에선 이런 점을 놓고 야당과 이 후보자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오고 갈 것으로 보입니다.

김청윤 기자,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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