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K]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하면 도로공사 부채 가중된다?

입력 2022.09.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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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 추석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거리두기 없이 맞이하는 첫 명절입니다. 정부는 추석 민생대책의 하나로 추석 연휴 나흘간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언뜻 보면 좋기만 한 정책 같은데 누리꾼 반응은 다소 갈립니다. 해당 기사들에 달린 댓글을 보면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한국도로공사 부채만 늘리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반응들이 눈에 띕니다. 반면 "기존부터 했던 건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 기조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정부는 최근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선 14개 공공기관을 '재무 위험 기관'으로 지정하고 자산 매각 등 재정 건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로공사의 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날 경우 통행료 인상 등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명절 통행료 면제가 무조건 좋다고 생각할 문제는 아닐 겁니다.

그래서 명절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언제부터 왜 도입된 것인지 살펴보고, 해당 정책이 과연 한국도로공사의 부채를 늘리고 있는지 따져봤습니다.

■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2017년 법제화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명절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명절 때마다 차량이 몰려 '저속도로'가 됨에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그대로 받는 건 부당하다고 본 겁니다. 서민부담 경감과 지역경제 활성화 목적도 있습니다. 선심성·일회성 조치에 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유료도로법을 개정해 관련 내용을 법제화했습니다. 면제 기간은 설날과 추석 연휴 3일입니다.


법제화 전인 2015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토요일이었던 광복절 전날(8.14(금))과 2016년 어린이날 다음날(5.6(금))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한 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국내여행 활성화와 내수경기 진작 등의 취지였는데 당시는 명절도 아니었고 일회성에 그쳤습니다.

■ 한국도로공사 '명절 통행료 면제액' 연평균 1,000억 원 수준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2017년 추석을 시작으로 2020년 설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시행됐습니다. 2020년 설 이후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중단됐습니다. 이번 추석 통행료 면제는 3년 만에 재개되는 것입니다.

지난 6차례에 걸친 통행료 면제 액수 총액은 3,700억 원이 넘습니다. 설·추석 모두 면제한 2018, 2019년은 각각 1,200억 원이 넘는 통행료가 면제됐습니다. 2017년 추석, 2020년 설처럼 한 차례씩만 면제한 경우도 600억 원이 넘었습니다. 이번 추석 통행료 면제액도 600억 원 후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면제 금액은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모두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속도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건설한 '재정도로'와 민간이 건설한 '민자도로'로 나뉘는데 도공이 부담하는 통행료 면제액은 재정도로에 한정됩니다. 이 제도 시행 이후 도공이 면제한 통행료는 2,872억 원입니다.

빨간색 표시가 한국도로공사가 떠안아야 하는 면제액빨간색 표시가 한국도로공사가 떠안아야 하는 면제액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민자도로의 통행료 면제액은 국토부와 민간사업자 간 협약에 따라 정부가 100% 보전해줍니다.

■ 도공 부채 33조…"통행료 면제액은 부채로 잡히진 않아"

이렇게 '보전 없는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도공의 부채는 얼마나 될까요? 도공의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부채는 33조가 넘습니다. 그럼 통행료 면제가 도공의 부채를 늘린 걸까요?

그렇다고 단언할 근거는 없습니다. 지난 10년간 자료를 보면 도공의 부채는 25조 원(2012년)에서 33조 원(2021년)으로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법제화된 2017년 이후 특별히 부채가 많아진 것은 아닙니다.

"명절 통행료 면제가 도공의 부채만 늘린다"는 주장은 결국 통행료 면제 금액이 도공의 경영 여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순 자산 대비 부채의 양을 비율로 나타낸 '부채비율'로도 따져봤습니다. 단순히 '부채액'만 가지고 기업의 경영 여건을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2012~2021)간 도공의 부채비율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2년 97%였던 것이 지난해 83% 수준으로 대체로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감소세였던 부채비율이 2018년 이후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이것 역시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에 의한 것이라고 볼만한 근거는 못 됩니다. 이와 관련해 도공 관계자는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액이 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명시적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액이 '경영상 부채'로 잡히는 건 아닙니다. 회계처리가 아예 되지 않기 때문인데 사실상 경영평가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 판정: "명절 통행료 면제가 도로공사 부채 가중" → 판단 유보

팩트체크K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도로공사의 부채를 가중시킨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을 유보합니다. 현재로서는 명절 통행료 면제액이 도공의 부채로 연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객관적 지표를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통행료 면제가 도공의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은 주목해볼 만한 대목입니다. 주무 부처와 관련 전문가들이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잠재적 손실은 적자나 마찬가지"

지표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정부 시책이 아니라면 고속도로 통행료는 모두 도공의 수입으로 잡혀 다른 부채를 갚거나 경영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적자'는 아니라 해도 '손해'는 분명합니다. 도공은 물론 교통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도 통행료 면제액이 '손해'로 연결된다는 인식은 같았습니다.

"명절 통행료 면제가 바로 적자로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수입이 주는 것이지 적자를 본다고 할 수는 없어요."
-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 관계자

"고속도로 통행료는 고속도로 운영비와 원리금 상환을 위한 재원으로 쓰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라 공사의 재무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명절 통행료 면제는 공사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 한국도로공사 서면 답변

이런 이유로 교통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선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도공에겐 '잠재적 손실'이 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걸 우리는 '잠재적 손실'이라고 부릅니다. 장부상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활용가치가 있는 소득을 못 받는 거니까요. 그래서 잠재적 손실은 사실 적자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강승필 교수 / 서울과기대 철도전문대학원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선 '통행료 감면제도를 정비하고 감면액에 대한 정부 보전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2017 국정감사 시정·처리 요구사항 문서 내용2017 국정감사 시정·처리 요구사항 문서 내용

■ 법은 있는데 부분 적용만…"재검토 필요"

사실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액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한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있습니다. '공익서비스 비용'에 대해 국가가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있게 한 내용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해당 법 조항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아닌 '할 수 있다'며 재량권을 부여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민자도로에 대해선 보전을 해주지만 재정도로는 '공익서비스'라는 이유로 보전을 해주지 않고 있는 겁니다. 면제액 보전보다는 공사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공익적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도공은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법제화된 2017년부터 매년 공익서비스 비용에 대한 보전을 국토부를 통해 기재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올해 보전액이 통상 다음 해 지급되기 때문에 2023년 요구안까지 포함됨올해 보전액이 통상 다음 해 지급되기 때문에 2023년 요구안까지 포함됨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저희들이 매년 공익서비스 비용 보전액을 정부 예산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데 매번 안 되고 있습니다. '여력이 없다'는 게 기재부 입장인데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입장이 이해가 되면서도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이는 결국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고 봅니다."
-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 관계자

관련 제도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만들려면 시대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수년 전부터 나오는 이유입니다.

"당장은 통행료 면제 등으로 국민이 혜택을 보는 것 같지만 늘어나는 공기업 부채는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
-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2020.2.4. 조선비즈 인터뷰)

"공기업 빚도 장기적으로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돈이니만큼 도공에게 주어지는 부담도 잘 고려해야"
- 유정복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2018. 2. 13. 중앙일보 인터뷰)

교통요금 감면이 주무 기관에 부담된다는 지적은 비단 고속도로 통행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매번 사회적 논란이 되기 때문에 이참에 연관된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승필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고령자 기차 요금 할인이나 도시철도 무료 등의 제도도 다 연관된 문제"라며 "여러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는 교통요금 감면 제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인구구조 변화 등 시대변화에 맞게 정부 차원에서 한 번쯤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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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트체크K]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하면 도로공사 부채 가중된다?
    • 입력 2022-09-08 06:00:10
    팩트체크K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 추석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거리두기 없이 맞이하는 첫 명절입니다. 정부는 추석 민생대책의 하나로 추석 연휴 나흘간 전국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언뜻 보면 좋기만 한 정책 같은데 누리꾼 반응은 다소 갈립니다. 해당 기사들에 달린 댓글을 보면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한국도로공사 부채만 늘리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반응들이 눈에 띕니다. 반면 "기존부터 했던 건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공공기관의 재무건전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 기조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정부는 최근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선 14개 공공기관을 '재무 위험 기관'으로 지정하고 자산 매각 등 재정 건전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도로공사의 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날 경우 통행료 인상 등 국민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명절 통행료 면제가 무조건 좋다고 생각할 문제는 아닐 겁니다.

그래서 명절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언제부터 왜 도입된 것인지 살펴보고, 해당 정책이 과연 한국도로공사의 부채를 늘리고 있는지 따져봤습니다.

■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2017년 법제화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명절 연휴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명절 때마다 차량이 몰려 '저속도로'가 됨에도 고속도로 통행료를 그대로 받는 건 부당하다고 본 겁니다. 서민부담 경감과 지역경제 활성화 목적도 있습니다. 선심성·일회성 조치에 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아예 유료도로법을 개정해 관련 내용을 법제화했습니다. 면제 기간은 설날과 추석 연휴 3일입니다.


법제화 전인 2015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토요일이었던 광복절 전날(8.14(금))과 2016년 어린이날 다음날(5.6(금))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한 적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국내여행 활성화와 내수경기 진작 등의 취지였는데 당시는 명절도 아니었고 일회성에 그쳤습니다.

■ 한국도로공사 '명절 통행료 면제액' 연평균 1,000억 원 수준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는 2017년 추석을 시작으로 2020년 설까지 총 6차례에 걸쳐 시행됐습니다. 2020년 설 이후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중단됐습니다. 이번 추석 통행료 면제는 3년 만에 재개되는 것입니다.

지난 6차례에 걸친 통행료 면제 액수 총액은 3,700억 원이 넘습니다. 설·추석 모두 면제한 2018, 2019년은 각각 1,200억 원이 넘는 통행료가 면제됐습니다. 2017년 추석, 2020년 설처럼 한 차례씩만 면제한 경우도 600억 원이 넘었습니다. 이번 추석 통행료 면제액도 600억 원 후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면제 금액은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모두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속도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건설한 '재정도로'와 민간이 건설한 '민자도로'로 나뉘는데 도공이 부담하는 통행료 면제액은 재정도로에 한정됩니다. 이 제도 시행 이후 도공이 면제한 통행료는 2,872억 원입니다.

빨간색 표시가 한국도로공사가 떠안아야 하는 면제액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민자도로의 통행료 면제액은 국토부와 민간사업자 간 협약에 따라 정부가 100% 보전해줍니다.

■ 도공 부채 33조…"통행료 면제액은 부채로 잡히진 않아"

이렇게 '보전 없는 비용'을 떠안아야 하는 도공의 부채는 얼마나 될까요? 도공의 경영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부채는 33조가 넘습니다. 그럼 통행료 면제가 도공의 부채를 늘린 걸까요?

그렇다고 단언할 근거는 없습니다. 지난 10년간 자료를 보면 도공의 부채는 25조 원(2012년)에서 33조 원(2021년)으로 꾸준히 늘어났습니다.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법제화된 2017년 이후 특별히 부채가 많아진 것은 아닙니다.

"명절 통행료 면제가 도공의 부채만 늘린다"는 주장은 결국 통행료 면제 금액이 도공의 경영 여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순 자산 대비 부채의 양을 비율로 나타낸 '부채비율'로도 따져봤습니다. 단순히 '부채액'만 가지고 기업의 경영 여건을 평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10년(2012~2021)간 도공의 부채비율은 아래와 같습니다. 2012년 97%였던 것이 지난해 83% 수준으로 대체로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감소세였던 부채비율이 2018년 이후 소폭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이것 역시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에 의한 것이라고 볼만한 근거는 못 됩니다. 이와 관련해 도공 관계자는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액이 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명시적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액이 '경영상 부채'로 잡히는 건 아닙니다. 회계처리가 아예 되지 않기 때문인데 사실상 경영평가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 판정: "명절 통행료 면제가 도로공사 부채 가중" → 판단 유보

팩트체크K는 이런 점들을 고려해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도로공사의 부채를 가중시킨다"는 주장에 대한 판단을 유보합니다. 현재로서는 명절 통행료 면제액이 도공의 부채로 연결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객관적 지표를 확인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통행료 면제가 도공의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은 주목해볼 만한 대목입니다. 주무 부처와 관련 전문가들이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잠재적 손실은 적자나 마찬가지"

지표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고 해서 정말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정부 시책이 아니라면 고속도로 통행료는 모두 도공의 수입으로 잡혀 다른 부채를 갚거나 경영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적자'는 아니라 해도 '손해'는 분명합니다. 도공은 물론 교통정책 전반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도 통행료 면제액이 '손해'로 연결된다는 인식은 같았습니다.

"명절 통행료 면제가 바로 적자로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수입이 주는 것이지 적자를 본다고 할 수는 없어요."
-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 관계자

"고속도로 통행료는 고속도로 운영비와 원리금 상환을 위한 재원으로 쓰고 있습니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라 공사의 재무여건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명절 통행료 면제는 공사의 재무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 한국도로공사 서면 답변

이런 이유로 교통정책 전문가들 사이에선 명절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도공에겐 '잠재적 손실'이 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걸 우리는 '잠재적 손실'이라고 부릅니다. 장부상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활용가치가 있는 소득을 못 받는 거니까요. 그래서 잠재적 손실은 사실 적자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강승필 교수 / 서울과기대 철도전문대학원

2017년 국회 국정감사에선 '통행료 감면제도를 정비하고 감면액에 대한 정부 보전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2017 국정감사 시정·처리 요구사항 문서 내용
■ 법은 있는데 부분 적용만…"재검토 필요"

사실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액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한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돼있습니다. '공익서비스 비용'에 대해 국가가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있게 한 내용입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해당 법 조항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아닌 '할 수 있다'며 재량권을 부여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앞서 살펴본 것처럼 민자도로에 대해선 보전을 해주지만 재정도로는 '공익서비스'라는 이유로 보전을 해주지 않고 있는 겁니다. 면제액 보전보다는 공사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공익적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도공은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가 법제화된 2017년부터 매년 공익서비스 비용에 대한 보전을 국토부를 통해 기재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올해 보전액이 통상 다음 해 지급되기 때문에 2023년 요구안까지 포함됨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저희들이 매년 공익서비스 비용 보전액을 정부 예산에 반영하려고 노력하는데 매번 안 되고 있습니다. '여력이 없다'는 게 기재부 입장인데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는 입장이 이해가 되면서도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이는 결국 정책적 판단의 문제라고 봅니다."
-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 관계자

관련 제도를 '지속 가능한 형태'로 만들려면 시대에 맞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수년 전부터 나오는 이유입니다.

"당장은 통행료 면제 등으로 국민이 혜택을 보는 것 같지만 늘어나는 공기업 부채는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
-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2020.2.4. 조선비즈 인터뷰)

"공기업 빚도 장기적으로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돈이니만큼 도공에게 주어지는 부담도 잘 고려해야"
- 유정복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 (2018. 2. 13. 중앙일보 인터뷰)

교통요금 감면이 주무 기관에 부담된다는 지적은 비단 고속도로 통행료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닙니다. 매번 사회적 논란이 되기 때문에 이참에 연관된 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승필 교수는 KBS와의 통화에서 "고령자 기차 요금 할인이나 도시철도 무료 등의 제도도 다 연관된 문제"라며 "여러 기관에서 담당하고 있는 교통요금 감면 제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인구구조 변화 등 시대변화에 맞게 정부 차원에서 한 번쯤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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