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알프스 빙하 소멸 현장을 가다…“2100년 완전 사라질 수도”

입력 2022.09.08 (18:03) 수정 2022.09.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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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여름 유럽은 최악의 폭염과 가뭄을 겪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알프스산맥의 빙하가 올해 최대로 녹아내렸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인데요.

알프스 빙하 소멸의 현장을 파리 유원중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유 특파원, 이번에 3~4천 미터까지 올라가 봤다면서요.

빙하 소멸이 많이 심각한가요?

[기자]

저는 지금 알프스 몽블랑 산군 앞에서 방송하고 있는데요.

제 뒤에 거무튀튀한 눈밭처럼 보이는 게 몽블랑에서 내려오는 보송 빙하의 끝자락입니다.

이 빙하도 기후변화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데요.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보송 빙하 끝자락에는 올해 처음 커다란 호수가 생겼습니다.

며칠 전에는 약 70년 전 추락했던 헬기 잔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10여 명이 사망한 돌로미티 빙하 붕괴 사고 직후 몽블랑 등반도 2주간 금지됐었지만 지금은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크게 녹은 빙하와 뜨거워진 바위산에선 예년보다 훨씬 자주 발생하는 낙석이 등반가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알프스에서 취재한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리포트]

'산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터호른이 유명한 스위스 체르마트.

약 4천 미터에서 시작되는 빙하 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키장입니다.

알프스에서도 유일하게 8월에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체르마트 리조트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스키장 운영을 중단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빙하가 너무 빨리 녹고, 보시는 것처럼 수많은 크레바스, 얼음 절벽이 생기면서 스키장 운영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5킬로미터 길이의 빙하 곳곳은 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빙하 위에 지어진 스키 리프트 기둥을 지키기 위해 커다란 흰 천이 덮여 있습니다.

빙하가 녹지 못하도록 한 조칩니다.

빙하가 녹은 물은 절벽을 타고 여러 줄기의 폭포를 만들었습니다.

빙하의 끝자락은 산 쪽으로 후퇴했고, 그 자리엔 호수가 생겼습니다.

[블레즈 버리앙/알프스 전문 가이드 : "얼음이 매우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이 지역에 물이 많이 유입돼 새로운 호수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체르마트에서 산을 따라 내려오면 유명한 와인 산지가 나옵니다.

과거보다 덮고 건조해진 여름 날씨 때문에 포도 품종을 바꾸는 농가가 생기고 있습니다.

[알렉상드르/소믈리에 : "이곳은 피노누아 포도를 재배하는데 기온이 올라가면 와인의 당도가 높아져서 다른 품종으로 바꾸는 겁니다."]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 산군.

산악 열차에서 내리면 '얼음 바다'란 뜻의 메르 드 글라스 빙하가 보입니다.

100년 전에는 열차 종점에서부터 바다처럼 펼쳐졌던 빙하, 그러나 지금은 케이블카와 계단을 따라 수백 미터를 걸어 내려가야 간신히 빙하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 지점이 '얼음의 바다'라고 불리는 빙하의 맨 끝 지점입니다.

그러나 약 50년 전만 해도 저기 보이는 케이블카까지 빙하가 차 있었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기후변화로 약 3백 미터나 땅으로 꺼진 건데요,

빙하 관광을 위해 만든 이 철계단도 그래서 해마다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뤽 모로/빙하 연구원 : "25년 안에 빙하는 저기 굽어지는 지점으로 올라가고 50년 후엔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고 2100년에는 불행하지만 몽블랑 정상까지 올라 갈 겁니다."]

알프스의 빙하연구자들은 지금 속도 대로라면 2100년에는 알프스의 빙하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마티아스/빙하학자 : "지난 10년 동안 빙하 녹는 속도가 극단적입니다. 저희가 연구한 이후 가장 많이 소멸된 거 같습니다."]

[앵커]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요.

문제는 이 흐름을 바꾸기 힘들다는 건가요?

[기자]

그러려면 전 세계가 함께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 신냉전으로 불리는 현 상황에서 국가간 단합은 더 어두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빙하는 기후변화를 가장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여서 특히 주목을 하는 건데요.

올해 알프스 빙하는 60년 만에 가장 크게 줄었습니다.

탄소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알프스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샤모니-몽블랑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서삼현/자료조사:안소현 지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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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8 18:03:26
    • 수정2022-09-08 18:28:20
    통합뉴스룸ET
[앵커]

올 여름 유럽은 최악의 폭염과 가뭄을 겪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알프스산맥의 빙하가 올해 최대로 녹아내렸다고 합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가 힘을 합쳐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인데요.

알프스 빙하 소멸의 현장을 파리 유원중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유 특파원, 이번에 3~4천 미터까지 올라가 봤다면서요.

빙하 소멸이 많이 심각한가요?

[기자]

저는 지금 알프스 몽블랑 산군 앞에서 방송하고 있는데요.

제 뒤에 거무튀튀한 눈밭처럼 보이는 게 몽블랑에서 내려오는 보송 빙하의 끝자락입니다.

이 빙하도 기후변화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는데요.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보송 빙하 끝자락에는 올해 처음 커다란 호수가 생겼습니다.

며칠 전에는 약 70년 전 추락했던 헬기 잔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10여 명이 사망한 돌로미티 빙하 붕괴 사고 직후 몽블랑 등반도 2주간 금지됐었지만 지금은 가능해졌습니다.

그러나 크게 녹은 빙하와 뜨거워진 바위산에선 예년보다 훨씬 자주 발생하는 낙석이 등반가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알프스에서 취재한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리포트]

'산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터호른이 유명한 스위스 체르마트.

약 4천 미터에서 시작되는 빙하 지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키장입니다.

알프스에서도 유일하게 8월에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체르마트 리조트는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스키장 운영을 중단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빙하가 너무 빨리 녹고, 보시는 것처럼 수많은 크레바스, 얼음 절벽이 생기면서 스키장 운영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5킬로미터 길이의 빙하 곳곳은 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빙하 위에 지어진 스키 리프트 기둥을 지키기 위해 커다란 흰 천이 덮여 있습니다.

빙하가 녹지 못하도록 한 조칩니다.

빙하가 녹은 물은 절벽을 타고 여러 줄기의 폭포를 만들었습니다.

빙하의 끝자락은 산 쪽으로 후퇴했고, 그 자리엔 호수가 생겼습니다.

[블레즈 버리앙/알프스 전문 가이드 : "얼음이 매우 빠른 속도로 녹으면서 이 지역에 물이 많이 유입돼 새로운 호수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체르마트에서 산을 따라 내려오면 유명한 와인 산지가 나옵니다.

과거보다 덮고 건조해진 여름 날씨 때문에 포도 품종을 바꾸는 농가가 생기고 있습니다.

[알렉상드르/소믈리에 : "이곳은 피노누아 포도를 재배하는데 기온이 올라가면 와인의 당도가 높아져서 다른 품종으로 바꾸는 겁니다."]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 산군.

산악 열차에서 내리면 '얼음 바다'란 뜻의 메르 드 글라스 빙하가 보입니다.

100년 전에는 열차 종점에서부터 바다처럼 펼쳐졌던 빙하, 그러나 지금은 케이블카와 계단을 따라 수백 미터를 걸어 내려가야 간신히 빙하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서 있는 이 지점이 '얼음의 바다'라고 불리는 빙하의 맨 끝 지점입니다.

그러나 약 50년 전만 해도 저기 보이는 케이블카까지 빙하가 차 있었다고 합니다.

그동안의 기후변화로 약 3백 미터나 땅으로 꺼진 건데요,

빙하 관광을 위해 만든 이 철계단도 그래서 해마다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뤽 모로/빙하 연구원 : "25년 안에 빙하는 저기 굽어지는 지점으로 올라가고 50년 후엔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고 2100년에는 불행하지만 몽블랑 정상까지 올라 갈 겁니다."]

알프스의 빙하연구자들은 지금 속도 대로라면 2100년에는 알프스의 빙하가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마티아스/빙하학자 : "지난 10년 동안 빙하 녹는 속도가 극단적입니다. 저희가 연구한 이후 가장 많이 소멸된 거 같습니다."]

[앵커]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요.

문제는 이 흐름을 바꾸기 힘들다는 건가요?

[기자]

그러려면 전 세계가 함께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텐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이후 신냉전으로 불리는 현 상황에서 국가간 단합은 더 어두워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빙하는 기후변화를 가장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여서 특히 주목을 하는 건데요.

올해 알프스 빙하는 60년 만에 가장 크게 줄었습니다.

탄소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된다면 알프스 빙하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샤모니-몽블랑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김대원/영상편집:서삼현/자료조사:안소현 지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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