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묻힌 선감학원 아이들 이제야 빛 볼까?”…유해발굴 속도

입력 2022.09.13 (12:16) 수정 2022.09.13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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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제 강점기부터 군사정권 시절까지, '교화'라는 명목으로 아동·청소년 수 천 명을 감금·폭행하고 강제노역 시킨 '선감학원'이란 곳이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이 곳에서의 인권유린 실태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데요.

의문의 죽음 후 그대로 매장당한 피해자도 많아서 연휴가 끝나고 조만간 '유해 발굴'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0여 년 전,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이 남성은 아버지가 위독하단 소식을 누나에게 전하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역에서 길을 물었다가 경찰에 넘겨졌고, 곧바로 끌려간 곳이 어느 섬이었습니다.

[선감학원 피해자/음성변조 : "(배에) 한 이십 명 타고 들어온 것 같아요. 거기 가면 집 보내준다 그러더라고요. 좋아했는데 거기 딱 도착하니까. 배에서 내리자마자 생지옥이에요."]

그 곳은 이른바 '부랑아'들을 교화시키겠다며 일제강점기부터 운용돼온 '선감학원'이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강제 노역과 폭행 등 온갖 가혹행위가 시작됐습니다.

[선감학원 피해자/음성변조 : "뇌를 다쳤어요. 뇌를 다치고 귀가 잘렸어요. 그런데 치료도 제대로 안 됐고…."]

영문도 모른 채 갇히고, 잘못도 없이 가족과 생이별 했던 피해자들은 선감학원이 운영됐던 40년 동안 4천여 명에 이릅니다.

먹을 걸 주지 않아 뱀과 쥐를 잡아먹어야 했다, 손가락 사이에 연필을 끼운 채 고문당했다, 숨지면 사망 신고도 없이 매장됐다는 진술 등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가 차원의 피해 인정이나 지원은 없었습니다.

피해자들은 후유증에 시달리다 삶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김영배/선감학원 피해자 : "올해만 해도 (피해자가) 벌써 두 명이 죽었는데, 그 중 한 명은 선감학원 후유증으로 고통받다가 자살하는 그런 불상사를 겪고..."]

진실화해위원회가 1년 여 전부터 이 사건을 맡아 조사 중입니다.

피해 입증의 핵심으로, 우선 '유해 발굴'을 꼽고 있습니다.

적어도 150구의 시신이 인근에 묻힌 것으로 전해지는데, 목격자들의 진술 등이 대체로 일치합니다.

따라서 진실화해위는 이달 중 발굴을 목표로 잡고 관할 지자체와 협의 중입니다.

유해 발굴이 이뤄지면, 국내에서 발생한 집단 인권침해 사건 가운데는 첫 사례가 됩니다.

KBS 뉴스 김성숩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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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에 묻힌 선감학원 아이들 이제야 빛 볼까?”…유해발굴 속도
    • 입력 2022-09-13 12:16:47
    • 수정2022-09-13 12:25:35
    뉴스 12
[앵커]

일제 강점기부터 군사정권 시절까지, '교화'라는 명목으로 아동·청소년 수 천 명을 감금·폭행하고 강제노역 시킨 '선감학원'이란 곳이 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이 곳에서의 인권유린 실태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데요.

의문의 죽음 후 그대로 매장당한 피해자도 많아서 연휴가 끝나고 조만간 '유해 발굴'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50여 년 전,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이 남성은 아버지가 위독하단 소식을 누나에게 전하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역에서 길을 물었다가 경찰에 넘겨졌고, 곧바로 끌려간 곳이 어느 섬이었습니다.

[선감학원 피해자/음성변조 : "(배에) 한 이십 명 타고 들어온 것 같아요. 거기 가면 집 보내준다 그러더라고요. 좋아했는데 거기 딱 도착하니까. 배에서 내리자마자 생지옥이에요."]

그 곳은 이른바 '부랑아'들을 교화시키겠다며 일제강점기부터 운용돼온 '선감학원'이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강제 노역과 폭행 등 온갖 가혹행위가 시작됐습니다.

[선감학원 피해자/음성변조 : "뇌를 다쳤어요. 뇌를 다치고 귀가 잘렸어요. 그런데 치료도 제대로 안 됐고…."]

영문도 모른 채 갇히고, 잘못도 없이 가족과 생이별 했던 피해자들은 선감학원이 운영됐던 40년 동안 4천여 명에 이릅니다.

먹을 걸 주지 않아 뱀과 쥐를 잡아먹어야 했다, 손가락 사이에 연필을 끼운 채 고문당했다, 숨지면 사망 신고도 없이 매장됐다는 진술 등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가 차원의 피해 인정이나 지원은 없었습니다.

피해자들은 후유증에 시달리다 삶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김영배/선감학원 피해자 : "올해만 해도 (피해자가) 벌써 두 명이 죽었는데, 그 중 한 명은 선감학원 후유증으로 고통받다가 자살하는 그런 불상사를 겪고..."]

진실화해위원회가 1년 여 전부터 이 사건을 맡아 조사 중입니다.

피해 입증의 핵심으로, 우선 '유해 발굴'을 꼽고 있습니다.

적어도 150구의 시신이 인근에 묻힌 것으로 전해지는데, 목격자들의 진술 등이 대체로 일치합니다.

따라서 진실화해위는 이달 중 발굴을 목표로 잡고 관할 지자체와 협의 중입니다.

유해 발굴이 이뤄지면, 국내에서 발생한 집단 인권침해 사건 가운데는 첫 사례가 됩니다.

KBS 뉴스 김성숩니다.

촬영기자:김재현/영상편집:강정희/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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