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동안 3곳서 수사…‘진상 규명’ 제대로 됐나?

입력 2022.09.13 (21:25) 수정 2022.09.13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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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 이예람 중사가 세상을 떠난 뒤 이번까지 모두 세 번의 수사가 이뤄졌는데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됐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유족들은 특검 수사에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장례를 치르기에는 미흡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계속해서 이화진 기잡니다.

[리포트]

"모두가 절 죽였습니다."

지난해 5월, 이런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이예람 중사, 고인의 극단적인 선택 뒤에야, 성폭력 가해자 장 모 중사가 구속됐습니다.

피해 발생 석 달 만이었습니다.

[부승찬/당시 국방부 대변인/지난해 6월 1일 : "합의 종용이나 회유, 사건 은폐 등 추가적인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입니다)."]

공군 검경 수사를 넘겨받아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꾸려졌고 15명이 뒤늦게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부실 수사' 책임자는 없었습니다.

'꼬리 자르기', '반쪽 수사' 라는 비판 속에 국회가 만장일치로 '특검' 카드를 꺼내든 배경입니다.

[박병석/당시 국회의장/4월 15일 : "이 법의 통과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번 특검 수사도 조직적인 '수사 무마' 의혹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사건 발생 후 1년 넘게 지나 핵심 증거 대부분이 사라진데다, '수사 무마' 정황이 담겼다던 녹취록은, 심지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특검은, 폐쇄적인 군 조직을 상대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수사에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안미영/특별검사 : "이미 국방부 수사를 경험한 관련자들의 기억이 잘 안 난다는 회피성 진술, 휴대폰 교체 및 정보 삭제 등으로 인한 증거 확보상 애로, 보존기간 경과한 통화 내역 확인 어려움 등 특검 수사 과정마다 적지 않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수사 초기 공군 경찰이 가해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 예정'이라고 보고한 것을 '관행'이라고 본 특검의 판단에도 꼬리표가 따라붙습니다.

군 수사심의위에 참여한 한 성폭력 사건 전문가는 '성범죄 가해자는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군 내부지침을 따르지 않았음에도 특검이 면죄부를 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이 중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2차 가해의 진상을 밝혀낸 점, 특검의 성과로 평가하면서도, 끝내 '부실 수사' 책임자를 처벌하지 못한 데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박순정/고 이예람 중사 어머니 : "다시 시작입니다. 저희는, 끝이 어떻게 날지는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때까지 보내 줄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유족은 앞으로도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재조사를 의뢰하겠다며,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장례식을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화진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 안민식/영상편집:위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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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 반 동안 3곳서 수사…‘진상 규명’ 제대로 됐나?
    • 입력 2022-09-13 21:25:16
    • 수정2022-09-13 21: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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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고 이예람 중사가 세상을 떠난 뒤 이번까지 모두 세 번의 수사가 이뤄졌는데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됐는지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유족들은 특검 수사에 고마움을 표하면서도, 장례를 치르기에는 미흡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계속해서 이화진 기잡니다.

[리포트]

"모두가 절 죽였습니다."

지난해 5월, 이런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진 이예람 중사, 고인의 극단적인 선택 뒤에야, 성폭력 가해자 장 모 중사가 구속됐습니다.

피해 발생 석 달 만이었습니다.

[부승찬/당시 국방부 대변인/지난해 6월 1일 : "합의 종용이나 회유, 사건 은폐 등 추가적인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입니다)."]

공군 검경 수사를 넘겨받아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꾸려졌고 15명이 뒤늦게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부실 수사' 책임자는 없었습니다.

'꼬리 자르기', '반쪽 수사' 라는 비판 속에 국회가 만장일치로 '특검' 카드를 꺼내든 배경입니다.

[박병석/당시 국회의장/4월 15일 : "이 법의 통과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이번 특검 수사도 조직적인 '수사 무마' 의혹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사건 발생 후 1년 넘게 지나 핵심 증거 대부분이 사라진데다, '수사 무마' 정황이 담겼다던 녹취록은, 심지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특검은, 폐쇄적인 군 조직을 상대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수사에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안미영/특별검사 : "이미 국방부 수사를 경험한 관련자들의 기억이 잘 안 난다는 회피성 진술, 휴대폰 교체 및 정보 삭제 등으로 인한 증거 확보상 애로, 보존기간 경과한 통화 내역 확인 어려움 등 특검 수사 과정마다 적지 않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수사 초기 공군 경찰이 가해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 예정'이라고 보고한 것을 '관행'이라고 본 특검의 판단에도 꼬리표가 따라붙습니다.

군 수사심의위에 참여한 한 성폭력 사건 전문가는 '성범죄 가해자는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군 내부지침을 따르지 않았음에도 특검이 면죄부를 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이 중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2차 가해의 진상을 밝혀낸 점, 특검의 성과로 평가하면서도, 끝내 '부실 수사' 책임자를 처벌하지 못한 데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박순정/고 이예람 중사 어머니 : "다시 시작입니다. 저희는, 끝이 어떻게 날지는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아이 있어야 할 곳에 있을 때까지 보내 줄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유족은 앞으로도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재조사를 의뢰하겠다며,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장례식을 치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화진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 안민식/영상편집:위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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