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수집 노인’ 실태 보고서 발간…국회 입법 시작되나?

입력 2022.09.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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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지난 3월, KBS는 폐지수집 노동 실태를 연속보도 했습니다.
리어카에 GPS를 부착시켜 열악한 노동 환경을 살펴본 겁니다.
또 전문 연구기관에 다양한 연구도 의뢰했습니다. 그 연구 보고서가 8개월 만에 발간됐습니다.


('GPS와 리어카' 다큐멘터리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cvE8PIvRI2k)

■ 정부 차원 보고서 '최초' 발간

바람이 선선해지고 있습니다. 활동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그래서 폐지 줍는 노인들은 '가을이 반갑다'고 합니다. 퇴약볕에서 땀 흘리며 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KBS는 지난 3월부터 <GPS와 리어카> 라는 제목의 뉴스를 연속 보도했습니다. 생계형으로 폐지 줍는 노인 열 명을 섭외한 뒤, 이들의 리어카에 GPS를 부착하고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 살펴본 겁니다.

노인들의 리어카에 GPS를 부착했다. 폐지수집 노동이 시각화했다.노인들의 리어카에 GPS를 부착했다. 폐지수집 노동이 시각화했다.

그 결과, GPS를 통해 폐지수집 노동의 다양한 특성이 드러났습니다.

<GPS로 드러난 폐지수집 노동 특성>

① 장시간 노동: 노인들은 하루 평균 11시간 20분 일하고, 13km를 걸었다.

② 취약시간 노동: 남들보다 더 많은 폐지를 줍기 위해 새벽에 일을 시작하고, 밤 늦게까지 일했다.

③ 형편없는 노동 대가: 폐지 1kg당 120원 수준. (2022년 2월 기준) 폐지값을 더 잘 쳐주는 고물상을 찾는다.

④ 부실한 식사: 제시간에 식사를 못 하거나, 아예 끼니를 거른다. 남들 쉴 때 일하기 위해서다.

⑤ 위험한 노동 환경: 주택가 차도와 인도가 구분 안 된 도로에서 일해 사고 위험이 컸다.

한 노인이 거리에서 폐지를 줍고 있다.한 노인이 거리에서 폐지를 줍고 있다.

취재진은 보건복지부 산하 노인인력개발원에 다양한 연구도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아래의 내용이 도출됐습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 내용>

① 폐지수집 노동자 수: 최소 만 5천 명 (폐지를 줍지 않으면 당장 생계가 곤란한 '생계형' 수집 노동자)

② 폐지수집 노동의 사회적 가치: 전국 단독주택 폐지 재활용 중 약 60.3%의 양을 수거

이제까지는 지난 보도에 모두 담긴 내용입니다. 그리고 8개월 만에 정식 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폐지수집 노인 현황과 실태 보고서. (배재윤·김남훈 저)폐지수집 노인 현황과 실태 보고서. (배재윤·김남훈 저)

정부 기관 차원에서의 폐지수집 노동 연구 보고서 발간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고서에는 지난 보도에서는 담지 못했던 폐지수집 노동의 질적 사례연구와 정책 마련의 방향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구를 담당한 배재윤 연구위원은 폐지수집 노동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서 의미가 높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향후 가난한 노인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입법 논의 시작됐다'

실상을 알게 됐으니 대책이 나올 차례입니다. 취재진은 지난 보도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찾아가 대책 마련을 부탁했습니다. 취재를 통해 가난한 노인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알게 된 이상, 국회의원들이 보도를 보고 대책을 마련해주길 마냥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를 받아든 국회의원들은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돌입했습니다. 무엇보다 노인들을 위험한 노동 환경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정숙 위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정숙 위원.

서정숙/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폐지수집 어르신들이 더는 위험한 노동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분들이 안전하게 생계 활동을 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대안으로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사회적 기업과 연계해 폐지를 시세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구입하는 방법, 또 장기적으로는 공공형 일자리 편입이 마련되고 있는 겁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위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위원.

강선우/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안정적으로 생계 활동을 하실 수 있도록 공공형 일자리를 창출해야겠죠. 그리고 이쪽으로 전환하실 수 있게 유도하는 유도책도 필요하구요."

실제 강선우 위원은 공공형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국회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법안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보고서 발간으로 입법 논의가 물살을 타고 있는 겁니다.

무엇보다 명확한 기준에 따라 정책 대상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생계형으로 폐지 줍는 노인을 하루빨리 따로 추려야 정책을 만드는 데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 당면한 '노인 빈곤' 문제

'가난한 노인은 다 본인 탓이야.'

누군가는 이런 의문을 가지도 합니다. 그래서 노인 빈곤 대책을 만드는 데 부정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들의 가난이 노인 본인의 게으름 때문일까요? 현재 노인 세대의 경우, 과거 노후 준비 과정에서 미래의 경제적 안정을 확보할 기회가 비교적 적었던 게 주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문제는 한국에 가난한 노인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겁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중위 소득 50% 이하)은 2019년 기준 43.2%입니다. 즉 노인 절반 가까이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2위 국가인 이스라엘 20.0%의 두 배를 넘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복지 비용 지출 순위는 정반대입니다. OECD 국가들이 GDP의 평균 6%를 노인을 위한 공적 이전으로 지출하는 반면, 한국은 3%에 그치고 있는 겁니다.


국가가 나서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우리 사회에는 가난한 노인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난한 노인이 많아지면 사회 불안 요소는 그만큼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입법 논의가 반갑습니다. 가난한 노인을 어떻게 지원할지 후속 연구와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KBS는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후속 보도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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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지수집 노인’ 실태 보고서 발간…국회 입법 시작되나?
    • 입력 2022-09-14 11:00:38
    취재K
지난 3월, KBS는 <strong>폐지수집 노동 실태</strong>를 연속보도 했습니다.<br />리어카에 GPS를 부착시켜 열악한 노동 환경을 살펴본 겁니다.<br />또 전문 연구기관에 다양한 연구도 의뢰했습니다. 그 <strong>연구 보고서가 8개월 만에 발간</strong>됐습니다. <br />

('GPS와 리어카' 다큐멘터리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cvE8PIvRI2k)

■ 정부 차원 보고서 '최초' 발간

바람이 선선해지고 있습니다. 활동하기 좋은 날씨입니다. 그래서 폐지 줍는 노인들은 '가을이 반갑다'고 합니다. 퇴약볕에서 땀 흘리며 일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KBS는 지난 3월부터 <GPS와 리어카> 라는 제목의 뉴스를 연속 보도했습니다. 생계형으로 폐지 줍는 노인 열 명을 섭외한 뒤, 이들의 리어카에 GPS를 부착하고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 살펴본 겁니다.

노인들의 리어카에 GPS를 부착했다. 폐지수집 노동이 시각화했다.
그 결과, GPS를 통해 폐지수집 노동의 다양한 특성이 드러났습니다.

<GPS로 드러난 폐지수집 노동 특성>

① 장시간 노동: 노인들은 하루 평균 11시간 20분 일하고, 13km를 걸었다.

② 취약시간 노동: 남들보다 더 많은 폐지를 줍기 위해 새벽에 일을 시작하고, 밤 늦게까지 일했다.

③ 형편없는 노동 대가: 폐지 1kg당 120원 수준. (2022년 2월 기준) 폐지값을 더 잘 쳐주는 고물상을 찾는다.

④ 부실한 식사: 제시간에 식사를 못 하거나, 아예 끼니를 거른다. 남들 쉴 때 일하기 위해서다.

⑤ 위험한 노동 환경: 주택가 차도와 인도가 구분 안 된 도로에서 일해 사고 위험이 컸다.

한 노인이 거리에서 폐지를 줍고 있다.
취재진은 보건복지부 산하 노인인력개발원에 다양한 연구도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아래의 내용이 도출됐습니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연구 내용>

① 폐지수집 노동자 수: 최소 만 5천 명 (폐지를 줍지 않으면 당장 생계가 곤란한 '생계형' 수집 노동자)

② 폐지수집 노동의 사회적 가치: 전국 단독주택 폐지 재활용 중 약 60.3%의 양을 수거

이제까지는 지난 보도에 모두 담긴 내용입니다. 그리고 8개월 만에 정식 보고서가 발간됐습니다.

폐지수집 노인 현황과 실태 보고서. (배재윤·김남훈 저)
정부 기관 차원에서의 폐지수집 노동 연구 보고서 발간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보고서에는 지난 보도에서는 담지 못했던 폐지수집 노동의 질적 사례연구와 정책 마련의 방향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구를 담당한 배재윤 연구위원은 폐지수집 노동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서 의미가 높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해당 보고서는 향후 가난한 노인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때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입법 논의 시작됐다'

실상을 알게 됐으니 대책이 나올 차례입니다. 취재진은 지난 보도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들을 찾아가 대책 마련을 부탁했습니다. 취재를 통해 가난한 노인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알게 된 이상, 국회의원들이 보도를 보고 대책을 마련해주길 마냥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보고서를 받아든 국회의원들은 본격적인 입법 논의에 돌입했습니다. 무엇보다 노인들을 위험한 노동 환경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정숙 위원.
서정숙/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폐지수집 어르신들이 더는 위험한 노동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분들이 안전하게 생계 활동을 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 대안으로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사회적 기업과 연계해 폐지를 시세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구입하는 방법, 또 장기적으로는 공공형 일자리 편입이 마련되고 있는 겁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선우 위원.
강선우/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안정적으로 생계 활동을 하실 수 있도록 공공형 일자리를 창출해야겠죠. 그리고 이쪽으로 전환하실 수 있게 유도하는 유도책도 필요하구요."

실제 강선우 위원은 공공형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국회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법안 개정을 추진 중입니다. 보고서 발간으로 입법 논의가 물살을 타고 있는 겁니다.

무엇보다 명확한 기준에 따라 정책 대상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생계형으로 폐지 줍는 노인을 하루빨리 따로 추려야 정책을 만드는 데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 당면한 '노인 빈곤' 문제

'가난한 노인은 다 본인 탓이야.'

누군가는 이런 의문을 가지도 합니다. 그래서 노인 빈곤 대책을 만드는 데 부정적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이들의 가난이 노인 본인의 게으름 때문일까요? 현재 노인 세대의 경우, 과거 노후 준비 과정에서 미래의 경제적 안정을 확보할 기회가 비교적 적었던 게 주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문제는 한국에 가난한 노인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겁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중위 소득 50% 이하)은 2019년 기준 43.2%입니다. 즉 노인 절반 가까이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 2위 국가인 이스라엘 20.0%의 두 배를 넘는 수치입니다.

그런데 복지 비용 지출 순위는 정반대입니다. OECD 국가들이 GDP의 평균 6%를 노인을 위한 공적 이전으로 지출하는 반면, 한국은 3%에 그치고 있는 겁니다.


국가가 나서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우리 사회에는 가난한 노인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난한 노인이 많아지면 사회 불안 요소는 그만큼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 입법 논의가 반갑습니다. 가난한 노인을 어떻게 지원할지 후속 연구와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KBS는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후속 보도를 이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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