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나전, 물감이 되다…나전장인 김종량

입력 2022.09.14 (20:01) 수정 2022.09.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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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4일)까지 프랑스 유네스코 본부에선 한국의 나전을 세계에 알리는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천년의 광채 ‘나전’은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현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요.

공예가에서 예술가로 작업 반경을 넓힌 나전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납니다.

[리포트]

장엄한 빙하를 그려낸 만년의 혼.

뜻밖에도 나전으로 표현한 '회화’입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빙하가 많이 녹는 이런 모습들을 다 사라지기 전에 내 기술, 나전칠기 기술로 빙하를 한번 표현해 봐야겠다."]

바다의 천연재료로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작가에게 자개는 가장 빛나는 물감입니다.

서울의 한 갤러리. 나전으로 빙산과 빙하를 그려낸 ‘만년의 혼’ 시리즈가 신고식을 치르는 순간입니다.

통영 나전칠기를 지켜온 장인 김종량 씨가 새롭게 시도한 작품인데요.

입체감을 살려 한 조각, 한 조각 정교하게 수놓은 나전이 대자연의 신비를 전합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자개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어떤 문양을 찾고 자개 물감에 맞는 그림, 디자인…."]

수많은 실사를 수집하고 응용해 자개와 어울리는 도안을 찾는데요.

그가 나전 공예를 처음 시작한 때가 13살, 반세기 넘게 자개를 다룬 손끝에선 수많은 작품이 나왔습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국화 한 송이에 주 자개 조각이 아홉 개씩 붙어서 계속 반복적으로 연결되어서 넘어가는…."]

3만 번 이상의 손길로 3만 개의 자개 조각을 붙인 고려시대 국화 넝쿨 문양 경전함입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관에 전시 중인 나무접시는 300년 전 조선 시대 원작을 재현한 겁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현재에도 디자인이 이렇게 나오기가 힘들어요. 이 넝쿨들이 다 사방에서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관복을 보관하던 조선후기 어복함 포도 넝쿨 문양도 그대로 복원했는데요.

공들여 재현한 공예작품과 문양은 시대를 넘나드는 수작으로 통영 디피랑에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조상이자 또 하나의 자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통영이 자랑하는 나전칠기인데 시대에 따라서 지금 현재로서는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래서 나전의 맥을 잇는 다양한 재해석작업을 시도했습니다.

사진과 나전을 접목하고 나전으로 옛 통영항을 그려내는가 하면 탱화도 나전으로 묘사했습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가로 7미터의 대형 나전 작품으로 재해석한 데 이어 전통 나전기법을 회화에 접목해 붓보다 정밀한 그림을 그려냈습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줄음질 작업을 하는 게 있기도 하고 가는 선 자개를 가지고 끊음질기법으로…."]

전통방식으로 옻칠 목판 캔버스를 만드는 공정만 10여 차례.

옻칠과 황토를 섞은 칠 죽으로 밑판에 삼베를 바르고 갈아내길 반복한 뒤, 최적의 습도에서 건조를 마쳐야 회화 작업이 시작됩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빙하라는 얼음체를 조금 입체감 나게 하기 위해서 자개 밑에다가 연하게 블루색깔로 옻칠을 미리 먹인 거죠."]

자개 종류만 20여 가지, 빙하의 입체감과 원근감을 살리면서 세밀한 붓이 지나가듯 손과 자개만으로 생생한 빙하를 그려냅니다.

고도의 집중과 긴 시간을 요구하지만 나전의 확장성을 재발견한 소중한 작업입니다.

지금까지 실사에 기반해 사실적인 빙하를 그려냈다면 반 구상, 추상의 빙하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얼음 두께감, 또 투명함들이 자개와 너무나 잘 맞는 그런 느낌을 느끼게 되었어요."]

어느새 고희. 나전과 함께한 시간이 쌓이면서 후세까지 이어갈 또 다른 나전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더 정진해서 후진들이 정말 그 일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계속 새롭게 이 일을 해나가야겠죠."]

공예가에서 예술가로 장인의 도전이 나전의 광채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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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나전, 물감이 되다…나전장인 김종량
    • 입력 2022-09-14 20:01:42
    • 수정2022-09-14 20:10:51
    뉴스7(창원)
[앵커]

오늘(14일)까지 프랑스 유네스코 본부에선 한국의 나전을 세계에 알리는 전시회가 있었습니다.

천년의 광채 ‘나전’은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현대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데요.

공예가에서 예술가로 작업 반경을 넓힌 나전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납니다.

[리포트]

장엄한 빙하를 그려낸 만년의 혼.

뜻밖에도 나전으로 표현한 '회화’입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빙하가 많이 녹는 이런 모습들을 다 사라지기 전에 내 기술, 나전칠기 기술로 빙하를 한번 표현해 봐야겠다."]

바다의 천연재료로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작가에게 자개는 가장 빛나는 물감입니다.

서울의 한 갤러리. 나전으로 빙산과 빙하를 그려낸 ‘만년의 혼’ 시리즈가 신고식을 치르는 순간입니다.

통영 나전칠기를 지켜온 장인 김종량 씨가 새롭게 시도한 작품인데요.

입체감을 살려 한 조각, 한 조각 정교하게 수놓은 나전이 대자연의 신비를 전합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자개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어떤 문양을 찾고 자개 물감에 맞는 그림, 디자인…."]

수많은 실사를 수집하고 응용해 자개와 어울리는 도안을 찾는데요.

그가 나전 공예를 처음 시작한 때가 13살, 반세기 넘게 자개를 다룬 손끝에선 수많은 작품이 나왔습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국화 한 송이에 주 자개 조각이 아홉 개씩 붙어서 계속 반복적으로 연결되어서 넘어가는…."]

3만 번 이상의 손길로 3만 개의 자개 조각을 붙인 고려시대 국화 넝쿨 문양 경전함입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관에 전시 중인 나무접시는 300년 전 조선 시대 원작을 재현한 겁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현재에도 디자인이 이렇게 나오기가 힘들어요. 이 넝쿨들이 다 사방에서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관복을 보관하던 조선후기 어복함 포도 넝쿨 문양도 그대로 복원했는데요.

공들여 재현한 공예작품과 문양은 시대를 넘나드는 수작으로 통영 디피랑에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조상이자 또 하나의 자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통영이 자랑하는 나전칠기인데 시대에 따라서 지금 현재로서는 힘든 부분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래서 나전의 맥을 잇는 다양한 재해석작업을 시도했습니다.

사진과 나전을 접목하고 나전으로 옛 통영항을 그려내는가 하면 탱화도 나전으로 묘사했습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가로 7미터의 대형 나전 작품으로 재해석한 데 이어 전통 나전기법을 회화에 접목해 붓보다 정밀한 그림을 그려냈습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줄음질 작업을 하는 게 있기도 하고 가는 선 자개를 가지고 끊음질기법으로…."]

전통방식으로 옻칠 목판 캔버스를 만드는 공정만 10여 차례.

옻칠과 황토를 섞은 칠 죽으로 밑판에 삼베를 바르고 갈아내길 반복한 뒤, 최적의 습도에서 건조를 마쳐야 회화 작업이 시작됩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빙하라는 얼음체를 조금 입체감 나게 하기 위해서 자개 밑에다가 연하게 블루색깔로 옻칠을 미리 먹인 거죠."]

자개 종류만 20여 가지, 빙하의 입체감과 원근감을 살리면서 세밀한 붓이 지나가듯 손과 자개만으로 생생한 빙하를 그려냅니다.

고도의 집중과 긴 시간을 요구하지만 나전의 확장성을 재발견한 소중한 작업입니다.

지금까지 실사에 기반해 사실적인 빙하를 그려냈다면 반 구상, 추상의 빙하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얼음 두께감, 또 투명함들이 자개와 너무나 잘 맞는 그런 느낌을 느끼게 되었어요."]

어느새 고희. 나전과 함께한 시간이 쌓이면서 후세까지 이어갈 또 다른 나전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김종량/나전장인 : "더 정진해서 후진들이 정말 그 일을 이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계속 새롭게 이 일을 해나가야겠죠."]

공예가에서 예술가로 장인의 도전이 나전의 광채를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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