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70여 년 만에 열린 금강산 통문

입력 2022.09.17 (08:34) 수정 2022.09.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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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금 색다른 여행을 하고 싶으시다면 ‘DMZ 평화의 길’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비무장지대의 실제 철책선을 따라 나라의 최북단을 걷는 탐방길입니다.

네, 민간인은 출입할 수 없었던 DMZ 비무장지대의 일부 길이 70여 년 만에 정식 개방됐습니다.

10개 지역에 11개의 테마 노선을 꾸몄다는데요.

이하영 리포터, 이 가운데 어느 코스를 다녀오신 거죠?

[답변]

네, 저는 강원도 양구지역의 철책길을 다녀왔습니다.

제 뒤로 ‘금강산으로 가는 길’ 표지판이 보이시죠?

왼쪽으로 가면 금강산 내금강으로 향하는 길이 펼쳐지는데요.

천혜의 자연을 직접 마주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앵커]

금강산까지는 갈 수 없었을 텐데, 좀 아쉬웠겠어요.

[답변]

네, 양구의 두타연 계곡에서 금강산까지는 32킬로미터 거리라고 합니다.

차로 달리면 금방 갈 것 같은 거리인데, 아쉽게도 ‘평화의 길’ 중간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언젠가는 금강산까지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이 길, 지금 저와 함께 여행 떠나보실까요?

[리포트]

굳게 잠겨있던 통문의 빗장을 풀자, 금단의 길이 펼쳐집니다.

전쟁 전에는 금강산으로 향하던 지름길, 분단 이후 통제됐다가 70여 년 만에 열린 길입니다.

늘 북녘의 고향을 그리워했던 아버지를 기리며 이곳을 찾은 딸부터 양구 최전방 초소에서 군 복무를 했던 60대 남성까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채 여정을 시작합니다.

[조정훈/대전광역시 : "실제로 군 생활을 철책에 있으면서 북쪽 분들을 눈으로 다 보니까 대면했으니까. 그런 모든 것들을 한번 되새김질이라 합니까? 경험해보기 위해서 40년 만에 오는 거예요."]

[양경화/서울특별시 : "그 전엔 아버지가 땅을 밟으실까 생각했는데 그게 점점 멀어지고. 저도 이제 60이 넘어서. 그 전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점점 멀어지고, 그러니까 좀 마음이 아프죠."]

수십 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두타연 계곡, 비경을 뽐내며 관람객들을 맞이합니다.

["아래 돌들이 다 비칠 정도로 정말 맑네요."]

옥빛을 띤 청정 1급수 물은 20여 미터라는 깊이가 무색할 만큼 속을 훤히 드러내 보이고 있었는데요.

이 계곡은 절경이 빼어날 뿐 아니라, 남과 북을 잇는다는 특별한 의미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금강산 가는 옛 길목 하야교 삼거리에서는 윗녘 물줄기와 아랫녘 물줄기가 소리치며 흘러와 하나로 합쳐지느니."]

[함문학/‘DMZ 평화의 길’ 문화해설사 : "이건 남쪽에서 내려오는 물이에요. 비아리 쪽 대유산 쪽에서 발원해서 내려오는 물이고 이건 금강산 쪽에서 발원을 해서. 그러니까 북에서 내려오는 물과 남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수 되는 지점입니다 여기가."]

주변엔 오랜 세월 물줄기가 깎아 놓은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는데요.

이 바위는 두 남녀가 마주 보며 입맞춤하는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뽀뽀바위’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멋진 경치를 감상하며 탐방로를 쭉 걷다 보니 희귀동물의 흔적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함문학/‘DMZ 평화의 길’ 문화해설사 : "이 지역에 출몰하는 산양이 배설을 하고 간 거 같은데 산양은 배설한데다가 계속 배설을 해요. 그래서 무더기로 이렇게 있잖아요."]

‘산양’처럼 역시 멸종 위기 종인 ‘삵’도 터를 잡고 살아갈 만큼 이곳은 자연 생태계의 보고와도 같았습니다.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아픔이 서린 비무장지대로 향하는 길에 이렇게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 경관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곳은 ‘DMZ 평화의 길’이란 이름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DMZ 평화의 길’ 노선은 인천 강화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접경지역 526km에 걸쳐 조성됐는데요.

강화, 김포, 파주, 양구 등 10곳에 조성된 ‘평화의 길’ 가운데 양구 지역은 특히 위치상으로 의미가 남다릅니다.

[조인선/양구군청 관광정책팀장 : "며칠 전에 양구에서 배꼽축제가 열렸는데요. 이 양구가 북한과 북한까지 합쳐서 가장 가운데에 있다는 의미, 즉 헌법에서 얘기하는 우리나라의 정 중앙점인 곳입니다."]

이곳을 지나는 31번 국도는 부산에서부터 북한 함경도로 이어지는 남북 종단의 길이기도 합니다.

특히, 남북을 잇는 육로는 파주의 판문점과 고성의 금강통문 두 곳인데요.

철책선이 사라지는 날이 오면 강원도 양구의 ‘평화의 길’은 또 하나의 통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길은 금강산 내금강까지 도달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남북교류가 활발했던 시기, 배를 타고 금강산을 방문했던 관람객은 남북이 다시 이어지는 언젠가 육로로 금강산을 찾게 되길 고대합니다.

["그땐 정말 걸어 올라가면서 정말 손도 물에 못 담그게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없고 딱 정해진 장소 외에는. 그런 제재가 굉장히 많았었잖아요. 그래서 만약 좀 더 자유롭게 개방이 되면 좋지 않을까."]

금강산에 갈 날을 꿈꾸게 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지만 한편으론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한데요. 이곳 양구 평화의 길 위에선 군사시설의 흔적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산속 깊은 곳으로 향할수록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온 건 지뢰 발견 표지판이었습니다.

이곳엔 지뢰가 셀 수 없이 많이 묻혀 있어, 그걸 다 캐내려면 20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는데요.

또, 유사시 군인들이 몸을 숨길 수 있는 진지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었습니다.

유독 특이하게 쌓아 올린 저 돌들은 뭘까요.

바로, 전차 방해물입니다.

[함문학/‘DMZ 평화의 길’ 문화해설사 : "차량들이 이 길을 통과하지 못하게 전쟁이 났을 때 유사시에 빨리 내려올 수 있잖아. 장애물 설치하는 거예요, 도로에다가."]

전쟁이 남긴 잔해들과 아름다운 자연이 공존하는 현실을 마주하니, 이 여정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는데요.

[차은경/강원도 홍천군 : "여기까지밖에 못 온 게 너무 아쉬워요. 이렇게 너무 아름다운데 딱 철책 쳐져 있고 갈 수 있는 길은 그것밖에 못 가고 나머지는 지뢰 때문에 전혀 들어갈 수도 없고 그렇게 막혀 있는 길이니까."]

이번에 새로 개방된 길은 1.35km 구간, 민간인으로 갈 수 있는 곳은 딱 여기까집니다.

금강산까지 남은 거리는 26km정도지만 이제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데요.

[나대수/경기도 남양주시 : "한없이 이 길을 따라서 금강산까지 가고 싶고 또 금강산을 지나서 더 멀리 가고 싶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70여 년 만에 개방된 가깝고도 먼 ‘금강산 가는 길’.

하루라도 빨리, 이 ‘평화의 길’을 통해 금강산에, 그리고 그 너머에 다녀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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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70여 년 만에 열린 금강산 통문
    • 입력 2022-09-17 08:34:07
    • 수정2022-09-17 16: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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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금 색다른 여행을 하고 싶으시다면 ‘DMZ 평화의 길’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비무장지대의 실제 철책선을 따라 나라의 최북단을 걷는 탐방길입니다.

네, 민간인은 출입할 수 없었던 DMZ 비무장지대의 일부 길이 70여 년 만에 정식 개방됐습니다.

10개 지역에 11개의 테마 노선을 꾸몄다는데요.

이하영 리포터, 이 가운데 어느 코스를 다녀오신 거죠?

[답변]

네, 저는 강원도 양구지역의 철책길을 다녀왔습니다.

제 뒤로 ‘금강산으로 가는 길’ 표지판이 보이시죠?

왼쪽으로 가면 금강산 내금강으로 향하는 길이 펼쳐지는데요.

천혜의 자연을 직접 마주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앵커]

금강산까지는 갈 수 없었을 텐데, 좀 아쉬웠겠어요.

[답변]

네, 양구의 두타연 계곡에서 금강산까지는 32킬로미터 거리라고 합니다.

차로 달리면 금방 갈 것 같은 거리인데, 아쉽게도 ‘평화의 길’ 중간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언젠가는 금강산까지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이 길, 지금 저와 함께 여행 떠나보실까요?

[리포트]

굳게 잠겨있던 통문의 빗장을 풀자, 금단의 길이 펼쳐집니다.

전쟁 전에는 금강산으로 향하던 지름길, 분단 이후 통제됐다가 70여 년 만에 열린 길입니다.

늘 북녘의 고향을 그리워했던 아버지를 기리며 이곳을 찾은 딸부터 양구 최전방 초소에서 군 복무를 했던 60대 남성까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품은 채 여정을 시작합니다.

[조정훈/대전광역시 : "실제로 군 생활을 철책에 있으면서 북쪽 분들을 눈으로 다 보니까 대면했으니까. 그런 모든 것들을 한번 되새김질이라 합니까? 경험해보기 위해서 40년 만에 오는 거예요."]

[양경화/서울특별시 : "그 전엔 아버지가 땅을 밟으실까 생각했는데 그게 점점 멀어지고. 저도 이제 60이 넘어서. 그 전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점점 멀어지고, 그러니까 좀 마음이 아프죠."]

수십 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두타연 계곡, 비경을 뽐내며 관람객들을 맞이합니다.

["아래 돌들이 다 비칠 정도로 정말 맑네요."]

옥빛을 띤 청정 1급수 물은 20여 미터라는 깊이가 무색할 만큼 속을 훤히 드러내 보이고 있었는데요.

이 계곡은 절경이 빼어날 뿐 아니라, 남과 북을 잇는다는 특별한 의미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금강산 가는 옛 길목 하야교 삼거리에서는 윗녘 물줄기와 아랫녘 물줄기가 소리치며 흘러와 하나로 합쳐지느니."]

[함문학/‘DMZ 평화의 길’ 문화해설사 : "이건 남쪽에서 내려오는 물이에요. 비아리 쪽 대유산 쪽에서 발원해서 내려오는 물이고 이건 금강산 쪽에서 발원을 해서. 그러니까 북에서 내려오는 물과 남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수 되는 지점입니다 여기가."]

주변엔 오랜 세월 물줄기가 깎아 놓은 기암절벽이 장관을 이루는데요.

이 바위는 두 남녀가 마주 보며 입맞춤하는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뽀뽀바위’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멋진 경치를 감상하며 탐방로를 쭉 걷다 보니 희귀동물의 흔적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함문학/‘DMZ 평화의 길’ 문화해설사 : "이 지역에 출몰하는 산양이 배설을 하고 간 거 같은데 산양은 배설한데다가 계속 배설을 해요. 그래서 무더기로 이렇게 있잖아요."]

‘산양’처럼 역시 멸종 위기 종인 ‘삵’도 터를 잡고 살아갈 만큼 이곳은 자연 생태계의 보고와도 같았습니다.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아픔이 서린 비무장지대로 향하는 길에 이렇게 아름답고 신비로운 자연 경관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곳은 ‘DMZ 평화의 길’이란 이름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DMZ 평화의 길’ 노선은 인천 강화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접경지역 526km에 걸쳐 조성됐는데요.

강화, 김포, 파주, 양구 등 10곳에 조성된 ‘평화의 길’ 가운데 양구 지역은 특히 위치상으로 의미가 남다릅니다.

[조인선/양구군청 관광정책팀장 : "며칠 전에 양구에서 배꼽축제가 열렸는데요. 이 양구가 북한과 북한까지 합쳐서 가장 가운데에 있다는 의미, 즉 헌법에서 얘기하는 우리나라의 정 중앙점인 곳입니다."]

이곳을 지나는 31번 국도는 부산에서부터 북한 함경도로 이어지는 남북 종단의 길이기도 합니다.

특히, 남북을 잇는 육로는 파주의 판문점과 고성의 금강통문 두 곳인데요.

철책선이 사라지는 날이 오면 강원도 양구의 ‘평화의 길’은 또 하나의 통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길은 금강산 내금강까지 도달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남북교류가 활발했던 시기, 배를 타고 금강산을 방문했던 관람객은 남북이 다시 이어지는 언젠가 육로로 금강산을 찾게 되길 고대합니다.

["그땐 정말 걸어 올라가면서 정말 손도 물에 못 담그게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없고 딱 정해진 장소 외에는. 그런 제재가 굉장히 많았었잖아요. 그래서 만약 좀 더 자유롭게 개방이 되면 좋지 않을까."]

금강산에 갈 날을 꿈꾸게 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지만 한편으론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한데요. 이곳 양구 평화의 길 위에선 군사시설의 흔적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산속 깊은 곳으로 향할수록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온 건 지뢰 발견 표지판이었습니다.

이곳엔 지뢰가 셀 수 없이 많이 묻혀 있어, 그걸 다 캐내려면 20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는데요.

또, 유사시 군인들이 몸을 숨길 수 있는 진지들도 곳곳에 배치돼 있었습니다.

유독 특이하게 쌓아 올린 저 돌들은 뭘까요.

바로, 전차 방해물입니다.

[함문학/‘DMZ 평화의 길’ 문화해설사 : "차량들이 이 길을 통과하지 못하게 전쟁이 났을 때 유사시에 빨리 내려올 수 있잖아. 장애물 설치하는 거예요, 도로에다가."]

전쟁이 남긴 잔해들과 아름다운 자연이 공존하는 현실을 마주하니, 이 여정을 마냥 즐길 수만은 없었는데요.

[차은경/강원도 홍천군 : "여기까지밖에 못 온 게 너무 아쉬워요. 이렇게 너무 아름다운데 딱 철책 쳐져 있고 갈 수 있는 길은 그것밖에 못 가고 나머지는 지뢰 때문에 전혀 들어갈 수도 없고 그렇게 막혀 있는 길이니까."]

이번에 새로 개방된 길은 1.35km 구간, 민간인으로 갈 수 있는 곳은 딱 여기까집니다.

금강산까지 남은 거리는 26km정도지만 이제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데요.

[나대수/경기도 남양주시 : "한없이 이 길을 따라서 금강산까지 가고 싶고 또 금강산을 지나서 더 멀리 가고 싶은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70여 년 만에 개방된 가깝고도 먼 ‘금강산 가는 길’.

하루라도 빨리, 이 ‘평화의 길’을 통해 금강산에, 그리고 그 너머에 다녀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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