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전수분석]② “곰팡이 냄새에 중독”…“천식·비염에 습기 때문에 여름 난방”

입력 2022.09.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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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분석을 통해 확인된 전국 60만 명에 달하는 반지하 가구 실태는 열악했습니다.

[연관기사] [반지하 전수분석①] 60만 명이 지하에 산다…‘혼자·고령·장애인’ 비중 높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58836

사회 취약계층인 고령층과 장애인이 많이 살았고, 거기다가 둘 중 하나는 1인 가구인 만큼 재난 상황에도 취약했습니다.

KBS가 직접 반지하 가구를 다녀왔는데, 실제는 더 심각했습니다.

곰팡이 냄새에 중독됐다고 하는가 하면 천식·비염을 달고 산다는 반지하 사람들...습기 때문에 여름에도 난방을 켜놓고 있었습니다.

■ "반지하오고 천식·비염…한 달 중 20일 약 먹는다"

2년 전 두 자녀와 함께 송파구 반지하 주택에 들어온 김 모 씨는 지난달 폭우 때 하수구가 역류해 온 집안에 오수가 들이찼습니다.


김OO/반지하 거주민
"물이 이제 복숭아뼈 있는 데까지 올라온 거죠. 분수가 이렇게 올라오잖아요. 그 물줄기에 머리카락도 보이고."

환기가 안 돼 항상 창문을 열어놓다 보니, 도로의 먼지가 그대로 들어옵니다. 호흡기 질환이 심해져 지상으로 이사가 간절한데, 신청한 공공 임대주택은 대기만 150번대입니다.

김OO/반지하 거주민
"집안이 환기 때문에도 저희 애들이 조금 아토피가 좀 심해요. 여기 와서 천식하고 비염도 되게 많이 심해져 가지고. 저희 딸 같은 경우는 한 달 중에 20일 정도를 약을 먹고. 저희한테 순번이 올 일도 없고.. 그냥 열심히 더 허리 졸라매고 살아야죠."

■ "곰팡이 냄새 중독…옥외 화장실에선 벽 짚고 일어나"

3년 넘게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15만 원으로 금천구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이부택(54년생) 최효순(67년생, 청각장애인) 부부도 배수구가 역류해 침수 피해가 났습니다.

가장 힘든 건 '곰팡이 냄새'라면서도 "중독이 돼서 괜찮다"는 역설적인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부택, 최효순 씨 부부/반지하 거주민
"농을 치워 보니까 곰팡이가 꽉 찼더라고요, 그냥. 벽에도. 그래서 여기 도배할 때 곰팡이 안 차게 좀 제발, 제발 곰팡이 안 차게 도배 좀 해 주십시오.라고 이야기를 했죠, 주인한테."
"가장 불편한 게 곰팡이 냄새에요. 저는 중독이 돼가지고 괜찮아요. 중독이 돼가지고."

특히 이들 화장실은 옥외에 있었습니다. 반지하 방을 올라와 세들은 집 마당에 있는 옥외 화장실까지도 10m가 넘어 보였습니다. 양변기가 아닌 좌변기여서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부택, 최효순 씨 부부/반지하 거주민
"(화장실) 벽을 짚어야 돼요. 옆에 벽을 의지를 해야 돼요...오죽하면 문고리에다가 내가 끈을 달아갖고 일어났을까. 문 열고 나오면. 겨울에 눈 많이 오잖아요. 그러면 미끄러워. 저기 화장실 갔다가 나와가지고 뼈도 몇 번 내가 부러진 적이 있어요. 넘어져 가지고."

■ "습기 때문에 여름에도 난방…그래도 축축한 옷"

17년째 금천구 반지하 방에서 보증금 1,400만 원에 홀로 지내는 70대 박 모 씨는 종일 선풍기를 돌리고 난방도 틀어놓지만, 옷이 축축해질 정도로 습기가 계속 찹니다.


박OO/반지하 거주민
"하룻밤에 이 옷을 두서너 벌씩 벗어야 돼요. 도시가스 지금도 틀어놨잖아요? 선풍기 밤낮으로 틀잖아요, 저녁에도 자고 이러면요 (습기 때문에) 이불도 다 젖어버리고. 습기 차고 수분이 몸에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완전하게 젖어요. 몸이 차요. 왜냐하면 젖어 있으니까.


지하로 내려오고 지상으로 올라갈 때 마주하는 높은 턱은 70대에게 또 다른 장애물입니다. 화장실도 옥외에 있어서 불편한 것은 물론, 제대로 씻기도 힘듭니다.

박OO/반지하 거주민
"요즘에는 나갈 때도요, 아파. 여기 이거를 무릎을 이렇게, 이렇게 붙들고 일어나야 되고 내려올 때도 또 그렇고. 잘못 내려오면 미끄러져서 넘어지면 이제는 큰일 나는 거예요. "
"샤워를 어떻게 해. 어디서 해요? 코로나 이후로는 목욕탕을 가 본 일이 없고."
"눈이 많이 오면 이거 바닥에 막 얼어붙어가지고 막 조심조심 살살 살살 들어갈 때나 (화장실)나올 때나 그렇게 해야지 돼요."

■ "50가구 신청해도 실제 입주는 17가구"…지상 올라가는데 필요한 돈은?

이들은 돈이 부족해 현재 상태에서 반지하 주택 외엔 갈 곳이 없는데 임대주택 공급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김학용 국회 국토교통위원(국민의힘)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과 경기에서 폭우 피해를 입은 50가구가 긴급지원주택을 신청했는데, 실제 입주한 가구는 17가구에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공급을 본질적으로 늘려야 한다면서도, 수요만큼 공급하지 못한다고 하면 적어도 반지하처럼 취약한 집의 품질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마련해 개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구주택총조사 전수분석 보도 이틀째인 오늘(20일) KBS 9시 뉴스는 이 같은 반지하 가구의 '이주'와 정부 대책에 대해 집중 분석합니다.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 드러난 서울 주택의 면적별 평균 보증금 분석을 통해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얼마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주거 취약 계층들이 상향 이동보다는 고시원과 쪽방 등 더 열악한 '비주거'로 밀려나는 실태, 정부의 대책 실효성도 함께 보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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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지하 전수분석]② “곰팡이 냄새에 중독”…“천식·비염에 습기 때문에 여름 난방”
    • 입력 2022-09-20 08:00:20
    취재K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전수분석을 통해 확인된 전국 60만 명에 달하는 반지하 가구 실태는 열악했습니다.

[연관기사] [반지하 전수분석①] 60만 명이 지하에 산다…‘혼자·고령·장애인’ 비중 높아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58836

사회 취약계층인 고령층과 장애인이 많이 살았고, 거기다가 둘 중 하나는 1인 가구인 만큼 재난 상황에도 취약했습니다.

KBS가 직접 반지하 가구를 다녀왔는데, 실제는 더 심각했습니다.

곰팡이 냄새에 중독됐다고 하는가 하면 천식·비염을 달고 산다는 반지하 사람들...습기 때문에 여름에도 난방을 켜놓고 있었습니다.

■ "반지하오고 천식·비염…한 달 중 20일 약 먹는다"

2년 전 두 자녀와 함께 송파구 반지하 주택에 들어온 김 모 씨는 지난달 폭우 때 하수구가 역류해 온 집안에 오수가 들이찼습니다.


김OO/반지하 거주민
"물이 이제 복숭아뼈 있는 데까지 올라온 거죠. 분수가 이렇게 올라오잖아요. 그 물줄기에 머리카락도 보이고."

환기가 안 돼 항상 창문을 열어놓다 보니, 도로의 먼지가 그대로 들어옵니다. 호흡기 질환이 심해져 지상으로 이사가 간절한데, 신청한 공공 임대주택은 대기만 150번대입니다.

김OO/반지하 거주민
"집안이 환기 때문에도 저희 애들이 조금 아토피가 좀 심해요. 여기 와서 천식하고 비염도 되게 많이 심해져 가지고. 저희 딸 같은 경우는 한 달 중에 20일 정도를 약을 먹고. 저희한테 순번이 올 일도 없고.. 그냥 열심히 더 허리 졸라매고 살아야죠."

■ "곰팡이 냄새 중독…옥외 화장실에선 벽 짚고 일어나"

3년 넘게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15만 원으로 금천구 반지하에서 살고 있는 이부택(54년생) 최효순(67년생, 청각장애인) 부부도 배수구가 역류해 침수 피해가 났습니다.

가장 힘든 건 '곰팡이 냄새'라면서도 "중독이 돼서 괜찮다"는 역설적인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부택, 최효순 씨 부부/반지하 거주민
"농을 치워 보니까 곰팡이가 꽉 찼더라고요, 그냥. 벽에도. 그래서 여기 도배할 때 곰팡이 안 차게 좀 제발, 제발 곰팡이 안 차게 도배 좀 해 주십시오.라고 이야기를 했죠, 주인한테."
"가장 불편한 게 곰팡이 냄새에요. 저는 중독이 돼가지고 괜찮아요. 중독이 돼가지고."

특히 이들 화장실은 옥외에 있었습니다. 반지하 방을 올라와 세들은 집 마당에 있는 옥외 화장실까지도 10m가 넘어 보였습니다. 양변기가 아닌 좌변기여서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부택, 최효순 씨 부부/반지하 거주민
"(화장실) 벽을 짚어야 돼요. 옆에 벽을 의지를 해야 돼요...오죽하면 문고리에다가 내가 끈을 달아갖고 일어났을까. 문 열고 나오면. 겨울에 눈 많이 오잖아요. 그러면 미끄러워. 저기 화장실 갔다가 나와가지고 뼈도 몇 번 내가 부러진 적이 있어요. 넘어져 가지고."

■ "습기 때문에 여름에도 난방…그래도 축축한 옷"

17년째 금천구 반지하 방에서 보증금 1,400만 원에 홀로 지내는 70대 박 모 씨는 종일 선풍기를 돌리고 난방도 틀어놓지만, 옷이 축축해질 정도로 습기가 계속 찹니다.


박OO/반지하 거주민
"하룻밤에 이 옷을 두서너 벌씩 벗어야 돼요. 도시가스 지금도 틀어놨잖아요? 선풍기 밤낮으로 틀잖아요, 저녁에도 자고 이러면요 (습기 때문에) 이불도 다 젖어버리고. 습기 차고 수분이 몸에 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완전하게 젖어요. 몸이 차요. 왜냐하면 젖어 있으니까.


지하로 내려오고 지상으로 올라갈 때 마주하는 높은 턱은 70대에게 또 다른 장애물입니다. 화장실도 옥외에 있어서 불편한 것은 물론, 제대로 씻기도 힘듭니다.

박OO/반지하 거주민
"요즘에는 나갈 때도요, 아파. 여기 이거를 무릎을 이렇게, 이렇게 붙들고 일어나야 되고 내려올 때도 또 그렇고. 잘못 내려오면 미끄러져서 넘어지면 이제는 큰일 나는 거예요. "
"샤워를 어떻게 해. 어디서 해요? 코로나 이후로는 목욕탕을 가 본 일이 없고."
"눈이 많이 오면 이거 바닥에 막 얼어붙어가지고 막 조심조심 살살 살살 들어갈 때나 (화장실)나올 때나 그렇게 해야지 돼요."

■ "50가구 신청해도 실제 입주는 17가구"…지상 올라가는데 필요한 돈은?

이들은 돈이 부족해 현재 상태에서 반지하 주택 외엔 갈 곳이 없는데 임대주택 공급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김학용 국회 국토교통위원(국민의힘)이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과 경기에서 폭우 피해를 입은 50가구가 긴급지원주택을 신청했는데, 실제 입주한 가구는 17가구에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공급을 본질적으로 늘려야 한다면서도, 수요만큼 공급하지 못한다고 하면 적어도 반지하처럼 취약한 집의 품질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마련해 개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구주택총조사 전수분석 보도 이틀째인 오늘(20일) KBS 9시 뉴스는 이 같은 반지하 가구의 '이주'와 정부 대책에 대해 집중 분석합니다.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 드러난 서울 주택의 면적별 평균 보증금 분석을 통해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 얼마가 필요한지 확인하고, 주거 취약 계층들이 상향 이동보다는 고시원과 쪽방 등 더 열악한 '비주거'로 밀려나는 실태, 정부의 대책 실효성도 함께 보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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