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죽으면 퇴비로, 바다로”…다양한 친환경 장례

입력 2022.09.23 (10:48) 수정 2022.09.23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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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이 화두죠.

그런데 매장이나 화장 같은 흔한 장례 방식도 환경 오염을 시킨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래서 기발하다고 할 정도의 친환경 장례 방식이 반대 급부로 많아졌다고 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미국에서는 '퇴비장'이라는 게 늘고 있다고요?

[기자]

네, 퇴비장의 개념은 고인의 시신을 흙으로 만든 것입니다.

핵심은 시신이 빠른 시간에 흙으로 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합니다.

지금 보시는 장면은 퇴비장 용 관을 만드는 모습입니다.

이 관에 고인과 함께 미생물과 풀, 나무 등을 넣고 한 달 정도 시신을 두면 흙으로 분해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성된 흙을 유족들의 뜻에 따라 본인들의 정원에 활용하거나 공공 토지에 기부하는 방식입니다.

퇴비라는 단어 자체가 거슬리지만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개념이 강조되면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에이제이 킬린/퇴비장 고려 : "모든 것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자연에 도움이 된다면 저에게도 좋은 일이에요."]

미국에서는 2019년부터 워싱턴 주 등 4개 주에서 퇴비장을 시행하고 있고, 캘리포니아 주도 2027년부터 도입할 예정입니다.

비용은 7천 달러 우리 돈 970만 원 정도인데, 미국에서는 화장, 매장 같은 전통적인 장례 방식과 비슷한 가격입니다.

[앵커]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그대로 실현되는 거네요.

퇴비장 말고도 친환경 장례가 다양해졌다고요?

[기자]

네, 지난 1월 남아공에서는 역사적인 인물이 역사적인 방식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바로 고(故) 데이먼드 투투 대주교의 장례식인데요.

투투 대주교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펼치며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인물로 지난해 12월 아흔 살의 일기로 선종했습니다.

평소 검소하고 친환경적인 장례를 당부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는 '수분해장'으로 진행됐는데요.

불을 쓰는 화장과 달리, 금속 실린더에 알칼리 용액과 물, 시신을 넣고 열을 가해 유골만 남기는 방식입니다.

[아프리카 장례 공제회 관계자 : "수분해장은 일반 화장장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전기와 가스를 사용합니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 배출도 없습니다."]

미국에선 '영원의 산호초'라는 장례 방식도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시신의 유골을 친환경 인공 암초로 만들어 해양 생물들을 위한 서식지로 제공하는 겁니다.

2020년 기준으로 미국 전역 해안에 2천 개가 넘는 영원의 산호초가 있다고 합니다.

환경 보호가 화두가 되면서 인간이 사는 방식을 넘어 죽는 방식까지 바뀌고 있는 겁니다.

[앵커]

이러한 친환경 장례 방식이 도입되는 것은 결국 매장이나 화장 등의 기존의 장례 방식이 환경에 생각보다 크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기자]

네, 매장을 하려면 일단 묫자리를 만들기 위해 자연을 훼손해야 하죠.

또 땅에 묻힌 시신이 부패하면서 토양도 오염시킵니다.

화장을 한다고 해도 화석 연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상당한데요.

미국에서 한 해 평균 화장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2억 3천만 kg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 85번을 오갈 수 있는 양입니다.

반면 퇴비장을 하면 화장 등 전통적인 장례보다 에너지를 8분의 1 수준으로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시신이 분해된 흙은 땅을 기름지게 만들어 결국 동식물에 많은 영양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앵커]

퇴비장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분명 좋은 장례 방법 같은데 황 기자도 처음에 언급했듯이 퇴비라는 그 말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느낌 때문에 매장이나 화장처럼 대중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장례식은 한 개인의 삶을 매듭짓고 남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오랜 전통이기 때문에 환경 보호의 차원에서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시신을 인위적으로 훼손한다는 거부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과제입니다.

[스탠리 미니/남아공 : "저는 땅에 묻히기를 기대해요. 사람은 매장되어야 하는 거예요. 그런 방식으로 치워져서는 안 됩니다."]

가톨릭계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처음 퇴비장이 도입됐을 때 가톨릭계는 성명을 내고, "고인의 시신을 매장하는 관행은 존경심을 표하는 것"이라며 "퇴비로 처분하는 것은 충분한 예우를 갖추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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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죽으면 퇴비로, 바다로”…다양한 친환경 장례
    • 입력 2022-09-23 10:48:06
    • 수정2022-09-23 11: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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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이 화두죠.

그런데 매장이나 화장 같은 흔한 장례 방식도 환경 오염을 시킨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래서 기발하다고 할 정도의 친환경 장례 방식이 반대 급부로 많아졌다고 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미국에서는 '퇴비장'이라는 게 늘고 있다고요?

[기자]

네, 퇴비장의 개념은 고인의 시신을 흙으로 만든 것입니다.

핵심은 시신이 빠른 시간에 흙으로 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합니다.

지금 보시는 장면은 퇴비장 용 관을 만드는 모습입니다.

이 관에 고인과 함께 미생물과 풀, 나무 등을 넣고 한 달 정도 시신을 두면 흙으로 분해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생성된 흙을 유족들의 뜻에 따라 본인들의 정원에 활용하거나 공공 토지에 기부하는 방식입니다.

퇴비라는 단어 자체가 거슬리지만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개념이 강조되면서 좋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에이제이 킬린/퇴비장 고려 : "모든 것이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자연에 도움이 된다면 저에게도 좋은 일이에요."]

미국에서는 2019년부터 워싱턴 주 등 4개 주에서 퇴비장을 시행하고 있고, 캘리포니아 주도 2027년부터 도입할 예정입니다.

비용은 7천 달러 우리 돈 970만 원 정도인데, 미국에서는 화장, 매장 같은 전통적인 장례 방식과 비슷한 가격입니다.

[앵커]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그대로 실현되는 거네요.

퇴비장 말고도 친환경 장례가 다양해졌다고요?

[기자]

네, 지난 1월 남아공에서는 역사적인 인물이 역사적인 방식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바로 고(故) 데이먼드 투투 대주교의 장례식인데요.

투투 대주교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을 펼치며 198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인물로 지난해 12월 아흔 살의 일기로 선종했습니다.

평소 검소하고 친환경적인 장례를 당부했던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는 '수분해장'으로 진행됐는데요.

불을 쓰는 화장과 달리, 금속 실린더에 알칼리 용액과 물, 시신을 넣고 열을 가해 유골만 남기는 방식입니다.

[아프리카 장례 공제회 관계자 : "수분해장은 일반 화장장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전기와 가스를 사용합니다.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탄소 배출도 없습니다."]

미국에선 '영원의 산호초'라는 장례 방식도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시신의 유골을 친환경 인공 암초로 만들어 해양 생물들을 위한 서식지로 제공하는 겁니다.

2020년 기준으로 미국 전역 해안에 2천 개가 넘는 영원의 산호초가 있다고 합니다.

환경 보호가 화두가 되면서 인간이 사는 방식을 넘어 죽는 방식까지 바뀌고 있는 겁니다.

[앵커]

이러한 친환경 장례 방식이 도입되는 것은 결국 매장이나 화장 등의 기존의 장례 방식이 환경에 생각보다 크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기자]

네, 매장을 하려면 일단 묫자리를 만들기 위해 자연을 훼손해야 하죠.

또 땅에 묻힌 시신이 부패하면서 토양도 오염시킵니다.

화장을 한다고 해도 화석 연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상당한데요.

미국에서 한 해 평균 화장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이 2억 3천만 kg이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 85번을 오갈 수 있는 양입니다.

반면 퇴비장을 하면 화장 등 전통적인 장례보다 에너지를 8분의 1 수준으로 절약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시신이 분해된 흙은 땅을 기름지게 만들어 결국 동식물에 많은 영양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앵커]

퇴비장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분명 좋은 장례 방법 같은데 황 기자도 처음에 언급했듯이 퇴비라는 그 말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느낌 때문에 매장이나 화장처럼 대중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장례식은 한 개인의 삶을 매듭짓고 남은 사람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오랜 전통이기 때문에 환경 보호의 차원에서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시신을 인위적으로 훼손한다는 거부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가 과제입니다.

[스탠리 미니/남아공 : "저는 땅에 묻히기를 기대해요. 사람은 매장되어야 하는 거예요. 그런 방식으로 치워져서는 안 됩니다."]

가톨릭계도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처음 퇴비장이 도입됐을 때 가톨릭계는 성명을 내고, "고인의 시신을 매장하는 관행은 존경심을 표하는 것"이라며 "퇴비로 처분하는 것은 충분한 예우를 갖추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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