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어데강 잡으랜 햄수꽈?”…제주 해상풍력 ‘논란’

입력 2022.09.23 (16:57) 수정 2022.09.2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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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에 있는 성산일출봉과 제주 동쪽 해역서귀포에 있는 성산일출봉과 제주 동쪽 해역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제주도의 명소 중 한 곳인 성산일출봉.

이곳에서 30~40여 km 떨어진 남동쪽 해역,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KBS 보도로 이 같은 내용이 알려졌고, 서귀포 성산 등 지역 어민들이 즉각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민간업체 2곳이 풍황 계측기 설치를 위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신청한 지점.민간업체 2곳이 풍황 계측기 설치를 위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신청한 지점.

■CIP·말콘 등 '풍황 계측' 시도…허가 신청

제주도 동쪽 해역에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민간업체는 덴마크 기업의 국내 법인인 씨아이오프쇼어윈드코리아와 국내 기업 말콘 등 2곳입니다.

이들 업체는 지난달 해상풍력 사업을 위한 풍황 계측기 설치를 위해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풍황 계측기는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에 앞서 바람이 어디로, 어느 정도 부는지 측정해 사업의 경제성을 파악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씨아이오프쇼어윈드코리아가 서귀포시 표선항에서 31km 정도 떨어진 해상에 9기 설치를 계획하고 있고, 국내 업체 말콘이 서귀포 신양항에서 52km 정도 떨어진 남동쪽 해상 일대에 풍황계측기 3기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서귀포 성산지역에 내걸린 해상풍력 반대 현수막.서귀포 성산지역에 내걸린 해상풍력 반대 현수막.

■"물고기 어데강 잡으랜 햄수꽈?"…지역 어민 '반발'

제주도 동쪽 해역에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혀 몰랐던 지역 어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사업자 측의 계획대로 해상풍력 단지가 조성된다면 삶의 터전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해상풍력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약 1,000㎢의 조업 구역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서울 면적(605.02㎢)의 1.5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특히 풍력 발전기 설치와 케이블 매설로 해저면 교란과 부유사 발생 등에 따른 해양 생물 서식지 파괴는 물론, 발전기 건설·가동 중 소음과 진동, 자기장 발생으로 어장 환경 변화 등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수협중앙회 주관으로 제주지역 수협, 어선주협회 등 관계자들이 대책회의를 하는 모습.수협중앙회 주관으로 제주지역 수협, 어선주협회 등 관계자들이 대책회의를 하는 모습.

■"목숨 걸고라도 막아야"…집단행동 예고

어민들은 그야말로 뿔이 난 상태입니다. 김계호 성산포수협 조합장은 "땅에다가 농사짓고 있는데 땅 내놓고 나가라면 어디 가서 농사를 지을꺼냐"며, "어업인들의 삶의 터전인 제주 바다를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은 "바다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 한다"며, "더는 어업인들의 희생을 통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지역 어민들은 해상풍력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조만간 이들 업체가 신청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을 항의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또 해상 시위 등 집회도 열기로 해 논란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 국방부 "군 작전구역 간섭"…허가 결과 주목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재 이들 업체가 신청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신청에 대한 이해관계자 의견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CIP가 신청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와 관련해서는 정부 관계 부처와 제주도, 수협 등으로부터 의견 회신이 완료됐는데, KBS 취재 결과, 국방부가 군 작전상 난색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군 작전구역에 간섭된다"는 의견을 회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달 초에도 한 국내 업체가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 내 풍황계측기 2기를 설치하기 위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신청했는데, 허가권을 갖고 있는 대산지방해양수산청이 이달 초 군 작전상의 이유 등으로 최종 불허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큰 겁니다.

그래도 어민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번 바다를 내주면 다시 찾기는 힘들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오종실 성산포어선주협회장은 "풍황 계측기 하나만 설치해도 조업 구역이 크게 사라진다"며, "풍황 계측기 설치는 물론 해상풍력 사업은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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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3 16:57:47
    • 수정2022-09-23 16:58:31
    취재K
서귀포에 있는 성산일출봉과 제주 동쪽 해역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제주도의 명소 중 한 곳인 성산일출봉.

이곳에서 30~40여 km 떨어진 남동쪽 해역, 배타적 경제수역에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KBS 보도로 이 같은 내용이 알려졌고, 서귀포 성산 등 지역 어민들이 즉각 반발하며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민간업체 2곳이 풍황 계측기 설치를 위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신청한 지점.
■CIP·말콘 등 '풍황 계측' 시도…허가 신청

제주도 동쪽 해역에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민간업체는 덴마크 기업의 국내 법인인 씨아이오프쇼어윈드코리아와 국내 기업 말콘 등 2곳입니다.

이들 업체는 지난달 해상풍력 사업을 위한 풍황 계측기 설치를 위해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신청했습니다. 풍황 계측기는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에 앞서 바람이 어디로, 어느 정도 부는지 측정해 사업의 경제성을 파악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씨아이오프쇼어윈드코리아가 서귀포시 표선항에서 31km 정도 떨어진 해상에 9기 설치를 계획하고 있고, 국내 업체 말콘이 서귀포 신양항에서 52km 정도 떨어진 남동쪽 해상 일대에 풍황계측기 3기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서귀포 성산지역에 내걸린 해상풍력 반대 현수막.
■"물고기 어데강 잡으랜 햄수꽈?"…지역 어민 '반발'

제주도 동쪽 해역에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혀 몰랐던 지역 어민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사업자 측의 계획대로 해상풍력 단지가 조성된다면 삶의 터전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해상풍력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약 1,000㎢의 조업 구역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서울 면적(605.02㎢)의 1.5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특히 풍력 발전기 설치와 케이블 매설로 해저면 교란과 부유사 발생 등에 따른 해양 생물 서식지 파괴는 물론, 발전기 건설·가동 중 소음과 진동, 자기장 발생으로 어장 환경 변화 등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수협중앙회 주관으로 제주지역 수협, 어선주협회 등 관계자들이 대책회의를 하는 모습.
■"목숨 걸고라도 막아야"…집단행동 예고

어민들은 그야말로 뿔이 난 상태입니다. 김계호 성산포수협 조합장은 "땅에다가 농사짓고 있는데 땅 내놓고 나가라면 어디 가서 농사를 지을꺼냐"며, "어업인들의 삶의 터전인 제주 바다를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임정훈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조합장은 "바다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 한다"며, "더는 어업인들의 희생을 통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지역 어민들은 해상풍력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조만간 이들 업체가 신청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을 항의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또 해상 시위 등 집회도 열기로 해 논란은 더욱 확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 국방부 "군 작전구역 간섭"…허가 결과 주목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재 이들 업체가 신청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 신청에 대한 이해관계자 의견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CIP가 신청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와 관련해서는 정부 관계 부처와 제주도, 수협 등으로부터 의견 회신이 완료됐는데, KBS 취재 결과, 국방부가 군 작전상 난색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국방부에서 "군 작전구역에 간섭된다"는 의견을 회신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달 초에도 한 국내 업체가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 내 풍황계측기 2기를 설치하기 위해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신청했는데, 허가권을 갖고 있는 대산지방해양수산청이 이달 초 군 작전상의 이유 등으로 최종 불허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큰 겁니다.

그래도 어민들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번 바다를 내주면 다시 찾기는 힘들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오종실 성산포어선주협회장은 "풍황 계측기 하나만 설치해도 조업 구역이 크게 사라진다"며, "풍황 계측기 설치는 물론 해상풍력 사업은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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