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장애인 기업의 ‘파산 위기’…33년의 도전 무너지나
입력 2022.09.25 (21:28)
수정 2022.09.26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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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회사, '장애인 근로 사업장'이라고 부릅니다.
성공한 사업장의 상징이던 정립전자가 최근 파산 위기에 내몰리면서, 장애인 수백 명이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였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현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부터 돌아가는 생산 라인.
공정마다 '사람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얼핏 보면 보통의 공장과 다를 바 없지만, 생산직 대부분이 중증 장애인입니다.
일할 능력 있는 장애인들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장애인 근로 사업장'.
이곳은, 1989년부터 그걸 시도해 왔던 '정립전자'입니다.
[박진국/대리/23년 근무 : "그 당시에는 미래가 좀 보였죠. 내가 계획을 세워도 '아, 이건 할 수 있겠구나'. 결혼한다든가 집을 산다든가."]
삼성전자에도 납품하며 한때 연 매출 4백억 원대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5~6년 전부터 사세가 기울더니, 지난해엔 매출액이 40억 원대.
전성기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경영난은 코로나19 동안 더 심해졌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마스크 사업까지 확장했지만 큰 손실만 입었습니다.
올 들어 임금까지 체불 되면서, 최대 2백 명에 가까웠던 직원이 50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사원/25년 근무 : "최저임금이라도 나와서 저희가 일할 수 있으면 하는 게...저희는 아직 많이 불안한 상태예요."]
장애인도 비장애인만큼의 생산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긍지로 30여 년을 버텨왔지만,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자동화의 물결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성관/생산관리부 부장/23년 근무 : "다른 기업들처럼 똑같이 일을 해서 일한 만큼 벌어가는 게 목적이거든요. 저희랑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물량을 좀 주셨으면..."]
정립전자는 서울시에서 장애시설 지원금 8억 원 정도를 받지만, 부채액만 30억 원이 넘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상징성만으론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졌습니다.
[박진국/대리/23년 근무 : "잘 버티면 올해까지는 갈까. 일은 일대로 하고 월급 못 받으니까 직원들도 다 그만두잖아요."]
평생을 한 일터에 바쳐왔던 장애인들은, 이곳 말고 어디서, 무슨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일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회사, '장애인 근로 사업장'이라고 부릅니다.
성공한 사업장의 상징이던 정립전자가 최근 파산 위기에 내몰리면서, 장애인 수백 명이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였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현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부터 돌아가는 생산 라인.
공정마다 '사람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얼핏 보면 보통의 공장과 다를 바 없지만, 생산직 대부분이 중증 장애인입니다.
일할 능력 있는 장애인들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장애인 근로 사업장'.
이곳은, 1989년부터 그걸 시도해 왔던 '정립전자'입니다.
[박진국/대리/23년 근무 : "그 당시에는 미래가 좀 보였죠. 내가 계획을 세워도 '아, 이건 할 수 있겠구나'. 결혼한다든가 집을 산다든가."]
삼성전자에도 납품하며 한때 연 매출 4백억 원대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5~6년 전부터 사세가 기울더니, 지난해엔 매출액이 40억 원대.
전성기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경영난은 코로나19 동안 더 심해졌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마스크 사업까지 확장했지만 큰 손실만 입었습니다.
올 들어 임금까지 체불 되면서, 최대 2백 명에 가까웠던 직원이 50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사원/25년 근무 : "최저임금이라도 나와서 저희가 일할 수 있으면 하는 게...저희는 아직 많이 불안한 상태예요."]
장애인도 비장애인만큼의 생산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긍지로 30여 년을 버텨왔지만,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자동화의 물결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성관/생산관리부 부장/23년 근무 : "다른 기업들처럼 똑같이 일을 해서 일한 만큼 벌어가는 게 목적이거든요. 저희랑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물량을 좀 주셨으면..."]
정립전자는 서울시에서 장애시설 지원금 8억 원 정도를 받지만, 부채액만 30억 원이 넘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상징성만으론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졌습니다.
[박진국/대리/23년 근무 : "잘 버티면 올해까지는 갈까. 일은 일대로 하고 월급 못 받으니까 직원들도 다 그만두잖아요."]
평생을 한 일터에 바쳐왔던 장애인들은, 이곳 말고 어디서, 무슨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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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2-09-26 06: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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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회사, '장애인 근로 사업장'이라고 부릅니다.
성공한 사업장의 상징이던 정립전자가 최근 파산 위기에 내몰리면서, 장애인 수백 명이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였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현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부터 돌아가는 생산 라인.
공정마다 '사람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얼핏 보면 보통의 공장과 다를 바 없지만, 생산직 대부분이 중증 장애인입니다.
일할 능력 있는 장애인들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장애인 근로 사업장'.
이곳은, 1989년부터 그걸 시도해 왔던 '정립전자'입니다.
[박진국/대리/23년 근무 : "그 당시에는 미래가 좀 보였죠. 내가 계획을 세워도 '아, 이건 할 수 있겠구나'. 결혼한다든가 집을 산다든가."]
삼성전자에도 납품하며 한때 연 매출 4백억 원대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5~6년 전부터 사세가 기울더니, 지난해엔 매출액이 40억 원대.
전성기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경영난은 코로나19 동안 더 심해졌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마스크 사업까지 확장했지만 큰 손실만 입었습니다.
올 들어 임금까지 체불 되면서, 최대 2백 명에 가까웠던 직원이 50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사원/25년 근무 : "최저임금이라도 나와서 저희가 일할 수 있으면 하는 게...저희는 아직 많이 불안한 상태예요."]
장애인도 비장애인만큼의 생산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긍지로 30여 년을 버텨왔지만,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자동화의 물결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성관/생산관리부 부장/23년 근무 : "다른 기업들처럼 똑같이 일을 해서 일한 만큼 벌어가는 게 목적이거든요. 저희랑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물량을 좀 주셨으면..."]
정립전자는 서울시에서 장애시설 지원금 8억 원 정도를 받지만, 부채액만 30억 원이 넘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상징성만으론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졌습니다.
[박진국/대리/23년 근무 : "잘 버티면 올해까지는 갈까. 일은 일대로 하고 월급 못 받으니까 직원들도 다 그만두잖아요."]
평생을 한 일터에 바쳐왔던 장애인들은, 이곳 말고 어디서, 무슨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KBS 뉴스 현예슬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
일할 능력이 있는 장애인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회사, '장애인 근로 사업장'이라고 부릅니다.
성공한 사업장의 상징이던 정립전자가 최근 파산 위기에 내몰리면서, 장애인 수백 명이 일터를 잃을 위기에 놓였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현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부터 돌아가는 생산 라인.
공정마다 '사람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얼핏 보면 보통의 공장과 다를 바 없지만, 생산직 대부분이 중증 장애인입니다.
일할 능력 있는 장애인들에게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하는 '장애인 근로 사업장'.
이곳은, 1989년부터 그걸 시도해 왔던 '정립전자'입니다.
[박진국/대리/23년 근무 : "그 당시에는 미래가 좀 보였죠. 내가 계획을 세워도 '아, 이건 할 수 있겠구나'. 결혼한다든가 집을 산다든가."]
삼성전자에도 납품하며 한때 연 매출 4백억 원대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5~6년 전부터 사세가 기울더니, 지난해엔 매출액이 40억 원대.
전성기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경영난은 코로나19 동안 더 심해졌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마스크 사업까지 확장했지만 큰 손실만 입었습니다.
올 들어 임금까지 체불 되면서, 최대 2백 명에 가까웠던 직원이 50여 명으로 줄었습니다.
[사원/25년 근무 : "최저임금이라도 나와서 저희가 일할 수 있으면 하는 게...저희는 아직 많이 불안한 상태예요."]
장애인도 비장애인만큼의 생산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긍지로 30여 년을 버텨왔지만, 급변하는 산업 환경과 자동화의 물결 속에서, 시대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성관/생산관리부 부장/23년 근무 : "다른 기업들처럼 똑같이 일을 해서 일한 만큼 벌어가는 게 목적이거든요. 저희랑 협업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물량을 좀 주셨으면..."]
정립전자는 서울시에서 장애시설 지원금 8억 원 정도를 받지만, 부채액만 30억 원이 넘습니다.
사회적 기업의 상징성만으론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졌습니다.
[박진국/대리/23년 근무 : "잘 버티면 올해까지는 갈까. 일은 일대로 하고 월급 못 받으니까 직원들도 다 그만두잖아요."]
평생을 한 일터에 바쳐왔던 장애인들은, 이곳 말고 어디서, 무슨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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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예슬 기자 yesye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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