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일본의 쇠락을 일본인만 모른다?”…엔저로 경제는 30년 ‘후퇴’·금리는 ‘역주행’

입력 2022.09.26 (18:03) 수정 2022.09.2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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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베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을 앞두고, 일본 내에서 고인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아베가 남긴 '최악의 유산'으로 "일본의 쇠락을 일본인들만 모르게 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글로벌 ET>에서 홍석우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누가 주장한 건가요?

일본 사람인가요?

[기자]

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입니다.

일본의 우경화를 줄곧 비판해 온 인물인데요.

이번엔 "지난 10년간 일본의 국력은 극적으로 쇠락해 왔지만, 많은 일본인이 이 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거나 가볍게 여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내용이 심상치 않네요.

국력이라면 경제력을 말하는 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교육예산 지출이나 성평등 지수 등 여러 부문에서 일본이 선진국들 가운데 최하위인데, 특히 '경제력'에서의 몰락이 뚜렷하다,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근거는, 전 세계 GDP에서 일본의 비중은 30년 새 1/3가량으로 줄었고, 1989년엔 글로벌 시가 총액 상위 50대 기업 중 일본 기업이 32개였지만 지금은 한 개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내 언론 자유가 낮아서 이런 사실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아무리 그래도 일본의 쇠락을 정작 일본인들이 몰랐다, 선뜻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

[기자]

아베 집권 이후 일본의 국력이 급격히 약해졌다는 게 우치다 다쓰루의 주장인데요.

아베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겁니다.

실상은 그런데도 아베노믹스가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포장되며 일본은 여전히 강대국이라는 '망상'에 안주하고 있다,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앵커]

'일본이 위기'라는 경고는 계속 나왔죠, 그래도 여전히 일본은 세계 3위 경제 대국이지 않나요?

[기자]

한때 일본 경제의 고속 성장을 보고 미국의 한 석학은 미국이 일본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이 "청나라 말기" 같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변화를 거부하다가 쇠락의 길을 걷는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건데요.

2010년 중국에 추월당해 경제 규모 세계 3위가 된 일본이 조만간 독일에도 따라잡혀서 곧 4위로 내려앉을 거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일본의 명목 GDP가 4조 달러를 밑도는 건 이른바 '거품 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1992년 이후 30년 만인데요.

결국, 일본 경제가 30년 전으로 후퇴했단 뜻인데, '엔저' 가 주요한 원인입니다.

올해 들어 엔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최근엔 1달러에 140엔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데요.

10년 전 5만 달러를 바라봤던 국민소득은 지난해 3만 달러대로 쪼그라들었고, 8월의 일본 무역수지는 1979년 이후 사상 '최대' 적자를 내는 등 경고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요즘 '킹 달러'로 엔화 환율은 더 떨어지는데 막상 일본은 금리 올릴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요?

[기자]

미 연준이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미국 기준금리가 3.25%가 됐는데요.

일본 중앙은행은 연준이 금리를 올린지 불과 9시간 만에 초저금리를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들어보시죠.

[구로다 하루히코/일본 중앙은행 총재/지난 22일 :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우리의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겁니다. 당분간 금리 인상 계획은 없습니다."]

[앵커]

일본이 저금리 고집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요?

[기자]

구로다 총재가 언급했는데요.

물가보다는 경기 침체가 더 걱정이라, 그렇답니다.

일본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2.8%가 올랐는데요.

일본 정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다섯 달 연속 웃돌았습니다.

일본은 다음 달 11일부터 외국인의 무비자 단기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했는데요.

이 역시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싼 엔화를 이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관광 수입을 늘리고 무역 적자도 줄이겠다는 겁니다.

[앵커]

과연 일본 정부의 뜻대로 될까요?

[기자]

글쎄요, 일단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원자재 등의 수입 가격이 더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내수 기업이나 가계에도 엔저는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일본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데요.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달러당 145엔대가 깨지자 24년 만에 엔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팔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초저금리를 고수하는 한, 외환 시장 개입만으론 역부족이란 지적입니다.

일본이 금리 못 올리는 진짜 이유는 '나랏빚'이 너무 많아서, 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일본의 국채 잔액은 천조 엔이 넘는데요.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금리가 1% 오를 경우 국채 이자 부담은 2025년 기준으로 3조 7천억 엔이 증가합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정책에 따라 국채를 찍어 경기 부양을 도모했는데, 이제는 재정 부담이 커져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린다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우리에게도 시사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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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일본의 쇠락을 일본인만 모른다?”…엔저로 경제는 30년 ‘후퇴’·금리는 ‘역주행’
    • 입력 2022-09-26 18:03:06
    • 수정2022-09-26 18:19:14
    통합뉴스룸ET
[앵커]

아베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을 앞두고, 일본 내에서 고인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요.

아베가 남긴 '최악의 유산'으로 "일본의 쇠락을 일본인들만 모르게 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글로벌 ET>에서 홍석우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누가 주장한 건가요?

일본 사람인가요?

[기자]

네,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입니다.

일본의 우경화를 줄곧 비판해 온 인물인데요.

이번엔 "지난 10년간 일본의 국력은 극적으로 쇠락해 왔지만, 많은 일본인이 이 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거나 가볍게 여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내용이 심상치 않네요.

국력이라면 경제력을 말하는 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교육예산 지출이나 성평등 지수 등 여러 부문에서 일본이 선진국들 가운데 최하위인데, 특히 '경제력'에서의 몰락이 뚜렷하다,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근거는, 전 세계 GDP에서 일본의 비중은 30년 새 1/3가량으로 줄었고, 1989년엔 글로벌 시가 총액 상위 50대 기업 중 일본 기업이 32개였지만 지금은 한 개뿐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내 언론 자유가 낮아서 이런 사실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아무리 그래도 일본의 쇠락을 정작 일본인들이 몰랐다, 선뜻 이해가 잘 안 가는데요?

[기자]

아베 집권 이후 일본의 국력이 급격히 약해졌다는 게 우치다 다쓰루의 주장인데요.

아베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겁니다.

실상은 그런데도 아베노믹스가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포장되며 일본은 여전히 강대국이라는 '망상'에 안주하고 있다,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앵커]

'일본이 위기'라는 경고는 계속 나왔죠, 그래도 여전히 일본은 세계 3위 경제 대국이지 않나요?

[기자]

한때 일본 경제의 고속 성장을 보고 미국의 한 석학은 미국이 일본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이 "청나라 말기" 같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변화를 거부하다가 쇠락의 길을 걷는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건데요.

2010년 중국에 추월당해 경제 규모 세계 3위가 된 일본이 조만간 독일에도 따라잡혀서 곧 4위로 내려앉을 거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일본의 명목 GDP가 4조 달러를 밑도는 건 이른바 '거품 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1992년 이후 30년 만인데요.

결국, 일본 경제가 30년 전으로 후퇴했단 뜻인데, '엔저' 가 주요한 원인입니다.

올해 들어 엔화 가치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최근엔 1달러에 140엔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데요.

10년 전 5만 달러를 바라봤던 국민소득은 지난해 3만 달러대로 쪼그라들었고, 8월의 일본 무역수지는 1979년 이후 사상 '최대' 적자를 내는 등 경고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요즘 '킹 달러'로 엔화 환율은 더 떨어지는데 막상 일본은 금리 올릴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요?

[기자]

미 연준이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미국 기준금리가 3.25%가 됐는데요.

일본 중앙은행은 연준이 금리를 올린지 불과 9시간 만에 초저금리를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들어보시죠.

[구로다 하루히코/일본 중앙은행 총재/지난 22일 : "통화 완화 정책을 유지하는 우리의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겁니다. 당분간 금리 인상 계획은 없습니다."]

[앵커]

일본이 저금리 고집하는 이유가 대체 뭔가요?

[기자]

구로다 총재가 언급했는데요.

물가보다는 경기 침체가 더 걱정이라, 그렇답니다.

일본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 대비 2.8%가 올랐는데요.

일본 정부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다섯 달 연속 웃돌았습니다.

일본은 다음 달 11일부터 외국인의 무비자 단기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했는데요.

이 역시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습니다.

싼 엔화를 이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해 관광 수입을 늘리고 무역 적자도 줄이겠다는 겁니다.

[앵커]

과연 일본 정부의 뜻대로 될까요?

[기자]

글쎄요, 일단 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원자재 등의 수입 가격이 더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내수 기업이나 가계에도 엔저는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일본 정부도 이를 모르지 않는데요.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달러당 145엔대가 깨지자 24년 만에 엔화를 사들이고 달러를 팔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초저금리를 고수하는 한, 외환 시장 개입만으론 역부족이란 지적입니다.

일본이 금리 못 올리는 진짜 이유는 '나랏빚'이 너무 많아서, 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재 일본의 국채 잔액은 천조 엔이 넘는데요.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금리가 1% 오를 경우 국채 이자 부담은 2025년 기준으로 3조 7천억 엔이 증가합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정책에 따라 국채를 찍어 경기 부양을 도모했는데, 이제는 재정 부담이 커져 금리를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린다는 겁니다.

[앵커]

그렇군요, 우리에게도 시사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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