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마약 소포 같다고 3번이나 신고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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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은 한해 200만 명 가까운 우리 국민이 찾는 나라입니다. 이런 태국이 갑자기 대마초를 합법화했더니 관심도 많고 우려도 이어집니다. 태국 다녀오면 인천 공항에서 선별 체모 검사를 한다거나, 방콕 도심에 대마초를 피우다 눈풀린 한국관광객들이 활보한다는 기사까지 이어집니다. 어디까지 사실일까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한국으로 향하는 '마약 택배'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1.선별검사
하지 않습니다. 관세청 담당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태국을 다녀온 관광객이라고 특별히 더 강화된 대마초 검사"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체모 검사는 쉽지도 않고 원칙적으로 관세청이 아닌 경찰의 업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미국 뉴욕이나 LA, 캐나다, 또 상당수 유럽국가들이 모두 대마초가 합법화된 상황에서 굳이 태국만 따로 검사를 강화할 명분도 없습니다.
2.방콕에서 음식 먹을 때 "대마초 빼주세요"를 외쳐야 한다?
방콕의 식당에는 대마초를 넣는 메뉴가 많고,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대마초를 먹을 수 있다는 기사도 많습니다. 실제 일부 방콕의 유명 로컬식당이 대마초를 넣어 유명해진 적이 있는데, 논란이 되자 '대마초가 들어간다'는 표기를 다 써붙였더군요. 태국 언론에서 논란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태국인들도 대마초에 여전히 민감하다는 반증입니다. 실제 불과 몇달전까지 태국 정부는 대마초 사범을 대부분 구속 수사했습니다.
그러니 한국 관광객이 이들 태국인들이 자주 찾는 로컬 식당에서 자신도 모르게 대마초가 들어간 음식을 먹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몇몇 유투브방송은 태국에서 음식을 주문할때 "대마초를 빼주세요! 마이 싸이 칸차 ไม่ใส่กัญชา"를 외쳐야 한다는데, 현실과는 크게 다릅니다. 마치 LA는 총기사고가 흔해서 길을 걸을때 방탄조끼를 입어야 한다는 말로 들립니다.
3.진짜 문제는 한국으로 배달되는 마약 소포들
한국에 체류하는 태국인이 16만여 명(이중 불법체류가 14만여 명)이나 됩니다. 이들 대부분은 신고된 거주지가 없기 때문에 소포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이들을 위해 가짜 주소를 제공해주는 택배회사가 방콕에만 15곳 가량 난립해 있습니다. 장사가 너무 잘됩니다.
이들 택배회사들은 한국인들이 불법 대여한 가짜 주소지로 택배를 보내준다며 페이스북 등에 공개적으로 광고합니다. (한국인들은 이렇게 이름과 주소를 빌려주고 1건당 300바트 우리돈 1만원 정도를 받습니다. 하루 수십건 씩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제공해주는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하루 수천여 건의 택배가 이런식으로 태국에서 한국의 차명 주소로 배달됩니다. 이중 일부는 필로폰 등 마약류로 과자나 화장품 케이스에 담겨 보내집니다. 워낙 물량이 급증해 관세청이 일일이 내용물을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설령 세관에서 확인이 된다고 해도 마약을 보낸 사람과 현지에서 받는 수취인이 차명이기 때문에 수사도 어렵습니다.
4.마약 택배물량이 얼마나 많길래...
태국의 한 택배업체는 "딱 봐도 마약소포인데 관세청만 모른다"고 말합니다. 일단 한국 식품이나 의류 등을 태국에서 보내는 경우는 십중팔구 의심스러운 소포입니다(한국 식품을 왜 태국에서 구입해 한국으로 보내겠는가...). 또 운송비를 무통장 입금하는 경우도 상당수가 마약류 소포입니다(태국 젊은이들은 소액도 대부분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송금한다. 무통장 입금은 매우 드물다).
택배업을 하는 A씨는 지난 2월 태국 경찰로부터 자신의 택배사를 통해 한국으로 발송된 택배중에 마약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후 의심되는 택배를 계속 신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온수기가 들어있는 택배가 의심스러워 신고했는데(태국사람이 굳이 태국에서 온수기를 구입해 한국에 보낼 필요가 있을까?) 역시 온수기 동파이프 안에서 필로폰이 발견됐습니다.
의심가는 소포를 지목하면 십중팔구 마약이 들어있을 정도로 마약 소포가 한국으로 밀려들고 있습니다. 역시 방콕에서 택배회사를 운영하는 B씨는 지난달 한국으로 가는 과자 택배에 대한 운송비가 무통장 입금 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의심스러워 택배를 보낸 사람의 CCTV를 확인했더니 택시에서 내린 한 청년이 택배사무실에 들어오지 않고 입구에 슬그머니 택배를 두고 간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신고했더니 역시 MDMA(엑스터시)가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이 마약이 적발된 뒤에도 또 동일한 태국인이 또다른 마약 소포를 보내기 위해 다시 해당 택배사를 찾았습니다. 워낙 많은 양의 마약류를 소량으로 포장한 뒤 다양한 채널로 보내기 때문에, 일부 적발이 돼도 주저없이 다시 보내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5. 3번이나 신고했는데...
방콕에서 택배업을 하는 A씨는 올 초부터 여러 차례 관계기관에 이같은 실태를 제보하고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관세청에는 3번이나 신고했지만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A씨는 "구체적인 사안을 제보해도 관계기관끼리 정보공유가 되지 않아서 번번히 검거에 실패했다"고 밝혔습니다.
워낙 한국으로 보내지는 마약류 소포가 급증하면서 한국 경찰에 적발되는 소포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서울 동작경찰서가 올해 이런식으로 적발한 태국인만 43명, 이중 23명이 구속됐습니다. 압수된 필로폰만 1.37㎏(시가 60억원 상당)나 됩니다. 지난달 경기북부청 마약수사대가 적발한 소포에는 필로폰이 4.3kg이나 들어있었습니다. 모두 51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지난 7월에는 충북경찰청이 태국에서 택배로 온 마약류를 다량 적발했는데, 크라톰 1만 여 포가 허브차로 포장돼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태국 마약의 공습입니다. '크라톰'과 '야바(합성 마약)'같은 싸구려 마약도 갈수록 밀수량이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택배로 포장돼 한국으로 보내집니다. 이곳 방콕 클럽 등에서 50바트 (2천원 정도)에 팔리는 합성 마약인 '야바'는 한국에서 10만원 정도에 팔려나갑니다.
태국 마약상들에게 한국은 그야말로 신흥 시장입니다. 차명 주소와 택배를 이용한 마약 밀수는 과거 여행객이 직접 마약을 운반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비용도 저렴합니다. 단속의 손길은 여전히 멀리 있습니다. 태국 관광길에 오른 한국 관광객들이 '대마초가 담긴 음식'을 걱정하고 있지만, 정작 오늘도 마약을 담은 택배가 한국으로 밀려들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검거된 외국인 마약사범 1,600여명 중에 태국인은 888명입니다. (자료 검찰 마약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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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리포트] “마약 소포 같다고 3번이나 신고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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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9-27 11:09:27
- 수정2022-09-28 10:53:58
1.선별검사
하지 않습니다. 관세청 담당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태국을 다녀온 관광객이라고 특별히 더 강화된 대마초 검사"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체모 검사는 쉽지도 않고 원칙적으로 관세청이 아닌 경찰의 업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미국 뉴욕이나 LA, 캐나다, 또 상당수 유럽국가들이 모두 대마초가 합법화된 상황에서 굳이 태국만 따로 검사를 강화할 명분도 없습니다.
2.방콕에서 음식 먹을 때 "대마초 빼주세요"를 외쳐야 한다?
방콕의 식당에는 대마초를 넣는 메뉴가 많고,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대마초를 먹을 수 있다는 기사도 많습니다. 실제 일부 방콕의 유명 로컬식당이 대마초를 넣어 유명해진 적이 있는데, 논란이 되자 '대마초가 들어간다'는 표기를 다 써붙였더군요. 태국 언론에서 논란이 된다는 사실 자체가 태국인들도 대마초에 여전히 민감하다는 반증입니다. 실제 불과 몇달전까지 태국 정부는 대마초 사범을 대부분 구속 수사했습니다.
그러니 한국 관광객이 이들 태국인들이 자주 찾는 로컬 식당에서 자신도 모르게 대마초가 들어간 음식을 먹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몇몇 유투브방송은 태국에서 음식을 주문할때 "대마초를 빼주세요! 마이 싸이 칸차 ไม่ใส่กัญชา"를 외쳐야 한다는데, 현실과는 크게 다릅니다. 마치 LA는 총기사고가 흔해서 길을 걸을때 방탄조끼를 입어야 한다는 말로 들립니다.
3.진짜 문제는 한국으로 배달되는 마약 소포들
한국에 체류하는 태국인이 16만여 명(이중 불법체류가 14만여 명)이나 됩니다. 이들 대부분은 신고된 거주지가 없기 때문에 소포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이들을 위해 가짜 주소를 제공해주는 택배회사가 방콕에만 15곳 가량 난립해 있습니다. 장사가 너무 잘됩니다.
이들 택배회사들은 한국인들이 불법 대여한 가짜 주소지로 택배를 보내준다며 페이스북 등에 공개적으로 광고합니다. (한국인들은 이렇게 이름과 주소를 빌려주고 1건당 300바트 우리돈 1만원 정도를 받습니다. 하루 수십건 씩 자신의 이름과 주소를 제공해주는 한국인들이 있습니다).
하루 수천여 건의 택배가 이런식으로 태국에서 한국의 차명 주소로 배달됩니다. 이중 일부는 필로폰 등 마약류로 과자나 화장품 케이스에 담겨 보내집니다. 워낙 물량이 급증해 관세청이 일일이 내용물을 확인하기도 어렵습니다. 설령 세관에서 확인이 된다고 해도 마약을 보낸 사람과 현지에서 받는 수취인이 차명이기 때문에 수사도 어렵습니다.
4.마약 택배물량이 얼마나 많길래...
태국의 한 택배업체는 "딱 봐도 마약소포인데 관세청만 모른다"고 말합니다. 일단 한국 식품이나 의류 등을 태국에서 보내는 경우는 십중팔구 의심스러운 소포입니다(한국 식품을 왜 태국에서 구입해 한국으로 보내겠는가...). 또 운송비를 무통장 입금하는 경우도 상당수가 마약류 소포입니다(태국 젊은이들은 소액도 대부분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송금한다. 무통장 입금은 매우 드물다).
택배업을 하는 A씨는 지난 2월 태국 경찰로부터 자신의 택배사를 통해 한국으로 발송된 택배중에 마약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후 의심되는 택배를 계속 신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온수기가 들어있는 택배가 의심스러워 신고했는데(태국사람이 굳이 태국에서 온수기를 구입해 한국에 보낼 필요가 있을까?) 역시 온수기 동파이프 안에서 필로폰이 발견됐습니다.
의심가는 소포를 지목하면 십중팔구 마약이 들어있을 정도로 마약 소포가 한국으로 밀려들고 있습니다. 역시 방콕에서 택배회사를 운영하는 B씨는 지난달 한국으로 가는 과자 택배에 대한 운송비가 무통장 입금 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의심스러워 택배를 보낸 사람의 CCTV를 확인했더니 택시에서 내린 한 청년이 택배사무실에 들어오지 않고 입구에 슬그머니 택배를 두고 간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신고했더니 역시 MDMA(엑스터시)가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이 마약이 적발된 뒤에도 또 동일한 태국인이 또다른 마약 소포를 보내기 위해 다시 해당 택배사를 찾았습니다. 워낙 많은 양의 마약류를 소량으로 포장한 뒤 다양한 채널로 보내기 때문에, 일부 적발이 돼도 주저없이 다시 보내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5. 3번이나 신고했는데...
방콕에서 택배업을 하는 A씨는 올 초부터 여러 차례 관계기관에 이같은 실태를 제보하고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관세청에는 3번이나 신고했지만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A씨는 "구체적인 사안을 제보해도 관계기관끼리 정보공유가 되지 않아서 번번히 검거에 실패했다"고 밝혔습니다.
워낙 한국으로 보내지는 마약류 소포가 급증하면서 한국 경찰에 적발되는 소포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서울 동작경찰서가 올해 이런식으로 적발한 태국인만 43명, 이중 23명이 구속됐습니다. 압수된 필로폰만 1.37㎏(시가 60억원 상당)나 됩니다. 지난달 경기북부청 마약수사대가 적발한 소포에는 필로폰이 4.3kg이나 들어있었습니다. 모두 51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입니다.
지난 7월에는 충북경찰청이 태국에서 택배로 온 마약류를 다량 적발했는데, 크라톰 1만 여 포가 허브차로 포장돼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태국 마약의 공습입니다. '크라톰'과 '야바(합성 마약)'같은 싸구려 마약도 갈수록 밀수량이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택배로 포장돼 한국으로 보내집니다. 이곳 방콕 클럽 등에서 50바트 (2천원 정도)에 팔리는 합성 마약인 '야바'는 한국에서 10만원 정도에 팔려나갑니다.
태국 마약상들에게 한국은 그야말로 신흥 시장입니다. 차명 주소와 택배를 이용한 마약 밀수는 과거 여행객이 직접 마약을 운반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비용도 저렴합니다. 단속의 손길은 여전히 멀리 있습니다. 태국 관광길에 오른 한국 관광객들이 '대마초가 담긴 음식'을 걱정하고 있지만, 정작 오늘도 마약을 담은 택배가 한국으로 밀려들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검거된 외국인 마약사범 1,600여명 중에 태국인은 888명입니다. (자료 검찰 마약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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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장 기자 kim9@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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