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지옥 ‘삼청교육대’…국가 사과 안한 이유는?

입력 2022.09.28 (00:05) 수정 2022.09.2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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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질곡 깊은 우리 현대사 피해자의 상처를 씻어주고자,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활동중입니다.

그런데 2기 진실화해위가 진상 규명한 사건들에 대해 정부에 보내는 '권고'들, 정작 잘 이행될지, 우려가 있는데요.

KBS가 2010년 활동을 끝낸 1기 진실화해위의 권고들 이행 상황들, 문서를 확보해 점검해 봤더니, 그 중 258건이,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 중에 '삼청교육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김성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했던' 훈련...

짧은 머리의 이 남성들은 '군인'도 아니었습니다.

[이적/삼청교육대 피해자 : "맞아 죽거나 또 탈출하다가 총에 맞아 죽거나 또 그리고 굶어 밥을 못 먹어서 죽거나 하는 이런 것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검은 과거를 씻고."

"땀을 배우는 인간교육장."

"불량배의 성병을 치료해주고, 인간적 접근" 까지 해주는 곳...

그렇게 포장됐지만, 실상은 '생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불량배 소탕이라는 미명 하에, 일반 시민과 학생까지 끌려갔습니다.

삼청교육대에서 자행된 폭력과 인권 유린에 대해, 국가는 수십 년 동안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9/1995년 12월 : "진실규명을 위해 수백 번의 집회와 소송이 계속됐지만..."]

2010년이 되어서야,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피해자 17명에 대한 인권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국가가 사과하라"는 권고도, 그때 처음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12년...

피해자들은 그 사과를 받았을까?

[최○○/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국가가 사과하라고 돼 있는데 사과받으신 적 있으세요?) 없죠. (진실화해위) 인정서 하나만 달랑 우편물로 날아오면 그걸로 끝이었어요."]

[정○○/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사과 서한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이게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온 게 이게 다예요."]

'사과'가 왜 없었는지, KBS가 '권고 이행 현황' 문서를 확보해, 들여다봤습니다.

"진정인 사망 등으로 사과 이행 불가."

군이 적어놓은 짤막한 사유였습니다.

그렇다면 사망하지 않은 사람, 엄연히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에 대해선 왜 사과를 안 했는가?

KBS 질의에, 국방부는 "연락처와 주소를 몰라서 그랬다"고 해명했습니다.

[최○○/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거짓말이에요. 그 주소에서만 오래 살았는데. 한 주소에서. 옮기지도 않았어요."]

군은 이제라도 피해 회복과 사과에 힘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평생을 후유증 속에 살아온 피해자들은 이미 '체념'에 익숙해진 상태입니다.

[정○○/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지금 와서 한다고 되겠어요? 벌써 몇십 년 지나가지고 그 사람들이 이렇게 해주면 좋겠지만..."]

KBS 뉴스 김성숩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서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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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지옥 ‘삼청교육대’…국가 사과 안한 이유는?
    • 입력 2022-09-28 00:05:16
    • 수정2022-09-28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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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질곡 깊은 우리 현대사 피해자의 상처를 씻어주고자,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활동중입니다.

그런데 2기 진실화해위가 진상 규명한 사건들에 대해 정부에 보내는 '권고'들, 정작 잘 이행될지, 우려가 있는데요.

KBS가 2010년 활동을 끝낸 1기 진실화해위의 권고들 이행 상황들, 문서를 확보해 점검해 봤더니, 그 중 258건이, 지금까지도 이행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 중에 '삼청교육대'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김성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멸공의 횃불 아래 목숨을 건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했던' 훈련...

짧은 머리의 이 남성들은 '군인'도 아니었습니다.

[이적/삼청교육대 피해자 : "맞아 죽거나 또 탈출하다가 총에 맞아 죽거나 또 그리고 굶어 밥을 못 먹어서 죽거나 하는 이런 것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검은 과거를 씻고."

"땀을 배우는 인간교육장."

"불량배의 성병을 치료해주고, 인간적 접근" 까지 해주는 곳...

그렇게 포장됐지만, 실상은 '생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불량배 소탕이라는 미명 하에, 일반 시민과 학생까지 끌려갔습니다.

삼청교육대에서 자행된 폭력과 인권 유린에 대해, 국가는 수십 년 동안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9/1995년 12월 : "진실규명을 위해 수백 번의 집회와 소송이 계속됐지만..."]

2010년이 되어서야, 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피해자 17명에 대한 인권 침해를 인정했습니다.

"국가가 사과하라"는 권고도, 그때 처음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12년...

피해자들은 그 사과를 받았을까?

[최○○/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국가가 사과하라고 돼 있는데 사과받으신 적 있으세요?) 없죠. (진실화해위) 인정서 하나만 달랑 우편물로 날아오면 그걸로 끝이었어요."]

[정○○/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사과 서한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이게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온 게 이게 다예요."]

'사과'가 왜 없었는지, KBS가 '권고 이행 현황' 문서를 확보해, 들여다봤습니다.

"진정인 사망 등으로 사과 이행 불가."

군이 적어놓은 짤막한 사유였습니다.

그렇다면 사망하지 않은 사람, 엄연히 생존해 있는 피해자들에 대해선 왜 사과를 안 했는가?

KBS 질의에, 국방부는 "연락처와 주소를 몰라서 그랬다"고 해명했습니다.

[최○○/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거짓말이에요. 그 주소에서만 오래 살았는데. 한 주소에서. 옮기지도 않았어요."]

군은 이제라도 피해 회복과 사과에 힘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평생을 후유증 속에 살아온 피해자들은 이미 '체념'에 익숙해진 상태입니다.

[정○○/삼청교육대 피해자/1기 진실화해위 진정인 : "지금 와서 한다고 되겠어요? 벌써 몇십 년 지나가지고 그 사람들이 이렇게 해주면 좋겠지만..."]

KBS 뉴스 김성숩니다.

촬영기자:황종원/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서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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