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활의 자존심을 지키다…‘궁장’ 김동원

입력 2022.09.29 (19:37) 수정 2022.09.29 (19:5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활과 화살을 만드는 기능과 장인을 일컫는 ‘궁시장’은 활을 만드는 궁장(弓匠)과 화살을 만드는 시장(矢匠)으로 나뉘는데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다 수요가 없어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궁장을 경남인에서 만납니다.

[리포트]

용도를 가늠하기 힘든 연장과 재료가 즐비한 공방.

3천5백 번의 손길 끝에 이곳에서 전통 활이 부활합니다.

["반듯하게 참 잘 된 활입니다."]

누가 알아봐주지 않아도 묵묵히 호국 병기 활을 지켜온 김동원 씨는 경남 유일의 궁장입니다.

김동원 씨의 활 제작 작업이 한창입니다.

95% 이상의 공정 끝에 줄로 다듬으며 균형을 잡는 해궁작업인데요.

본능적인 손의 감각과 기술이 활의 성능을 결정합니다.

[김동원/궁장 : "센 부분을 이렇게 깎아서 균형을 맞춰주는 거예요."]

전통방식 그대로 제대로 된 활을 만들기 위해 모든 재료를 직접 구해서 씁니다.

민어 부레는 직접 손질해 건조 후 접착제로 쓰는데요.

작업 전 과정에 없어선 안 될 재룝니다.

["없으면 활 제작이 아예 안 됩니다. 이 부레의 농도에 따라서 활의 성능을 좌우되거든요."]

풀을 쒀서 보관이 쉽게 굳힌 부레풀을 비롯해 활 만드는 재료와 공정은 수월한 것이 없습니다.

활의 양 끝, 꼬지에는 단단하면서 탄력 있는 뽕나무를 쓰는데요,

산에서 직접 구한 나무를 잘라 불에 찐 뒤 1년간 고정시켜 모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동원/궁장 : "하루 동안 물에 담가 놨다가 불에 굽습니다. 대나무가 기본 뼈대라고 보시면 돼요."]

역시 휜 상태로 1년간 말린 대나무는 부레풀을 이용해 꼬지와 연결하고, 현을 거는 부위를 깎는 연소작업에 들어갑니다.

["끝을 연소, 제비 꼬리 같이 만들었다고 해서..."]

활의 중심부, 대 마디에는 단단한 상수리나무로 대립목을 붙이는데요.

활의 척추 역할을 하는 중요한 부위입니다.

["모든 활의 파워는 대립목에서 다 나옵니다. (붙인 뒤) 자귀를 가지고 다 깎아내고..."]

물소 뿔을 붙이는 부각작업은 뿔을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것이 관건.

일일이 홈을 파는 사련을 거쳐 스무 번 이상 민어풀을 바릅니다.

이어서 뒤 깎기로 전체를 갈아낸 뒤 쇠심줄을 붙이는데요.

활 하나에 소 한 마리 반 분량의 쇠심줄이 들어갑니다.

["소뿔은 순간적으로 탄력을 내면서 아주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 쇠심줄은 끊어지지 않게끔 에너지를 딱 머물렀다가 순간적으로 탕 터지게 하는 서로 결합해주는 역할..."]

자작나무 껍질을 벗겨낸 화피는 습기로부터 활의 변형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요.

모든 재료엔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활의 현을 걸 꼬지를 깎고 줄로 갈고 다듬으며 활의 균형을 맞추는 해궁작업이 끝나면 이 상태에서 습기를 완전히 제거합니다.

[김동원/궁장 : "이렇게 보면 꼬지가 반듯하게 되어 있어요. 이게 휜 데가 없이. 그리고 이렇게 당겨보면 깐깐하게 표가 나거든요."]

깐깐한 손끝으로 전통 활을 지켜온 자부심이 큰 반면, 까다로운 공정 때문에 기술을 배우려는 이들이 없다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김동원/궁장 : "수천 년 내려오는 우리 전통문화인데 요즘 이걸 만들어서 생계유지도 힘들고 또 만들기도 힘들고..."]

백 년을 견딘 활 등 궁장에게 활은 민족의 자존심.

제대로 된 활을 만들기 위해 작업대와 연장 역시 궁장이 직접 만든 겁니다.

["모양도 잡고 시위도 걸기 쉽게끔, 활이 어떻게 틀어졌느냐 어떻게 돌아갔느냐를 보고 그럼 이걸 억지로 발밑에서 약간 바르게 해줍니다."]

활에 걸 현을 만들고 나면 비로소 활 하나가 완성되는데요.

선조들의 기상과 전통을 지킨다는 마음 때문에 장인은 작업대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나라를 지킨 호국 무예 중심엔 활이 있었습니다.

["지켜야 할 우리 선조들의 정말 좋은 유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활입니다. 우리 활이. 그래서 그걸 조금이라도 인식하시고 가까이 좀 접해줬으면..."]

세계 제일의 활을 지키는 궁장의 고집이 강인하고 유연한 우리 활을 닮았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경남人] 활의 자존심을 지키다…‘궁장’ 김동원
    • 입력 2022-09-29 19:37:48
    • 수정2022-09-29 19:50:00
    뉴스7(창원)
[앵커]

활과 화살을 만드는 기능과 장인을 일컫는 ‘궁시장’은 활을 만드는 궁장(弓匠)과 화살을 만드는 시장(矢匠)으로 나뉘는데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데다 수요가 없어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궁장을 경남인에서 만납니다.

[리포트]

용도를 가늠하기 힘든 연장과 재료가 즐비한 공방.

3천5백 번의 손길 끝에 이곳에서 전통 활이 부활합니다.

["반듯하게 참 잘 된 활입니다."]

누가 알아봐주지 않아도 묵묵히 호국 병기 활을 지켜온 김동원 씨는 경남 유일의 궁장입니다.

김동원 씨의 활 제작 작업이 한창입니다.

95% 이상의 공정 끝에 줄로 다듬으며 균형을 잡는 해궁작업인데요.

본능적인 손의 감각과 기술이 활의 성능을 결정합니다.

[김동원/궁장 : "센 부분을 이렇게 깎아서 균형을 맞춰주는 거예요."]

전통방식 그대로 제대로 된 활을 만들기 위해 모든 재료를 직접 구해서 씁니다.

민어 부레는 직접 손질해 건조 후 접착제로 쓰는데요.

작업 전 과정에 없어선 안 될 재룝니다.

["없으면 활 제작이 아예 안 됩니다. 이 부레의 농도에 따라서 활의 성능을 좌우되거든요."]

풀을 쒀서 보관이 쉽게 굳힌 부레풀을 비롯해 활 만드는 재료와 공정은 수월한 것이 없습니다.

활의 양 끝, 꼬지에는 단단하면서 탄력 있는 뽕나무를 쓰는데요,

산에서 직접 구한 나무를 잘라 불에 찐 뒤 1년간 고정시켜 모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동원/궁장 : "하루 동안 물에 담가 놨다가 불에 굽습니다. 대나무가 기본 뼈대라고 보시면 돼요."]

역시 휜 상태로 1년간 말린 대나무는 부레풀을 이용해 꼬지와 연결하고, 현을 거는 부위를 깎는 연소작업에 들어갑니다.

["끝을 연소, 제비 꼬리 같이 만들었다고 해서..."]

활의 중심부, 대 마디에는 단단한 상수리나무로 대립목을 붙이는데요.

활의 척추 역할을 하는 중요한 부위입니다.

["모든 활의 파워는 대립목에서 다 나옵니다. (붙인 뒤) 자귀를 가지고 다 깎아내고..."]

물소 뿔을 붙이는 부각작업은 뿔을 단단하게 고정시키는 것이 관건.

일일이 홈을 파는 사련을 거쳐 스무 번 이상 민어풀을 바릅니다.

이어서 뒤 깎기로 전체를 갈아낸 뒤 쇠심줄을 붙이는데요.

활 하나에 소 한 마리 반 분량의 쇠심줄이 들어갑니다.

["소뿔은 순간적으로 탄력을 내면서 아주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역할, 쇠심줄은 끊어지지 않게끔 에너지를 딱 머물렀다가 순간적으로 탕 터지게 하는 서로 결합해주는 역할..."]

자작나무 껍질을 벗겨낸 화피는 습기로부터 활의 변형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요.

모든 재료엔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활의 현을 걸 꼬지를 깎고 줄로 갈고 다듬으며 활의 균형을 맞추는 해궁작업이 끝나면 이 상태에서 습기를 완전히 제거합니다.

[김동원/궁장 : "이렇게 보면 꼬지가 반듯하게 되어 있어요. 이게 휜 데가 없이. 그리고 이렇게 당겨보면 깐깐하게 표가 나거든요."]

깐깐한 손끝으로 전통 활을 지켜온 자부심이 큰 반면, 까다로운 공정 때문에 기술을 배우려는 이들이 없다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김동원/궁장 : "수천 년 내려오는 우리 전통문화인데 요즘 이걸 만들어서 생계유지도 힘들고 또 만들기도 힘들고..."]

백 년을 견딘 활 등 궁장에게 활은 민족의 자존심.

제대로 된 활을 만들기 위해 작업대와 연장 역시 궁장이 직접 만든 겁니다.

["모양도 잡고 시위도 걸기 쉽게끔, 활이 어떻게 틀어졌느냐 어떻게 돌아갔느냐를 보고 그럼 이걸 억지로 발밑에서 약간 바르게 해줍니다."]

활에 걸 현을 만들고 나면 비로소 활 하나가 완성되는데요.

선조들의 기상과 전통을 지킨다는 마음 때문에 장인은 작업대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나라를 지킨 호국 무예 중심엔 활이 있었습니다.

["지켜야 할 우리 선조들의 정말 좋은 유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활입니다. 우리 활이. 그래서 그걸 조금이라도 인식하시고 가까이 좀 접해줬으면..."]

세계 제일의 활을 지키는 궁장의 고집이 강인하고 유연한 우리 활을 닮았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창원-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