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美 “비만·굶주림과 전쟁”…뚱뚱해지는 지구

입력 2022.09.30 (10:51) 수정 2022.09.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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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적으로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많은 국가가 비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에선 역설적이게도 비만과 굶주림이 동시에 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미국이 비만은 물론 기아 문제도 겪고 있다고요?

[기자]

네, '잘 사는 나라' 미국에서 기아가 웬 말이냐 싶으실텐데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식량안보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2030년까지 비만을 줄이고 동시에 기아를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백악관 차원에서 식량 안보 회의를 한 건 50여 년 만이라서,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만과 굶주림은 상반된 현상이지만, 그 원인은 같은 경우가 많은데요.

바로 가난입니다.

가난할수록 싸고 건강하지 않은 이른바 '정크푸드'를 먹게 되기 쉽죠.

굶주리는 저소득층이 많아지면 비만 인구가 늘어날 확률도 높아지는 겁니다.

오랜 팬데믹 여파와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최근 미국 경기가 나빠진 게 미국인들의 체중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시민 :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식료품을 살 때 신중하게 결정해요. 같은 돈이라면 건강한 음식을 사고 싶어요. 최근엔 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보기만 해요."]

지난해 기준으로 15살 이상 미국인 가운데 비만인 사람은 73%에 달해, OECD 국가 중 2위라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이와 동시에 미국 가정의 10%는 식량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라고 백악관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무료 급식을 늘리고 식료품점이 너무 먼 사람들을 위해 이동 수단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더욱 건강한 식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OECD 비만율 2위라니 미국 대통령이 50여 년 만에 직접 나선 이유가 있었네요.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도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죠?

[기자]

네, 세계비만연맹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30년에는 전 세계 성인 비만 인구가 1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2010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수치로, 전 세계 성인의 18%가 비만이 되는 겁니다.

성별로 보면 여성 5명 중 1명, 남성은 7명 중 1명꼴입니다.

가난할수록 뚱뚱하다는 사실은 국가 범위로 확대해 봐도 증명되는데요.

저소득국가에서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는 전체 국가 평균보다 빨라서, 2030년까지 미국의 비만 인구 증가율은 50%인 반면, 아프리카는 2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요?

[기자]

네, 비만이 개인에게 각종 질병을 일으킬 뿐 아니라 세계 경제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금 같은 추세로 비만 인구가 늘어날 경우, 2060년에는 전 세계 GDP의 3.3%를 손해 보게 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비만이 늘면 의료비 등 비용은 더 들고 조기 사망 등으로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이를 총체적으로 고려하면 손실이라는 겁니다.

현재도 비만으로 전 세계 GDP의 2% 넘게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현재의 비만 추세가 이어질 때 나라별로 얼마나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을지도 예측했는데요.

중국과 미국, 인도가 특히 타격이 컸는데, 2060년 기준으로 중국은 무려 10조 달러, 우리 돈 1경 천조 원이 넘게 손해를 볼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사람이 과도하게 살이 찌면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처럼 지구도 뚱뚱해질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 같네요.

[기자]

네, 비만이 단순히 뚱뚱한 사람을 비난하고 말 문제가 아니라는 거겠죠.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자라온 환경도 비만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쉽게 살이 찔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사회나 국가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줄리앤 윌리엄스/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 : "단순히 사람들에게 행동을 바꾸라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정책적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당 음료나 설탕이 든 음료에 세금을 매기는 것, 특히 아이들을 상대로 한 광고에 제한을 두는 것 등이 필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비만 인구가 급증하는 것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하는데요.

지방과 당이 많이 든 음식은 가격을 올리거나, 비만 치료나 영양 상담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회적, 상업적 측면에서도 비만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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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美 “비만·굶주림과 전쟁”…뚱뚱해지는 지구
    • 입력 2022-09-30 10:51:57
    • 수정2022-09-30 11: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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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적으로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많은 국가가 비만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에선 역설적이게도 비만과 굶주림이 동시에 늘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미국이 비만은 물론 기아 문제도 겪고 있다고요?

[기자]

네, '잘 사는 나라' 미국에서 기아가 웬 말이냐 싶으실텐데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식량안보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2030년까지 비만을 줄이고 동시에 기아를 없애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백악관 차원에서 식량 안보 회의를 한 건 50여 년 만이라서,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만과 굶주림은 상반된 현상이지만, 그 원인은 같은 경우가 많은데요.

바로 가난입니다.

가난할수록 싸고 건강하지 않은 이른바 '정크푸드'를 먹게 되기 쉽죠.

굶주리는 저소득층이 많아지면 비만 인구가 늘어날 확률도 높아지는 겁니다.

오랜 팬데믹 여파와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최근 미국 경기가 나빠진 게 미국인들의 체중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국 시민 :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식료품을 살 때 신중하게 결정해요. 같은 돈이라면 건강한 음식을 사고 싶어요. 최근엔 돈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그냥 보기만 해요."]

지난해 기준으로 15살 이상 미국인 가운데 비만인 사람은 73%에 달해, OECD 국가 중 2위라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이와 동시에 미국 가정의 10%는 식량 수급이 불안정한 상태라고 백악관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무료 급식을 늘리고 식료품점이 너무 먼 사람들을 위해 이동 수단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더욱 건강한 식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OECD 비만율 2위라니 미국 대통령이 50여 년 만에 직접 나선 이유가 있었네요.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도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죠?

[기자]

네, 세계비만연맹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30년에는 전 세계 성인 비만 인구가 1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2010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수치로, 전 세계 성인의 18%가 비만이 되는 겁니다.

성별로 보면 여성 5명 중 1명, 남성은 7명 중 1명꼴입니다.

가난할수록 뚱뚱하다는 사실은 국가 범위로 확대해 봐도 증명되는데요.

저소득국가에서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는 전체 국가 평균보다 빨라서, 2030년까지 미국의 비만 인구 증가율은 50%인 반면, 아프리카는 20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비만 인구가 늘어나는 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요?

[기자]

네, 비만이 개인에게 각종 질병을 일으킬 뿐 아니라 세계 경제도 병들게 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지금 같은 추세로 비만 인구가 늘어날 경우, 2060년에는 전 세계 GDP의 3.3%를 손해 보게 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비만이 늘면 의료비 등 비용은 더 들고 조기 사망 등으로 생산성은 떨어지는데, 이를 총체적으로 고려하면 손실이라는 겁니다.

현재도 비만으로 전 세계 GDP의 2% 넘게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현재의 비만 추세가 이어질 때 나라별로 얼마나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을지도 예측했는데요.

중국과 미국, 인도가 특히 타격이 컸는데, 2060년 기준으로 중국은 무려 10조 달러, 우리 돈 1경 천조 원이 넘게 손해를 볼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사람이 과도하게 살이 찌면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처럼 지구도 뚱뚱해질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 같네요.

[기자]

네, 비만이 단순히 뚱뚱한 사람을 비난하고 말 문제가 아니라는 거겠죠.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자라온 환경도 비만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쉽게 살이 찔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사회나 국가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줄리앤 윌리엄스/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 : "단순히 사람들에게 행동을 바꾸라고 할 문제가 아닙니다. 정책적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당 음료나 설탕이 든 음료에 세금을 매기는 것, 특히 아이들을 상대로 한 광고에 제한을 두는 것 등이 필요합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비만 인구가 급증하는 것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하는데요.

지방과 당이 많이 든 음식은 가격을 올리거나, 비만 치료나 영양 상담을 더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사회적, 상업적 측면에서도 비만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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