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240억’ 화순 한약재 유통시설, 열 달째 불 꺼져

입력 2022.10.06 (09:54) 수정 2022.10.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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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화순에는 '한약재 유통 지원 시설'이 있습니다.

화순을 한약재 생산과 유통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로 세웠지만, 지금은 9개월째 시설이 비어 있습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만 제곱미터 부지에 들어선 화순 우수 한약재 유통지원 시설입니다.

한약재를 보관하던 냉장 창고는 텅텅 비어 있고, 약재를 자르고 가공·건조하는 시설도 놀고 있습니다.

[화순군 관계자 : "2021년 12월에 계약이 만료가 돼가지고요. 현재는 민간수탁자가 운영을 하지 않고 시설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 시설이 문을 연 건 2010년.

민간 투자사가 100억여 원을 들여 건물을 만든 뒤 화순군으로 소유권을 넘기고, 군은 투자사에 해마다 12억 여 원의 임대료를 20년간 내며 또 다른 운영사에 시설 운영을 맡기는 구조입니다.

민간 투자로 건물을 지은 뒤 지자체가 임대료를 지급해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BTL' 방식의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운영 회사가 최근 몇 년 동안 연간 1억 원가량 하는 시설 사용료를 못 낼 정도로 경영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결국 지난해 12월 위탁 계약이 끝난 뒤 시설 운영이 잠정 중단됐습니다.

한약재를 사들이고도 바로 현금을 주지 못하다 보니 농민들도 이용을 외면했습니다.

[양회인/한약재 재배 농민 : "농가들은 그렇게 고생해서 내놨으면 돈이 당장에 필요하잖아요. 그러면 최소한 한 달 이내에는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운영사는 BTL 사업과 별개로 브랜드 육성과 마케팅 지원, 약재 가공시설 건립 등의 명목으로 70억 원이 넘는 보조금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홈페이지조차 없을 정도로 자체 유통 노력이 부족했고 가공시설 운영도 미비하다고 평가돼, 화순군이 보조금을 회수하겠다는 경고까지 보냈습니다.

앞으로 8년간 임대료 96억 원을 더 내야 하는데, 낮은 실적 때문에 국비 지원마저 끊겨 재정 부담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화순군 관계자 : "자체적인 화순군의 논의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요. 보건복지부의 의견도 들어서 최종적인 결정을 할 예정입니다."]

계약 해지된 운영사는 경영난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정상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화순군은 밀린 사용료 4억 4천여만 원을 받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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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간 240억’ 화순 한약재 유통시설, 열 달째 불 꺼져
    • 입력 2022-10-06 09:54:45
    • 수정2022-10-06 11:13:35
    930뉴스(광주)
[앵커]

화순에는 '한약재 유통 지원 시설'이 있습니다.

화순을 한약재 생산과 유통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목표로 세웠지만, 지금은 9개월째 시설이 비어 있습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만 제곱미터 부지에 들어선 화순 우수 한약재 유통지원 시설입니다.

한약재를 보관하던 냉장 창고는 텅텅 비어 있고, 약재를 자르고 가공·건조하는 시설도 놀고 있습니다.

[화순군 관계자 : "2021년 12월에 계약이 만료가 돼가지고요. 현재는 민간수탁자가 운영을 하지 않고 시설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이 시설이 문을 연 건 2010년.

민간 투자사가 100억여 원을 들여 건물을 만든 뒤 화순군으로 소유권을 넘기고, 군은 투자사에 해마다 12억 여 원의 임대료를 20년간 내며 또 다른 운영사에 시설 운영을 맡기는 구조입니다.

민간 투자로 건물을 지은 뒤 지자체가 임대료를 지급해 투자 수익을 보장하는 'BTL' 방식의 사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운영 회사가 최근 몇 년 동안 연간 1억 원가량 하는 시설 사용료를 못 낼 정도로 경영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결국 지난해 12월 위탁 계약이 끝난 뒤 시설 운영이 잠정 중단됐습니다.

한약재를 사들이고도 바로 현금을 주지 못하다 보니 농민들도 이용을 외면했습니다.

[양회인/한약재 재배 농민 : "농가들은 그렇게 고생해서 내놨으면 돈이 당장에 필요하잖아요. 그러면 최소한 한 달 이내에는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운영사는 BTL 사업과 별개로 브랜드 육성과 마케팅 지원, 약재 가공시설 건립 등의 명목으로 70억 원이 넘는 보조금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홈페이지조차 없을 정도로 자체 유통 노력이 부족했고 가공시설 운영도 미비하다고 평가돼, 화순군이 보조금을 회수하겠다는 경고까지 보냈습니다.

앞으로 8년간 임대료 96억 원을 더 내야 하는데, 낮은 실적 때문에 국비 지원마저 끊겨 재정 부담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화순군 관계자 : "자체적인 화순군의 논의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요. 보건복지부의 의견도 들어서 최종적인 결정을 할 예정입니다."]

계약 해지된 운영사는 경영난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정상화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화순군은 밀린 사용료 4억 4천여만 원을 받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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