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남미 트럼프 VS 돌아온 좌파 대부, 여론조사 빗나간 이유는?

입력 2022.10.06 (10:47) 수정 2022.10.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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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미의 트럼프냐, 돌아온 좌파 대부냐.

브라질 대선에선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었는데요.

혼전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브라질 민심 집중 분석해봅니다.

여론 조사에선 무난하게 이길 거로 나온 룰라 전 대통령이 뜻밖에 고전을 했다면서요?

[기자]

네, 결선투표로 가게 됐어요.

1차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48%,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43%를 얻었기 때문인데요.

두 후보 모두 과반을 넘지 못해 이달 30일 결선 투표를 통해 당선인을 가리게 됐습니다.

[앵커]

그럼 여론조사 결과가 틀렸다고 봐야 하나요?

[기자]

여론조사에선 두 자릿수 차이로 룰라 전 대통령이 과반을 차지해 1차 투표에서 끝날 거라는 예상이었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5%포인트 차이로 브라질 대선 사상 1, 2위 간 최소 표차 접전으로 나타났습니다.

브라질 국민들은 물론, 외신들도 이번 결과에, '놀랍다', '충격적이다'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로, 외신들은 이른바 '샤이' 보우소나루 지지자가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과정에서는 '룰라'의 지지층이 과대 표집됐다는 건데요.

다른 한편에선 여론조사의 표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브라질은 여론조사의 기초 데이터인 인구조사를 2010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했다고 하는데요.

이와 함께 여론조사를 불신할 만한 이유로 이번에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를 들 수가 있습니다.

하원도, 상원도 보우소나루가 속한 자유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거든요.

특히 하원은 동맹인 우익정당까지 합하면 과반이 넘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에 대해선 왜 이렇게 '샤이 지지자'가 많았던 걸까요?

[기자]

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거침없는 발언으로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인물인데요.

군인 출신으로 1980년대 군 상층부의 부패를 폭로해 명성을 얻었습니다.

정계 입문 이후에도 좌우 양쪽을 향해 거친 발언을 계속해왔습니다.

여성과 흑인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동성애 절대 반대, 외국 이민자 반대, 흉악 범죄자 즉각 사형, 그리고 군사 독재 시절에는 거리가 안전했다 등의 발언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우소나루가 강조한 건 '부패와의 싸움'과 '경제 살리기'였습니다.

그리고 중산층 이상에서는 중도 좌파 성향의 룰라 전 대통령이 재당선되면 세금이 늘어날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데요.

이렇다 보니 속으로는 보우소나루의 정책과 발언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많았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마티아스 로테로/CNN 브라질 특파원 : "브라질은 근대사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분열된 선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룰라 전 대통령은 예전에 인기가 좋았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이제는 전보다 못한 모양이군요.

[기자]

룰라 대통령이 2010년 퇴임 때 지지율이 거의 90%에 육박했었습니다.

3선까지 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는데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대비되는 온건 좌파 정책을 펼쳤고, 브라질의 고질적인 빈부 격차를 줄였다고 외신으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룰라는 어린 시절 땅콩 장사에, 금속공으로 일하다 손가락을 잃었고요.

80년대 이후 노동 운동을 하다가 2003년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집권 기간 브라질은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는데요.

그래서 이 시절을 기억하는 젊은 층에서 지지율이 높습니다.

'보우사 파밀리아'라는 정책이 있었는데요.

빈곤층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대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예방 접종을 받으라는 거였습니다.

제도 시행 이후 브라질의 빈곤율은 2004년 22.4%에서 2015년 8.7%로 크게 줄었습니다.

그런데 퇴임 이후 룰라는 국영 석유회사의 3조 원가량의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2018년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는데요.

하급심에서 최대 12년 형까지 받았었는데,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나오면서 이번 대선에 나오게 된 겁니다.

룰라의 지지자들은 검찰과 기득권의 음모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두 후보의 상대방에 대한 생각 한번 들어보시죠.

[룰라/브라질 대선 후보/전 대통령 : "한 나라 대통령이 저런 식으로 무례한 언동을 보이다니 제정신이 아닌듯합니다."]

[보우소나루/브라질 대선 후보/현 대통령 : "룰라 후보는 브라질 역사상 가장 큰 도둑입니다."]

[앵커]

첨예하네요, 앞으로 결선 투표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기자]

이번 브라질 대선은 '남미의 좌파 대부'냐 '남미의 트럼프'냐 사실상 이념 대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결선 투표에서 결과가 뒤바뀐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과반까지 룰라는 150만 표가, 보우소나루는 800만 표가 더 필요합니다.

뉴욕타임스는 나머지 9명의 후보가 받은 천만 표가량 중에 룰라와 성향이 가까운 중도 좌파가 3분의 1, 보우소나루와 가까운 중도 우파가 3분의 2로 분류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브라질 유권자 : "누가 이기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두 후보 소속) 정당들이 모두 썩었으니까요."]

결선 투표 후 지지자들 사이에서 대선 불복과 부정 선거 주장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외국 대선이지만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많은 브라질 대선, 살펴봤습니다.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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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06 10:47:03
    • 수정2022-10-06 11: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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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미의 트럼프냐, 돌아온 좌파 대부냐.

브라질 대선에선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었는데요.

혼전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브라질 민심 집중 분석해봅니다.

여론 조사에선 무난하게 이길 거로 나온 룰라 전 대통령이 뜻밖에 고전을 했다면서요?

[기자]

네, 결선투표로 가게 됐어요.

1차 투표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48%,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이 43%를 얻었기 때문인데요.

두 후보 모두 과반을 넘지 못해 이달 30일 결선 투표를 통해 당선인을 가리게 됐습니다.

[앵커]

그럼 여론조사 결과가 틀렸다고 봐야 하나요?

[기자]

여론조사에선 두 자릿수 차이로 룰라 전 대통령이 과반을 차지해 1차 투표에서 끝날 거라는 예상이었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5%포인트 차이로 브라질 대선 사상 1, 2위 간 최소 표차 접전으로 나타났습니다.

브라질 국민들은 물론, 외신들도 이번 결과에, '놀랍다', '충격적이다'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로, 외신들은 이른바 '샤이' 보우소나루 지지자가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과정에서는 '룰라'의 지지층이 과대 표집됐다는 건데요.

다른 한편에선 여론조사의 표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브라질은 여론조사의 기초 데이터인 인구조사를 2010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안 했다고 하는데요.

이와 함께 여론조사를 불신할 만한 이유로 이번에 함께 치러진 의회 선거를 들 수가 있습니다.

하원도, 상원도 보우소나루가 속한 자유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거든요.

특히 하원은 동맹인 우익정당까지 합하면 과반이 넘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에 대해선 왜 이렇게 '샤이 지지자'가 많았던 걸까요?

[기자]

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거침없는 발언으로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인물인데요.

군인 출신으로 1980년대 군 상층부의 부패를 폭로해 명성을 얻었습니다.

정계 입문 이후에도 좌우 양쪽을 향해 거친 발언을 계속해왔습니다.

여성과 흑인은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고, 동성애 절대 반대, 외국 이민자 반대, 흉악 범죄자 즉각 사형, 그리고 군사 독재 시절에는 거리가 안전했다 등의 발언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보우소나루가 강조한 건 '부패와의 싸움'과 '경제 살리기'였습니다.

그리고 중산층 이상에서는 중도 좌파 성향의 룰라 전 대통령이 재당선되면 세금이 늘어날까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데요.

이렇다 보니 속으로는 보우소나루의 정책과 발언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많았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마티아스 로테로/CNN 브라질 특파원 : "브라질은 근대사에서 가장 극단적으로 분열된 선거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룰라 전 대통령은 예전에 인기가 좋았던 거로 기억하는데요.

이제는 전보다 못한 모양이군요.

[기자]

룰라 대통령이 2010년 퇴임 때 지지율이 거의 90%에 육박했었습니다.

3선까지 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는데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대비되는 온건 좌파 정책을 펼쳤고, 브라질의 고질적인 빈부 격차를 줄였다고 외신으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습니다.

룰라는 어린 시절 땅콩 장사에, 금속공으로 일하다 손가락을 잃었고요.

80년대 이후 노동 운동을 하다가 2003년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집권 기간 브라질은 세계 7위의 경제 대국으로 올라섰는데요.

그래서 이 시절을 기억하는 젊은 층에서 지지율이 높습니다.

'보우사 파밀리아'라는 정책이 있었는데요.

빈곤층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대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예방 접종을 받으라는 거였습니다.

제도 시행 이후 브라질의 빈곤율은 2004년 22.4%에서 2015년 8.7%로 크게 줄었습니다.

그런데 퇴임 이후 룰라는 국영 석유회사의 3조 원가량의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2018년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는데요.

하급심에서 최대 12년 형까지 받았었는데, 지난해 대법원에서 무효 판결이 나오면서 이번 대선에 나오게 된 겁니다.

룰라의 지지자들은 검찰과 기득권의 음모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고,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법원의 판결이 잘못됐다고 주장합니다.

두 후보의 상대방에 대한 생각 한번 들어보시죠.

[룰라/브라질 대선 후보/전 대통령 : "한 나라 대통령이 저런 식으로 무례한 언동을 보이다니 제정신이 아닌듯합니다."]

[보우소나루/브라질 대선 후보/현 대통령 : "룰라 후보는 브라질 역사상 가장 큰 도둑입니다."]

[앵커]

첨예하네요, 앞으로 결선 투표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기자]

이번 브라질 대선은 '남미의 좌파 대부'냐 '남미의 트럼프'냐 사실상 이념 대결로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결선 투표에서 결과가 뒤바뀐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과반까지 룰라는 150만 표가, 보우소나루는 800만 표가 더 필요합니다.

뉴욕타임스는 나머지 9명의 후보가 받은 천만 표가량 중에 룰라와 성향이 가까운 중도 좌파가 3분의 1, 보우소나루와 가까운 중도 우파가 3분의 2로 분류된다고 보도했습니다.

[브라질 유권자 : "누가 이기든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두 후보 소속) 정당들이 모두 썩었으니까요."]

결선 투표 후 지지자들 사이에서 대선 불복과 부정 선거 주장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외국 대선이지만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많은 브라질 대선, 살펴봤습니다.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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