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가까이하기엔 멀어진 북한말
입력 2022.10.08 (08:32)
수정 2022.10.0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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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는데요.
북한에선 1월 15일을 ‘조선글날’이라 기념합니다.
우리는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한 때를 기념일로 삼았는데 북한에선 창제한 때를 기념일로 정했습니다.
네, 남과 북이 같은 글자를 쓰고 있지만 그 뿌리를 놓곤 생각이 달라 보이는데요.
더 나아가 일상에서 쓰는 말도 이젠 꽤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하영 리포터, 분단된 남북의 언어가 얼마나 달라졌고, 이질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직접 알아보고 오셨다고요?
[답변]
네, 맞습니다.
먼저 시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요.
북한의 언어를 잘 모르거나, 낯설어하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통일에 앞서 언어를 하나로 모으는 게 정말 중요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앵커]
그래서 남북이 함께 ‘겨레말큰사전’ 만드는 일을 시작했던 거 아닙니까?
[답변]
네, 맞습니다.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이 쓰는 말 어휘를 한곳에 모은 우리말 사전인데요.
성과도 있긴 했는데 최근 몇 년간은 작업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떻게 우리 말을 하나로 만드는 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가을 정취를 한껏 느끼는 사람들.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단어 ‘한복’, 그런데 북한에선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요?
‘남녘말 북녘말’ 앱을 활용해 시민들이 북한말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혹시 한복을 북한에서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색동옷? 줄무늬 옷? (이걸 알 수 있는 앱이 있는데요. 한복을 북한에서는 조선옷이라고 한 대요. ) 조선옷? 뭔가 신기해요. 말이 다르다? 다르다는 게 신기한 것 같아요."]
우리식 영어 표현인 ‘선크림’, 북녘말은 뭘까요?
["(오늘 혹시 나오실 때 선크림 바르고 나오셨나요?) 네, 발랐습니다. (북한에서는 선크림을 뭐라고 부를지 한 번 생각해보시겠어요?) 해 묻히다 할 때 묻힘."]
["해 액체? (해가림물?)"]
["(제가 한 번 쳐볼게요. 선크림이라고 치면요) 해빛방지크림."]
언젠간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날 서로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선 언어통합도 매우 중요할 텐데요.
그런데 우리는 이 필요성을 일상 속에서 얼마나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무대 위 동요를 뽐내는 어린이들, 그런데 노랫말이 좀 독특합니다.
["여름 볕이 나뭇잎을 찌부까면 나무는 더 푸르러져~"]
좀처럼 들어보지 못한 단어 ‘찌부까면’, 이건 무슨 뜻일까요?
[전지성/전주 서일초등학교 6학년 : "‘찌부까면’이라는 사투리는 ‘꼬집으면’ 이라는 뜻이고 너무 생소한 사투리여서 잘 쓰진 않는 것 같아요."]
동요와 동시, 동화에 담긴 사투리를 조명하면서 우리말을 더 폭넓게 알아보는 행사인데요.
실은 남북이 공동으로 만들고 있는 겨레말큰사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윤석정/겨레말큰사전 기획홍보부 부장 : "겨레말큰사전의 특징 중 하나가 지역어가 풍부하게 들어가요. 지역에서 대중들을 만나고 국민들을 만나면서 저희 겨레말큰사전을 지금 편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시작한 행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엄마와 이곳을 찾은 어린이는 선물로 받은 낱말 카드를 통해 북한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데요.
[박건후/전주 서신초등학교 3학년 : "절친을 딱친이라고 하는 거 같아가지고. 막 갑자기 통일돼서 만나면 북한 애들이랑 말이 너무 안 통할 것 같아서 이 카드 보면서 얘기해도 좋을 것 같아요."]
맛깔스런 사투리를 통해 알아본 우리말. 겨레말큰사전을 통해선 북한말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데요.
그렇다면 이 사전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주영훈/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선임편찬원 : "이게 조선말대사전입니다. 우리의 표준국어대사전에 해당하는 북한의 사전입니다."]
우리의 자음은 시옷, 이응, 지읒 순서라면 북한은 이응을 맨 뒤에 배치했고, 쌍자음의 경우도 모두 묶어서 순서를 뒤로 했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겨레말큰사전은 이런 차이를 넘어 하나로 묶어내는 겁니다.
이를 위해 30만 개가 넘는 표제어를 선정해 남북이 절반씩 뜻풀이 원고를 준비하고, 공동회의 때 같이 검토한 뒤 최종 합의를 이루는 방식입니다.
2005년, 남북 국어학자들이 모여 금강산에서 결성식을 한 뒤 지금까지 25차례 공동편찬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단의 간격을 다시 느꼈다는데요.
[주영훈/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선임편찬원 : "맥주는 남측에서 집필한 단어인데 이러한 술 이렇게 뜻풀이를 해갔어요. 근데 북측에선 우리는 맥주를 술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우린 평소에도 맥주는 술이 아니라 여성들도 많이 먹는다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고 하면서. 한참 의견을 나누고 그러다가 결국은 이러이러한 알코올성 음료로 합의를 봤습니다."]
이런 사회문화적 차이도 언어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정년퇴직과 연로보장.
["(저, 박순도 과장 동지는?) 며칠 전에 연로보장을 받았습니다. (그렇습니까?)"]
계좌와 돈자리.
[이길재/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수석편찬원 : "구좌라고 하는 일본말을 남북이 서로 다르게 다듬어요. 우리는 한자어인 계좌로 순화시켰고, 북한에서는 돈자리. 돈자리로 순화시켜서 쓰고. 우리는 계좌를 트다 그러잖아요. 그 사람들은 돈자리를 앉히다 그래요. 왜냐하면 자리이기 때문에."]
중국과 평양 등지를 오가며 공동 작업을 벌인 끝에 진척을 보였지만, 남북 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다 보니 앞으로 갈 길도 만만친 않습니다.
[모순영/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 "남북이 합의한 (표제어 뜻풀이) 원고가 12만 5천 개고 잔여 과제로 남아 있는 원고 숫자가 18만 2천 개입니다."]
안타깝게도 2015년 12월 회의를 마지막으로 공동 작업은 중단됐는데요.
[모순영/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 "저희가 작년부터 매월 서신을 통해서 북에 서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언젠간 북에서도 답장을 하리라 굳게 믿으면서 매번 정기적으로 서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한글날엔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겨레말큰사전의 맛보기판을 내놓았습니다.
[주영훈/겨레말큰사전 선임편찬원 : "이 사전에는 지금까지 겨레말큰사전 집필을 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청소년들이 남북의 언어 차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올림말들을 선정해서 쉽게 뜻풀이를 해 놓은 책인데요."]
통일의 기반이 될 우리말의 언어통합은, 소걸음처럼 더디지만 거북이처럼 차근차근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어 이질화가 두드러진다는 걱정은 여전한데요, 그 격차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요?
[민현식/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 "남북한의 말이 좀 차이는 있지만 이건 별 게 아니다, 앞으로 우린 하나로 꼭 통일한다기 보다도 통합적으로 쓰는 것 두 단어를 같이 써도 통합이 될 수 있거든요. 우리가 같이 쓰면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끊어진 기찻길을 잇듯, 서로의 말을 잘 이해할 때 마음의 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기에, 남녘말 북녘말이 공존하는 우리말 통합이 서둘러 재개되길 기대해 봅니다.
우리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는데요.
북한에선 1월 15일을 ‘조선글날’이라 기념합니다.
우리는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한 때를 기념일로 삼았는데 북한에선 창제한 때를 기념일로 정했습니다.
네, 남과 북이 같은 글자를 쓰고 있지만 그 뿌리를 놓곤 생각이 달라 보이는데요.
더 나아가 일상에서 쓰는 말도 이젠 꽤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하영 리포터, 분단된 남북의 언어가 얼마나 달라졌고, 이질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직접 알아보고 오셨다고요?
[답변]
네, 맞습니다.
먼저 시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요.
북한의 언어를 잘 모르거나, 낯설어하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통일에 앞서 언어를 하나로 모으는 게 정말 중요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앵커]
그래서 남북이 함께 ‘겨레말큰사전’ 만드는 일을 시작했던 거 아닙니까?
[답변]
네, 맞습니다.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이 쓰는 말 어휘를 한곳에 모은 우리말 사전인데요.
성과도 있긴 했는데 최근 몇 년간은 작업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떻게 우리 말을 하나로 만드는 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가을 정취를 한껏 느끼는 사람들.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단어 ‘한복’, 그런데 북한에선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요?
‘남녘말 북녘말’ 앱을 활용해 시민들이 북한말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혹시 한복을 북한에서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색동옷? 줄무늬 옷? (이걸 알 수 있는 앱이 있는데요. 한복을 북한에서는 조선옷이라고 한 대요. ) 조선옷? 뭔가 신기해요. 말이 다르다? 다르다는 게 신기한 것 같아요."]
우리식 영어 표현인 ‘선크림’, 북녘말은 뭘까요?
["(오늘 혹시 나오실 때 선크림 바르고 나오셨나요?) 네, 발랐습니다. (북한에서는 선크림을 뭐라고 부를지 한 번 생각해보시겠어요?) 해 묻히다 할 때 묻힘."]
["해 액체? (해가림물?)"]
["(제가 한 번 쳐볼게요. 선크림이라고 치면요) 해빛방지크림."]
언젠간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날 서로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선 언어통합도 매우 중요할 텐데요.
그런데 우리는 이 필요성을 일상 속에서 얼마나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무대 위 동요를 뽐내는 어린이들, 그런데 노랫말이 좀 독특합니다.
["여름 볕이 나뭇잎을 찌부까면 나무는 더 푸르러져~"]
좀처럼 들어보지 못한 단어 ‘찌부까면’, 이건 무슨 뜻일까요?
[전지성/전주 서일초등학교 6학년 : "‘찌부까면’이라는 사투리는 ‘꼬집으면’ 이라는 뜻이고 너무 생소한 사투리여서 잘 쓰진 않는 것 같아요."]
동요와 동시, 동화에 담긴 사투리를 조명하면서 우리말을 더 폭넓게 알아보는 행사인데요.
실은 남북이 공동으로 만들고 있는 겨레말큰사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윤석정/겨레말큰사전 기획홍보부 부장 : "겨레말큰사전의 특징 중 하나가 지역어가 풍부하게 들어가요. 지역에서 대중들을 만나고 국민들을 만나면서 저희 겨레말큰사전을 지금 편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시작한 행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엄마와 이곳을 찾은 어린이는 선물로 받은 낱말 카드를 통해 북한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데요.
[박건후/전주 서신초등학교 3학년 : "절친을 딱친이라고 하는 거 같아가지고. 막 갑자기 통일돼서 만나면 북한 애들이랑 말이 너무 안 통할 것 같아서 이 카드 보면서 얘기해도 좋을 것 같아요."]
맛깔스런 사투리를 통해 알아본 우리말. 겨레말큰사전을 통해선 북한말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데요.
그렇다면 이 사전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주영훈/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선임편찬원 : "이게 조선말대사전입니다. 우리의 표준국어대사전에 해당하는 북한의 사전입니다."]
우리의 자음은 시옷, 이응, 지읒 순서라면 북한은 이응을 맨 뒤에 배치했고, 쌍자음의 경우도 모두 묶어서 순서를 뒤로 했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겨레말큰사전은 이런 차이를 넘어 하나로 묶어내는 겁니다.
이를 위해 30만 개가 넘는 표제어를 선정해 남북이 절반씩 뜻풀이 원고를 준비하고, 공동회의 때 같이 검토한 뒤 최종 합의를 이루는 방식입니다.
2005년, 남북 국어학자들이 모여 금강산에서 결성식을 한 뒤 지금까지 25차례 공동편찬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단의 간격을 다시 느꼈다는데요.
[주영훈/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선임편찬원 : "맥주는 남측에서 집필한 단어인데 이러한 술 이렇게 뜻풀이를 해갔어요. 근데 북측에선 우리는 맥주를 술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우린 평소에도 맥주는 술이 아니라 여성들도 많이 먹는다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고 하면서. 한참 의견을 나누고 그러다가 결국은 이러이러한 알코올성 음료로 합의를 봤습니다."]
이런 사회문화적 차이도 언어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정년퇴직과 연로보장.
["(저, 박순도 과장 동지는?) 며칠 전에 연로보장을 받았습니다. (그렇습니까?)"]
계좌와 돈자리.
[이길재/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수석편찬원 : "구좌라고 하는 일본말을 남북이 서로 다르게 다듬어요. 우리는 한자어인 계좌로 순화시켰고, 북한에서는 돈자리. 돈자리로 순화시켜서 쓰고. 우리는 계좌를 트다 그러잖아요. 그 사람들은 돈자리를 앉히다 그래요. 왜냐하면 자리이기 때문에."]
중국과 평양 등지를 오가며 공동 작업을 벌인 끝에 진척을 보였지만, 남북 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다 보니 앞으로 갈 길도 만만친 않습니다.
[모순영/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 "남북이 합의한 (표제어 뜻풀이) 원고가 12만 5천 개고 잔여 과제로 남아 있는 원고 숫자가 18만 2천 개입니다."]
안타깝게도 2015년 12월 회의를 마지막으로 공동 작업은 중단됐는데요.
[모순영/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 "저희가 작년부터 매월 서신을 통해서 북에 서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언젠간 북에서도 답장을 하리라 굳게 믿으면서 매번 정기적으로 서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한글날엔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겨레말큰사전의 맛보기판을 내놓았습니다.
[주영훈/겨레말큰사전 선임편찬원 : "이 사전에는 지금까지 겨레말큰사전 집필을 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청소년들이 남북의 언어 차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올림말들을 선정해서 쉽게 뜻풀이를 해 놓은 책인데요."]
통일의 기반이 될 우리말의 언어통합은, 소걸음처럼 더디지만 거북이처럼 차근차근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어 이질화가 두드러진다는 걱정은 여전한데요, 그 격차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요?
[민현식/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 "남북한의 말이 좀 차이는 있지만 이건 별 게 아니다, 앞으로 우린 하나로 꼭 통일한다기 보다도 통합적으로 쓰는 것 두 단어를 같이 써도 통합이 될 수 있거든요. 우리가 같이 쓰면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끊어진 기찻길을 잇듯, 서로의 말을 잘 이해할 때 마음의 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기에, 남녘말 북녘말이 공존하는 우리말 통합이 서둘러 재개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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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10-08 08:32:07
- 수정2022-10-08 09:33:00
[앵커]
우리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는데요.
북한에선 1월 15일을 ‘조선글날’이라 기념합니다.
우리는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한 때를 기념일로 삼았는데 북한에선 창제한 때를 기념일로 정했습니다.
네, 남과 북이 같은 글자를 쓰고 있지만 그 뿌리를 놓곤 생각이 달라 보이는데요.
더 나아가 일상에서 쓰는 말도 이젠 꽤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하영 리포터, 분단된 남북의 언어가 얼마나 달라졌고, 이질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직접 알아보고 오셨다고요?
[답변]
네, 맞습니다.
먼저 시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요.
북한의 언어를 잘 모르거나, 낯설어하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통일에 앞서 언어를 하나로 모으는 게 정말 중요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앵커]
그래서 남북이 함께 ‘겨레말큰사전’ 만드는 일을 시작했던 거 아닙니까?
[답변]
네, 맞습니다.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이 쓰는 말 어휘를 한곳에 모은 우리말 사전인데요.
성과도 있긴 했는데 최근 몇 년간은 작업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떻게 우리 말을 하나로 만드는 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가을 정취를 한껏 느끼는 사람들.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단어 ‘한복’, 그런데 북한에선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요?
‘남녘말 북녘말’ 앱을 활용해 시민들이 북한말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혹시 한복을 북한에서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색동옷? 줄무늬 옷? (이걸 알 수 있는 앱이 있는데요. 한복을 북한에서는 조선옷이라고 한 대요. ) 조선옷? 뭔가 신기해요. 말이 다르다? 다르다는 게 신기한 것 같아요."]
우리식 영어 표현인 ‘선크림’, 북녘말은 뭘까요?
["(오늘 혹시 나오실 때 선크림 바르고 나오셨나요?) 네, 발랐습니다. (북한에서는 선크림을 뭐라고 부를지 한 번 생각해보시겠어요?) 해 묻히다 할 때 묻힘."]
["해 액체? (해가림물?)"]
["(제가 한 번 쳐볼게요. 선크림이라고 치면요) 해빛방지크림."]
언젠간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날 서로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선 언어통합도 매우 중요할 텐데요.
그런데 우리는 이 필요성을 일상 속에서 얼마나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무대 위 동요를 뽐내는 어린이들, 그런데 노랫말이 좀 독특합니다.
["여름 볕이 나뭇잎을 찌부까면 나무는 더 푸르러져~"]
좀처럼 들어보지 못한 단어 ‘찌부까면’, 이건 무슨 뜻일까요?
[전지성/전주 서일초등학교 6학년 : "‘찌부까면’이라는 사투리는 ‘꼬집으면’ 이라는 뜻이고 너무 생소한 사투리여서 잘 쓰진 않는 것 같아요."]
동요와 동시, 동화에 담긴 사투리를 조명하면서 우리말을 더 폭넓게 알아보는 행사인데요.
실은 남북이 공동으로 만들고 있는 겨레말큰사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윤석정/겨레말큰사전 기획홍보부 부장 : "겨레말큰사전의 특징 중 하나가 지역어가 풍부하게 들어가요. 지역에서 대중들을 만나고 국민들을 만나면서 저희 겨레말큰사전을 지금 편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시작한 행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엄마와 이곳을 찾은 어린이는 선물로 받은 낱말 카드를 통해 북한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데요.
[박건후/전주 서신초등학교 3학년 : "절친을 딱친이라고 하는 거 같아가지고. 막 갑자기 통일돼서 만나면 북한 애들이랑 말이 너무 안 통할 것 같아서 이 카드 보면서 얘기해도 좋을 것 같아요."]
맛깔스런 사투리를 통해 알아본 우리말. 겨레말큰사전을 통해선 북한말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데요.
그렇다면 이 사전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주영훈/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선임편찬원 : "이게 조선말대사전입니다. 우리의 표준국어대사전에 해당하는 북한의 사전입니다."]
우리의 자음은 시옷, 이응, 지읒 순서라면 북한은 이응을 맨 뒤에 배치했고, 쌍자음의 경우도 모두 묶어서 순서를 뒤로 했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겨레말큰사전은 이런 차이를 넘어 하나로 묶어내는 겁니다.
이를 위해 30만 개가 넘는 표제어를 선정해 남북이 절반씩 뜻풀이 원고를 준비하고, 공동회의 때 같이 검토한 뒤 최종 합의를 이루는 방식입니다.
2005년, 남북 국어학자들이 모여 금강산에서 결성식을 한 뒤 지금까지 25차례 공동편찬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단의 간격을 다시 느꼈다는데요.
[주영훈/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선임편찬원 : "맥주는 남측에서 집필한 단어인데 이러한 술 이렇게 뜻풀이를 해갔어요. 근데 북측에선 우리는 맥주를 술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우린 평소에도 맥주는 술이 아니라 여성들도 많이 먹는다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고 하면서. 한참 의견을 나누고 그러다가 결국은 이러이러한 알코올성 음료로 합의를 봤습니다."]
이런 사회문화적 차이도 언어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정년퇴직과 연로보장.
["(저, 박순도 과장 동지는?) 며칠 전에 연로보장을 받았습니다. (그렇습니까?)"]
계좌와 돈자리.
[이길재/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수석편찬원 : "구좌라고 하는 일본말을 남북이 서로 다르게 다듬어요. 우리는 한자어인 계좌로 순화시켰고, 북한에서는 돈자리. 돈자리로 순화시켜서 쓰고. 우리는 계좌를 트다 그러잖아요. 그 사람들은 돈자리를 앉히다 그래요. 왜냐하면 자리이기 때문에."]
중국과 평양 등지를 오가며 공동 작업을 벌인 끝에 진척을 보였지만, 남북 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다 보니 앞으로 갈 길도 만만친 않습니다.
[모순영/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 "남북이 합의한 (표제어 뜻풀이) 원고가 12만 5천 개고 잔여 과제로 남아 있는 원고 숫자가 18만 2천 개입니다."]
안타깝게도 2015년 12월 회의를 마지막으로 공동 작업은 중단됐는데요.
[모순영/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 "저희가 작년부터 매월 서신을 통해서 북에 서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언젠간 북에서도 답장을 하리라 굳게 믿으면서 매번 정기적으로 서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한글날엔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겨레말큰사전의 맛보기판을 내놓았습니다.
[주영훈/겨레말큰사전 선임편찬원 : "이 사전에는 지금까지 겨레말큰사전 집필을 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청소년들이 남북의 언어 차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올림말들을 선정해서 쉽게 뜻풀이를 해 놓은 책인데요."]
통일의 기반이 될 우리말의 언어통합은, 소걸음처럼 더디지만 거북이처럼 차근차근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어 이질화가 두드러진다는 걱정은 여전한데요, 그 격차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요?
[민현식/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 "남북한의 말이 좀 차이는 있지만 이건 별 게 아니다, 앞으로 우린 하나로 꼭 통일한다기 보다도 통합적으로 쓰는 것 두 단어를 같이 써도 통합이 될 수 있거든요. 우리가 같이 쓰면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끊어진 기찻길을 잇듯, 서로의 말을 잘 이해할 때 마음의 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기에, 남녘말 북녘말이 공존하는 우리말 통합이 서둘러 재개되길 기대해 봅니다.
우리는 10월 9일을 한글날로 기념하는데요.
북한에선 1월 15일을 ‘조선글날’이라 기념합니다.
우리는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반포한 때를 기념일로 삼았는데 북한에선 창제한 때를 기념일로 정했습니다.
네, 남과 북이 같은 글자를 쓰고 있지만 그 뿌리를 놓곤 생각이 달라 보이는데요.
더 나아가 일상에서 쓰는 말도 이젠 꽤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하영 리포터, 분단된 남북의 언어가 얼마나 달라졌고, 이질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직접 알아보고 오셨다고요?
[답변]
네, 맞습니다.
먼저 시민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요.
북한의 언어를 잘 모르거나, 낯설어하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통일에 앞서 언어를 하나로 모으는 게 정말 중요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앵커]
그래서 남북이 함께 ‘겨레말큰사전’ 만드는 일을 시작했던 거 아닙니까?
[답변]
네, 맞습니다.
겨레말큰사전은 남북이 쓰는 말 어휘를 한곳에 모은 우리말 사전인데요.
성과도 있긴 했는데 최근 몇 년간은 작업이 지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과연 어떻게 우리 말을 하나로 만드는 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가을 정취를 한껏 느끼는 사람들.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단어 ‘한복’, 그런데 북한에선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요?
‘남녘말 북녘말’ 앱을 활용해 시민들이 북한말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직접 물어봤습니다.
["(혹시 한복을 북한에서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색동옷? 줄무늬 옷? (이걸 알 수 있는 앱이 있는데요. 한복을 북한에서는 조선옷이라고 한 대요. ) 조선옷? 뭔가 신기해요. 말이 다르다? 다르다는 게 신기한 것 같아요."]
우리식 영어 표현인 ‘선크림’, 북녘말은 뭘까요?
["(오늘 혹시 나오실 때 선크림 바르고 나오셨나요?) 네, 발랐습니다. (북한에서는 선크림을 뭐라고 부를지 한 번 생각해보시겠어요?) 해 묻히다 할 때 묻힘."]
["해 액체? (해가림물?)"]
["(제가 한 번 쳐볼게요. 선크림이라고 치면요) 해빛방지크림."]
언젠간 남과 북이 하나 되는 날 서로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선 언어통합도 매우 중요할 텐데요.
그런데 우리는 이 필요성을 일상 속에서 얼마나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무대 위 동요를 뽐내는 어린이들, 그런데 노랫말이 좀 독특합니다.
["여름 볕이 나뭇잎을 찌부까면 나무는 더 푸르러져~"]
좀처럼 들어보지 못한 단어 ‘찌부까면’, 이건 무슨 뜻일까요?
[전지성/전주 서일초등학교 6학년 : "‘찌부까면’이라는 사투리는 ‘꼬집으면’ 이라는 뜻이고 너무 생소한 사투리여서 잘 쓰진 않는 것 같아요."]
동요와 동시, 동화에 담긴 사투리를 조명하면서 우리말을 더 폭넓게 알아보는 행사인데요.
실은 남북이 공동으로 만들고 있는 겨레말큰사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윤석정/겨레말큰사전 기획홍보부 부장 : "겨레말큰사전의 특징 중 하나가 지역어가 풍부하게 들어가요. 지역에서 대중들을 만나고 국민들을 만나면서 저희 겨레말큰사전을 지금 편찬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시작한 행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엄마와 이곳을 찾은 어린이는 선물로 받은 낱말 카드를 통해 북한말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데요.
[박건후/전주 서신초등학교 3학년 : "절친을 딱친이라고 하는 거 같아가지고. 막 갑자기 통일돼서 만나면 북한 애들이랑 말이 너무 안 통할 것 같아서 이 카드 보면서 얘기해도 좋을 것 같아요."]
맛깔스런 사투리를 통해 알아본 우리말. 겨레말큰사전을 통해선 북한말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데요.
그렇다면 이 사전은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을까요.
[주영훈/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선임편찬원 : "이게 조선말대사전입니다. 우리의 표준국어대사전에 해당하는 북한의 사전입니다."]
우리의 자음은 시옷, 이응, 지읒 순서라면 북한은 이응을 맨 뒤에 배치했고, 쌍자음의 경우도 모두 묶어서 순서를 뒤로 했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겨레말큰사전은 이런 차이를 넘어 하나로 묶어내는 겁니다.
이를 위해 30만 개가 넘는 표제어를 선정해 남북이 절반씩 뜻풀이 원고를 준비하고, 공동회의 때 같이 검토한 뒤 최종 합의를 이루는 방식입니다.
2005년, 남북 국어학자들이 모여 금강산에서 결성식을 한 뒤 지금까지 25차례 공동편찬회의를 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분단의 간격을 다시 느꼈다는데요.
[주영훈/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선임편찬원 : "맥주는 남측에서 집필한 단어인데 이러한 술 이렇게 뜻풀이를 해갔어요. 근데 북측에선 우리는 맥주를 술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우린 평소에도 맥주는 술이 아니라 여성들도 많이 먹는다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고 하면서. 한참 의견을 나누고 그러다가 결국은 이러이러한 알코올성 음료로 합의를 봤습니다."]
이런 사회문화적 차이도 언어에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정년퇴직과 연로보장.
["(저, 박순도 과장 동지는?) 며칠 전에 연로보장을 받았습니다. (그렇습니까?)"]
계좌와 돈자리.
[이길재/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수석편찬원 : "구좌라고 하는 일본말을 남북이 서로 다르게 다듬어요. 우리는 한자어인 계좌로 순화시켰고, 북한에서는 돈자리. 돈자리로 순화시켜서 쓰고. 우리는 계좌를 트다 그러잖아요. 그 사람들은 돈자리를 앉히다 그래요. 왜냐하면 자리이기 때문에."]
중국과 평양 등지를 오가며 공동 작업을 벌인 끝에 진척을 보였지만, 남북 관계에 따라 부침을 겪다 보니 앞으로 갈 길도 만만친 않습니다.
[모순영/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 "남북이 합의한 (표제어 뜻풀이) 원고가 12만 5천 개고 잔여 과제로 남아 있는 원고 숫자가 18만 2천 개입니다."]
안타깝게도 2015년 12월 회의를 마지막으로 공동 작업은 중단됐는데요.
[모순영/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사무처장 : "저희가 작년부터 매월 서신을 통해서 북에 서신을 보내고 있습니다. 언젠간 북에서도 답장을 하리라 굳게 믿으면서 매번 정기적으로 서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한글날엔 국민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겨레말큰사전의 맛보기판을 내놓았습니다.
[주영훈/겨레말큰사전 선임편찬원 : "이 사전에는 지금까지 겨레말큰사전 집필을 한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청소년들이 남북의 언어 차이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올림말들을 선정해서 쉽게 뜻풀이를 해 놓은 책인데요."]
통일의 기반이 될 우리말의 언어통합은, 소걸음처럼 더디지만 거북이처럼 차근차근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어 이질화가 두드러진다는 걱정은 여전한데요, 그 격차를 어떻게 좁힐 수 있을까요?
[민현식/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 "남북한의 말이 좀 차이는 있지만 이건 별 게 아니다, 앞으로 우린 하나로 꼭 통일한다기 보다도 통합적으로 쓰는 것 두 단어를 같이 써도 통합이 될 수 있거든요. 우리가 같이 쓰면서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끊어진 기찻길을 잇듯, 서로의 말을 잘 이해할 때 마음의 거리가 더 가까워질 수 있기에, 남녘말 북녘말이 공존하는 우리말 통합이 서둘러 재개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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