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도 보고 버스도 타고…글 읽는게 자유예요”

입력 2022.10.10 (06:34) 수정 2022.10.1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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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글을 읽고 적어야 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가난해서, 또는 여자라는 이유로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분들인데요, 열심히 한글을 배워서 이제는 직접 장도 보고 버스도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손주들한테 편지도 쓰고 중학교도 가고 싶다는 늦깎이 학생 어르신들을 윤아림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75살 김경수 할아버지는 대형마트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종이에 적힌 글자를 읽고, 한글 학교 친구인 백옥선 할머니와 상의도 해가며 과자를 담습니다.

["양파까지는 맞는데, 끝에 자가 틀렸어."]

집에 돌아갈 버스 노선도 직접 확인하고.

["영등포 05번."]

느리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짚으며 책도 읽습니다.

["늦은 나이지만, 공부는 늦지 않았어요."]

늦깎이 학생 어르신들을 위한 한글 수업.

["맛은 어떻게? (시옷) 달아도 이것, 써도 이것..."]

주름이 잡힌 손으로 연필을 꽉 쥐고, 선생님이 불러준 단어를 적어갑니다.

김 할아버지는 3년 전, 한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습니다.

[김경수/75살/서울시 영등포구 : "(어렸을 때는) 학교를 못 가니까 공부를 했겠어요. 솔직히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요."]

한글을 모른다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서순애/74살/서울시 영등포구 : "애들이 막 클 때 업고 병원으로 가야 되는데 어떻게 병원을 찾아가나..."]

한글을 배운 덕분에 어르신들은 자유로워졌다고 말합니다.

[서순애/74살/서울시 영등포구 : "전철이고 버스고 타는 거 마음대로 타서 좋다..."]

[유민숙/76살/서울시 영등포구 : "한글 메뉴판 같은 거 알고 제가 마음대로 시킬 수 있는 게 좋지요."]

어르신들의 꿈은 뭘까?

[김경수/75살/서울시 영등포구 : "애들한테 편지해서 좀 쓸 수 있고. 이 나이 때까지 편지라는 걸 몰랐으니까."]

[전경희/70살/서울시 영등포구 : "저는 사실은 이렇게 이제 중학교도 가고 싶어요."]

한글 공부로 새 인생을 찾은 늦깎이 학생들의 꿈들이 빨간 소망 나무를 풍성하게 채워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아림입니다.

촬영기자:박준석 김재현/영상편집: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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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도 보고 버스도 타고…글 읽는게 자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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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2-10-10 08: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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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글을 읽고 적어야 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가난해서, 또는 여자라는 이유로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분들인데요, 열심히 한글을 배워서 이제는 직접 장도 보고 버스도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손주들한테 편지도 쓰고 중학교도 가고 싶다는 늦깎이 학생 어르신들을 윤아림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75살 김경수 할아버지는 대형마트를 처음 방문했습니다.

종이에 적힌 글자를 읽고, 한글 학교 친구인 백옥선 할머니와 상의도 해가며 과자를 담습니다.

["양파까지는 맞는데, 끝에 자가 틀렸어."]

집에 돌아갈 버스 노선도 직접 확인하고.

["영등포 05번."]

느리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짚으며 책도 읽습니다.

["늦은 나이지만, 공부는 늦지 않았어요."]

늦깎이 학생 어르신들을 위한 한글 수업.

["맛은 어떻게? (시옷) 달아도 이것, 써도 이것..."]

주름이 잡힌 손으로 연필을 꽉 쥐고, 선생님이 불러준 단어를 적어갑니다.

김 할아버지는 3년 전, 한글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습니다.

[김경수/75살/서울시 영등포구 : "(어렸을 때는) 학교를 못 가니까 공부를 했겠어요. 솔직히 밥도 제대로 못 먹었어요."]

한글을 모른다는 것은 언제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서순애/74살/서울시 영등포구 : "애들이 막 클 때 업고 병원으로 가야 되는데 어떻게 병원을 찾아가나..."]

한글을 배운 덕분에 어르신들은 자유로워졌다고 말합니다.

[서순애/74살/서울시 영등포구 : "전철이고 버스고 타는 거 마음대로 타서 좋다..."]

[유민숙/76살/서울시 영등포구 : "한글 메뉴판 같은 거 알고 제가 마음대로 시킬 수 있는 게 좋지요."]

어르신들의 꿈은 뭘까?

[김경수/75살/서울시 영등포구 : "애들한테 편지해서 좀 쓸 수 있고. 이 나이 때까지 편지라는 걸 몰랐으니까."]

[전경희/70살/서울시 영등포구 : "저는 사실은 이렇게 이제 중학교도 가고 싶어요."]

한글 공부로 새 인생을 찾은 늦깎이 학생들의 꿈들이 빨간 소망 나무를 풍성하게 채워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윤아림입니다.

촬영기자:박준석 김재현/영상편집: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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