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독립운동가 이상재 선생에게 그려준 ‘병풍 그림’ 무더기 발견

입력 2022.10.10 (21:35) 수정 2022.10.10 (22: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19세기 말 미국에서 열차 두 대가 달리는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조선 화가가 그린 최초의 미국 풍경화입니다.

주인공은 130여 년 전 초대 주미공사 일행으로 미국에 다녀온 청운 강진희라는 인물입니다.

미국에 함께 간 사람 중에 나중에 독립운동가로 크게 존경받게 된 월남 이상재 선생이 있었는데, 두 사람의 인연을 보여주는 그림과 글씨 아홉 점이 한꺼번에 발견됐습니다.

학계에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귀중한 작품들,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김석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고운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

먹의 농담만으로 매화의 순정한 멋을 표현한 화가의 기량이 엿보입니다.

청초한 자태를 뽐내는 난초와, 곧은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

문인화의 품격을 보여주는 이 그림들을 그린 사람은 구한말의 서화가 청운 강진희.

서로 다른 그림에서 청운, 강진희라는 낙관이 확인됩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그려준 걸까.

이 그림에 보이는 월남(月南)이란 글씨가 그 단서.

바로 한국 독립운동 역사에 길이 빛나는 이상재 선생의 호(號)입니다.

한 살 터울인 강진희와 이상재는 초대 주미 조선공사 일행으로 미국 출장길에 함께한 사이였습니다.

최근 한 미술사 연구자가 두 사람의 인연을 보여주는 그림 7점과 글씨 2점 등 강진희 작품 9점을 한꺼번에 발굴해 KBS에 독점 공개했습니다.

[황정수/미술사가 :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독립운동가 중의 한 명인 이상재 선생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그런 중요한 자료라, 우리가 미술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에서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9점 모두 당시 유행한 서양 종이에 그린 것으로, 크기도 거의 같아 병풍용 그림으로 추정됩니다.

강진희는 그림이나 글씨 못지않게 전각가로도 유명했는데, 실제로 확인된 인장 33개 전부 모양이 다를 뿐 아니라 뛰어난 예술성까지 지녔습니다.

[황정수/미술사가 : "지금까지 강진희 선생의 인장이 한 115과 정도가 남아 있다고 전해지는데, 이 안에는 거기에 들어가 있지 않은 그런 새로운 인장이 여러 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각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에게 그려줬다는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그림과 글씨, 전각에 두루 능했던 화가 강진희의 예술 세계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이상철/그래픽:김현갑 임희수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단독] 독립운동가 이상재 선생에게 그려준 ‘병풍 그림’ 무더기 발견
    • 입력 2022-10-10 21:35:49
    • 수정2022-10-10 22:36:57
    뉴스 9
[앵커]

19세기 말 미국에서 열차 두 대가 달리는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조선 화가가 그린 최초의 미국 풍경화입니다.

주인공은 130여 년 전 초대 주미공사 일행으로 미국에 다녀온 청운 강진희라는 인물입니다.

미국에 함께 간 사람 중에 나중에 독립운동가로 크게 존경받게 된 월남 이상재 선생이 있었는데, 두 사람의 인연을 보여주는 그림과 글씨 아홉 점이 한꺼번에 발견됐습니다.

학계에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귀중한 작품들, 처음으로 공개합니다.

김석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고운 꽃망울을 터뜨린 '매화'.

먹의 농담만으로 매화의 순정한 멋을 표현한 화가의 기량이 엿보입니다.

청초한 자태를 뽐내는 난초와, 곧은 절개를 상징하는 소나무.

문인화의 품격을 보여주는 이 그림들을 그린 사람은 구한말의 서화가 청운 강진희.

서로 다른 그림에서 청운, 강진희라는 낙관이 확인됩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그려준 걸까.

이 그림에 보이는 월남(月南)이란 글씨가 그 단서.

바로 한국 독립운동 역사에 길이 빛나는 이상재 선생의 호(號)입니다.

한 살 터울인 강진희와 이상재는 초대 주미 조선공사 일행으로 미국 출장길에 함께한 사이였습니다.

최근 한 미술사 연구자가 두 사람의 인연을 보여주는 그림 7점과 글씨 2점 등 강진희 작품 9점을 한꺼번에 발굴해 KBS에 독점 공개했습니다.

[황정수/미술사가 :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독립운동가 중의 한 명인 이상재 선생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그런 중요한 자료라, 우리가 미술사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에서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9점 모두 당시 유행한 서양 종이에 그린 것으로, 크기도 거의 같아 병풍용 그림으로 추정됩니다.

강진희는 그림이나 글씨 못지않게 전각가로도 유명했는데, 실제로 확인된 인장 33개 전부 모양이 다를 뿐 아니라 뛰어난 예술성까지 지녔습니다.

[황정수/미술사가 : "지금까지 강진희 선생의 인장이 한 115과 정도가 남아 있다고 전해지는데, 이 안에는 거기에 들어가 있지 않은 그런 새로운 인장이 여러 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전각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에게 그려줬다는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그림과 글씨, 전각에 두루 능했던 화가 강진희의 예술 세계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김보현/영상편집:이상철/그래픽:김현갑 임희수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