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 소극장 지키는 60대 연극인 부부…“설레고 치유받는 시간”

입력 2022.10.15 (21:30) 수정 2022.10.15 (21:5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40년 넘게 연극을 하며 소극장을 지키는 연극인 부부가 있습니다.

극장 운영이 쉽진 않았지만, 연극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결코 그 끈을 놓지 않았는데요.

이들 부부의 꿈을 안다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사고로 딸을 잃은 고통 속에 점점 기억이 사라져가는 여자.

["여기가 어딘지 내가 왜 여기 와 있는지 아무 생각도 안 나요."]

그런 여자를 지켜보는 남자.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 내가 같이 기다려줄게요."]

1970년대 중동에 일하러 떠났던 남편과 그를 기다리며 외로운 시간을 견뎌온 아내는 어느새 노부부가 됐습니다.

연극은 기억과 망각 사이 어딘가를 헤매는 아내와 남편의 대화로 전개됩니다.

[정민자/연극 배우 : "망각의 늪으로 빠진 거죠. 그걸 지켜보고 있는 남편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게 다 나 때문이라고..."]

그런데 극 중 노부부, 실제 부부입니다.

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함께 무대에 선 세월이 40년이 넘었습니다.

[강상훈/연극 배우 : "'늙은 부부 이야기'는 백 회를 넘겼어요. 지방, 특히 제주에서 100회 이상 가는 공연은 쉽지가 않거든요."]

제주에서 극단을 꾸리고 소극장을 지켜온 지도 30여 년.

돈이 없어 극장 문을 열고 닫기를 수차례 반복하던 중에도 작품 1백여 편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정민자/연극 배우 : "대본을 받을 때마다 설레요. 관객이랑 바로 앞에서 이렇게 하는 연극의 묘미는 소극장에서 있는 게 아닐까..."]

올해 말까지 전국 6개 도시를 도는 생애 첫 순회 공연에도 나섭니다.

연극이 좋아 연극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 부부의 진짜 꿈은 따로 있습니다.

[강상훈/연극 배우 : "(프랑스) 아비뇽을 갔다 온 적이 있어요. 거기 축제를 보면서 (현지의) 그 노부부가 한 사람은 손님들 오시게 인도하시다가 조명석에 앉으시고 한 사람은 이제 스펀지를 가지고 인형을 만들어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하는데. 우리의 말년의 모습이 그렇게 되면 좋겠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이상미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주말&문화] 소극장 지키는 60대 연극인 부부…“설레고 치유받는 시간”
    • 입력 2022-10-15 21:30:35
    • 수정2022-10-15 21:52:16
    뉴스 9
[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40년 넘게 연극을 하며 소극장을 지키는 연극인 부부가 있습니다.

극장 운영이 쉽진 않았지만, 연극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결코 그 끈을 놓지 않았는데요.

이들 부부의 꿈을 안다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사고로 딸을 잃은 고통 속에 점점 기억이 사라져가는 여자.

["여기가 어딘지 내가 왜 여기 와 있는지 아무 생각도 안 나요."]

그런 여자를 지켜보는 남자.

["그럼 조금만 더 기다려봅시다. 내가 같이 기다려줄게요."]

1970년대 중동에 일하러 떠났던 남편과 그를 기다리며 외로운 시간을 견뎌온 아내는 어느새 노부부가 됐습니다.

연극은 기억과 망각 사이 어딘가를 헤매는 아내와 남편의 대화로 전개됩니다.

[정민자/연극 배우 : "망각의 늪으로 빠진 거죠. 그걸 지켜보고 있는 남편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게 다 나 때문이라고..."]

그런데 극 중 노부부, 실제 부부입니다.

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처음 만나 함께 무대에 선 세월이 40년이 넘었습니다.

[강상훈/연극 배우 : "'늙은 부부 이야기'는 백 회를 넘겼어요. 지방, 특히 제주에서 100회 이상 가는 공연은 쉽지가 않거든요."]

제주에서 극단을 꾸리고 소극장을 지켜온 지도 30여 년.

돈이 없어 극장 문을 열고 닫기를 수차례 반복하던 중에도 작품 1백여 편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정민자/연극 배우 : "대본을 받을 때마다 설레요. 관객이랑 바로 앞에서 이렇게 하는 연극의 묘미는 소극장에서 있는 게 아닐까..."]

올해 말까지 전국 6개 도시를 도는 생애 첫 순회 공연에도 나섭니다.

연극이 좋아 연극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 부부의 진짜 꿈은 따로 있습니다.

[강상훈/연극 배우 : "(프랑스) 아비뇽을 갔다 온 적이 있어요. 거기 축제를 보면서 (현지의) 그 노부부가 한 사람은 손님들 오시게 인도하시다가 조명석에 앉으시고 한 사람은 이제 스펀지를 가지고 인형을 만들어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을 하는데. 우리의 말년의 모습이 그렇게 되면 좋겠다!"]

KBS 뉴스 안다영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이상미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