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군무원 양 모 씨의 가족 사진
지난 6월, 전남 광양 앞바다에서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남성은 대구의 한 육군부대 군무원 양 모 씨였습니다. 당시 양 씨는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만삭의 아내와 6살 어린 딸을 두고 있었습니다. 양 씨는 둘째 아이와의 만남을 앞두고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요?
■ 누구보다 군을 사랑한 남편...새로운 업무로 고충 토로
양 씨는 광주의 한 대학교 군사학과를 졸업하고 7년간 장교로 근무했습니다. 군 생활을 하던 양 씨는 2018년 군무원 시험에 응시해 필기에서 전국 1등을 차지하고 군무원에 임용됩니다.
양 씨의 아내는 "남편이 어려서부터 군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군무원이라는 직업에 만족감이 높아 주변에 군무원 시험을 권했다"고 말했습니다. 양 씨는 부대에서 예비군 동원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편성관으로 일했습니다. 아내는 군무원으로 잘 지내던 남편이 지난해 말부터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서 고충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고 일을 떠맡으면서 "일이 너무 힘들고 부담된다", "다른 부대에서 넘겨받은 자료의 틀린 부분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업무의 압박감을 토로했고, 예비군 동대장들로부터 받는 민원전화에 힘들어했다는 겁니다.
■ 유족 "코로나19 격리 중에도 업무 맡았지만 동료들 비난 잇따라"
의사로부터 받은 양 씨의 우울증 진단서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양 씨는 지난 3월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유족들은 코로나19로 양 씨의 업무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더 커졌다고 주장합니다. 확진으로 자택 격리 중에도 업무가 떠맡았고 격리 해제 뒤에는 맡겨진 업무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오래 쉰 주제에 일도 느리다'는 동료들의 비난이 뒤따랐다는 겁니다.
"남편이 격리 해제된 지 딱 하루 만에 저한테 살려달라고 했고, 군대 안에서 보내는 메시지에 하나의 일 처리가 끝나기도 전에 계속 업무 지시가 있었다"는 게 양 씨의 아내가 전하는 얘기입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양 씨의 체중이 2주 만에 7kg이나 빠지고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고도 말합니다.
함께 일하는 상사에게 양 씨가 보낸 문자
양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4월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해당 부대가 감사를 앞둔 때였습니다. 유족들은 양 씨가 상사에게 휴직 기간의 업무를 인수인계하려고 했지만 상사가 이를 거부하고 전화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 뒤 양 씨는 업무 복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더 커졌고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 유족 "편파 수사"...해당 부대 "수사 중 사안 언급 부적절"
유족들은 군 수사가 부실하고 편파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양 씨의 장인은 "함께 일하던 부대 간부와 수사를 맡은 곳에서는 금전적 문제와 가정사 등을 말하면서 수사 방향이 엉뚱하게 흘러간다고 느꼈다"며, "얘는(사위 양 씨) 통장에 돈도 좀 있었고, 신용도 문제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유족은 군에서 마련한 코로나19 관련 지침에 따라 양 씨가 근무했는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군 수사관은 관련 매뉴얼이 없다는 말만 했다고 주장합니다. 유족은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수사 관할 변경을 신청했고 육군중앙수사단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군 수사당국은 코로나19 감염 중에 내려진 부당한 업무 지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양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육군중앙수사단은 "현재 관계자 조사를 마치고 수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 씨가 근무했던 해당 부대는 "상급부대 수사 기관에서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당 부대에서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양 씨가 숨진 지 벌써 넉 달, 그사이 엄마 배 속에 있던 아이는 지난 7월 말 아빠가 없는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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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삭 아내 둔 군무원 극단적 선택…유족 “직장 내 괴롭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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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10-18 07:00:45
지난 6월, 전남 광양 앞바다에서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남성은 대구의 한 육군부대 군무원 양 모 씨였습니다. 당시 양 씨는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만삭의 아내와 6살 어린 딸을 두고 있었습니다. 양 씨는 둘째 아이와의 만남을 앞두고 왜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요?
■ 누구보다 군을 사랑한 남편...새로운 업무로 고충 토로
양 씨는 광주의 한 대학교 군사학과를 졸업하고 7년간 장교로 근무했습니다. 군 생활을 하던 양 씨는 2018년 군무원 시험에 응시해 필기에서 전국 1등을 차지하고 군무원에 임용됩니다.
양 씨의 아내는 "남편이 어려서부터 군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고 군무원이라는 직업에 만족감이 높아 주변에 군무원 시험을 권했다"고 말했습니다. 양 씨는 부대에서 예비군 동원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편성관으로 일했습니다. 아내는 군무원으로 잘 지내던 남편이 지난해 말부터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서 고충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업무에 대한 교육을 받지 않고 일을 떠맡으면서 "일이 너무 힘들고 부담된다", "다른 부대에서 넘겨받은 자료의 틀린 부분까지 책임져야 한다"며 업무의 압박감을 토로했고, 예비군 동대장들로부터 받는 민원전화에 힘들어했다는 겁니다.
■ 유족 "코로나19 격리 중에도 업무 맡았지만 동료들 비난 잇따라"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양 씨는 지난 3월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유족들은 코로나19로 양 씨의 업무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더 커졌다고 주장합니다. 확진으로 자택 격리 중에도 업무가 떠맡았고 격리 해제 뒤에는 맡겨진 업무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오래 쉰 주제에 일도 느리다'는 동료들의 비난이 뒤따랐다는 겁니다.
"남편이 격리 해제된 지 딱 하루 만에 저한테 살려달라고 했고, 군대 안에서 보내는 메시지에 하나의 일 처리가 끝나기도 전에 계속 업무 지시가 있었다"는 게 양 씨의 아내가 전하는 얘기입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양 씨의 체중이 2주 만에 7kg이나 빠지고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고도 말합니다.
양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 4월 육아휴직을 신청했습니다. 해당 부대가 감사를 앞둔 때였습니다. 유족들은 양 씨가 상사에게 휴직 기간의 업무를 인수인계하려고 했지만 상사가 이를 거부하고 전화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 뒤 양 씨는 업무 복귀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더 커졌고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 유족 "편파 수사"...해당 부대 "수사 중 사안 언급 부적절"
유족들은 군 수사가 부실하고 편파적이라고 주장합니다. 양 씨의 장인은 "함께 일하던 부대 간부와 수사를 맡은 곳에서는 금전적 문제와 가정사 등을 말하면서 수사 방향이 엉뚱하게 흘러간다고 느꼈다"며, "얘는(사위 양 씨) 통장에 돈도 좀 있었고, 신용도 문제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유족은 군에서 마련한 코로나19 관련 지침에 따라 양 씨가 근무했는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군 수사관은 관련 매뉴얼이 없다는 말만 했다고 주장합니다. 유족은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수사 관할 변경을 신청했고 육군중앙수사단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후 군 수사당국은 코로나19 감염 중에 내려진 부당한 업무 지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양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육군중앙수사단은 "현재 관계자 조사를 마치고 수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양 씨가 근무했던 해당 부대는 "상급부대 수사 기관에서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해당 부대에서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양 씨가 숨진 지 벌써 넉 달, 그사이 엄마 배 속에 있던 아이는 지난 7월 말 아빠가 없는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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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수 기자 handsom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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