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시진핑, 2035년까지 집권하나?…“1인 체제로 쭉”

입력 2022.10.20 (08:43) 수정 2022.10.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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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차 당 대회에서 업무 보고하는 시진핑 주석 (출처: 연합뉴스)제20차 당 대회에서 업무 보고하는 시진핑 주석 (출처: 연합뉴스)

지난 16일은 중국인들에게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주민들은 도심 전광판, 터미널 대합실에서 '이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시골에서는 마을 회관에 모여 함께 시청했습니다.

중국 철도 직원이 모여 앉아 시 주석의 업무 보고를 시청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중국 철도 직원이 모여 앉아 시 주석의 업무 보고를 시청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

택배 배달원이나 항공사 승무원이 단체로 시청하는 모습이나 소수민족 전통의상을 입은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행사를 보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상하이시에는 시 주석 업무 보고를 중계방송 하는 트럭이 등장했다. (출처: 연합뉴스)상하이시에는 시 주석 업무 보고를 중계방송 하는 트럭이 등장했다. (출처: 연합뉴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는 중국 전역에서 '이 행사'를 실시간으로 시청했다고 자랑하는 인증 사진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장장 1시간 45분 동안 쉼 없이 진행됐는데도 말이죠.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 "중국의 오늘을 파악하고 미래 모습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시진핑, 앞으로 최소 5년간 집권 확실시…그 이후는?

당 대회 업무 보고하는 시진핑. 뒤로는 중국 최고지도부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배석했다. (출처: 연합뉴스)당 대회 업무 보고하는 시진핑. 뒤로는 중국 최고지도부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배석했다. (출처: 연합뉴스)

중국 전역에서 시청한 건 바로 시진핑 국가 주석의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업무 보고이자, 사실상 집권 3기를 예고하는 출사표였습니다. 이번 당 대회가 끝나면 시 주석의 3연임이 공식화되기 때문인데요.

오는 23일, 이번 당 대회가 끝나는 바로 다음 날 시진핑 주석이 총서기에 또다시 선출되면 '시진핑 집권 3기'는 공식 출범하게 됩니다. 앞으로 최소 5년은 더 중국을 이끌어가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최소 5년이지 추가 집권 기간이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최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은 확정됐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이게 5년에 그칠 것이냐 하는 것도 의문이다. 마오쩌둥 이후에 처음으로 장기 집권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왜 2035년일까?

장기 집권도 집권이지만 특히 2035년이라는 특정 연도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집권 3기를 열고 임기를 마친다면 2027년, 그 뒤 또 5년을 연임할 경우 시 주석은 2032년까지 향후 10년을 더 집권하게 됩니다. 그런데 왜 2032년이 아닌 2035년이 거론 될까요?

당 대회를 위해 중국 공산당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곳곳에 배치됐다. (출처: 연합뉴스)당 대회를 위해 중국 공산당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곳곳에 배치됐다. (출처: 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은 19차 당 대회 때 지금의 중국이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까지 발전 단계를 계획해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3단계 발전 로드맵'입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까지는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한 사회)을 달성하고, 2035년까지는 중국식 현대화를 실현하고, 2049년 '사회주의 강국'이자 세계 제일의 국가가 되려고 합니다. 시 주석이 내세우는 중국몽(中國夢)입니다.

그런데 시 주석은 이번 업무 보고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2035년에 사회주의적 방식으로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완성하고. 계속해서 2049년에 세계 제일의 국가가 되겠다."

자신의 '발전 로드맵'을 재차 확인함과 동시에 '이 계획을 2035년 완성할 때까지는 내가 중국을 이끌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발언입니다. 2049년에는 시 주석이 96살이 되기 때문에 집권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내가 이끌 테니 2035년까지는 나를 밀어달라'라는 속내. 많은 사람들이 시 주석의 발표를 이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건 현재로서는 시 주석의 후계자로 볼만한 사람이 딱히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당 대회에서 후계자로 미는 사람이 상무위원에 포함된다면 시 주석이 아닌 다른 사람이 2035년 '위업'을 달성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큰 이변이 없는 한, 2035년까지 어쩌면 그 이후로도 시 주석이 집권하는 것은 기정 사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 집단지도체제에서 '1인 체제'로

시 주석의 집권 기간도 기간이지만, 그가 장기 집권하는 동안 어떻게 중국을 통치하느냐도 관건입니다.

칭화대학교 후안강(胡鞍鋼) 교수는 덩샤오핑이 설계한 집단지도체제가 그동안 중국 정치가 안정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 정치가 안정됐기에 경제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진핑 주석 뒤로 중국 공산당을 대표하는 중앙위원들이 서열대로 자리하고 있다. (AP=연합뉴스)시진핑 주석 뒤로 중국 공산당을 대표하는 중앙위원들이 서열대로 자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이 집단지도체제는 사실상 시진핑이 주석에 오르면서부터 모두 훼손됐습니다.

우선 절대 권력이 생길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임기제'와 '칠상팔하(七上八下)' 관례가 와해됐습니다. 임기제는 국가 주석을 2연임까지만 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칠상팔하'는 공산당에서 68세 이상인 인물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머물지 말자는 일종의 연령 제한 관례입니다. 여기에 시 주석은, 차차기 후계자를 미리 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이라는 전통도 없앴습니다. 한 마디로 집단지도체제가 무너진 셈입니다.

경쟁자도 없습니다. 부패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차근차근 경쟁 세력을 제거한 덕분입니다. 외부, 특히 서방 세력의 비판은 '내정 간섭'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홍콩이나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비판의 목소리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자비 없는 단속과 자기 검열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중국을 이끌던 자리에 이제는 '시진핑 1인'이 남았습니다.

"그(시진핑)는 집권 3기에 그가 최고 지도자로 승진시킨 사람들을 뜻하는 후견인을 더 많이 갖게 될 것이고, 그것은 그를 더 강력하게 만들 것입니다."
- 청 리, 브루킹스 연구소 존 엘 손턴 차이나센터 국장 (미국 외교 전문지 폴리티코 2022.09.17. 기사)

중국의 앞날이 과연 어떻게 될지, 이제 세계는 '한 사람'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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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시진핑, 2035년까지 집권하나?…“1인 체제로 쭉”
    • 입력 2022-10-20 08:43:58
    • 수정2022-10-20 14:52:58
    특파원 리포트
제20차 당 대회에서 업무 보고하는 시진핑 주석 (출처: 연합뉴스)
지난 16일은 중국인들에게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주민들은 도심 전광판, 터미널 대합실에서 '이 순간'을 지켜봤습니다. 시골에서는 마을 회관에 모여 함께 시청했습니다.

중국 철도 직원이 모여 앉아 시 주석의 업무 보고를 시청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
택배 배달원이나 항공사 승무원이 단체로 시청하는 모습이나 소수민족 전통의상을 입은 주민들이 휴대전화로 행사를 보는 모습도 목격됐습니다.

상하이시에는 시 주석 업무 보고를 중계방송 하는 트럭이 등장했다. (출처: 연합뉴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는 중국 전역에서 '이 행사'를 실시간으로 시청했다고 자랑하는 인증 사진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장장 1시간 45분 동안 쉼 없이 진행됐는데도 말이죠.

한 네티즌은 웨이보에 "중국의 오늘을 파악하고 미래 모습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시진핑, 앞으로 최소 5년간 집권 확실시…그 이후는?

당 대회 업무 보고하는 시진핑. 뒤로는 중국 최고지도부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배석했다. (출처: 연합뉴스)
중국 전역에서 시청한 건 바로 시진핑 국가 주석의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업무 보고이자, 사실상 집권 3기를 예고하는 출사표였습니다. 이번 당 대회가 끝나면 시 주석의 3연임이 공식화되기 때문인데요.

오는 23일, 이번 당 대회가 끝나는 바로 다음 날 시진핑 주석이 총서기에 또다시 선출되면 '시진핑 집권 3기'는 공식 출범하게 됩니다. 앞으로 최소 5년은 더 중국을 이끌어가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최소 5년이지 추가 집권 기간이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최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은 확정됐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이게 5년에 그칠 것이냐 하는 것도 의문이다. 마오쩌둥 이후에 처음으로 장기 집권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왜 2035년일까?

장기 집권도 집권이지만 특히 2035년이라는 특정 연도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집권 3기를 열고 임기를 마친다면 2027년, 그 뒤 또 5년을 연임할 경우 시 주석은 2032년까지 향후 10년을 더 집권하게 됩니다. 그런데 왜 2032년이 아닌 2035년이 거론 될까요?

당 대회를 위해 중국 공산당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곳곳에 배치됐다. (출처: 연합뉴스)
시진핑 주석은 19차 당 대회 때 지금의 중국이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까지 발전 단계를 계획해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3단계 발전 로드맵'입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까지는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풍족한 사회)을 달성하고, 2035년까지는 중국식 현대화를 실현하고, 2049년 '사회주의 강국'이자 세계 제일의 국가가 되려고 합니다. 시 주석이 내세우는 중국몽(中國夢)입니다.

그런데 시 주석은 이번 업무 보고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2035년에 사회주의적 방식으로 현대화를 기본적으로 완성하고. 계속해서 2049년에 세계 제일의 국가가 되겠다."

자신의 '발전 로드맵'을 재차 확인함과 동시에 '이 계획을 2035년 완성할 때까지는 내가 중국을 이끌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발언입니다. 2049년에는 시 주석이 96살이 되기 때문에 집권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내가 이끌 테니 2035년까지는 나를 밀어달라'라는 속내. 많은 사람들이 시 주석의 발표를 이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건 현재로서는 시 주석의 후계자로 볼만한 사람이 딱히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당 대회에서 후계자로 미는 사람이 상무위원에 포함된다면 시 주석이 아닌 다른 사람이 2035년 '위업'을 달성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상태입니다.

결국, 큰 이변이 없는 한, 2035년까지 어쩌면 그 이후로도 시 주석이 집권하는 것은 기정 사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 집단지도체제에서 '1인 체제'로

시 주석의 집권 기간도 기간이지만, 그가 장기 집권하는 동안 어떻게 중국을 통치하느냐도 관건입니다.

칭화대학교 후안강(胡鞍鋼) 교수는 덩샤오핑이 설계한 집단지도체제가 그동안 중국 정치가 안정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 정치가 안정됐기에 경제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진핑 주석 뒤로 중국 공산당을 대표하는 중앙위원들이 서열대로 자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런데 이 집단지도체제는 사실상 시진핑이 주석에 오르면서부터 모두 훼손됐습니다.

우선 절대 권력이 생길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임기제'와 '칠상팔하(七上八下)' 관례가 와해됐습니다. 임기제는 국가 주석을 2연임까지만 할 수 있다는 규정입니다. '칠상팔하'는 공산당에서 68세 이상인 인물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머물지 말자는 일종의 연령 제한 관례입니다. 여기에 시 주석은, 차차기 후계자를 미리 정하는 격대지정(隔代指定)이라는 전통도 없앴습니다. 한 마디로 집단지도체제가 무너진 셈입니다.

경쟁자도 없습니다. 부패와의 전쟁을 내세우며 차근차근 경쟁 세력을 제거한 덕분입니다. 외부, 특히 서방 세력의 비판은 '내정 간섭'으로 치부하고 있습니다. 홍콩이나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비판의 목소리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자비 없는 단속과 자기 검열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중국을 이끌던 자리에 이제는 '시진핑 1인'이 남았습니다.

"그(시진핑)는 집권 3기에 그가 최고 지도자로 승진시킨 사람들을 뜻하는 후견인을 더 많이 갖게 될 것이고, 그것은 그를 더 강력하게 만들 것입니다."
- 청 리, 브루킹스 연구소 존 엘 손턴 차이나센터 국장 (미국 외교 전문지 폴리티코 2022.09.17. 기사)

중국의 앞날이 과연 어떻게 될지, 이제 세계는 '한 사람'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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