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문 닫고 해고하고’ 구조조정이 온다…당신의 일자리는 안녕하십니까?

입력 2022.10.20 (17:52) 수정 2022.10.2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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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ET WHY?
■ 방송시간 : 10월20일(목) 17:50~18:25 KBS2
■ 출연자 : 박정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부원장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21020&1

[영상]
전달 사항 있으니까 회의실로 모입시다.
네.
다들 알 거야..

[앵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다음 대사 짐작이 가실까요? 네, 해고 통보입니다.

[영상]
정 대리가 당분간 업무 배제라..

[앵커]
최근 정리 해고라는 실로 무시무시한 단어를 현실로 맞닥뜨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45년 업력의 유제품 제조업체 푸르밀의 직원들입니다. 문제는 이곳 하나로 끝날 것 같지 않은 작금의 경제 상황입니다. 박정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부원장께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부원장님, 어서 오십시오.

[답변]
네, 안녕하세요?

[앵커]
참 충격이네요. 370여 명 되는 전 직원을 그냥 바로 이메일로 정리하는, 이분들 얼마나 지금 당황스럽고 또 막막하실까요?

[답변]
그럴 것 같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드는데요. 사실 통상적으로 누군가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통보를 해야 되는데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고요. 그것도 대규모, 전부를 이렇게 해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앵커]
이 회사가 그러니까 롯데 그룹 방계 회사잖아요?

[답변]
네, 맞습니다. 업력도 탄탄했고요. 그리고 우리가 이 회사 제품들을 음으로 양으로 참 많이 이용했던 것을 아마 아실 거예요.

[앵커]
기업 이름은 몰라도 아마 제품 이름 보면 '아, 저거~' 많이들 아실 거예요.

[답변]
맞습니다. 저도 즐겨 먹는 유제품들도 섞여 있네요.

[앵커]
저도 주부로서 많이 샀던 이유가 항상 1+1, 거기에 또 10%를 할인해줘서 이거 사면서 대체 이 회사는 남는 게 있나 싶었을 정도인데, 결국 그게 위기의 징조였을까요?

[답변]
그렇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때는 매출액이 3,000억이 넘을 만큼 나름대로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는데 최근 들어서 흔히 말해서 한계기업이라고 하죠? 이따가도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정상적인 경영 활동으로 이자마저 갚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그야말로 회사를 청산하기 위해서, 철수하기 위해서 전 직원을 해고한 것이죠.

[앵커]
그래도 나름대로 중견기업 다닌다고 월급 받아서 대출 받아 집 사고 아이들 학원비 내고 했던 직원분들, 이분들은 앞으로 그러면 어떻게 되나요? 인수하겠다는 회사는 없습니까?

[답변]
원래 통상적으로 이 정도 업력을 가진 회사고 이 정도 브랜드 파워를 가진 회사는 인수될 가능성도 많은데, 최근 너무나도 급격히 단기간에 금리도 인상되면서 시장의 자금 흐름이 경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기존에 하고 있던 사업도 철수할 수 있는 마당에 이렇게 대규모 신규 투자를 하기는 다른 회사에서는 주저될 요인이죠. 그래서 아마 어떤 회사를 매각하기보다는 철수를 결국 결정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요. 여기 또 같이 연결되는 대리점주.

[답변]
그렇죠.

[앵커]
또 여기에 원유 납품했던 낙농가들이 다 연결돼 있어서 연쇄 타격도 좀 우려가 되긴 하는데, 사실 우리같이 IMF를 겪어본 세대는 이런 구조조정, 해고, 부도, 이런 단어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는 그런 어떤 학습 효과라는 게 있잖아요. 지금 보면 건설업계에서도 여러 가지 흉흉한 소식이 들려서, 대관절 어떻게 된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

[답변]
최근 건설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부동산 시장이 급랭한 것도 있고요. 두 번째는 얼마 전에 강원도에서 오픈했던 레고랜드가, 레고랜드를 운영하기 위해서 발행했던 채권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지방채라는 것은 사실 국채에 가까운 것인데 그걸 못 막았으니 이건 당연히 건설 분야의 자금 흐름을 급격히 냉각시킬 상황이 돼버린 거고요. 특히 충격적인 것은 대기업 계열의 건설회사인 롯데건설에서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행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앵커]
여기도 롯데 관련이네요.

[답변]
예, 맞습니다. 그러네요, 공교롭게. 이렇게 대기업에 편제된 건설사는 그 규모의 여부에 상관없이 나름대로 신뢰감을 갖게 되는 게 통상적이잖아요? 그런 회사마저도 자금을 구하지 못해서 유상증자를 2,000억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 건설 분야가 얼마나 냉랭한지 알 수 있는 겁니다.

[앵커]
롯데건설은 비상장 회사잖아요. 결국 최대 주주들한테 손을 벌려서 돈을 구한다는 건데.

[답변]
그렇죠.

[앵커]
이것저것 다 해보고 돈을 못 구하니까 결국 이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요즘 AA등급의 회사채도 잘 안 팔린다고 하는데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 확보, 이 경색이 심각하다는 얘기인가요?

[답변]
예, 맞습니다. 사실 지난 2~3년 동안 증권업계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PF라고 해서 이렇게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 상품들을 많이 활용해서 적지 않은 수익을 거뒀는데요. 지금 이 PF 시장이 완전히 급랭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신들이 받기로 했던 높은 금리보다 더 얹어줄 테니 이것을 남에게 전가하고 싶어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고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초우량 등급의 회사채 역시도 돌지 않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고 롯데건설같이 모회사가 자금을 대줄 여력이 있으면 그나마 나은데, 그렇지 못한 어떤 중소 건설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답변]
예,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 지방 건설회사부터 슬슬 불안한 기미를 언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소식들이 전개되고 있고요. 그래서 정책 당국에서도 이 분야에 크게 관심을 좀 가지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신 대로 정상적인 영업 활동으로 이자비용도 감당 못하는 그런 한계기업이 지금 몇 개나 된다고 봐야 될까요? 통계가 잡히나요?

[답변]
한번 화면 같이 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산하의 미래전략연구소에서 추산한 내용인데요. 2021년 기준으로 정상적인 영업 활동으로 이자를 못 내는 기업이 4,478개까지 늘었습니다. 또 다른 기관인 한국은행 같은 경우는요, 지난 9월 달 집계 결과로 따지면 우리나라 통계에 집계되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 10개 중의 4개가 정상적인 경영 활동으로 이자를 못 내는 한계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금 추이를 보면 5년 새 2배 가까이 증가를 한 거라고 봐야 되네요?

[답변]
맞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급증한 것도 문제가 되지만 앞으로 이들 기업들을 자세히 들여다봤었을 때 한계기업에서 벗어나서 정상 기업으로 바뀔 수 있는 기업도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데 큰 문제가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가장 악화되고 있는 제일 큰 주된 요인이 뭐라고 봐야 됩니까?

[답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너무 높은 금리를 지금 올려가는 그 기조 때문에 하나 문제가 되고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채권을 발행해서 그걸 통해서 자금을 확보하는 게 통상적인데, 이렇게 단기간에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 기업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고요. 또 한 가지는 강달러가 아니라 킹달러까지 올라가는 달러 강세가 또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앵커]
사실 우리나라가 무역 적자를 걱정하는 그런 나라는 아니었잖아요.

[답변]
그렇죠.

[앵커]
주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 워낙 많기도 하고. 수출 기업들은 환율 오르면 표정 관리해야 된다, 이런 얘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것도 잘 안 통하는 것 같고요.

[답변]
예, 맞습니다. 일단 환율이 올랐다고 해서, 우리나라 제품이 좀 싸졌다고 해서 외국에서 우리나라 제품을 더 사줄 수 있는 경제 상황이 녹록한 국가도 없는 상황이고요. 거기다가 제품을 만들 때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 원자재를 해외에서 사 와야 되는데 이 원자재를 사 올 때 강달러 기조 속에서 너무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되다 보니까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난 금융위기 때는 이런 상황이 됐으면 중앙은행에서 기준금리도 좀 낮춰주고 뭔가 숨통을 터주는 그런 조치가 있었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금리를 올리면 올렸지 낮출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그렇다고 또 정부의 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잖아요? 코로나 사태로 워낙 많은 돈을 써서요. 그러면 우리가 정부에 기댈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요?

[답변]
이것 때문에 지금 고민이 많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만 하더라도 경기는 안 좋지만 그래도 물가가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금리를 낮춰서라도 자금을 지원할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경기도 안 좋은데 물가까지 높다 보니까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자금을 공급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런 기업들을 어떻게 보면 구제하기 위한 노력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죠.

[앵커]
결국 기업들의 자구 노력이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현재 어떤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하고 있나요?

[답변]
참 안타깝게도 먼 미래를 본 신규 투자들을 그동안 많이 감행했었는데, 우리나라 기업에 해당되는 네이버나 카카오도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 스타트업에 투자했거나 신기술에 투자했던 걸 거의 접는 상태에 해당되고요. 이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페이스북으로 알려져 있던 이제 메타라고 이름을 바꿨죠? 메타 같은 경우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직원을 줄이게 됐고요. 구글 역시도 게임 관련한 자회사들은 이미 매각을 결정한 상황입니다. 아마존도 콜센터 운영했던 걸 전폭적으로 철수하기로 결정했고요.

[앵커]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기업들 투자 결정할 때도 부채 비율 다시 봐야겠네요. 한동안 그거 안 봤잖아요, 그거 상관없이 수익률 잘 나니까.

[답변]
네, 맞습니다.

[앵커]
그런 것 좀 확인해봐야겠네요.

[답변]
그동안 투자했을 때는 사실 먼 미래의 어떤 청사진을 잘 그린 회사들에게 주로 투자를 했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먼 미래의 청사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회사가 얼마나 견실한 영업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고 투자의 관점을 바꿔야 될 필요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앵커]
어지러운 상황, 또 어려운 투자 환경에서 오늘 해 주신 말씀이 투자자들이 또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 ET 마무리하죠. 박정호 부원장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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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0 17:52:14
    • 수정2022-10-20 18:4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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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21020&1

[영상]
전달 사항 있으니까 회의실로 모입시다.
네.
다들 알 거야..

[앵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다음 대사 짐작이 가실까요? 네, 해고 통보입니다.

[영상]
정 대리가 당분간 업무 배제라..

[앵커]
최근 정리 해고라는 실로 무시무시한 단어를 현실로 맞닥뜨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45년 업력의 유제품 제조업체 푸르밀의 직원들입니다. 문제는 이곳 하나로 끝날 것 같지 않은 작금의 경제 상황입니다. 박정호 한국경제산업연구원 부원장께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부원장님, 어서 오십시오.

[답변]
네, 안녕하세요?

[앵커]
참 충격이네요. 370여 명 되는 전 직원을 그냥 바로 이메일로 정리하는, 이분들 얼마나 지금 당황스럽고 또 막막하실까요?

[답변]
그럴 것 같습니다. 사실 어찌 보면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닐까, 하는 우려마저 드는데요. 사실 통상적으로 누군가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통보를 해야 되는데 너무나도 갑작스러웠고요. 그것도 대규모, 전부를 이렇게 해고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상황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앵커]
이 회사가 그러니까 롯데 그룹 방계 회사잖아요?

[답변]
네, 맞습니다. 업력도 탄탄했고요. 그리고 우리가 이 회사 제품들을 음으로 양으로 참 많이 이용했던 것을 아마 아실 거예요.

[앵커]
기업 이름은 몰라도 아마 제품 이름 보면 '아, 저거~' 많이들 아실 거예요.

[답변]
맞습니다. 저도 즐겨 먹는 유제품들도 섞여 있네요.

[앵커]
저도 주부로서 많이 샀던 이유가 항상 1+1, 거기에 또 10%를 할인해줘서 이거 사면서 대체 이 회사는 남는 게 있나 싶었을 정도인데, 결국 그게 위기의 징조였을까요?

[답변]
그렇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때는 매출액이 3,000억이 넘을 만큼 나름대로 견실한 성장세를 보였는데 최근 들어서 흔히 말해서 한계기업이라고 하죠? 이따가도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정상적인 경영 활동으로 이자마저 갚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 때문에 그야말로 회사를 청산하기 위해서, 철수하기 위해서 전 직원을 해고한 것이죠.

[앵커]
그래도 나름대로 중견기업 다닌다고 월급 받아서 대출 받아 집 사고 아이들 학원비 내고 했던 직원분들, 이분들은 앞으로 그러면 어떻게 되나요? 인수하겠다는 회사는 없습니까?

[답변]
원래 통상적으로 이 정도 업력을 가진 회사고 이 정도 브랜드 파워를 가진 회사는 인수될 가능성도 많은데, 최근 너무나도 급격히 단기간에 금리도 인상되면서 시장의 자금 흐름이 경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기존에 하고 있던 사업도 철수할 수 있는 마당에 이렇게 대규모 신규 투자를 하기는 다른 회사에서는 주저될 요인이죠. 그래서 아마 어떤 회사를 매각하기보다는 철수를 결국 결정하게 된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요. 여기 또 같이 연결되는 대리점주.

[답변]
그렇죠.

[앵커]
또 여기에 원유 납품했던 낙농가들이 다 연결돼 있어서 연쇄 타격도 좀 우려가 되긴 하는데, 사실 우리같이 IMF를 겪어본 세대는 이런 구조조정, 해고, 부도, 이런 단어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는 그런 어떤 학습 효과라는 게 있잖아요. 지금 보면 건설업계에서도 여러 가지 흉흉한 소식이 들려서, 대관절 어떻게 된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

[답변]
최근 건설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부동산 시장이 급랭한 것도 있고요. 두 번째는 얼마 전에 강원도에서 오픈했던 레고랜드가, 레고랜드를 운영하기 위해서 발행했던 채권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됐습니다. 지방채라는 것은 사실 국채에 가까운 것인데 그걸 못 막았으니 이건 당연히 건설 분야의 자금 흐름을 급격히 냉각시킬 상황이 돼버린 거고요. 특히 충격적인 것은 대기업 계열의 건설회사인 롯데건설에서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행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앵커]
여기도 롯데 관련이네요.

[답변]
예, 맞습니다. 그러네요, 공교롭게. 이렇게 대기업에 편제된 건설사는 그 규모의 여부에 상관없이 나름대로 신뢰감을 갖게 되는 게 통상적이잖아요? 그런 회사마저도 자금을 구하지 못해서 유상증자를 2,000억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은 지금 건설 분야가 얼마나 냉랭한지 알 수 있는 겁니다.

[앵커]
롯데건설은 비상장 회사잖아요. 결국 최대 주주들한테 손을 벌려서 돈을 구한다는 건데.

[답변]
그렇죠.

[앵커]
이것저것 다 해보고 돈을 못 구하니까 결국 이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요즘 AA등급의 회사채도 잘 안 팔린다고 하는데 그만큼 기업들의 자금 확보, 이 경색이 심각하다는 얘기인가요?

[답변]
예, 맞습니다. 사실 지난 2~3년 동안 증권업계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PF라고 해서 이렇게 부동산과 관련된 금융 상품들을 많이 활용해서 적지 않은 수익을 거뒀는데요. 지금 이 PF 시장이 완전히 급랭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자신들이 받기로 했던 높은 금리보다 더 얹어줄 테니 이것을 남에게 전가하고 싶어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고요.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초우량 등급의 회사채 역시도 돌지 않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렇고 롯데건설같이 모회사가 자금을 대줄 여력이 있으면 그나마 나은데, 그렇지 못한 어떤 중소 건설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답변]
예,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 지방 건설회사부터 슬슬 불안한 기미를 언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소식들이 전개되고 있고요. 그래서 정책 당국에서도 이 분야에 크게 관심을 좀 가지셔야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 말씀하신 대로 정상적인 영업 활동으로 이자비용도 감당 못하는 그런 한계기업이 지금 몇 개나 된다고 봐야 될까요? 통계가 잡히나요?

[답변]
한번 화면 같이 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산하의 미래전략연구소에서 추산한 내용인데요. 2021년 기준으로 정상적인 영업 활동으로 이자를 못 내는 기업이 4,478개까지 늘었습니다. 또 다른 기관인 한국은행 같은 경우는요, 지난 9월 달 집계 결과로 따지면 우리나라 통계에 집계되고 있는 기업들 중에서 10개 중의 4개가 정상적인 경영 활동으로 이자를 못 내는 한계기업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금 추이를 보면 5년 새 2배 가까이 증가를 한 거라고 봐야 되네요?

[답변]
맞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급증한 것도 문제가 되지만 앞으로 이들 기업들을 자세히 들여다봤었을 때 한계기업에서 벗어나서 정상 기업으로 바뀔 수 있는 기업도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는다는 데 큰 문제가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가장 악화되고 있는 제일 큰 주된 요인이 뭐라고 봐야 됩니까?

[답변]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너무 높은 금리를 지금 올려가는 그 기조 때문에 하나 문제가 되고요.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채권을 발행해서 그걸 통해서 자금을 확보하는 게 통상적인데, 이렇게 단기간에 이자 부담이 높아지면 기업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거고요. 또 한 가지는 강달러가 아니라 킹달러까지 올라가는 달러 강세가 또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앵커]
사실 우리나라가 무역 적자를 걱정하는 그런 나라는 아니었잖아요.

[답변]
그렇죠.

[앵커]
주로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 워낙 많기도 하고. 수출 기업들은 환율 오르면 표정 관리해야 된다, 이런 얘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것도 잘 안 통하는 것 같고요.

[답변]
예, 맞습니다. 일단 환율이 올랐다고 해서, 우리나라 제품이 좀 싸졌다고 해서 외국에서 우리나라 제품을 더 사줄 수 있는 경제 상황이 녹록한 국가도 없는 상황이고요. 거기다가 제품을 만들 때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 원자재를 해외에서 사 와야 되는데 이 원자재를 사 올 때 강달러 기조 속에서 너무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되다 보니까 이 과정에서 기업들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지난 금융위기 때는 이런 상황이 됐으면 중앙은행에서 기준금리도 좀 낮춰주고 뭔가 숨통을 터주는 그런 조치가 있었는데 지금 같은 경우는 금리를 올리면 올렸지 낮출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그렇다고 또 정부의 재정이 넉넉한 것도 아니잖아요? 코로나 사태로 워낙 많은 돈을 써서요. 그러면 우리가 정부에 기댈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요?

[답변]
이것 때문에 지금 고민이 많습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만 하더라도 경기는 안 좋지만 그래도 물가가 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금리를 낮춰서라도 자금을 지원할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경기도 안 좋은데 물가까지 높다 보니까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자금을 공급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런 기업들을 어떻게 보면 구제하기 위한 노력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죠.

[앵커]
결국 기업들의 자구 노력이 중요하다는 얘기인데, 현재 어떤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하고 있나요?

[답변]
참 안타깝게도 먼 미래를 본 신규 투자들을 그동안 많이 감행했었는데, 우리나라 기업에 해당되는 네이버나 카카오도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 스타트업에 투자했거나 신기술에 투자했던 걸 거의 접는 상태에 해당되고요. 이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페이스북으로 알려져 있던 이제 메타라고 이름을 바꿨죠? 메타 같은 경우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직원을 줄이게 됐고요. 구글 역시도 게임 관련한 자회사들은 이미 매각을 결정한 상황입니다. 아마존도 콜센터 운영했던 걸 전폭적으로 철수하기로 결정했고요.

[앵커]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기업들 투자 결정할 때도 부채 비율 다시 봐야겠네요. 한동안 그거 안 봤잖아요, 그거 상관없이 수익률 잘 나니까.

[답변]
네, 맞습니다.

[앵커]
그런 것 좀 확인해봐야겠네요.

[답변]
그동안 투자했을 때는 사실 먼 미래의 어떤 청사진을 잘 그린 회사들에게 주로 투자를 했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그런 먼 미래의 청사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회사가 얼마나 견실한 영업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고 투자의 관점을 바꿔야 될 필요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앵커]
어지러운 상황, 또 어려운 투자 환경에서 오늘 해 주신 말씀이 투자자들이 또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 ET 마무리하죠. 박정호 부원장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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