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K] ‘고향예찬’…지역을 그리는 화가들

입력 2022.10.20 (19:46) 수정 2022.10.2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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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사라져 가는 옛 동네에 대한 기억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화가들이 있습니다.

고향 전북을 그리워하는 작가들의 묵향 가득한 글과 그림들이 관람객과 만나고도 있는데요.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아침.

모정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낮은 처마가 드리워진 동네의 어귀에 가 닿습니다.

무심한 듯 슥슥 그어나가는 선들이 차곡차곡 노트 위에 쌓여나가다 보면, 어느새 스케치가 완성됩니다.

[황현호/화가 : "도시 근교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 속의 풍경을 너무 놓치고 살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내가 살았던, 걸었던 어떤 길의 모습들을 자취로, 기억으로 남겨 두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세월의 흐름과 개발에 밀려 차츰 사라져 가는 전주의 옛 동네들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작가들.

시간의 더께를 그대로 간직한 소박한 집과 골목, 낡은 담장 아래 드리운 이름 모를 야생화까지,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풍경들이 작가의 캔버스에서 다시 태어납니다.

[김숙경/화가 : "예전에 있었던 공간도 있지만, 새로운 공간이 뒤섞여서 어느 한 부분만이 전통적인 풍경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곳이 상당히 이제 많이 있어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어떤 변화들이 서로 적응이 되어서 또 하나의 전통을 만들어 가는 것 아닌가."]

도시나 동네의 소소한 풍경을 직접 찾아가 관찰해 그리는 이른바 '어반 스케치'.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 고유의 감성과 순간의 인상이 어우러지며 낡고 오래된 것들에 예술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정인수/한국미술협회 전주시지부장 :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또 다른 것이 작가 개개인의 취향과 그 작가가 가지고 있는 감성과 느낌을 좀 더 포근하게 만들어 준다고 해야 하나요? 이번에 느낀 것은 작가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나 아름답다. 그리고 무엇이든, 쓰레기장도 그림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게 '어반'인 것 같아요."]

강을 향해 힘차게 내달리는 물줄기와 울긋불긋 가을 옷을 입은 지리산의 너른 품.

고향의 사계를 추억하는 출향 작가의 그리움이 화폭에 오롯이 담겼습니다.

다산 정약용이 왕조의 발상지 전주를 지나며 남긴 시문을 옮긴 일필휘지부터 예향 전북을 노래하는 글과 서각, 수묵화 등 출향 서예가와 지역 서예가의 작품 6백여 점이 잇따라 전시되고 있습니다.

[윤점용/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집행위원장 : "다시 한번 내 고향을 되돌아 보면서 내 고향에 좋은 시문들이 이렇게 있구나…. 이런 것들을 감상할 기회가 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많이 할애하셔서 아이들과 함께 오셔서 감상해주시면…."]

지역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묵향으로 되살리고, 빠르게 변하는 옛 동네의 풍경을 그림으로 저장해가고 있는 사람들.

결실의 계절, 가을, 이들의 고향과 지역에 대한 애정이, 우리 화단을 더 특별하고 풍성하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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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K] ‘고향예찬’…지역을 그리는 화가들
    • 입력 2022-10-20 19:46:40
    • 수정2022-10-20 20:09:12
    뉴스7(전주)
[앵커]

문화K 시간입니다.

사라져 가는 옛 동네에 대한 기억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화가들이 있습니다.

고향 전북을 그리워하는 작가들의 묵향 가득한 글과 그림들이 관람객과 만나고도 있는데요.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아침.

모정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낮은 처마가 드리워진 동네의 어귀에 가 닿습니다.

무심한 듯 슥슥 그어나가는 선들이 차곡차곡 노트 위에 쌓여나가다 보면, 어느새 스케치가 완성됩니다.

[황현호/화가 : "도시 근교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 속의 풍경을 너무 놓치고 살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내가 살았던, 걸었던 어떤 길의 모습들을 자취로, 기억으로 남겨 두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세월의 흐름과 개발에 밀려 차츰 사라져 가는 전주의 옛 동네들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작가들.

시간의 더께를 그대로 간직한 소박한 집과 골목, 낡은 담장 아래 드리운 이름 모를 야생화까지, 이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풍경들이 작가의 캔버스에서 다시 태어납니다.

[김숙경/화가 : "예전에 있었던 공간도 있지만, 새로운 공간이 뒤섞여서 어느 한 부분만이 전통적인 풍경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곳이 상당히 이제 많이 있어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어떤 변화들이 서로 적응이 되어서 또 하나의 전통을 만들어 가는 것 아닌가."]

도시나 동네의 소소한 풍경을 직접 찾아가 관찰해 그리는 이른바 '어반 스케치'.

대상을 바라보는 작가 고유의 감성과 순간의 인상이 어우러지며 낡고 오래된 것들에 예술적인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정인수/한국미술협회 전주시지부장 : "그림으로 표현한 것은 또 다른 것이 작가 개개인의 취향과 그 작가가 가지고 있는 감성과 느낌을 좀 더 포근하게 만들어 준다고 해야 하나요? 이번에 느낀 것은 작가가 바라보는 곳은 어디나 아름답다. 그리고 무엇이든, 쓰레기장도 그림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게 '어반'인 것 같아요."]

강을 향해 힘차게 내달리는 물줄기와 울긋불긋 가을 옷을 입은 지리산의 너른 품.

고향의 사계를 추억하는 출향 작가의 그리움이 화폭에 오롯이 담겼습니다.

다산 정약용이 왕조의 발상지 전주를 지나며 남긴 시문을 옮긴 일필휘지부터 예향 전북을 노래하는 글과 서각, 수묵화 등 출향 서예가와 지역 서예가의 작품 6백여 점이 잇따라 전시되고 있습니다.

[윤점용/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집행위원장 : "다시 한번 내 고향을 되돌아 보면서 내 고향에 좋은 시문들이 이렇게 있구나…. 이런 것들을 감상할 기회가 되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을 많이 할애하셔서 아이들과 함께 오셔서 감상해주시면…."]

지역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묵향으로 되살리고, 빠르게 변하는 옛 동네의 풍경을 그림으로 저장해가고 있는 사람들.

결실의 계절, 가을, 이들의 고향과 지역에 대한 애정이, 우리 화단을 더 특별하고 풍성하게 채워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수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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