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림 피해 탈북했다 오히려…” 반복되는 비극 왜?

입력 2022.10.24 (21:54) 수정 2022.10.24 (22: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3년 전에도이런 안타까운 일이 있었죠.

탈북민 '모자'가 굶주림 끝에 숨졌습니다.

그 뒤에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도 했는데, 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도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숨진 김 씨의 위기 징후는 지난해 초부터 나타났습니다.

관리비와 임대료가 밀리더니, 온수 사용량이 '0'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주민센터 직원/음성 변조 : "장기적으로 지방 같은 데 있잖아요. 공사 현장이라든지 이런 데 가시는 분들이 많대요. 장기 출타가 많아서 이분들을 만나기는 관리소에서도 상당히 힘들다(고)..."]

건강보험료와 통신비도 체납되더니, 급기야 전기마저 끊겼습니다.

위기지표들이 잇따라 불거지자, 보건복지부는 김 씨를 5차례나 연거푸 '위기가구'로 분류했습니다.

지자체 공무원이 찾아가보기도 했지만, 인기척이 없으면 그냥 돌아갈 뿐이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위험할 때 강제로 문 따고 들어가서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지자체에 주지 못하면 지자체에서는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거든요."]

탈북민은 통일부에서도 관리를 하는데, 김 씨는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복지부와 지자체에서 이미 위기 가구로 분류했다며, '중복 행정 방지' 차원에서 통일부는 관여 않기로 한 겁니다.

위탁 상담사들이 탈북민 위기 가구를 발굴해 내기도 하지만, 김 씨는 성공적인 정착 사례로 소개된 인물이었던 만큼, 연락 두절 이후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김경협/국회 외교통일 위원 : "형식적인 방문, 형식적인 조사로 그치고 있거나 확실하게 명확히 책임을 지는 컨트롤타워가 정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데요."]

통일부가 위기 가구로 분류한 탈북민은 270명 수준입니다.

탈북 모자 사건을 계기로 별도의 안전 지원 조직을 올해 신설하기도 했지만, 그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 박상욱/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노경일 김석훈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굶주림 피해 탈북했다 오히려…” 반복되는 비극 왜?
    • 입력 2022-10-24 21:54:20
    • 수정2022-10-24 22:00:39
    뉴스 9
[앵커]

3년 전에도이런 안타까운 일이 있었죠.

탈북민 '모자'가 굶주림 끝에 숨졌습니다.

그 뒤에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도 했는데, 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도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숨진 김 씨의 위기 징후는 지난해 초부터 나타났습니다.

관리비와 임대료가 밀리더니, 온수 사용량이 '0'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주민센터 직원/음성 변조 : "장기적으로 지방 같은 데 있잖아요. 공사 현장이라든지 이런 데 가시는 분들이 많대요. 장기 출타가 많아서 이분들을 만나기는 관리소에서도 상당히 힘들다(고)..."]

건강보험료와 통신비도 체납되더니, 급기야 전기마저 끊겼습니다.

위기지표들이 잇따라 불거지자, 보건복지부는 김 씨를 5차례나 연거푸 '위기가구'로 분류했습니다.

지자체 공무원이 찾아가보기도 했지만, 인기척이 없으면 그냥 돌아갈 뿐이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위험할 때 강제로 문 따고 들어가서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지자체에 주지 못하면 지자체에서는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거든요."]

탈북민은 통일부에서도 관리를 하는데, 김 씨는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복지부와 지자체에서 이미 위기 가구로 분류했다며, '중복 행정 방지' 차원에서 통일부는 관여 않기로 한 겁니다.

위탁 상담사들이 탈북민 위기 가구를 발굴해 내기도 하지만, 김 씨는 성공적인 정착 사례로 소개된 인물이었던 만큼, 연락 두절 이후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김경협/국회 외교통일 위원 : "형식적인 방문, 형식적인 조사로 그치고 있거나 확실하게 명확히 책임을 지는 컨트롤타워가 정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데요."]

통일부가 위기 가구로 분류한 탈북민은 270명 수준입니다.

탈북 모자 사건을 계기로 별도의 안전 지원 조직을 올해 신설하기도 했지만, 그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비극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최재혁 박상욱/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노경일 김석훈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