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400년을 잇는 바느질…누비공예가 조성연

입력 2022.10.25 (19:54) 수정 2022.10.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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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옷감이 다양하지 않던 시절 누비는 보온을 책임지던 소재였습니다.

특히 통영 누비는 조선 수군의 군복에 활용되면서 400년 역사를 이어왔는데요.

이런 통영 누비를 현대에 맞게 변화시켜 온 누비 공예가를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색동으로 멋을 낸 누비 지갑은 얇은 천에서 시작됩니다.

천과 천 사이에 솜을 넣고 2mm 간격으로 정교하게 누비면 다른 질감으로 탈바꿈하는데요.

조성연 씨는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누비에 삶을 걸었습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어떤 소재로든 둔갑을 시킬 수 있는 기술이 통영 누비 기술이거든요. 굉장히 우수한 기술이라고 봐야죠."]

재봉틀이 지나간 자리에 곧고 가지런한 바느질 선이 생깁니다.

갑옷이 부족하던 임진왜란 때 바느질로 천을 덧대어 몸을 보호하던 누비는 조성연 씨의 손에서 작품이 되는데요. 용도에 따라 누비는 간격도 다릅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2mm에서 2.5mm 아주 미세하죠. 그 정도 간격입니다. 이건 0.5cm 딱딱함을 요구할 때는 작은 골. 옷을 한다거나 같은 천이라도 갈수록 넓어지면 부드러워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헤지는 일반 섬유와 달리 견고하고 변형이 없단 게 장점.

조성연 씨는 열아홉 살 때 의상실에서 일하면서 바느질을 시작했는데요.

기성복이 대중화되던 시절 서울의 패션업체에서 일하다 고향의 누비에 끌려 줄곧 누비 공예가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쪼임을 이렇게 하니까 골도 아주 선명하게 잘 나오고, 이슬기 작가는 처음에 저한테 누비를 의뢰하러 와서 자기가 볼 때는 이게 한국의 밭이랑이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2017년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협업으로 제작한 누비이불입니다.

이슬기 작가의 디자인을 누비로 구현해 극찬을 받았는데요.

그의 누비가 특별한 이유는 이음 부분에 있습니다.

천과 천을 이어붙일 때 앞면과 뒷면이 같게, 똑같은 간격으로 잇는 기술입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두 가지를 이렇게 이으면 뒤에도 이렇게 돼야 하거든요. 누비 간격이 이음 선이 잇지 않은 것처럼 간격도 같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죠. 이것과 이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차이라고 보시면 돼요."]

전통 베틀 방식에 착안해 직각의 누비를 원형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시접이 없는 이음법으로 조각 잇기 기술이 가능했습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이렇게 정교하게 각이 안 나옵니다. 울퉁불퉁해서 작품이 안 되죠. 여기도 이었고 여기도 이었잖아요? 뒤를 보면 앞뒤랑 똑같죠."]

수 없는 실패와 도전이 더 정교하고 다양한 누비를 가능하게 했는데요.

지역 특색을 담은 문양으로 통영을 알리는가 하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누비도 시도해 왔습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통영' 하면 또 한산대첩 거북선 그렇잖아요. 그래서 거북선을 가지고 누비로 한번 표현해보면 어떨까. 젊은 사람들한테 이제 독도라 그러면 아마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누비로 넥타이를 한 번 해보자."]

누비와 사람들을 가까이 연결할 생활소품을 만들고, 조각 잇기를 적용한 누비 넥타이도 선보였습니다.

심지로 누비의 강도를 보완하는 등 조성연 씨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누비, 예술작품으로 사랑받는 누비를 꿈꿉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우리도 에르메스 외국브랜드 못 따라가라는 법은 없잖아요. 통영 누비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고 이 소재 또한 세계적으로 독특한 소재라서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서 만들어서는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영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 누비는 이제 현대적인 누비로 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400년 통영 누비의 전통을 살릴 지혜는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에 있다고 믿는 조성연 씨.

[조성연/누비공예가 : "젊은 사람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것, 그 부분에 대해선 우리들의 영원한 숙제죠."]

통영 누비 앞에 던져진 숙제를 풀기 위해 꿋꿋하게 내일을 여는 바느질을 이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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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400년을 잇는 바느질…누비공예가 조성연
    • 입력 2022-10-25 19:54:33
    • 수정2022-10-25 20:22:23
    뉴스7(창원)
[앵커]

옷감이 다양하지 않던 시절 누비는 보온을 책임지던 소재였습니다.

특히 통영 누비는 조선 수군의 군복에 활용되면서 400년 역사를 이어왔는데요.

이런 통영 누비를 현대에 맞게 변화시켜 온 누비 공예가를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색동으로 멋을 낸 누비 지갑은 얇은 천에서 시작됩니다.

천과 천 사이에 솜을 넣고 2mm 간격으로 정교하게 누비면 다른 질감으로 탈바꿈하는데요.

조성연 씨는 실용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누비에 삶을 걸었습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어떤 소재로든 둔갑을 시킬 수 있는 기술이 통영 누비 기술이거든요. 굉장히 우수한 기술이라고 봐야죠."]

재봉틀이 지나간 자리에 곧고 가지런한 바느질 선이 생깁니다.

갑옷이 부족하던 임진왜란 때 바느질로 천을 덧대어 몸을 보호하던 누비는 조성연 씨의 손에서 작품이 되는데요. 용도에 따라 누비는 간격도 다릅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2mm에서 2.5mm 아주 미세하죠. 그 정도 간격입니다. 이건 0.5cm 딱딱함을 요구할 때는 작은 골. 옷을 한다거나 같은 천이라도 갈수록 넓어지면 부드러워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헤지는 일반 섬유와 달리 견고하고 변형이 없단 게 장점.

조성연 씨는 열아홉 살 때 의상실에서 일하면서 바느질을 시작했는데요.

기성복이 대중화되던 시절 서울의 패션업체에서 일하다 고향의 누비에 끌려 줄곧 누비 공예가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쪼임을 이렇게 하니까 골도 아주 선명하게 잘 나오고, 이슬기 작가는 처음에 저한테 누비를 의뢰하러 와서 자기가 볼 때는 이게 한국의 밭이랑이라고 생각을 하더라고요."]

2017년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협업으로 제작한 누비이불입니다.

이슬기 작가의 디자인을 누비로 구현해 극찬을 받았는데요.

그의 누비가 특별한 이유는 이음 부분에 있습니다.

천과 천을 이어붙일 때 앞면과 뒷면이 같게, 똑같은 간격으로 잇는 기술입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두 가지를 이렇게 이으면 뒤에도 이렇게 돼야 하거든요. 누비 간격이 이음 선이 잇지 않은 것처럼 간격도 같이 나와야 한다는 얘기죠. 이것과 이것의 차이는 어마어마한 차이라고 보시면 돼요."]

전통 베틀 방식에 착안해 직각의 누비를 원형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시접이 없는 이음법으로 조각 잇기 기술이 가능했습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이렇게 정교하게 각이 안 나옵니다. 울퉁불퉁해서 작품이 안 되죠. 여기도 이었고 여기도 이었잖아요? 뒤를 보면 앞뒤랑 똑같죠."]

수 없는 실패와 도전이 더 정교하고 다양한 누비를 가능하게 했는데요.

지역 특색을 담은 문양으로 통영을 알리는가 하면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누비도 시도해 왔습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통영' 하면 또 한산대첩 거북선 그렇잖아요. 그래서 거북선을 가지고 누비로 한번 표현해보면 어떨까. 젊은 사람들한테 이제 독도라 그러면 아마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서…. 누비로 넥타이를 한 번 해보자."]

누비와 사람들을 가까이 연결할 생활소품을 만들고, 조각 잇기를 적용한 누비 넥타이도 선보였습니다.

심지로 누비의 강도를 보완하는 등 조성연 씨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누비, 예술작품으로 사랑받는 누비를 꿈꿉니다.

[조성연/누비공예가 : "우리도 에르메스 외국브랜드 못 따라가라는 법은 없잖아요. 통영 누비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고 이 소재 또한 세계적으로 독특한 소재라서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서 만들어서는 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통영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 누비는 이제 현대적인 누비로 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400년 통영 누비의 전통을 살릴 지혜는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에 있다고 믿는 조성연 씨.

[조성연/누비공예가 : "젊은 사람들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것, 그 부분에 대해선 우리들의 영원한 숙제죠."]

통영 누비 앞에 던져진 숙제를 풀기 위해 꿋꿋하게 내일을 여는 바느질을 이어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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