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푸르밀 다음 달 사업 종료…낙농가·직원 생계는?

입력 2022.10.26 (17:35) 수정 2022.10.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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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다음 달 사업 종료를 예고한 가운데 생계가 막막해진 낙농가와 직원 등이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노조 집회에 이어 31일에는 노사의 2차 교섭이 예고돼 있는데요.

대내외 위기 속에 유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유제품 기업 푸르밀의 직원 400여 명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회사가 다음 달 사업을 종료한다며 이메일로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한 겁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됐고, 이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였습니다.

[푸르밀 직원 : "그야말로 그냥 지금 말로는 멘붕(정신적 충격)이죠, 멘붕. 거래처도 계속 전화 오고. 어떻게 된 거냐."]

푸르밀 노조는 전문 경영인이 물러나고, 가족 경영 체제로 바뀐 뒤 회사 상황이 악화됐다고 말합니다.

2018년 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뒤 해마다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해엔 적자가 124억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시장에서 우유 소비가 위축됐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한 혁신과 투자 노력이 부족했다는데요.

지난해 푸르밀의 연구개발비는 4천백만 원으로 매출액의 0.02%에 불과합니다.

[김성곤/푸르밀 노조위원장 : "설비 투자나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전혀 없다 보니까, 당연히 다른 업체에 비해서 뒤떨어지고 또 인지도가 떨어지는 거 아닙니까."]

["잘 먹고 잘 살아라!"]

농민들이 푸르밀 본사 담벼락에 우유를 던집니다.

현판은 우유 범벅이 됐고, 터져버린 우유곽은 바닥에 나뒹굽니다.

원유를 납품하는 낙농가들입니다.

농가 25곳은 1년에 원유 4만 톤 정도를 푸르밀에 납품해왔는데 회사가 문을 닫으면 당장 판로가 끊기게 됩니다.

오르는 사룟값에 농장을 간신히 유지해왔던 농민들은 이제 젖소 사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이상옥/전북 임실 낙농육우회장 : "애지중지 키운 우리 소를, 우유 납품업체가 없다라고 하면 전 그것을 다 도태를 시켜야 하고 우유는 파기를 시켜야 하고…"]

정부는 낙농가 지원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정황근/농림축산식품부 장관/20일 국회 국정감사 : "(농가들이) 현재처럼 흰우유로 가시겠다고 하더라도 다른 업체하고 연결하고 이런 것을 저희들이 지원하겠습니다."]

하지만 공급처가 멀어질 경우 신선한 원유를 납품할 수 있을 지 걱정입니다.

게다가 지금도 원유가 남아 고민인 다른 우유 업체가 추가로 납품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우유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솔직히 떠안는 업체는 부담일 수 있죠. 원유가 남아도는 시점에서, 다들 처치 곤란인데 원유가도 계속 인상되고…"]

낙농가 뿐 아니라 일방적 해고를 당한 직원들, 대리점과 운송 기사 등도 생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푸르밀은 자체 브랜드 대신 유통 업체의 자체 브랜드로 파는 PB 상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1리터짜리 우유를 유사 제품의 반값 수준에 팔았는데요.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지다보니 사실상 손해 보는 장사를 해 온 겁니다.

문제는 다른 우유 업체들도 사정이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PB 상품을 납품하는 다른 중소업체들이 줄줄이 적자를 보고 있는데다 대형업체까지 가세해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흰 우유 공급을 줄이는 대신 수요가 늘고 있는 가공유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출 계획인데요.

낙농가 반발로 속도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유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유가공 제조사들은 원가 압박이 실은 좀 심한 건 사실이예요. 우유만으로, 유가공품으로만 사업을 영위하기엔 정말로 마진도 너무 없고…"]

이런 사이 가공유 시장에선 가격이 싼 수입 유제품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FTA,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4년 뒤에는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에 붙던 관세마저 사라져 가격 경쟁력, 더 밀리게 됩니다.

유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선 국산 원유를 이용한 고품질 제품을 개발하는 등 연구 개발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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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6 17:35:00
    • 수정2022-10-26 17:3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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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다음 달 사업 종료를 예고한 가운데 생계가 막막해진 낙농가와 직원 등이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노조 집회에 이어 31일에는 노사의 2차 교섭이 예고돼 있는데요.

대내외 위기 속에 유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유제품 기업 푸르밀의 직원 400여 명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회사가 다음 달 사업을 종료한다며 이메일로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한 겁니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4년 이상 매출 감소와 적자가 누적됐고, 이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이유였습니다.

[푸르밀 직원 : "그야말로 그냥 지금 말로는 멘붕(정신적 충격)이죠, 멘붕. 거래처도 계속 전화 오고. 어떻게 된 거냐."]

푸르밀 노조는 전문 경영인이 물러나고, 가족 경영 체제로 바뀐 뒤 회사 상황이 악화됐다고 말합니다.

2018년 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뒤 해마다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지난해엔 적자가 124억 원까지 불어났습니다.

시장에서 우유 소비가 위축됐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한 혁신과 투자 노력이 부족했다는데요.

지난해 푸르밀의 연구개발비는 4천백만 원으로 매출액의 0.02%에 불과합니다.

[김성곤/푸르밀 노조위원장 : "설비 투자나 신사업에 대한 투자가 전혀 없다 보니까, 당연히 다른 업체에 비해서 뒤떨어지고 또 인지도가 떨어지는 거 아닙니까."]

["잘 먹고 잘 살아라!"]

농민들이 푸르밀 본사 담벼락에 우유를 던집니다.

현판은 우유 범벅이 됐고, 터져버린 우유곽은 바닥에 나뒹굽니다.

원유를 납품하는 낙농가들입니다.

농가 25곳은 1년에 원유 4만 톤 정도를 푸르밀에 납품해왔는데 회사가 문을 닫으면 당장 판로가 끊기게 됩니다.

오르는 사룟값에 농장을 간신히 유지해왔던 농민들은 이제 젖소 사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이상옥/전북 임실 낙농육우회장 : "애지중지 키운 우리 소를, 우유 납품업체가 없다라고 하면 전 그것을 다 도태를 시켜야 하고 우유는 파기를 시켜야 하고…"]

정부는 낙농가 지원책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정황근/농림축산식품부 장관/20일 국회 국정감사 : "(농가들이) 현재처럼 흰우유로 가시겠다고 하더라도 다른 업체하고 연결하고 이런 것을 저희들이 지원하겠습니다."]

하지만 공급처가 멀어질 경우 신선한 원유를 납품할 수 있을 지 걱정입니다.

게다가 지금도 원유가 남아 고민인 다른 우유 업체가 추가로 납품받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우유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솔직히 떠안는 업체는 부담일 수 있죠. 원유가 남아도는 시점에서, 다들 처치 곤란인데 원유가도 계속 인상되고…"]

낙농가 뿐 아니라 일방적 해고를 당한 직원들, 대리점과 운송 기사 등도 생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푸르밀은 자체 브랜드 대신 유통 업체의 자체 브랜드로 파는 PB 상품을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1리터짜리 우유를 유사 제품의 반값 수준에 팔았는데요.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지다보니 사실상 손해 보는 장사를 해 온 겁니다.

문제는 다른 우유 업체들도 사정이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PB 상품을 납품하는 다른 중소업체들이 줄줄이 적자를 보고 있는데다 대형업체까지 가세해 경쟁이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흰 우유 공급을 줄이는 대신 수요가 늘고 있는 가공유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낮출 계획인데요.

낙농가 반발로 속도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우유업계 관계자/음성변조 : "유가공 제조사들은 원가 압박이 실은 좀 심한 건 사실이예요. 우유만으로, 유가공품으로만 사업을 영위하기엔 정말로 마진도 너무 없고…"]

이런 사이 가공유 시장에선 가격이 싼 수입 유제품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FTA,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4년 뒤에는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에 붙던 관세마저 사라져 가격 경쟁력, 더 밀리게 됩니다.

유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선 국산 원유를 이용한 고품질 제품을 개발하는 등 연구 개발과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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