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저 회사는 연봉이 얼마?”…뉴요커 급여 전부 공개
입력 2022.11.04 (10:56)
수정 2022.11.0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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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욕에선 이번 달부터 '급여 투명성 법'이라는 이름의 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낼 때 해당 자리가 어느 정도 연봉을 받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한 법인데요.
성별, 인종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도입됐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뉴욕의 '급여 투명성 법', 얼마나 구체적으로 급여 정보를 제공하는 건가요?
[기자]
일단 직원이 4명 이상인 뉴욕시의 모든 기업이 이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신규 채용 공고를 낼 때는 물론이고, 회사 내부의 승진 공고, 전근 희망자 공고를 낼 때도, 연봉이 어느 정도일지를 공개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연봉 얼마 이상, 이런 식으로 적으면 안 되고요.
직책별로 최저에서 최고 임금 구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다만, 보너스나 건강보험 같은 임금 이외의 보상은 공개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가 법을 어기면 벌금이 만만치 않습니다.
25만 달러, 우리 돈 약 3억 5천만 원을 물어야 합니다.
뉴욕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고용 시장 중 한 곳이기 때문에 이번 법 시행이 더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 법이 이달 1일부터 시행됐잖아요?
그럼 벌써 뉴욕에 있는 주요 기업들은 연봉을 공개했겠군요?
[기자]
네,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것 같은데다른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 모든 직장인의 궁금증일텐데요.
월스트리트저녈은 법이 시행된 1일 '당신의 동료는 연봉 20만 달러 넘게 벌까요? 이제는 알아볼 수 있습니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를 보면 미국의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은 최대 연봉이 20만 달러, 우리 돈 2억 8천만 원 넘는 일자리 수십 개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마존 음악 사업부와 조직개발 등의 주요 자리가 대표적입니다.
금융권의 경우 씨티그룹의 뉴욕 사무소 선임 직원은 연봉 12만 5천 달러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이사급은 13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직관적으로 비교가 되니 직장인이나 구직자 입장에서는 참 좋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근로자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깁니다.
급여 수준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는 만큼 일자리에 지원할 때나 기업과의 연봉 협상에서 더 유리해졌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 스톤/식당 종업원 : "월세를 얼마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정보들만 갖고 있다는 건 큰 고통이에요."]
'급여 투명성 법'은 뉴욕시 인권위원회 주도로 제정됐는데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따라서 성별이나 인종 등으로 임금에 격차를 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섭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2020년 기준으로 미국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82센트를 버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직업이 성별 임금 격차를 두고 있고, 백인이 아닌 여성의 경우 그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이브라이즈 타리크/美 페이스대 교수 : "임금 격차를 줄이려는 목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첫 걸음에 불과합니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이미 올해 초부터 '급여 투명성 법'을 시행해 왔고,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는 내년에 비슷한 규정을 의무화할 방침입니다.
[앵커]
부당한 임금 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인 것 같네요.
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기자]
대부분 기업이 법 시행을 두고 비상이 걸렸고, 규모가 작을수록 반발이 크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동종 업계 급여가 한눈에 비교되면 임금 인상 요구나 대규모 이직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특히 최근 미국은 거의 완전고용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실업률이 낮아서, 많은 기업이 일 할 사람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죠.
기업들의 이런 애로 사항을 고려해 법 시행이 당초 5월에서 이번달로 미뤄졌고, 초범에 한해서는 벌금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투명한 기업 경영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었습니다.
[앵커]
이번 법 시행으로 뉴욕 근로자들의 권리가 더 강화되긴 했지만, 아직 보완할 점도 많죠?
[기자]
네, 일단 보너스 같은 수당은 포함되지 않는 데다, 임금 역시 정확한 금액이 아닌 최소에서 최대 범위로 공개한다는 점이 한계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소매점인 CVS 헬스는 부사장 직책의 채용 공고를 내면서, 연봉 범위를 약 만 9천 달러에서 4만여 달러로 게시해 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또 기업들이 이 규제에서 벗어나려고 뉴욕 이외의 지역에 있는 사람만 고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뉴욕에선 이번 달부터 '급여 투명성 법'이라는 이름의 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낼 때 해당 자리가 어느 정도 연봉을 받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한 법인데요.
성별, 인종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도입됐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뉴욕의 '급여 투명성 법', 얼마나 구체적으로 급여 정보를 제공하는 건가요?
[기자]
일단 직원이 4명 이상인 뉴욕시의 모든 기업이 이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신규 채용 공고를 낼 때는 물론이고, 회사 내부의 승진 공고, 전근 희망자 공고를 낼 때도, 연봉이 어느 정도일지를 공개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연봉 얼마 이상, 이런 식으로 적으면 안 되고요.
직책별로 최저에서 최고 임금 구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다만, 보너스나 건강보험 같은 임금 이외의 보상은 공개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가 법을 어기면 벌금이 만만치 않습니다.
25만 달러, 우리 돈 약 3억 5천만 원을 물어야 합니다.
뉴욕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고용 시장 중 한 곳이기 때문에 이번 법 시행이 더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 법이 이달 1일부터 시행됐잖아요?
그럼 벌써 뉴욕에 있는 주요 기업들은 연봉을 공개했겠군요?
[기자]
네,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것 같은데다른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 모든 직장인의 궁금증일텐데요.
월스트리트저녈은 법이 시행된 1일 '당신의 동료는 연봉 20만 달러 넘게 벌까요? 이제는 알아볼 수 있습니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를 보면 미국의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은 최대 연봉이 20만 달러, 우리 돈 2억 8천만 원 넘는 일자리 수십 개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마존 음악 사업부와 조직개발 등의 주요 자리가 대표적입니다.
금융권의 경우 씨티그룹의 뉴욕 사무소 선임 직원은 연봉 12만 5천 달러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이사급은 13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직관적으로 비교가 되니 직장인이나 구직자 입장에서는 참 좋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근로자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깁니다.
급여 수준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는 만큼 일자리에 지원할 때나 기업과의 연봉 협상에서 더 유리해졌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 스톤/식당 종업원 : "월세를 얼마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정보들만 갖고 있다는 건 큰 고통이에요."]
'급여 투명성 법'은 뉴욕시 인권위원회 주도로 제정됐는데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따라서 성별이나 인종 등으로 임금에 격차를 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섭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2020년 기준으로 미국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82센트를 버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직업이 성별 임금 격차를 두고 있고, 백인이 아닌 여성의 경우 그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이브라이즈 타리크/美 페이스대 교수 : "임금 격차를 줄이려는 목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첫 걸음에 불과합니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이미 올해 초부터 '급여 투명성 법'을 시행해 왔고,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는 내년에 비슷한 규정을 의무화할 방침입니다.
[앵커]
부당한 임금 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인 것 같네요.
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기자]
대부분 기업이 법 시행을 두고 비상이 걸렸고, 규모가 작을수록 반발이 크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동종 업계 급여가 한눈에 비교되면 임금 인상 요구나 대규모 이직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특히 최근 미국은 거의 완전고용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실업률이 낮아서, 많은 기업이 일 할 사람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죠.
기업들의 이런 애로 사항을 고려해 법 시행이 당초 5월에서 이번달로 미뤄졌고, 초범에 한해서는 벌금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투명한 기업 경영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었습니다.
[앵커]
이번 법 시행으로 뉴욕 근로자들의 권리가 더 강화되긴 했지만, 아직 보완할 점도 많죠?
[기자]
네, 일단 보너스 같은 수당은 포함되지 않는 데다, 임금 역시 정확한 금액이 아닌 최소에서 최대 범위로 공개한다는 점이 한계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소매점인 CVS 헬스는 부사장 직책의 채용 공고를 내면서, 연봉 범위를 약 만 9천 달러에서 4만여 달러로 게시해 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또 기업들이 이 규제에서 벗어나려고 뉴욕 이외의 지역에 있는 사람만 고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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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11-04 10:56:53
- 수정2022-11-04 11: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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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선 이번 달부터 '급여 투명성 법'이라는 이름의 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낼 때 해당 자리가 어느 정도 연봉을 받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한 법인데요.
성별, 인종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도입됐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뉴욕의 '급여 투명성 법', 얼마나 구체적으로 급여 정보를 제공하는 건가요?
[기자]
일단 직원이 4명 이상인 뉴욕시의 모든 기업이 이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신규 채용 공고를 낼 때는 물론이고, 회사 내부의 승진 공고, 전근 희망자 공고를 낼 때도, 연봉이 어느 정도일지를 공개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연봉 얼마 이상, 이런 식으로 적으면 안 되고요.
직책별로 최저에서 최고 임금 구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다만, 보너스나 건강보험 같은 임금 이외의 보상은 공개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가 법을 어기면 벌금이 만만치 않습니다.
25만 달러, 우리 돈 약 3억 5천만 원을 물어야 합니다.
뉴욕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고용 시장 중 한 곳이기 때문에 이번 법 시행이 더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 법이 이달 1일부터 시행됐잖아요?
그럼 벌써 뉴욕에 있는 주요 기업들은 연봉을 공개했겠군요?
[기자]
네,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것 같은데다른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 모든 직장인의 궁금증일텐데요.
월스트리트저녈은 법이 시행된 1일 '당신의 동료는 연봉 20만 달러 넘게 벌까요? 이제는 알아볼 수 있습니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를 보면 미국의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은 최대 연봉이 20만 달러, 우리 돈 2억 8천만 원 넘는 일자리 수십 개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마존 음악 사업부와 조직개발 등의 주요 자리가 대표적입니다.
금융권의 경우 씨티그룹의 뉴욕 사무소 선임 직원은 연봉 12만 5천 달러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이사급은 13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직관적으로 비교가 되니 직장인이나 구직자 입장에서는 참 좋을 것 같아요.
[기자]
네, 근로자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깁니다.
급여 수준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는 만큼 일자리에 지원할 때나 기업과의 연봉 협상에서 더 유리해졌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 스톤/식당 종업원 : "월세를 얼마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정보들만 갖고 있다는 건 큰 고통이에요."]
'급여 투명성 법'은 뉴욕시 인권위원회 주도로 제정됐는데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따라서 성별이나 인종 등으로 임금에 격차를 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섭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2020년 기준으로 미국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82센트를 버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직업이 성별 임금 격차를 두고 있고, 백인이 아닌 여성의 경우 그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이브라이즈 타리크/美 페이스대 교수 : "임금 격차를 줄이려는 목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첫 걸음에 불과합니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이미 올해 초부터 '급여 투명성 법'을 시행해 왔고,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는 내년에 비슷한 규정을 의무화할 방침입니다.
[앵커]
부당한 임금 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인 것 같네요.
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기자]
대부분 기업이 법 시행을 두고 비상이 걸렸고, 규모가 작을수록 반발이 크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동종 업계 급여가 한눈에 비교되면 임금 인상 요구나 대규모 이직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특히 최근 미국은 거의 완전고용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실업률이 낮아서, 많은 기업이 일 할 사람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죠.
기업들의 이런 애로 사항을 고려해 법 시행이 당초 5월에서 이번달로 미뤄졌고, 초범에 한해서는 벌금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투명한 기업 경영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었습니다.
[앵커]
이번 법 시행으로 뉴욕 근로자들의 권리가 더 강화되긴 했지만, 아직 보완할 점도 많죠?
[기자]
네, 일단 보너스 같은 수당은 포함되지 않는 데다, 임금 역시 정확한 금액이 아닌 최소에서 최대 범위로 공개한다는 점이 한계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소매점인 CVS 헬스는 부사장 직책의 채용 공고를 내면서, 연봉 범위를 약 만 9천 달러에서 4만여 달러로 게시해 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또 기업들이 이 규제에서 벗어나려고 뉴욕 이외의 지역에 있는 사람만 고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뉴욕에선 이번 달부터 '급여 투명성 법'이라는 이름의 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공고를 낼 때 해당 자리가 어느 정도 연봉을 받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한 법인데요.
성별, 인종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도입됐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뉴욕의 '급여 투명성 법', 얼마나 구체적으로 급여 정보를 제공하는 건가요?
[기자]
일단 직원이 4명 이상인 뉴욕시의 모든 기업이 이 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신규 채용 공고를 낼 때는 물론이고, 회사 내부의 승진 공고, 전근 희망자 공고를 낼 때도, 연봉이 어느 정도일지를 공개해야 합니다.
막연하게 연봉 얼마 이상, 이런 식으로 적으면 안 되고요.
직책별로 최저에서 최고 임금 구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다만, 보너스나 건강보험 같은 임금 이외의 보상은 공개하지 않아도 됩니다.
회사가 법을 어기면 벌금이 만만치 않습니다.
25만 달러, 우리 돈 약 3억 5천만 원을 물어야 합니다.
뉴욕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고용 시장 중 한 곳이기 때문에 이번 법 시행이 더 의미가 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이 법이 이달 1일부터 시행됐잖아요?
그럼 벌써 뉴욕에 있는 주요 기업들은 연봉을 공개했겠군요?
[기자]
네,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것 같은데다른 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은 연봉을 얼마나 받을까, 모든 직장인의 궁금증일텐데요.
월스트리트저녈은 법이 시행된 1일 '당신의 동료는 연봉 20만 달러 넘게 벌까요? 이제는 알아볼 수 있습니다.' 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를 보면 미국의 대표적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은 최대 연봉이 20만 달러, 우리 돈 2억 8천만 원 넘는 일자리 수십 개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마존 음악 사업부와 조직개발 등의 주요 자리가 대표적입니다.
금융권의 경우 씨티그룹의 뉴욕 사무소 선임 직원은 연봉 12만 5천 달러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의 이사급은 13만 달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직관적으로 비교가 되니 직장인이나 구직자 입장에서는 참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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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근로자들은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깁니다.
급여 수준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는 만큼 일자리에 지원할 때나 기업과의 연봉 협상에서 더 유리해졌기 때문입니다.
[엘리자베스 스톤/식당 종업원 : "월세를 얼마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정보들만 갖고 있다는 건 큰 고통이에요."]
'급여 투명성 법'은 뉴욕시 인권위원회 주도로 제정됐는데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따라서 성별이나 인종 등으로 임금에 격차를 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섭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2020년 기준으로 미국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82센트를 버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직업이 성별 임금 격차를 두고 있고, 백인이 아닌 여성의 경우 그 차이는 더 크게 벌어졌습니다.
[이브라이즈 타리크/美 페이스대 교수 : "임금 격차를 줄이려는 목표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하지만 그 첫 걸음에 불과합니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이미 올해 초부터 '급여 투명성 법'을 시행해 왔고, 워싱턴주와 캘리포니아주는 내년에 비슷한 규정을 의무화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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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한 임금 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인 것 같네요.
하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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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기업이 법 시행을 두고 비상이 걸렸고, 규모가 작을수록 반발이 크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동종 업계 급여가 한눈에 비교되면 임금 인상 요구나 대규모 이직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특히 최근 미국은 거의 완전고용에 가깝다고 할 정도로 실업률이 낮아서, 많은 기업이 일 할 사람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죠.
기업들의 이런 애로 사항을 고려해 법 시행이 당초 5월에서 이번달로 미뤄졌고, 초범에 한해서는 벌금을 면제하는 방향으로 조정되긴 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투명한 기업 경영을 요구하는 시대적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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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일단 보너스 같은 수당은 포함되지 않는 데다, 임금 역시 정확한 금액이 아닌 최소에서 최대 범위로 공개한다는 점이 한계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소매점인 CVS 헬스는 부사장 직책의 채용 공고를 내면서, 연봉 범위를 약 만 9천 달러에서 4만여 달러로 게시해 벌써부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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