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흐르는 물에 타서 밥처럼 먹었죠.”…지옥의 221시간 버티게 해준 ‘믹스 커피’

입력 2022.11.07 (18:01) 수정 2022.11.0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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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콕입니다.

날씨가 추워져서일까요.

부드럽고 따뜻한 라떼가 자주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아메'와 '라떼' 사이, 오늘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이었나요?

예전엔 커피 맛이 하나로 '통일'됐던 때가 있었습니다.

1976년 혜성처럼 등장한 1인용 봉지 커피, 이른바 믹스 커피 덕분이었습니다.

직사각형 봉지 안에 커피와 프림, 설탕 그 절묘한 배합은 물론, 빨리빨리를 외치던 한국인 습성에도 딱 맞았습니다.

지금도 직장내 탕비실 필수품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 믹스 커피가 이번엔 갱도에 갇혀 있던 사람을 살려냈습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막장에 갇혔던 광부 두 명이 지난 4일 밤 극적으로, 그것도 제발로 걸어 생환했습니다.

고립 221시간 만입니다.

기적의 생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광부들은 "믹스 커피 30봉지를 나눠 먹으며 버텨냈다"고 말했습니다.

"믹스 커피를 갱도 위에서 떨어지는 물에 타서 한 모금씩 서로 나눠 마셔가며 버텼고,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서 식수로 썼다”고 절박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12g짜리 믹스 커피 한 봉지의 열량은 50kcal, 성인 남성의 하루 열량 섭취량인 2,500㎉엔 크게 못 미치지만 위급 상황에선 목숨을 지켜준 비상식량이었습니다.

당과 카페인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광부들의 기운을 북돋아 생존에 도움을 줬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온라인에선 '생환한 광부들 커피 광고 모델하면 대박일 듯', ‘건강히 회복해 꼭 TV에서 광고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며 이들의 생환을 반기고 있습니다.

의학계에선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생존 능력을 ‘3·3·3’(삼삼삼) 법칙으로 설명합니다.

공기는 3분, 물은 3일, 음식은 3주일 하나라도 이 기간 내 공급되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다는 겁니다.

매몰 사고에서 골든타임을 72시간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봉화 광부들을 살린 데는 믹스커피의 도움이 컸지만, 절망 속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를 놓치 않게 한 건 광부들의 살아야겠다는 의지, 그리고 살 수 있다는 신념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이들은 지혜를 발휘해 비닐하우스를 쳤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으며 헤드랜턴 즉, 헬맷형 조명에 의지해 곡괭이로 탈출구를 냈습니다.

[방장석/중앙119구조본부 소방령/최초 구조대원 : "소리를 막 지르더라고요. 부둥켜 안고 울고 있더라고요. 제가 놀란 게 그 안에 생존자들이 불을 피우고 천막을 치고 그 안에 들어 있었던 겁니다."]

구조된 두 사람 모두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고 합니다.

포기하지 않았던 구조대의 노력, 그리고 가족들의 염원, 온 국민의 응원까지.

이 모든 것이 충격과 실의에 빠진 이 때, 기적같은 기쁜 소식을 만들어냈습니다.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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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흐르는 물에 타서 밥처럼 먹었죠.”…지옥의 221시간 버티게 해준 ‘믹스 커피’
    • 입력 2022-11-07 18:01:13
    • 수정2022-11-07 18:21:20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콕입니다.

날씨가 추워져서일까요.

부드럽고 따뜻한 라떼가 자주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아메'와 '라떼' 사이, 오늘 여러분의 선택은 무엇이었나요?

예전엔 커피 맛이 하나로 '통일'됐던 때가 있었습니다.

1976년 혜성처럼 등장한 1인용 봉지 커피, 이른바 믹스 커피 덕분이었습니다.

직사각형 봉지 안에 커피와 프림, 설탕 그 절묘한 배합은 물론, 빨리빨리를 외치던 한국인 습성에도 딱 맞았습니다.

지금도 직장내 탕비실 필수품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이 믹스 커피가 이번엔 갱도에 갇혀 있던 사람을 살려냈습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막장에 갇혔던 광부 두 명이 지난 4일 밤 극적으로, 그것도 제발로 걸어 생환했습니다.

고립 221시간 만입니다.

기적의 생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광부들은 "믹스 커피 30봉지를 나눠 먹으며 버텨냈다"고 말했습니다.

"믹스 커피를 갱도 위에서 떨어지는 물에 타서 한 모금씩 서로 나눠 마셔가며 버텼고, 암벽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서 식수로 썼다”고 절박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12g짜리 믹스 커피 한 봉지의 열량은 50kcal, 성인 남성의 하루 열량 섭취량인 2,500㎉엔 크게 못 미치지만 위급 상황에선 목숨을 지켜준 비상식량이었습니다.

당과 카페인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광부들의 기운을 북돋아 생존에 도움을 줬을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온라인에선 '생환한 광부들 커피 광고 모델하면 대박일 듯', ‘건강히 회복해 꼭 TV에서 광고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며 이들의 생환을 반기고 있습니다.

의학계에선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생존 능력을 ‘3·3·3’(삼삼삼) 법칙으로 설명합니다.

공기는 3분, 물은 3일, 음식은 3주일 하나라도 이 기간 내 공급되지 않으면 목숨을 잃는다는 겁니다.

매몰 사고에서 골든타임을 72시간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봉화 광부들을 살린 데는 믹스커피의 도움이 컸지만, 절망 속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를 놓치 않게 한 건 광부들의 살아야겠다는 의지, 그리고 살 수 있다는 신념이었습니다.

그랬기에 이들은 지혜를 발휘해 비닐하우스를 쳤고, 모닥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으며 헤드랜턴 즉, 헬맷형 조명에 의지해 곡괭이로 탈출구를 냈습니다.

[방장석/중앙119구조본부 소방령/최초 구조대원 : "소리를 막 지르더라고요. 부둥켜 안고 울고 있더라고요. 제가 놀란 게 그 안에 생존자들이 불을 피우고 천막을 치고 그 안에 들어 있었던 겁니다."]

구조된 두 사람 모두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회복 속도도 빠르다고 합니다.

포기하지 않았던 구조대의 노력, 그리고 가족들의 염원, 온 국민의 응원까지.

이 모든 것이 충격과 실의에 빠진 이 때, 기적같은 기쁜 소식을 만들어냈습니다.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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