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계 설치 요구, 들어주지 않았다”…사고 전에도 또 추락 사고

입력 2022.11.07 (21:26) 수정 2022.11.07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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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10명.

올해 9월까지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 숫자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처음 시행됐지만 사망자는 오히려 지난해 보다 8명 더 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중대재해사고가 이미 발생했던 곳에서 또 일어난다는 겁니다.

올해 3번 이상 사망 사고가 난 기업들은 4곳이나 됐는데 모두 중견이거나 대기업입니다.

앞서 보셨 듯 잇따른 사망 사고가 난 한국철도공사는 공기업으로 처음 사장이 입건됐고 DL이앤씨, 대우건설, 계룡건설 등도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이 중 한 업체의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숨진 노동자 유가족이 KBS에 제보를 해 왔습니다.

사고 전 동료 노동자들이 추락을 막기 위해 안전설비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김지숙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7월 세종시의 한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김 모 씨가 추락해 숨졌습니다.

KBS 취재 결과, 당시 현장에는 파이프 등으로 공사장 안팎에 설치하는 구조물인 비계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추락 위험이 있는 공사 현장에는 반드시 비계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동료들 역시 안전을 위해 비계 설치를 요구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합니다.

[A/김OO씨 동료/음성 변조 : "이런 현장은 처음 봤어요, 그렇게 높은 현장은. 그 현장엔 비계가 있어야 되는 일이었어요."]

사고 발생 사흘 전, 현장 노동자와 하청업체 사장의 대화에서 사장은 비계를 설치하는 사람들을 허락 없이 부르지 말라고 말하고 노동자는 비계 없이 해보겠고 답합니다.

직원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사측이 비계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B/김OO씨 동료/음성 변조 : "(하청업체에서) 비용이 들어가니까 설치를 안 해준 거죠. 우리는 그냥 (비계 없이) 어떻게 해보자 하면서 했던 것이죠."]

하청업체 사장은 비계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KBS측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은 하청업체뿐 아니라 원청인 계룡건설에게도 사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계룡건설이 현장 소장을 파견했던 만큼 관리감독 의무도 있다는 겁니다.

[김OO씨 아들 : "그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의문인 거죠. 안전 부분을 감독·관리해야 되는 게 원청업체인 계룡건설 책임이라고 생각해서…."]

무엇보다 지난 6월 같은 현장에서 비슷한 추락사고가 있었지만 보름 만에 또 추락사고가 났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원청인 계룡건설이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위험한 작업을 묵인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계룡건설은 사고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에만 노동자 204명이 추락 사고로 숨진 가운데 계룡건설을 비롯해 20개 기업에서 사망 사고가 2번 이상 난 거로 집계됐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김현태/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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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비계 설치 요구, 들어주지 않았다”…사고 전에도 또 추락 사고
    • 입력 2022-11-07 21:26:35
    • 수정2022-11-07 22:18:51
    뉴스 9
[앵커]

510명.

올해 9월까지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 숫자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처음 시행됐지만 사망자는 오히려 지난해 보다 8명 더 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중대재해사고가 이미 발생했던 곳에서 또 일어난다는 겁니다.

올해 3번 이상 사망 사고가 난 기업들은 4곳이나 됐는데 모두 중견이거나 대기업입니다.

앞서 보셨 듯 잇따른 사망 사고가 난 한국철도공사는 공기업으로 처음 사장이 입건됐고 DL이앤씨, 대우건설, 계룡건설 등도 여기에 포함됐습니다.

그런데, 이 중 한 업체의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로 숨진 노동자 유가족이 KBS에 제보를 해 왔습니다.

사고 전 동료 노동자들이 추락을 막기 위해 안전설비를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김지숙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 7월 세종시의 한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김 모 씨가 추락해 숨졌습니다.

KBS 취재 결과, 당시 현장에는 파이프 등으로 공사장 안팎에 설치하는 구조물인 비계를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추락 위험이 있는 공사 현장에는 반드시 비계를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동료들 역시 안전을 위해 비계 설치를 요구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합니다.

[A/김OO씨 동료/음성 변조 : "이런 현장은 처음 봤어요, 그렇게 높은 현장은. 그 현장엔 비계가 있어야 되는 일이었어요."]

사고 발생 사흘 전, 현장 노동자와 하청업체 사장의 대화에서 사장은 비계를 설치하는 사람들을 허락 없이 부르지 말라고 말하고 노동자는 비계 없이 해보겠고 답합니다.

직원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사측이 비계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B/김OO씨 동료/음성 변조 : "(하청업체에서) 비용이 들어가니까 설치를 안 해준 거죠. 우리는 그냥 (비계 없이) 어떻게 해보자 하면서 했던 것이죠."]

하청업체 사장은 비계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KBS측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유족들은 하청업체뿐 아니라 원청인 계룡건설에게도 사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계룡건설이 현장 소장을 파견했던 만큼 관리감독 의무도 있다는 겁니다.

[김OO씨 아들 : "그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의문인 거죠. 안전 부분을 감독·관리해야 되는 게 원청업체인 계룡건설 책임이라고 생각해서…."]

무엇보다 지난 6월 같은 현장에서 비슷한 추락사고가 있었지만 보름 만에 또 추락사고가 났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원청인 계룡건설이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위험한 작업을 묵인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계룡건설은 사고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에만 노동자 204명이 추락 사고로 숨진 가운데 계룡건설을 비롯해 20개 기업에서 사망 사고가 2번 이상 난 거로 집계됐습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김현태/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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