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통영 부채, 미선의 맥을 잇다…‘선자장’ 구영환
입력 2022.11.08 (19:39)
수정 2022.11.08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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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과하지 않은 가을바람은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부채 바람을 닮았습니다.
부채는 바람을 일으키는 기능 못지않게 장식용, 의례용으로 두루 활용됐는데요.
통영의 부채 미선을 지켜온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정성껏 만든 부채, 미선입니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있어서 높은음자리표를 한번 나타내 봤습니다. 학의 등 위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 자개로 만든 이런 부채도 있고 한번 들어보세요. 투박한 것 같아도 가운데 허리가 개미허리 모양으로 잘록잘록한 게 손을 잡아보면…."]
주목나무로 품격을 더하며 선자장은 부채와 50년을 동고동락했습니다.
통영 마지막 선자장의 공방입니다.
부채는 크게, 둥근 방구부채 '단선'과 접을 수 있는 '접선'으로 나뉘는데요.
단선인 통영 부채는 물고기 꼬리를 형상화한 미선입니다.
["흔히 아름다울 ‘미’ 자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고 꼬리 ‘미’ 자예요."]
더 미세한 세미선이 있을 만큼 통영미선은 부챗살이 가는 것이 특징.
통제영 12공방의 영향으로 선면이 부드럽고 손잡이도 화려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부드러우니까 적은 힘에도 살랑살랑하는 거죠. 어디 한군데 딱 평평한 곳이 없고 다 곡선을 돌아가면서…."]
가는 부챗살과의 조화를 고려한 섬세한 손잡이는 30종 이상으로 종류도 많고 의미도 각별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석류는 다산 이런 의미거든요. (나비는) 부귀를 나타내는 것이거든요. 쌍죽인데 대나무가 두 그루 서 있는 모양이거든요. 나란히. 당파싸움 하지 말고 좀 사이좋게 지내라는…."]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던 통영미선은 용도도 다양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보기 싫어서 싫다든지 할 때 살포시 가리고 이렇게 가고, 또 햇빛이 강하면 싹 가릴 수도 있고 비가 내려도 또 살며시 가릴 수도 있고…."]
부채를 처음 만든 때가 17살, 1972년 제대 후 50년간 줄곧 부채를 만든 이유는 통영미선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구영환/선자장 : "사랑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정신적으로 딱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
해풍을 맞고 자란 3년생 대나무는 수분이 적은 한겨울에 채취해야 탄력이 좋습니다.
물려받은 칼의 연륜만 100살.
절반이 닳아 없어졌지만 여전히 장인과 한 몸을 이룹니다.
[구영환/선자장 : "이런 정도의 칼이 모양이 있던 거예요. 이렇게. 이 모양이 쓰다 보니까 닳아가지고…."]
쪼갠 대는 송진과 백반, 소금을 넣어 30분 이상 쪄서 내구성과 탄력을 살립니다.
다음으로 가는 부챗살이 될 때까지 2분의 1씩 쪼개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이때 손은 최고의 연장.
손의 감각으로 두께를 조절한 뒤 다시 칼로 긁어 오차를 최소화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두터우면 이렇게 밀고 얕으면 또 이렇게 밀고 조절해 가면서 합니다. 높낮이가 똑같이 딱 나오죠? 여러 가지를 초집중해야 합니다. 눈의 초점을 조금만 떼면 이상해져요."]
1mm가 채 안 되는 부챗살 두께를 일정하게 만든 뒤 똑같은 간격으로 붙이는 과정입니다.
손잡이는 편백, 향나무, 느티나무, 가죽나무 등 무늿결이 고운 나무를 쓰는데요.
세밀하게 깎아 사포질만 다섯 단계….
장인의 손은 훈장처럼 통증을 달고 삽니다.
[구영환/선자장 : "세계적으로도 저만큼 부채 손잡이를 많이 가진 곳은 없을 겁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직업병이 생겨서 엄지가 젓가락질을 못 할 정도로 요즘 병이 나버렸어요. 손이."]
우포 람사르총회 기념 부채부터 통영의 섬을 담은 부채까지 그의 부채에선 전통과 현재가 만납니다.
옻칠로 자연미를 살리고 나전으로 멋을 더하는가 하면 부채로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구영환/선자장 : "청풍 세심. 맑은 바람으로 마음을 씻는다…."]
통영미선의 맥을 잇는 50년 부채 사랑엔 특별한 철학이 있습니다.
[구영환/선자장 : "혼이 빠졌다고 해요. 부채에. 부채한테 반했다고 할까요? 아주 귀하게, 귀하게. 좋은 부채는 좋은 벗하고 나눌 정도가 돼야지 아무나 주는 게 아닌 거죠."]
좋은 사람과 나누는 귀한 선물, 선자장이 미선을 지키는 이유입니다.
과하지 않은 가을바람은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부채 바람을 닮았습니다.
부채는 바람을 일으키는 기능 못지않게 장식용, 의례용으로 두루 활용됐는데요.
통영의 부채 미선을 지켜온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정성껏 만든 부채, 미선입니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있어서 높은음자리표를 한번 나타내 봤습니다. 학의 등 위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 자개로 만든 이런 부채도 있고 한번 들어보세요. 투박한 것 같아도 가운데 허리가 개미허리 모양으로 잘록잘록한 게 손을 잡아보면…."]
주목나무로 품격을 더하며 선자장은 부채와 50년을 동고동락했습니다.
통영 마지막 선자장의 공방입니다.
부채는 크게, 둥근 방구부채 '단선'과 접을 수 있는 '접선'으로 나뉘는데요.
단선인 통영 부채는 물고기 꼬리를 형상화한 미선입니다.
["흔히 아름다울 ‘미’ 자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고 꼬리 ‘미’ 자예요."]
더 미세한 세미선이 있을 만큼 통영미선은 부챗살이 가는 것이 특징.
통제영 12공방의 영향으로 선면이 부드럽고 손잡이도 화려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부드러우니까 적은 힘에도 살랑살랑하는 거죠. 어디 한군데 딱 평평한 곳이 없고 다 곡선을 돌아가면서…."]
가는 부챗살과의 조화를 고려한 섬세한 손잡이는 30종 이상으로 종류도 많고 의미도 각별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석류는 다산 이런 의미거든요. (나비는) 부귀를 나타내는 것이거든요. 쌍죽인데 대나무가 두 그루 서 있는 모양이거든요. 나란히. 당파싸움 하지 말고 좀 사이좋게 지내라는…."]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던 통영미선은 용도도 다양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보기 싫어서 싫다든지 할 때 살포시 가리고 이렇게 가고, 또 햇빛이 강하면 싹 가릴 수도 있고 비가 내려도 또 살며시 가릴 수도 있고…."]
부채를 처음 만든 때가 17살, 1972년 제대 후 50년간 줄곧 부채를 만든 이유는 통영미선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구영환/선자장 : "사랑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정신적으로 딱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
해풍을 맞고 자란 3년생 대나무는 수분이 적은 한겨울에 채취해야 탄력이 좋습니다.
물려받은 칼의 연륜만 100살.
절반이 닳아 없어졌지만 여전히 장인과 한 몸을 이룹니다.
[구영환/선자장 : "이런 정도의 칼이 모양이 있던 거예요. 이렇게. 이 모양이 쓰다 보니까 닳아가지고…."]
쪼갠 대는 송진과 백반, 소금을 넣어 30분 이상 쪄서 내구성과 탄력을 살립니다.
다음으로 가는 부챗살이 될 때까지 2분의 1씩 쪼개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이때 손은 최고의 연장.
손의 감각으로 두께를 조절한 뒤 다시 칼로 긁어 오차를 최소화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두터우면 이렇게 밀고 얕으면 또 이렇게 밀고 조절해 가면서 합니다. 높낮이가 똑같이 딱 나오죠? 여러 가지를 초집중해야 합니다. 눈의 초점을 조금만 떼면 이상해져요."]
1mm가 채 안 되는 부챗살 두께를 일정하게 만든 뒤 똑같은 간격으로 붙이는 과정입니다.
손잡이는 편백, 향나무, 느티나무, 가죽나무 등 무늿결이 고운 나무를 쓰는데요.
세밀하게 깎아 사포질만 다섯 단계….
장인의 손은 훈장처럼 통증을 달고 삽니다.
[구영환/선자장 : "세계적으로도 저만큼 부채 손잡이를 많이 가진 곳은 없을 겁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직업병이 생겨서 엄지가 젓가락질을 못 할 정도로 요즘 병이 나버렸어요. 손이."]
우포 람사르총회 기념 부채부터 통영의 섬을 담은 부채까지 그의 부채에선 전통과 현재가 만납니다.
옻칠로 자연미를 살리고 나전으로 멋을 더하는가 하면 부채로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구영환/선자장 : "청풍 세심. 맑은 바람으로 마음을 씻는다…."]
통영미선의 맥을 잇는 50년 부채 사랑엔 특별한 철학이 있습니다.
[구영환/선자장 : "혼이 빠졌다고 해요. 부채에. 부채한테 반했다고 할까요? 아주 귀하게, 귀하게. 좋은 부채는 좋은 벗하고 나눌 정도가 돼야지 아무나 주는 게 아닌 거죠."]
좋은 사람과 나누는 귀한 선물, 선자장이 미선을 지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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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지 않은 가을바람은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부채 바람을 닮았습니다.
부채는 바람을 일으키는 기능 못지않게 장식용, 의례용으로 두루 활용됐는데요.
통영의 부채 미선을 지켜온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정성껏 만든 부채, 미선입니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있어서 높은음자리표를 한번 나타내 봤습니다. 학의 등 위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 자개로 만든 이런 부채도 있고 한번 들어보세요. 투박한 것 같아도 가운데 허리가 개미허리 모양으로 잘록잘록한 게 손을 잡아보면…."]
주목나무로 품격을 더하며 선자장은 부채와 50년을 동고동락했습니다.
통영 마지막 선자장의 공방입니다.
부채는 크게, 둥근 방구부채 '단선'과 접을 수 있는 '접선'으로 나뉘는데요.
단선인 통영 부채는 물고기 꼬리를 형상화한 미선입니다.
["흔히 아름다울 ‘미’ 자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고 꼬리 ‘미’ 자예요."]
더 미세한 세미선이 있을 만큼 통영미선은 부챗살이 가는 것이 특징.
통제영 12공방의 영향으로 선면이 부드럽고 손잡이도 화려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부드러우니까 적은 힘에도 살랑살랑하는 거죠. 어디 한군데 딱 평평한 곳이 없고 다 곡선을 돌아가면서…."]
가는 부챗살과의 조화를 고려한 섬세한 손잡이는 30종 이상으로 종류도 많고 의미도 각별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석류는 다산 이런 의미거든요. (나비는) 부귀를 나타내는 것이거든요. 쌍죽인데 대나무가 두 그루 서 있는 모양이거든요. 나란히. 당파싸움 하지 말고 좀 사이좋게 지내라는…."]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던 통영미선은 용도도 다양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보기 싫어서 싫다든지 할 때 살포시 가리고 이렇게 가고, 또 햇빛이 강하면 싹 가릴 수도 있고 비가 내려도 또 살며시 가릴 수도 있고…."]
부채를 처음 만든 때가 17살, 1972년 제대 후 50년간 줄곧 부채를 만든 이유는 통영미선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구영환/선자장 : "사랑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정신적으로 딱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
해풍을 맞고 자란 3년생 대나무는 수분이 적은 한겨울에 채취해야 탄력이 좋습니다.
물려받은 칼의 연륜만 100살.
절반이 닳아 없어졌지만 여전히 장인과 한 몸을 이룹니다.
[구영환/선자장 : "이런 정도의 칼이 모양이 있던 거예요. 이렇게. 이 모양이 쓰다 보니까 닳아가지고…."]
쪼갠 대는 송진과 백반, 소금을 넣어 30분 이상 쪄서 내구성과 탄력을 살립니다.
다음으로 가는 부챗살이 될 때까지 2분의 1씩 쪼개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이때 손은 최고의 연장.
손의 감각으로 두께를 조절한 뒤 다시 칼로 긁어 오차를 최소화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두터우면 이렇게 밀고 얕으면 또 이렇게 밀고 조절해 가면서 합니다. 높낮이가 똑같이 딱 나오죠? 여러 가지를 초집중해야 합니다. 눈의 초점을 조금만 떼면 이상해져요."]
1mm가 채 안 되는 부챗살 두께를 일정하게 만든 뒤 똑같은 간격으로 붙이는 과정입니다.
손잡이는 편백, 향나무, 느티나무, 가죽나무 등 무늿결이 고운 나무를 쓰는데요.
세밀하게 깎아 사포질만 다섯 단계….
장인의 손은 훈장처럼 통증을 달고 삽니다.
[구영환/선자장 : "세계적으로도 저만큼 부채 손잡이를 많이 가진 곳은 없을 겁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직업병이 생겨서 엄지가 젓가락질을 못 할 정도로 요즘 병이 나버렸어요. 손이."]
우포 람사르총회 기념 부채부터 통영의 섬을 담은 부채까지 그의 부채에선 전통과 현재가 만납니다.
옻칠로 자연미를 살리고 나전으로 멋을 더하는가 하면 부채로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구영환/선자장 : "청풍 세심. 맑은 바람으로 마음을 씻는다…."]
통영미선의 맥을 잇는 50년 부채 사랑엔 특별한 철학이 있습니다.
[구영환/선자장 : "혼이 빠졌다고 해요. 부채에. 부채한테 반했다고 할까요? 아주 귀하게, 귀하게. 좋은 부채는 좋은 벗하고 나눌 정도가 돼야지 아무나 주는 게 아닌 거죠."]
좋은 사람과 나누는 귀한 선물, 선자장이 미선을 지키는 이유입니다.
과하지 않은 가을바람은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부채 바람을 닮았습니다.
부채는 바람을 일으키는 기능 못지않게 장식용, 의례용으로 두루 활용됐는데요.
통영의 부채 미선을 지켜온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정성껏 만든 부채, 미선입니다.
["통영국제음악제가 있어서 높은음자리표를 한번 나타내 봤습니다. 학의 등 위에서 해가 떠오르는 것, 자개로 만든 이런 부채도 있고 한번 들어보세요. 투박한 것 같아도 가운데 허리가 개미허리 모양으로 잘록잘록한 게 손을 잡아보면…."]
주목나무로 품격을 더하며 선자장은 부채와 50년을 동고동락했습니다.
통영 마지막 선자장의 공방입니다.
부채는 크게, 둥근 방구부채 '단선'과 접을 수 있는 '접선'으로 나뉘는데요.
단선인 통영 부채는 물고기 꼬리를 형상화한 미선입니다.
["흔히 아름다울 ‘미’ 자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고 꼬리 ‘미’ 자예요."]
더 미세한 세미선이 있을 만큼 통영미선은 부챗살이 가는 것이 특징.
통제영 12공방의 영향으로 선면이 부드럽고 손잡이도 화려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부드러우니까 적은 힘에도 살랑살랑하는 거죠. 어디 한군데 딱 평평한 곳이 없고 다 곡선을 돌아가면서…."]
가는 부챗살과의 조화를 고려한 섬세한 손잡이는 30종 이상으로 종류도 많고 의미도 각별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석류는 다산 이런 의미거든요. (나비는) 부귀를 나타내는 것이거든요. 쌍죽인데 대나무가 두 그루 서 있는 모양이거든요. 나란히. 당파싸움 하지 말고 좀 사이좋게 지내라는…."]
임금이 신하에게 하사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던 통영미선은 용도도 다양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보기 싫어서 싫다든지 할 때 살포시 가리고 이렇게 가고, 또 햇빛이 강하면 싹 가릴 수도 있고 비가 내려도 또 살며시 가릴 수도 있고…."]
부채를 처음 만든 때가 17살, 1972년 제대 후 50년간 줄곧 부채를 만든 이유는 통영미선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구영환/선자장 : "사랑하는 마음, 아끼는 마음. 정신적으로 딱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것."]
해풍을 맞고 자란 3년생 대나무는 수분이 적은 한겨울에 채취해야 탄력이 좋습니다.
물려받은 칼의 연륜만 100살.
절반이 닳아 없어졌지만 여전히 장인과 한 몸을 이룹니다.
[구영환/선자장 : "이런 정도의 칼이 모양이 있던 거예요. 이렇게. 이 모양이 쓰다 보니까 닳아가지고…."]
쪼갠 대는 송진과 백반, 소금을 넣어 30분 이상 쪄서 내구성과 탄력을 살립니다.
다음으로 가는 부챗살이 될 때까지 2분의 1씩 쪼개는 작업을 반복합니다.
이때 손은 최고의 연장.
손의 감각으로 두께를 조절한 뒤 다시 칼로 긁어 오차를 최소화합니다.
[구영환/선자장 : "두터우면 이렇게 밀고 얕으면 또 이렇게 밀고 조절해 가면서 합니다. 높낮이가 똑같이 딱 나오죠? 여러 가지를 초집중해야 합니다. 눈의 초점을 조금만 떼면 이상해져요."]
1mm가 채 안 되는 부챗살 두께를 일정하게 만든 뒤 똑같은 간격으로 붙이는 과정입니다.
손잡이는 편백, 향나무, 느티나무, 가죽나무 등 무늿결이 고운 나무를 쓰는데요.
세밀하게 깎아 사포질만 다섯 단계….
장인의 손은 훈장처럼 통증을 달고 삽니다.
[구영환/선자장 : "세계적으로도 저만큼 부채 손잡이를 많이 가진 곳은 없을 겁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직업병이 생겨서 엄지가 젓가락질을 못 할 정도로 요즘 병이 나버렸어요. 손이."]
우포 람사르총회 기념 부채부터 통영의 섬을 담은 부채까지 그의 부채에선 전통과 현재가 만납니다.
옻칠로 자연미를 살리고 나전으로 멋을 더하는가 하면 부채로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구영환/선자장 : "청풍 세심. 맑은 바람으로 마음을 씻는다…."]
통영미선의 맥을 잇는 50년 부채 사랑엔 특별한 철학이 있습니다.
[구영환/선자장 : "혼이 빠졌다고 해요. 부채에. 부채한테 반했다고 할까요? 아주 귀하게, 귀하게. 좋은 부채는 좋은 벗하고 나눌 정도가 돼야지 아무나 주는 게 아닌 거죠."]
좋은 사람과 나누는 귀한 선물, 선자장이 미선을 지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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