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민방위 대피소 어디예요?”…관리는 ‘엉망’

입력 2022.11.09 (12:43) 수정 2022.11.0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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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울릉도 전역에 공습 경보가 발령됐었죠.

주민들은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몰라서 혼란스러워했는데요.

이런 비상 상황에서 대피소를 찾아도 이용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고 합니다.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일 오전, 북한이 동해상 북방한계선, NLL 이남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미사일 1발이 우리 공해상에 떨어졌는데요.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울릉도 지역에는 공습경보가 발령됐습니다.

주민들은 처음 겪은 공습 대피 사이렌 소리에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요.

울릉군에는 8곳의 대피소가 마련돼 있었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대피소 위치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김신일/울릉군 주민 : "연로하신 주민분께 물어봐서 대피소가 이곳 (수산물) 할복장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여기 와봤더니 아무도 안 계신 거예요."]

민방위 주민대피 시설은 공습이나 전시에 준하는 공습경보 때 주민이 몸을 피할 수 있도록 지하공간이 있는 시설을 지정하고 있는데요.

유사시에 신속하게 몸을 피할 수 있도록 주변에 대피소가 어디 있는지, 알아두어야겠죠.

PC에서는 '국민재난안전포털' 사이트에서 '민방위' 목록으로 들어가면 '대피소' 정보를 지역별로 선택해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에서는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서 조회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대피소 정보에 아파트 이름이 적혀있다면 주차장 같은 지하 공간이 대피 시설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대피소들,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이곳은 민방위 대피소로 지정된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입니다.

행정안전부 안내에는 8백여 제곱미터 규모로 천 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을 찾아가 보니 태풍 힌남노 피해로 두 달 전부터 출입이 통제됐습니다.

대피소로 지정된 인근의 또 다른 건물입니다.

하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는데요.

대피소 역할을 하던 공간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건물 자체가 폐쇄된 겁니다.

세 번째로 찾아간 대피소는 차량이 일부 통로를 가로막고 있고, 방독면이나 식수 같은 비상물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 아파트에서 10년을 거주한 주민조차 대피소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이명선/아파트 입주민 : "(대피소가 사실 여기 지하주차장이거든요.) 아. 몰랐었어요."]

한 지역만 이런 게 아닙니다. 이번에 공습경보가 발령된 울릉도 역시 대피소가 창고로 쓰이거나, 문이 잠겨있기도 했는데요.

심지어 군사시설 주변 지역이어서 유사시 안전에 위협이 클 수 있는데도 대피소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하 건물이나 터널이 없다는 이유로 대피소가 지정되지 않았다는데요.

주무 부처는 예산 문제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음성변조 : "이 사업이 후방지역까지 확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적 합의와 공감 형성이 선행되어야 하고요. 아울러 정부 예산이 반영되어야 하겠습니다."]

행안부는 전국의 민방위 경보 시설과 만 7천여 대피소의 관리 실태를 특별 점검한 뒤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어느 때보다 북한의 도발이 빈번해지고 위협의 수위도 높아지는 상황, 주민의 안전이 담보되려면, 구체적인 계획은 물론이고요.

유사시 언제라도 대피할 수 있도록 대피시설에 대한 주기적이고 또 철저한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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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민방위 대피소 어디예요?”…관리는 ‘엉망’
    • 입력 2022-11-09 12:43:32
    • 수정2022-11-09 1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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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울릉도 전역에 공습 경보가 발령됐었죠.

주민들은 어디로 대피해야 할지 몰라서 혼란스러워했는데요.

이런 비상 상황에서 대피소를 찾아도 이용하기 어려운 곳이 많다고 합니다.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2일 오전, 북한이 동해상 북방한계선, NLL 이남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미사일 1발이 우리 공해상에 떨어졌는데요.

분단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울릉도 지역에는 공습경보가 발령됐습니다.

주민들은 처음 겪은 공습 대피 사이렌 소리에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요.

울릉군에는 8곳의 대피소가 마련돼 있었지만, 상당수 주민들은 대피소 위치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김신일/울릉군 주민 : "연로하신 주민분께 물어봐서 대피소가 이곳 (수산물) 할복장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여기 와봤더니 아무도 안 계신 거예요."]

민방위 주민대피 시설은 공습이나 전시에 준하는 공습경보 때 주민이 몸을 피할 수 있도록 지하공간이 있는 시설을 지정하고 있는데요.

유사시에 신속하게 몸을 피할 수 있도록 주변에 대피소가 어디 있는지, 알아두어야겠죠.

PC에서는 '국민재난안전포털' 사이트에서 '민방위' 목록으로 들어가면 '대피소' 정보를 지역별로 선택해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에서는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서 조회가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대피소 정보에 아파트 이름이 적혀있다면 주차장 같은 지하 공간이 대피 시설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대피소들,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을까요?

이곳은 민방위 대피소로 지정된 포항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입니다.

행정안전부 안내에는 8백여 제곱미터 규모로 천 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을 찾아가 보니 태풍 힌남노 피해로 두 달 전부터 출입이 통제됐습니다.

대피소로 지정된 인근의 또 다른 건물입니다.

하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는데요.

대피소 역할을 하던 공간을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건물 자체가 폐쇄된 겁니다.

세 번째로 찾아간 대피소는 차량이 일부 통로를 가로막고 있고, 방독면이나 식수 같은 비상물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 아파트에서 10년을 거주한 주민조차 대피소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이명선/아파트 입주민 : "(대피소가 사실 여기 지하주차장이거든요.) 아. 몰랐었어요."]

한 지역만 이런 게 아닙니다. 이번에 공습경보가 발령된 울릉도 역시 대피소가 창고로 쓰이거나, 문이 잠겨있기도 했는데요.

심지어 군사시설 주변 지역이어서 유사시 안전에 위협이 클 수 있는데도 대피소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하 건물이나 터널이 없다는 이유로 대피소가 지정되지 않았다는데요.

주무 부처는 예산 문제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음성변조 : "이 사업이 후방지역까지 확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민적 합의와 공감 형성이 선행되어야 하고요. 아울러 정부 예산이 반영되어야 하겠습니다."]

행안부는 전국의 민방위 경보 시설과 만 7천여 대피소의 관리 실태를 특별 점검한 뒤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어느 때보다 북한의 도발이 빈번해지고 위협의 수위도 높아지는 상황, 주민의 안전이 담보되려면, 구체적인 계획은 물론이고요.

유사시 언제라도 대피할 수 있도록 대피시설에 대한 주기적이고 또 철저한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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