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친다”?…반복되는 사고, 예방책은?

입력 2022.11.14 (18:07) 수정 2022.11.1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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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첫 해입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최근까지도 일터에서의 사망 사고 소식 계속 들려오고 있는데요.

좀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산업과학부 김지숙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 보면, 사고가 별로 줄어든 것 같지 않단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도 그런가요?

[기자]

체감상 그럴 수 있습니다.

올해 3분기, 그러니까 9월 말까지의 중대재해 건수가 최근에 공개됐는데요.

건수는 줄었지만 숨진 사람 수는 오히려 늘었거든요.

9월말까지 난 중대재해는 모두 483건 입니다.

이로 인해서 숨진 사람은 510명에 달했고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건수는 적지만, 8명 더 많은 수치입니다.

[앵커]

새로운 곳에서 사고가 계속 나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래도 반복해서 나는 것도 문제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사고가 난 데서 또 나는, 이런 곳이 많습니까?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사고가 난 곳에서 또 나는 게 가장 아쉬운 대목인데요.

적지 않습니다.

우선 사망 사고가 올해 두 번 이상 난 곳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을 포함해서 20곳이나 돼서 오늘 다 소개를 못 해드릴 것 같고요.

세 번 이상 난 곳만 살펴보겠습니다.

모두 네 군데입니다.

약 열흘 전 네 번째 사고가 났던 코레일, 한국철도공사가 네 번 사고가 났고요.

대기업 건설사죠.

디엘이앤씨도 10월 사고까지 모두 네 번 있었습니다.

그밖에 대우건설과 계룡건설도 각각 세 번 사고가 났습니다.

[앵커]

다 다른 사고들일까요?

예방할 수 없었나 싶은데요.

[기자]

사실 그게 핵심인데요.

막상 확인해보면 비슷한 사고가 나고 또 나고,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5일에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한국철도공사 직원이 열차에 치여 숨진 사고, 소식 들으셨을텐데요.

저희 취재팀이 이 사고를 계기로 그럼 한국철도공사에서 얼마나, 어떤 사고들이 났는지 살펴봤습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철도공사에서 난 사고는 모두 10번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9번이 다 똑같은 유형, 노동자가 작업 도중 열차에 치이는 사고였습니다.

그러니까 열차에 치인다는 게, 한국철도공사의 사업장에선 가장 큰 위험 요인인데 이게 개선이 되지 않은 채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게 아니냐,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정진우/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 "열차 치임이 철도공사에서는 가장 위험한 작업에 속한다고 할 수가 있고요. 위험성 평가라든지 그런 것들이 실질적으로 작동이 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사고들 막을 수 없었을까,를 살펴봤는데요.

이 사고 10건 가운데 4건에서 확인된 법 위반 내용을 보면 열차 운행 감시인에게 소리가 잘 들리는 무전기라든지 확성기 같은 적절한 신호장비가 없었단 게 있습니다.

2017년에도 지적된 게, 올해 7월에도 지적됐습니다.

저희가 이 내용을 뉴스에서 보도해드렸더니, 시청자분들이 많은 댓글을 써 주셨어요.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게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네", "결국 근본적으로 개선된 건 없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지적해주신 것처럼 소 잃고 외양간만 제대로 고쳤어도, 사고 막을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앵커]

정말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되는데, 그러지 않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고가 자꾸 반복되면 처벌 받나요?

[기자]

올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보면, 경영책임자의 의무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어떤 사고가 나면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고 그걸 이행해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사고가 났는데 재발 방지책 없이 계속 반복되면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면 현장에서 안전 조치가 미흡하거나 기업에서 전반적인 안전 관리가 잘 안 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결국 기업 현장이 달라지는 게 중요할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네, 사실 가장 큰 과제는 대기업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만들게 할까입니다.

최근 ESG 경영이 대세다, 이런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저희 취재팀이 취재를 해보니, 고용노동부에서도 이 산업안전과 ESG 경영을 접목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어떤 기업이 안전보건에 예산을 얼마나 투자하는지, 의무적으로 공시하게 하자는 겁니다.

지금 보시는 게 올해 네 번 사고 난 디엘이앤씨의 안전보건 관련 공시 보고서인데요.

좋은 내용은 많은데, 정작 예산을 얼마나 투자했는지 정보는 거의 없었거든요.

한 기업에서 사고가 나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이런 안전보건 예산이 공개돼서 대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 요소까지 된다면, 기업에서도 자발적으로 산업 안전에 투자를 하지 않겠느냐, 정부는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 거로 보입니다.

이런 세부 계획은 이달 중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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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4 18:07:46
    • 수정2022-11-14 18:2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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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첫 해입니다.

하지만 1년이 다 되어가는최근까지도 일터에서의 사망 사고 소식 계속 들려오고 있는데요.

좀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산업과학부 김지숙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최근 들려오는 소식들 보면, 사고가 별로 줄어든 것 같지 않단 느낌이 들어요.

실제로도 그런가요?

[기자]

체감상 그럴 수 있습니다.

올해 3분기, 그러니까 9월 말까지의 중대재해 건수가 최근에 공개됐는데요.

건수는 줄었지만 숨진 사람 수는 오히려 늘었거든요.

9월말까지 난 중대재해는 모두 483건 입니다.

이로 인해서 숨진 사람은 510명에 달했고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건수는 적지만, 8명 더 많은 수치입니다.

[앵커]

새로운 곳에서 사고가 계속 나는 것도 문제지만, 아무래도 반복해서 나는 것도 문제인 것 같은데, 어떤가요?

사고가 난 데서 또 나는, 이런 곳이 많습니까?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사고가 난 곳에서 또 나는 게 가장 아쉬운 대목인데요.

적지 않습니다.

우선 사망 사고가 올해 두 번 이상 난 곳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을 포함해서 20곳이나 돼서 오늘 다 소개를 못 해드릴 것 같고요.

세 번 이상 난 곳만 살펴보겠습니다.

모두 네 군데입니다.

약 열흘 전 네 번째 사고가 났던 코레일, 한국철도공사가 네 번 사고가 났고요.

대기업 건설사죠.

디엘이앤씨도 10월 사고까지 모두 네 번 있었습니다.

그밖에 대우건설과 계룡건설도 각각 세 번 사고가 났습니다.

[앵커]

다 다른 사고들일까요?

예방할 수 없었나 싶은데요.

[기자]

사실 그게 핵심인데요.

막상 확인해보면 비슷한 사고가 나고 또 나고,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5일에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한국철도공사 직원이 열차에 치여 숨진 사고, 소식 들으셨을텐데요.

저희 취재팀이 이 사고를 계기로 그럼 한국철도공사에서 얼마나, 어떤 사고들이 났는지 살펴봤습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철도공사에서 난 사고는 모두 10번입니다.

그런데 이 가운데 9번이 다 똑같은 유형, 노동자가 작업 도중 열차에 치이는 사고였습니다.

그러니까 열차에 치인다는 게, 한국철도공사의 사업장에선 가장 큰 위험 요인인데 이게 개선이 되지 않은 채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게 아니냐,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정진우/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 "열차 치임이 철도공사에서는 가장 위험한 작업에 속한다고 할 수가 있고요. 위험성 평가라든지 그런 것들이 실질적으로 작동이 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사고들 막을 수 없었을까,를 살펴봤는데요.

이 사고 10건 가운데 4건에서 확인된 법 위반 내용을 보면 열차 운행 감시인에게 소리가 잘 들리는 무전기라든지 확성기 같은 적절한 신호장비가 없었단 게 있습니다.

2017년에도 지적된 게, 올해 7월에도 지적됐습니다.

저희가 이 내용을 뉴스에서 보도해드렸더니, 시청자분들이 많은 댓글을 써 주셨어요.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게 "소 잃고 외양간도 안 고치네", "결국 근본적으로 개선된 건 없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시청자분들이 지적해주신 것처럼 소 잃고 외양간만 제대로 고쳤어도, 사고 막을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앵커]

정말 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되는데, 그러지 않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고가 자꾸 반복되면 처벌 받나요?

[기자]

올해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보면, 경영책임자의 의무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어떤 사고가 나면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고 그걸 이행해야 되는 거죠.

그러니까, 사고가 났는데 재발 방지책 없이 계속 반복되면 처벌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원인을 따지고 들어가면 현장에서 안전 조치가 미흡하거나 기업에서 전반적인 안전 관리가 잘 안 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결국 기업 현장이 달라지는 게 중요할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자]

네, 사실 가장 큰 과제는 대기업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안전한 환경을 만들게 할까입니다.

최근 ESG 경영이 대세다, 이런 얘기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저희 취재팀이 취재를 해보니, 고용노동부에서도 이 산업안전과 ESG 경영을 접목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어떤 기업이 안전보건에 예산을 얼마나 투자하는지, 의무적으로 공시하게 하자는 겁니다.

지금 보시는 게 올해 네 번 사고 난 디엘이앤씨의 안전보건 관련 공시 보고서인데요.

좋은 내용은 많은데, 정작 예산을 얼마나 투자했는지 정보는 거의 없었거든요.

한 기업에서 사고가 나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고,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이런 안전보건 예산이 공개돼서 대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 요소까지 된다면, 기업에서도 자발적으로 산업 안전에 투자를 하지 않겠느냐, 정부는 이런 판단을 하고 있는 거로 보입니다.

이런 세부 계획은 이달 중 고용노동부에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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