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도용해 기술평가 ‘뻥튀기’…평가기관이 주도

입력 2022.11.15 (06:30) 수정 2022.11.1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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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014년 도입된 '기술금융'은 기술력이 탄탄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그 기술 자체를 신용 삼아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입니다.

'기술신용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이 평가가 결정적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한 평가기관이 명의를 도용해 평가서를 허위로 발급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최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정비업체는 올해 은행에서 '기술금융'으로 수천만 원을 빌렸습니다.

자동차 기능장을 보유했다는 점이 결정적인 '자격'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 기능장은 근무하고 있을까?

[자동차 정비업체 대표/음성변조 : "이 사람을 저희가 쓴 적이 없어요. 어떻게 됐든 간에 ○○○라는 사람은 없어요."]

당사자는 300km 떨어진 다른 업체에서 근무 중이었습니다.

[자동차정비기능장 : "(○○정비업체라는 곳 들어 보신 적 있을까요?) 전혀 안 들어 봤고 일한 적도 없고요. 1999년부터 현재까지 우리 공업사 운영하고 있습니다."]

명백한 '명의 도용'.

그런데 대출을 받은 업체조차도 그 사실을 몰랐다고 펄쩍 뛰었습니다.

은행에 대출을 신청한 건 맞다고 했습니다.

이후 은행 측에서 '한국평가데이터'라는 기관에 기술평가를 의뢰했는데, 업체가 아니라면 결국 그 평가기관에서 조작했다는 얘기.

'한국평가데이터' 측은 대출 요건을 성립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기능장 명의를 도용한 게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한국평가데이터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쪽에 평가 물량을 많이 가지고 와야 또 은행 쪽에서도 관련된 평가 부분이 늘어나는 거고 그러니까 은행 쪽의 실적과 저희 실적은 같이 가는 겁니다."]

은행들은 '기술금융'을 확대해야 정부로부터 실적을 인정받아 신용보증기금 출연료 감면 혜택 등을 받습니다.

평가기관은 평가기관대로 '기술신용평가' 수수료를 얻는데 한국평가데이터의 경우 연간 순매출의 30%가 여기서 나옵니다.

결국 여러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고, 그 과정에서 정부는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습니다.

[강민국/국회 예결위 위원 : "최소한 (기술금융) 조건 충족 여부만큼은 금융위가 적극 관리했어야 하는데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KBS가 입수한 자료에만 이런 의심스런 사례 수십 건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 기능장은 무려 6개 업체에서 일하는 걸로 돼 있었습니다.

[김성모/자동차정비기능장 : "(직원으로 등록된 6곳) 모두 제가 알지 못하는 곳입니다. 좀 황당했고요. 기분이 매우 안 좋습니다."]

KBS 취재 이후 금융위와 금감원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했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김민준 조원준/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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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격증 도용해 기술평가 ‘뻥튀기’…평가기관이 주도
    • 입력 2022-11-15 06:30:02
    • 수정2022-11-15 08:52:36
    뉴스광장 1부
[앵커]

2014년 도입된 '기술금융'은 기술력이 탄탄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그 기술 자체를 신용 삼아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입니다.

'기술신용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이 평가가 결정적 기준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한 평가기관이 명의를 도용해 평가서를 허위로 발급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최혜림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정비업체는 올해 은행에서 '기술금융'으로 수천만 원을 빌렸습니다.

자동차 기능장을 보유했다는 점이 결정적인 '자격'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 기능장은 근무하고 있을까?

[자동차 정비업체 대표/음성변조 : "이 사람을 저희가 쓴 적이 없어요. 어떻게 됐든 간에 ○○○라는 사람은 없어요."]

당사자는 300km 떨어진 다른 업체에서 근무 중이었습니다.

[자동차정비기능장 : "(○○정비업체라는 곳 들어 보신 적 있을까요?) 전혀 안 들어 봤고 일한 적도 없고요. 1999년부터 현재까지 우리 공업사 운영하고 있습니다."]

명백한 '명의 도용'.

그런데 대출을 받은 업체조차도 그 사실을 몰랐다고 펄쩍 뛰었습니다.

은행에 대출을 신청한 건 맞다고 했습니다.

이후 은행 측에서 '한국평가데이터'라는 기관에 기술평가를 의뢰했는데, 업체가 아니라면 결국 그 평가기관에서 조작했다는 얘기.

'한국평가데이터' 측은 대출 요건을 성립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기능장 명의를 도용한 게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한국평가데이터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 쪽에 평가 물량을 많이 가지고 와야 또 은행 쪽에서도 관련된 평가 부분이 늘어나는 거고 그러니까 은행 쪽의 실적과 저희 실적은 같이 가는 겁니다."]

은행들은 '기술금융'을 확대해야 정부로부터 실적을 인정받아 신용보증기금 출연료 감면 혜택 등을 받습니다.

평가기관은 평가기관대로 '기술신용평가' 수수료를 얻는데 한국평가데이터의 경우 연간 순매출의 30%가 여기서 나옵니다.

결국 여러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고, 그 과정에서 정부는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습니다.

[강민국/국회 예결위 위원 : "최소한 (기술금융) 조건 충족 여부만큼은 금융위가 적극 관리했어야 하는데 구멍이 뚫린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KBS가 입수한 자료에만 이런 의심스런 사례 수십 건이 담겨 있었습니다.

한 기능장은 무려 6개 업체에서 일하는 걸로 돼 있었습니다.

[김성모/자동차정비기능장 : "(직원으로 등록된 6곳) 모두 제가 알지 못하는 곳입니다. 좀 황당했고요. 기분이 매우 안 좋습니다."]

KBS 취재 이후 금융위와 금감원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고 했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김민준 조원준/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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