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지급보증제’ 체불 피해 못 막아

입력 2022.11.21 (07:56) 수정 2023.09.18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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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체불 피해를 막으려 정부가 지급보증제를 의무화했죠.

특히 올해는 자잿값이 오르는 등 건설 경기가 나빠져 체불 신고가 더 늘었는데, 지급보증제가 있어도 여전히 현장에선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뭔지, 강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입니다.

공사 현장에 자신의 굴삭기를 빌려주고, 운전까지 하는 노동자 8명은 천만 원가량의 대여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건설 자재비 증가 등을 이유로 건설사가 지급을 미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뿐 아니라, 최근 2년 동안 민주노총 건설기계노동조합에 신고된 부산의 체불 발생 현장은 모두 50여 곳, 체불 금액은 30억 원에 달합니다.

[정정길/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 굴삭기지회장 : "평소보다는 한 두배가량 지금 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계속 조합원들이 체불을 접수하는 것을 보면 한 달에 여섯 일곱 건 이상 됩니다. 한 건에 한 현장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자신이 소유한 기계를 빌려주면서 운전 노동을 하는 '특수고용노동자'라 노동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2013년부터 '건설기계 대여대금 지급보증'을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건설사가 장비 임대료를 못 내면 미리 계약한 보증기관이 밀린 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돈을 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최근 3년 동안 전국에서 건설사가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은 횟수는 모두 25만 4천여 건이지만, 보증회사가 밀린 대여대금을 준 건 693건, 보증 금액은 55억에 그칩니다.

체불이 됐는데도 계속 일을 해서 생기는 채무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 때문입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돈을 준다는 건설사 말만 믿고 일을 했는데, 이 때문에 돈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정정길/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 굴삭기지회장 : "함부로 현장에 말을 못하고, 다음 달에 줄게 다음 달에 줄게 하다 보니 5개월, 6개월씩 돈을 못 받고 일을 하는 현실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약관법에 따라 보증업체가 정한 규정이기 때문에 내용 변경을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음성변조 : "약관은 저희가 정하는 게 아니고 약관법에 따라서 금융위나 이쪽에서 검토를 받습니다."]

노동조합은 지급보증제도가 무용지물이라며, 체불이 발생한 뒤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기간을 늘리는 등 정부에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예슬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그래픽: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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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설 현장 ‘지급보증제’ 체불 피해 못 막아
    • 입력 2022-11-21 07:56:01
    • 수정2023-09-18 05:36:35
    뉴스광장(부산)
[앵커]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체불 피해를 막으려 정부가 지급보증제를 의무화했죠.

특히 올해는 자잿값이 오르는 등 건설 경기가 나빠져 체불 신고가 더 늘었는데, 지급보증제가 있어도 여전히 현장에선 피해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뭔지, 강예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부산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입니다.

공사 현장에 자신의 굴삭기를 빌려주고, 운전까지 하는 노동자 8명은 천만 원가량의 대여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건설 자재비 증가 등을 이유로 건설사가 지급을 미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뿐 아니라, 최근 2년 동안 민주노총 건설기계노동조합에 신고된 부산의 체불 발생 현장은 모두 50여 곳, 체불 금액은 30억 원에 달합니다.

[정정길/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 굴삭기지회장 : "평소보다는 한 두배가량 지금 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계속 조합원들이 체불을 접수하는 것을 보면 한 달에 여섯 일곱 건 이상 됩니다. 한 건에 한 현장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자신이 소유한 기계를 빌려주면서 운전 노동을 하는 '특수고용노동자'라 노동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2013년부터 '건설기계 대여대금 지급보증'을 의무화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건설사가 장비 임대료를 못 내면 미리 계약한 보증기관이 밀린 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돈을 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최근 3년 동안 전국에서 건설사가 지급보증서를 발급받은 횟수는 모두 25만 4천여 건이지만, 보증회사가 밀린 대여대금을 준 건 693건, 보증 금액은 55억에 그칩니다.

체불이 됐는데도 계속 일을 해서 생기는 채무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 때문입니다.

건설기계 노동자들은 조금만 기다리면 돈을 준다는 건설사 말만 믿고 일을 했는데, 이 때문에 돈을 받을 수 없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정정길/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 굴삭기지회장 : "함부로 현장에 말을 못하고, 다음 달에 줄게 다음 달에 줄게 하다 보니 5개월, 6개월씩 돈을 못 받고 일을 하는 현실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약관법에 따라 보증업체가 정한 규정이기 때문에 내용 변경을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음성변조 : "약관은 저희가 정하는 게 아니고 약관법에 따라서 금융위나 이쪽에서 검토를 받습니다."]

노동조합은 지급보증제도가 무용지물이라며, 체불이 발생한 뒤 계약을 해지해야 하는 기간을 늘리는 등 정부에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강예슬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그래픽:최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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