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사사건건 친부모 동의?…갈 길 먼 가정위탁

입력 2022.11.22 (19:30) 수정 2022.11.22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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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부모의 사망이나 질병 같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정 기간 위탁 가정의 도움을 받는 아동이 만 명에 이릅니다.

위탁 부모와 생활하지만 병원 치료를 받거나 간단한 시험에 응시하는 데도 친부모 동의가 필요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부모가 아프거나 사망해서, 또는 교도소에 수감돼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또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고 방임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렇게 보호가 필요한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일반 가정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정위탁' 제도인데요.

위탁가정에서, 일정 기간 아이를 맡아 키워주는 거죠.

이런 위탁가정, 아무나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정 수준의 소득 기준은 물론이고, 성범죄, 가정폭력 등 전력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위탁가정이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3살 민석이(가명)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고, 몸을 씻기고, 함께 놀아주는 사람, 바로 민석이의 위탁 부모입니다.

9개월째 함께 지내는 동안 아이는 한층 밝아졌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마음을 졸입니다.

수술을 하려면 친부모의 동의가 필수인데, 최근 친부모와 연락이 끊겨서 걱정입니다.

[이보연/가정위탁 부모 : "가장 결정적일 때 친부모님의 개입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제 입장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아프면 안 되고 다치면 안 될 것 같다는 그런…."]

다른 위탁가정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한 초등학생은 한국사 시험을 보기 위해 넉 달을 준비했는데, 친권자가 동의하는 인증 절차를 밟지 못해 결국 응시를 포기했습니다.

[담당 사회복지사 : "'왜 (시험을) 못 보냐' 그래서 자세하게 설명을 못 해주겠는 거에요. 상처받을까 봐. 자신감도 없고 그래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몇 달을 준비시켰는데…."]

위탁가정 부모는 단순 동거인에 해당돼 법적인 권한이 없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수술을 받거나 통장, 여권 등을 만들 때, 또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매번 친권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상당수 아동이 친부모와 연락이 끊긴 경우가 많습니다.

[보호 아동 이모/음성변조 : "(친부모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조금 힘들죠. 왜 부모가 없어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미성년 후견인' 제도를 이용하면 위탁 부모도 법적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신청률이 1%도 채 안 됩니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인데요.

위탁 부모가 후견인 지정을 받으려면 최소 6개월 이상 걸립니다.

주민센터와 은행 등을 돌며 10가지 넘는 서류를 내고, 방문 조사와 법원 출석에도 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위탁 부모가 후견인이 되려면 먼저 친부모가 권한을 포기해줘야만 합니다.

[김미애/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 : "위탁부모님들도 그 자격이 주어진다면 지금과 같이 복잡한 절차와 시간을 조금 더 앞당길 수 있어서 훨씬 용이할거라 생각합니다."]

국내 위탁 가정 아동은 지난해 말 기준 만 명에 이릅니다.

전체 보호 대상 아동의 40%가 넘는데요.

이 아동들, 위탁 가정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고 원래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게 제도의 목적일겁니다.

위탁가정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줄이고 아동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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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2-11-22 20:06:26
    뉴스7(부산)
[앵커]

친부모의 사망이나 질병 같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정 기간 위탁 가정의 도움을 받는 아동이 만 명에 이릅니다.

위탁 부모와 생활하지만 병원 치료를 받거나 간단한 시험에 응시하는 데도 친부모 동의가 필요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부모가 아프거나 사망해서, 또는 교도소에 수감돼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또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고 방임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렇게 보호가 필요한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일반 가정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정위탁' 제도인데요.

위탁가정에서, 일정 기간 아이를 맡아 키워주는 거죠.

이런 위탁가정, 아무나 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정 수준의 소득 기준은 물론이고, 성범죄, 가정폭력 등 전력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위탁가정이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3살 민석이(가명)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고, 몸을 씻기고, 함께 놀아주는 사람, 바로 민석이의 위탁 부모입니다.

9개월째 함께 지내는 동안 아이는 한층 밝아졌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마음을 졸입니다.

수술을 하려면 친부모의 동의가 필수인데, 최근 친부모와 연락이 끊겨서 걱정입니다.

[이보연/가정위탁 부모 : "가장 결정적일 때 친부모님의 개입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제 입장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요. 아프면 안 되고 다치면 안 될 것 같다는 그런…."]

다른 위탁가정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는 한 초등학생은 한국사 시험을 보기 위해 넉 달을 준비했는데, 친권자가 동의하는 인증 절차를 밟지 못해 결국 응시를 포기했습니다.

[담당 사회복지사 : "'왜 (시험을) 못 보냐' 그래서 자세하게 설명을 못 해주겠는 거에요. 상처받을까 봐. 자신감도 없고 그래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몇 달을 준비시켰는데…."]

위탁가정 부모는 단순 동거인에 해당돼 법적인 권한이 없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수술을 받거나 통장, 여권 등을 만들 때, 또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매번 친권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상당수 아동이 친부모와 연락이 끊긴 경우가 많습니다.

[보호 아동 이모/음성변조 : "(친부모의 동의를 받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조금 힘들죠. 왜 부모가 없어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미성년 후견인' 제도를 이용하면 위탁 부모도 법적 대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요.

하지만 신청률이 1%도 채 안 됩니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인데요.

위탁 부모가 후견인 지정을 받으려면 최소 6개월 이상 걸립니다.

주민센터와 은행 등을 돌며 10가지 넘는 서류를 내고, 방문 조사와 법원 출석에도 응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위탁 부모가 후견인이 되려면 먼저 친부모가 권한을 포기해줘야만 합니다.

[김미애/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서울가정위탁지원센터 관장 : "위탁부모님들도 그 자격이 주어진다면 지금과 같이 복잡한 절차와 시간을 조금 더 앞당길 수 있어서 훨씬 용이할거라 생각합니다."]

국내 위탁 가정 아동은 지난해 말 기준 만 명에 이릅니다.

전체 보호 대상 아동의 40%가 넘는데요.

이 아동들, 위탁 가정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고 원래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게 제도의 목적일겁니다.

위탁가정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줄이고 아동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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